‘결론’보다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444일 만에 윤석열과 도당들의 내란죄 1심 판결이 내려졌다. 2025년 3월 8일 이후로 조희대 대법원장보다 더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탄 지귀연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합의부)는 19일 윤석열, 김용현, 노상원, 조지호, 김봉식, 목현태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인정했다. 윤석열 무기징역, 김용현 징역 30년, 노상원 징역 18년, 조지호 징역 12년, 김봉식 징역 12년, 목현태 징역 3년의 실형을 내렸고, 김용군과 윤승영은 내란중요임무종사 무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만 유죄로 판단했다.
윤석열 무기징역, 김용현 징역 30년이라는 형량만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선고 이유를 보면 심각한 판단 오류, 사실관계의 선별적 선택으로 12·3 비상계엄의 본질 자체를 ‘물타기’ 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지귀연이 예의 나긋나긋하게 읽어낸 판결의 이유는 정합성이 안 맞을 뿐만 아니라 난삽하고 산만하기까지 했는데, 작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한덕수 탄핵 결정문을 떠올리게 했다. 로스쿨 학생도 답안지를 이렇게 써내면 잘 봐줘야 C- 아니면 D+ 다.
법은 단순한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원칙의 체계이다. 또 법관은 법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그 법이 당대의 정의에 부합하도록 해석할 소명을 가진 자들이다. 이런 소명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은 윤석열 1심 결정을 자세히 리뷰하고 반복해서 지적해야 한다. 그래야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다.
판결문 행간의 의미
지귀연 재판부의 1심 결정문을 두 번, 세 번 뜯어보고 행간을 읽어보자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할 수도 있지!’
‘민주당이 그렇게까지 발목을 잡았으니 오죽했으면 그랬겠어!’
‘국회에 군대만 안 보냈어도…’
‘아유 윤석열 씨 순간 화를 좀 참지 그랬어요오오오?’
‘순간 눈이 돌아서 국회에 군대 보내는 바람에 정권교체까지 된 거잖아?’
‘군인, 공무원들 그냥 있었으면 무리 없이 퇴직하고 연금 받고 살았을 텐데, 괜히 같이 날뛰는 바람에 힘들게 됐잖아?’
‘그 불똥이 나한테까지 튀어서 당신 한 번 빼줬다가 나도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야…’
이 정도 되겠다.
이번 1심 판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란죄에 김건희의 연결고리를 제거했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오마이뉴스, 링크)
그나마 다행인 것들
그래도 이번 판결문에 다행인 점은 있다. 헌법 제84조에 의해 재직 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누리는 대통령 일지라도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고 본 점이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은 대통령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이고 이와 관련이 없는 모든 수사까지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니므로 수사 자체는 불소추 특권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움(서울지방법원 2025고합129 등 사건 재판부 설명 자료, 8~9쪽).”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 헌법이 대만 헌법(중화민국헌법)을 참조하였고, 대만은 ‘소추’가 아닌 ‘소구(訴究)’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수사를 허용하지 않고, 일본 헌법은 소추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수사가 허용된다”라는 하나 쓸모없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공부한 건 다 쓰고 싶었던 걸까. 사족에 불과하다.
또 하나 다행인 점은 검찰이 내란죄 수사권이 있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를 수사하는 게 맞냐는 윤석열과 대리인 측 주장을 “수사권 있어!”, “여기서 공수처의 수사권 논란은 큰 의미 없어!”라고 정리하면서 일말의 공소기각 및 무죄 가능성을 없애 버린 점이다.
“검찰청법에 의하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내란죄에 대해서는 수사 개시할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다목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련하여 인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음. 이 사건의 경우 윤석열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사실을 보면 내란죄와도 직접 관련성이 있음. …(중략)… 검찰이 공수처 송부 기록 외에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를 결정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 자체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경찰,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 및 이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해 유죄 판단하기에 충분하므로 수사권 유무와 관련된 기소의 적법성, 증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음(서울지방법원 2025고합129 등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 9~12쪽).”
판결문에도 드러나는 지귀연의 관종력
여기서 지귀연 판사의 관종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법원의 판단~’, ‘이 법원은~’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점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아니고 고작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통상 재판부에서 이런 표현을 쓸 때는 ‘본 재판부는~’이나 ‘이 재판부의 판단은~’과 같이 표현한다. 자기가 대한민국 법원을 대표하는 종국결정을 내는 것도 아닌데 ‘이 법원의 판단은~’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걸 보면, 자기애, 관종력이 보통 수준은 한참 뛰어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다행인 점은 “대통령이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애매한 것도, 아닌 것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다행인 점은 이 정도이고, 문제는 이 판결이 사실관계의 상당 부분을 생략했고, 이미 제시된 증거를 선별해서 윤석열과 그 도당들에게 불리한 부분은 눈 감았고, 동시에 유리하게 판단했으며, 국헌문란 내란 목적 성립에 관한 법리 판단에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양형 판단 이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판결문에 자세히 설시하였으니 참고 바람~”이라고 눙치면서 윤석열과 그 일당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해석과 판단을 남긴 것이다. 대표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한 배경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고 사사건건 방해하여 계엄을 선포한 것이지, 장기독재를 획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판단한 점이다.
“대국민담화 및 포고령의 내용, 피고인 김용현,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등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회가 무리한 탄핵소추 시도, 일방적인 예산안 삭감 시도 등 대통령과 정부의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점차 지나치게 집착해 적어도 2024. 12. 1. 무렵에는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라고 결심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임(서울지방법원 2025고합129 등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 13쪽).”
그 이유로, “윤석열이 1년 전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국회를 제압하고 장기독재를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검사의 주장을 인정할 경위 및 과정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노상원 수첩 등은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모양, 형상, 필기 행태, 내용 등이 조악한 데다 보관하고 있던 장소 및 보관 방법에 비춰볼 때 중요한 사항이 담겨 있던 수첩이라고 보기 무리가 있다”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등이 모인 ‘계엄 모의’라고 일컬어지는 술자리 및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윤석열의 발언을 “단순한 불만이나 격정 토로, 하소연, 답답함 등을 내비친 것으로 볼 여지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
또 “장기 집권을 위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기 위해 장기간 마음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라고도 했다.
‘의도된 오판’일 수밖에 없는 이유
지귀연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첫째 윤석열이 과거에도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내가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과 둘째, 김건희가 비상계엄 후 개헌을 통해 통일 대통령을 꿈꿨다는 김어준 총수의 국회 증언, 셋째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이 최상목에게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한 쪽지를 건넨 사실과 증거 등을 모두 배척한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한 사실을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 성립 근거로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곧 독재 획책의 의도는 아니라는 앞뒤가 도무지 맞지 않는 판단을 한 것이다.

(MBC, 링크)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자신의 거수기 역할을 할 국가비상입법기구를 만든다는 것. 그것으로 권력분립을 ‘형해화’하고 자신의 뜻을 무력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장기독재 획책 의도를 분명히 한 것임에도 이를 애써 눈 감고, 귀 막은 것이다. 윤석열이 만들고자 했던 국가비상입법기구는 과거 박정희 유신 시절 유정회와 같은 것인데도 이렇게 판단했다.
2024년 12월 3일 이전부터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정황이 담긴 보도가 여러 차례 쏟아졌고, 국방부에 오래 출입한 국방 전문 기자는 이와 관련한 책을 출판했는데도 그 모든 것을 무시했다.

(오마이뉴스, 링크)
무엇보다 납득할 수 없는 건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였다”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내란이 실패한 것을 두고 “준비가 허술했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대테러 특수부대를 대규모로 투입하고, 13만 발의 실탄이 불출되고, 언론사와 국회에 단전·단수를 지시하고 시도까지 했으나 장치가 어디 있는지 몰라 실패한 사정을 형법상 ‘장애미수’로 볼지언정 ‘허술한 준비’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와 한덕수의 1심을 담당한 이진관 재판관의 ‘내란이 실패한 것은 무장한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했던 국민의 저항’이라는 판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병기, 박선원 의원과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여러 차례 12·3 비상계엄과 내란이 상당히 치밀하고 잘 된 기획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노상원의 수첩이 조악하였다’라는 이유는 박근혜 국정농단에서 주요 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에 대한 법원의 선례 또한 무시한 것이다. 노상원과 김건희가 비화폰을 통해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정황이 흘러나오고 사실상 노상원이 ‘김건희의 사람’이었다는 의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건희로 이어질 수 있는 내란 혐의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차단한 셈이다.
이러한 모든 사정, 법원의 판단을 무시한 지귀연의 ‘준비가 지나치게 허술하였기 때문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장기독재 획책의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은 ‘의도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의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나 진배없다.
가장 심각한 오판
지귀연의 1심 판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계엄선포의 형식적, 실체적 요건 성립 여부를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정한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 성립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본 부분이다. 지귀연 재판부는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계엄선포의 형식적, 실체적 요건은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없고 실제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허용되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문턱을 한없이 낮추고 비상계엄 선포자의 ‘내심의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해 내란죄 성립 요건을 아주 엄격히 한 것이다. 계엄은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교전의 상황 등과 같은 상황적 요건과 국무회의 심의 및 부서, 국회 통고 등과 같은 절차적 요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법률적으로 정당화된다는 헌법과 계엄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판단이다. 비상계엄 남용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추후 누구든지 헌법과 계엄법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문란의 목적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하면서 빠져나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판결문의 난삽, 산만함
그밖에 현행 헌정 체제에서 최초의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판결문의 엄중함과 비교도 안 되는 말 그대로 짜치는 내용들로 채워진 판결문의 난삽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대표적으로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의 의미를 밝힌 부분이 그렇다. 뭔 연혁적으로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게르만법에 이어 잉글랜드 왕 찰스 1세를 언급했는데, 왕이 없는 민주 공화정에 왜 왕권 시대의 법을 언급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정작 써야 할 우리 형법에 왜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들어오게 됐는지, 역사적 계기와 근거는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국헌문란의 목적’을 정의하고 있는 형법 제91조는 형법 제정 초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1952년 이승만의 친위 쿠데타를 계기로 포함된 것인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중요 수정 항목’으로 제정되었다. 내란죄는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하거나 주권 찬탈을 목적으로 하는 쿠데타와 깊은 연관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국사 범죄를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법 제91조가 제정된 것이다.
1953년 6월 29일, 이 법을 제정할 당시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보면 명확하게 나와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형법 개정안에 대한 독회가 있었는데 신설된 당시 90조,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에 대한 해석이 명확지 않은 부분에 대한 대화를 보자.
“법제사법위원장대리 엄상섭: 그다음 제93조, 다음에 법제사법위원회의 신설 조문이 있습니다. 제93조 다음에 좌의 조문을 신설한다.「본 장에서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목적을 말한다.
1.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탄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기능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
이 조문에 있어서 국헌을 문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하고 보면 이것이 보통 어느 나라 형법에서도 이렇게 되어 있읍니다. 그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 해 가지고 국헌을 국토를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는 목적은 막연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이 조문이 신설된 것입니다. 그러니 목적을 명시해 두자 이러는 것입니다.”
“이범승 의원: 이 신설안에 대해서 의견이 있으므로 간단히 말씀 여쭐려고 합니다. 여기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설한 조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바입니다. 그래서 제90조에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라는 데 대해서 충분한 표현이 되어 있지 않음으로서 이러한 조항은 해석하기가 대단히 곤란하신 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서 이런 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해서 잠깐 말씀 여쭈는 것입니다.” 국회사무처, 제16회 국회임시회의 속기록 제12호(1953.06.29.), 7쪽.
현재 규정되는 법의 제정 배경과 입법자의 의도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생략하고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처벌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성공한 경우도 적지 않다”라는 것을 언급했다(재판부 설명문 19쪽). 민주주의 수준이 한국과 맞지도 않는 나라의 사례는 왜 언급했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선진국의 경우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정도의 갈등까지 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해 놓은 경우가 많다”라면서 대통령 등 행정부 수반에 부여된 ‘의회해산권’을 굳이 언급했다(설명문 19쪽).
의회해산권을 가진 나라는 대부분 의회제 정부형태를 취하는 국가이고, 대한민국에서는 과거 박정희 유신독재, 전두환 독재 시절 헌법에 대통령의 의회해산권을 두었고, 현행 민주 헌정 체제에서 의회해산권을 삭제했다는 헌법 연혁과 배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비유도 아니고 언급해서도 안 되는 내용을 굳이 언급한 것이다.
이는 국회가, 정확히는 야당인 민주당이 대통령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데도 대통령이 국회해산을 못 하니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독재를 꿈꿨던 윤석열을 내심으로 응원하지 않고서는 담을 수 없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왜 썼는지 알 수 없는 말들이 나오는데, 다음의 내용을 보자.
“피고인 윤석열 및 변호인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등에 이르게 된 목적은 사사건건 무리한 탄핵과 예산 삭감 등 정부의 발목을 잡아 반국가 세력이 되어 버린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나, 이는 어떤 일을 행한 동기나 이유, 명분을 그 목적과 혼동하여 하는 주장으로 보임.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 잡고 싶어 하였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변론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하지 목적이라고 볼 수 없음.(설명문 22쪽)”
동기나 명분, 이유는 정당하다는 것인가?
군사경찰 추천 명단을 노상원에게 전달하고, 이 추천 명단이 반영된 수사단 구성 계획이 작성되었고,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 함께 하고, 부정선거 수사단에 합류한 김상용과 만남이 이뤄지고, 사건이 벌어진 직후 휴대전화를 폐기한 김용군에 대해 내란주요임무종사죄에 무죄를 준 것도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판단이다. 정황과 사실 자체를 무시할 만한 이유를 설시하지도 않았다. 정치인 체포 행위에 공모·가담한 윤승영에게 무죄를 준 것 또한 마찬가지다.
지귀연 판사에게 국민은 없었다
무엇보다 윤석열과 김용현 등 피고인에 대해 공통의 양형 사유로 설시한 부분은 자기 한탄과 한풀이였다.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크게 훼손되었고 …(중략)…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되었으며,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및 그 후속 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하여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등 그 사회적 비용은 산정할 수 없음. 또한 피고인들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로 수행한 군인, 경찰관 및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거나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상관의 지시의 적법성 및 정당성에 대한 군인과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되었다는 점에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함(설명문 29~30쪽).”
이것은 즉, 대통령 선거가 다시 치러지는 바람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고,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으면 공직자들이 무리 없이 은퇴하고 연금 받아 생활했을 텐데 그렇지 못하게 되었고, 자신도 괜히 유탄 맞아 정치적 극한의 대립 상황에서 윤석열 풀어줬다가 곤욕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는 뜻 아닌가. 받지 않았을 감시와 지탄에 룸살롱에서 삼겹살 구워 먹은 것까지 발각돼서 아주 개망신당했으니 어쩔 것이냐는 말 아닌가.

(허핑턴포스트, 링크)
그리고 비상계엄 선포할 수 있는데 왜 군대를 국회에 보냈느냐, 빼도 박도 못하게 비상계엄 선포해서도 안 된다고 법에 규정돼 있는데 그걸 모르고 포고령에 떡하니 적어서 이 상황을 만들었느냐는 한탄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도 지 판사는 판결이유를 설명하면서 ‘안타깝다’라는 표현을 여러 번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지귀연의 판단에서 정작 제일 피해를 본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나라 주가가 얼마나 하락했고, 달러 환율이 얼마나 치솟았으며, 이를 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었고, 추운 겨울에 맨몸으로 뛰어와 무장 군인들을 막아서면서 “당신들 5·18처럼 되려 하느냐?”라며 울부짖은 국민은 없었다.
감형의 근거로 볼 수 없는 양형 사유
윤석열과 피고인들에 유리한 양형 사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낮춰야 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대적 65세 고령이고, 초범, 치밀하지 않은 계획,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다.”
이것은 실탄 소지했던 사실 판단을 완전히 부인한 것이다. 의도된 오판이다. 65세가 고령이면 50대에 내란을 저지르거나, 치밀하게 설계해서 내란을 저질러야만 중형을 받는다는 말이다. 계몽령이라는 윤석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양형의 참작 사유로 삼았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내란범을 형사 잡법처럼 초범이냐 아니냐를 따졌다는 건 조금이라도 형을 깎을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백대현 판사가 체포방해죄에 대해서 윤석열을 초범이라는 이유로 징역 5년을 때린 것과 마찬가지다. 내란범처럼 무기징역이나, 사형밖에 선택지가 없을 땐 애초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
애초부터 무기징역보다 더 낮은 유기징역을 해야 했을 때 고려했을 법한 사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정합성이 맞는다. 유기징역을 정해두고 쓴 판결문이라면 이해가 될 법한 판결문이다.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으로 결론만 막판에 바꾸었으니, 정합성이 너무나도 맞지 않고 난삽하고 산만한 판결문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무기징역이었다면 굳이 양형 사유를 들 필요도 없었다.
“피고인의 죄질에 비춰볼 때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밖에 없고 검사 측에서도 사형을 구형하였으나,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가 된 지 오래다. 사형제도는 문명사회의 법치주의의 형벌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피를 피로써 갚는 것은 문명사회의 법치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말의 집행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사형의 선고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온 인권 국가의 위상을 한순간에 실추시킬 수 있다. 무장한 군인에 맨몸으로 맞서 민주 헌정을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준수하여 민주주의를 회복한 대한민국 시민의식과 법 감정을 고려할 때도 피고인에게 사형보다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더 부합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설시만 했어도 충분히 납득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능력과 깜냥이 되지 않는 지귀연 재판부였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혈세로 몇억의 연봉을 받아먹는 대한민국 부자 판사가 국사범을 판단하는 법 감정이고 법 잣대였다. 윤석열과 도당들의 내란주요임무종사 1심 판결에서 이 씁쓸한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초동이나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그중에서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주당 정권에 대한 믿음과 분노가 상당하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진 지 오래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연루된 사건에서 감정이 묻어나는 판단이 나왔고, 이번 윤석열과 그 일당들에 대한 1심 결정 역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투영되었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지귀연 판사는 이번 판결을 끝으로,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상대적으로 일이 없다. 사건도, 민원도 별로 없는 법원이라 판사와 직원들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법원 공무원도, 판사들도 모두 온갖 진상 민원까지 친절하게 챙긴다고 한다. 오지랖 넓고, 말투도 나긋나긋하고 내란범 처벌에 한가한 지귀연 판사에게 아주 적격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와우, 멋있다 지 판사야!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헤르메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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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