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재판에서 세탁기 재판으로
언론은 기사로 말하고 사법은 재판으로 말한다. 기사는 기자가 쓰고 판결은 판사가 한다. 권력과 자본의 ‘감시견’이라는 숭고한 역할 대신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이익과 본인의 영달을 위해 ‘애완견’이 된 기자들에 대한 멸칭이 있으니, 그것이 ‘기레기’이다. ‘법과 정의’가 아닌 판사 자신의 출세와 퇴직 이후 예상되는 ‘전관예우’라는 재판 거래를 통한 이익을 위해 ‘권력 집단의 요구’에 충실히 대답하는 판결에 대한 멸칭이 있으니, 그것이 곧 ‘자판기 재판’이다.
이승만 정권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현대사 내내 민주 진보 인사가 기소된 그 수많은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한결같았다. 검찰의 기소와 구형에 정확히 기계적으로 호응하는 것이었다. 이를 조롱하는 표현이 바로 ‘자판기 재판’인 것이다.
2025년 5월 1일,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하려는 대법관들.
이들은 2심에서 무죄난 판결을
사실상 이틀만에 파기 환송했다.
출처-<사진공동취재단>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부터 최근에 있었던 대법원의 ‘이재명 항소심 무죄 파기 환송’까지, 그 수많은 ‘자판기 재판’의 예를 드는 것은 지면 낭비일 것이다. 민주 정부 집권 기간에도 ‘자판기 재판’은 예외 없이 행해졌다. ‘삼권 분립’과 국정원이나 검찰 등에 대한 ‘독립성 유지’라는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민주 정부의 선의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2월 19일, 12.3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판사 지귀연은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고인 윤석열을 무기징역에 처합니다아~
이 선고로 대한민국 사법은 ‘자판기 재판’이라는 멸칭 외에 ‘세탁기 재판’이라는 또 하나의 멸칭을 획득했다. 내란 주범 윤석열에 대한 1심 선고라는 정치적 중요함에 걸맞게 각계각층과 대부분의 저명인사들이 판결에 대한 논평들을 쏟아 내었다. 그중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 판결을 가리켜 ‘세탁기 재판’이라고 잘라 말했다.
왜 사형이 아니고 무기인가? 이미 앞서 있었던 윤석열의 공범 및 종범들에 대한 모든 판결에서 12.3 계엄은 내란이라는 사법적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우두머리인 윤석열은 왜 최종심도 아닌 1심에서부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을까. 판사 지귀연은 무엇을 감형 사유로 제시했을까. 판결문 독해에 몰입했다.
독해 결과, 윤석열의 1심 판결에 대한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세탁기 재판’이라는 표현,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있을 수 없었다.
1심 판결은 윤석열 내란 세탁의 빌드업
재판의 판결문은 국가를 대리한 판사가 사법권 행사의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공식 문서이다. 따라서 판결문은 논리적이어야 하며 쟁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와 판단의 법리적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즉 판결문은 자체적으로 완결적이어야 한다.
52년 만의 계엄을 통한 현직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라는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본다면, 윤석열에 대한 판결문은 이와 같은 조건들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귀연의 판결문은 이와는 반대로 장황하고 난삽했으며 심지어 기괴하기까지 하였다.

지귀연의 판결문에는 뜬금없이 로마 시대와 영국 찰스 1세의 사례가 등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나 남미 등 이른바 개발도상국의 경우에서는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서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등이 여러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이로 인해 내란·반란·역모 등 유사한 형법 규정에 의해 처벌받은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귀연의 판결문 中-
아프리카와 남미를 들고 와 군부에 의한 의회 기능을 정지시킨 행위가 내란으로 처벌받지 않았음을 말하며, 선진국의 경우에는 ‘의회해산권’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통령 등 행정부 수반에게 의회 해산권을 부여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귀연의 판결문 中-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토록 중요한 사건의 판결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중구난방의 논지 전개이다.
본질은 쟁점이다. 형사 재판의 본질은 쟁점이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곁가지들을 다 걷어내면 본질이 보인다. 쟁점은 피고인 윤석열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 두 가지이다.
첫째, 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며,
둘째, 무력 행사를 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국회의 요구에 따라 계엄을 해제했으므로 내란이 아닌 ‘메시지 계엄’이다.
출처-<서울중앙지법>
판결문은 이 쟁점에 대한 판단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습니다.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그 내용을 살펴서,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이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지귀연의 판결문 中-
윤석열의 계엄 선포에 대한 판사 지귀연의 법적 판단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 기관(국회)의 기능을 마비시켰을 때만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판결문에 의하면 ‘국회의 기능 저지’만이 내란죄 판단의 유일한 근거가 된다.
판사 지귀연은 이런 논리를 유지하며 계속 판결을 이어갔다.
“피고인 윤석열 및 그 변호인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등에 이르게 된 목적은 사사건건 무리한 탄핵과 예산 삭감 등 정부의 발목을 잡아 반국가 세력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국회에 대한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하에 이루어진 이 사건 비상계엄은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위와 같은 동기나 이유 때문에 피고인 윤석열, 피고인 김용현이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의 활동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병력 출동 및 국회 봉쇄 시도 등의 행위에 나아간 것은 명백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
-지귀연의 판결문 中-
윤석열이 내세우는 계엄의 동기를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명확성 때문에 법원 판결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비유법을 사용하고 있다.
‘성경을 읽는다(올바른 목적)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비도덕적 수단) 수는 없습니다.’
이는 윤석열이 내세우는 계엄의 동기와 이유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판사 지귀연은 통상의 판결문에서는 볼 수 없는, 이례적인 비유법까지 사용하여 윤석열이 계엄을 한 이유가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내란 혐의에 정상참작까지 해줬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입니다.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입니다.”
범죄 전력 없음, 공무원 봉직, 65세 고령, 수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감형 사유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진짜 분노할 지점은 따로 있다. 판사 지귀연의 판결문 속에 담긴 진짜 의도, 그것은 앞서 말한 윤석열의 두 번째 주장, ‘무력행사를 하지 않아 아무도 다치지 않은 메시지 계엄’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사 지귀연은 그 어떤 객관적 근거 제시 없이 ‘윤석열이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켰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자의적 판단은 법관의 판결문이 될 수 없다.
‘레드 헤링(Red Herring)’, 레드 헤링이란 논쟁이나 논증에서 핵심 쟁점과 무관한 정보나 주장으로 상대의 주의를 돌려 본질을 흐리는 수사 전략을 뜻한다. 판사 지귀연의 판결문은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전형적인 레드 헤링이다.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불필요한 요소들과 우리가 가진 분노의 에너지를 분산되게 하는 것들을 다 제거하고 나면, 이 판결문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계엄이라는 행위와 목적은 정당했으며, 물리력 행사는 없었으나 국회의 기능을 저지한 점이 인정되므로 유죄’
이것이 지귀연 판결문의 본질이다.
‘왜 사형이 아닌가, 왜 무기징역인가’라며 분노할 필요 없다. ‘도대체 65세란 나이가 어떻게 내란죄의 감형 사유가 되는가’, 이 역시 전혀 분노할 필요 없다. 판사들의 상투적 표현일 뿐이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는 3심제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예상이겠지만 윤석열은 3심까지 갈 것이다. 분노를 분산하지 말고, 집중해야 한다.
윤석열은 이제 2심과 3심에서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국회의 기능을 저지하지 않았다’만 다투면 될 것이다. 이것이 지귀연이 만들어 준 윤석열의 탈출 구멍이 있는 지점이다. 판사 지귀연의 1심 판결에 대한 분노의 핵심 지점은 이 부분이다.
이제 우리가 집중할 것은 다음과 같다.
1. 1심 판결문에서 지귀연은 이후 재판에서 윤석열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이걸 틀어막아야 한다.
2. 최종심인 3심은 대법원이라는 사실이다.
3. 현재 대법원장은 조희대라는 사실이다. 조희대는 사법부의 수장임에도 윤석열의 내란 사태에 대해 그 어떤 논평도 하지 않은 자이다.
이보다 더 절망적인 현실은 대법원장 조희대와 대법관들, 정경심 교수에게 실형 4년을 선고한 엄상필을 비롯하여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는 재판 기록을 읽지도 않고 당시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환송 한 파렴치한 짓들을 서슴없이 하는 법관들이라는 것이다.
선고 직후, 피고인들 모습
판사 지귀연의 1심 판결문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판사 지귀연은 1심 판결을 통해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에게 내란죄 세탁의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판사 지귀연의 1심 판결은 윤석열 내란죄 세탁의 빌드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것이 이번 재판과 판결에 대한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세탁기 판결’이란 표현이 가장 적확한 이유이다.
국회의 즉각적인 입법 권능 행사를 촉구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출처-<연합뉴스>
판사 우인성은 김건희에 대한 기소 내용 중 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김건희 특검의 구형은 징역 15년이었다. ‘구속기간 시간 계산’이라는 희대의 법 기술로 윤석열을 탈옥시킨 판사 지귀연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1심 재판을 맡아 그에게 범죄 세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최종심인 대법원에는 조희대와 그의 대법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땅의 민주시민들은 이러한 판사들의 전횡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당연히 아니다. 해야 할 일과 해결책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는 내란·외환·반란죄를 범한 자의 사면을 금지하는 일명 ‘윤석열 사면금지법(사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속 나경원 의원은
사면금지법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반대했다.
이 법이 윤석열 3심 확정 전에 시행된다면, 윤석열은 사면받을 수 없다. 이것이 입법의 힘이다.
선출되지 않은 자들, 단지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뿐인 자들의 전횡을 막고 그들을 감시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법 개혁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입법권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회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최종심이 끝나기 전에 지금 즉시 사법개혁에 착수하여 관련 법안을 입법 실행해야 한다.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4심제) 도입, 내란전담 재판부 설치, 법관 평가 및 판결문 공개 확대 등’
개헌 사항이라 쉽진 않지만 ‘배심원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논의되고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들을 가능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입법의 권능을 여지없이 사용해야 한다.
판사 출신 ‘국민의힘’ 당대표 장동혁은 윤석열 내란 세력과의 절연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윤석열의 계엄은 내란이 아니며 윤석열은 모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윤석열을 우두머리로 하는 내란 세력이 일으킨 혼란을 수습하고 후퇴한 민주주의를 회복하여 우리 사회를 다시 도약하게 하는 유일한 해결책인 사법개혁은 범민주 계열 국회의원들의 몫이 되었다.
그리하여 판사 지귀연의 1심 판결문을 읽고 난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다.
민주당에 간절히 촉구한다. 서명 운동 따위는 시민 단체가 할 일이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즉시 해야 할 시간을 다투는 일, 그것은 사법 개혁을 위한 입법권의 행사이다. 175명의 헌법기관을 가진 민주당이 주도하여 입법의 권능을 즉시 행사하길 다시 한번 간절히 촉구한다.
편집: 임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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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인빅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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