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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의 역사, 그리고 8.16 독립운동가

 

8.16 독립운동가라는 말이 있다. 일제 치하에서 침묵하다가 해방 이후 정세를 보고 갑자기 독립운동가 행세를 한 기회주의적 인물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지금은 많이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명박근혜 시절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 노조, 시민단체를 국가기관을 동원해 감시하고 탄압했던 참으로 엄혹한 시절이었다.

 

경향 신공안정국.png

(경향신문, 링크)

 

그 시절 주식 분석으로 밥벌이하며 살다가, 박근혜가 탄핵되자 느닷없이 등장해 "문재인과 함께 비를 맞겠다"고 선언하고 언론사를 차린 인물이 있었다. 아무튼 그런 사람이 있었다. 국정농단의 어두운 시대를 탄핵으로 끌어내리고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지지자들 중 일부는 그 선언에 깊이 감명받았던 걸까. 그는 어느새 '문파'라 불리는 세력의 수장이 되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청와대를 배경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며, "이게 다 문재인 덕이다"라는 문구를 새긴 '이문덕' 소주잔 등 각종 굿즈를 팔았다. 이들의 구호는 단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무조건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감정은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당시 문재인 지지자들에게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는 집단적 트라우마가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재인이라는 정치적 상징을 절대로 잃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은 그 맥락에서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문꿀오소리', '문파', '달빛기사단' 등으로 명명하며 최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극렬한 활동을 이어갔다.

 

초기에는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점점 변질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만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계승하는 지지자라고 주장하며, 친문 감별사를 자처하고 낙인 찍기에 나섰다.

 

경인일보 친문 감별사.png

(경인일보, 링크)

 

활동 방식도 점점 거칠어졌다. 초기의 포털 댓글 달기에서 벗어나,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에게 집단적 항의 문자를 폭탄처럼 쏟아붓기도 했다. 의견이 다른 같은 당 정치인에게는 18원 후원금을 입금해 영수증을 요청하며 후원 업무를 마비시켰다. '파란장미 시민행동'이라는 단체까지 등장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파란장미 딱지를 붙이며 친문 인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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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링크)

 

문파의 이재명 혐오

 

이들의 분노는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가 펼쳤던 네거티브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 앙심은 문재인이 당선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문재인의 대척점에 이재명이 있다'는 착각으로 굳어졌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이재명 혐오로 수렴되었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과 이재명, 두 사람의 관계는 달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도 친문이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발언을 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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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링크)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캠프는 문재인 후보를 가장 날카롭게 공격했다. 그러나 경선에서 패배하자 즉시 결과를 승복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장면이지만,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대인배적 면모로 재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경선 패배를 깔끔히 인정하고 상대 후보를 진심으로 돕는 정치인은 의외로 극히 드물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경선 당시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네거티브에 대해 "선거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양념 아니겠냐"며 웃어 넘겼다. 상대 캠프를 너그럽게 포용하는 메시지였으나, 당시에는 그 발언조차 공격의 빌미가 됐다.

 

KBS 문재인 양념.png

(KBS, 링크)

 

이재명 대표 시절 단식으로 몸이 힘들 때도, 피습을 당했을 때도 문재인 대통령은 찾아가 손을 잡아주었다.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그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는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연합 이재명 문재인.png

(연합뉴스, 링크)

 

한겨레 이재명 문재인.png

(한겨레, 링크)

 

MBC 이재명 문재인.png

(MBC, 링크)

 

다만, 그 아래 참모들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참모들은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공격했던 캠프에 대한 원한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계파 갈등이란 대개 주요 참모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법이다.

 

한겨레 문재인 병문안.png

(한겨레, 링크)

 

경향 문재인 피습 입장.png

(경향, 링크)

 

다시 강조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명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적대적 메시지를 사용한 적이 없다. 이재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문파를 자처한 이들은 이재명을 극도로 혐오했다.

 

문파, 남경필 이낙연 그리고 윤석열

 

문파의 결정적 분기점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이었다.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맞붙으면서 문파의 에너지는 이재명에 대한 혐오로 집중됐다. 이때 쏟아진 네거티브들, 혜경궁 김씨 의혹, 여배우 스캔들, 형수 통화 녹음 등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당시 문파의 행태는 금도를 한참 넘어섰다. 이재명 후보를 조금이라도 옹호하거나 연대하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즉각 "찢 묻었다"는 패륜적 언어가 날아들었고, 어떤 정치인도 이재명 곁에 서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재인을 발탁하고 정치인으로 만들었다고 평가받던 김어준조차 이재명을 두둔하자 "비문", "갈라치기 세력", "용도폐지" 대상으로 낙인 찍혔다. 이 친문 순혈주의는 민주당 내부의 다양성을 억누르고 충성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는 어땠나. 이재명은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문파는 남경필 지지를 선언하며 완전히 방향을 잃었다. '똥밀필패는 사이언스'라는 말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뉴데일리 문파 남경필.png

(뉴데일리, 링크)

 

이후 문파가 밀었던 카드는 김경수, 조국, 그리고 이낙연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낙연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에게 처참한 격차로 패배하며 사이언스를 또 한 번 입증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낙연이 그 월등한 격차의 패배를 승복하지 않으며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문파들은 이낙연으로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며 당사 앞에서 집회까지 열었다.

 

경향 문파 이낙연.png

(경향, 링크)

 

그조차 되지 않자, 문파는 "문을 여니 여리가 보인다"라는 희대의 카피를 내걸고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자처하던 자들이었다. 윤석열만이 문재인의 정당한 후계자라며 이재명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문파 윤석열.png

(세계일보, 링크)

 

그러나 윤석열은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한 인물이었다. 문재인을 지키겠다고 출발했던 문파는 결국 모든 활동이 이재명 혐오로 수렴됐고, 문재인도 "찢 묻었다"며 배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낙연마저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자 이낙연도 버렸다. 그렇게 이들은 최종적으로 그냥 윤석열 지지자가 되고 말았다.

 

권력은 권력자와의 거리 감각으로 그 척도가 결정된다. 가까울수록 권력은 강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권력과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권력과 가깝다고 주장하고, 자신만이 권력자의 뜻을 가장 잘 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8.16부터 독립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독립운동을 해온 이들과 자신은 질적으로 다르다며, 새로운 세대이자 새로운 집단이라는 차별화를 시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차별화를 위해 당을 오랫동안 지켜온 이들을 집중 공격하고 갈라치기에 나선다.

 

그런 이들이 어디까지 흘러갈 수 있는지는 문파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충분하다.

 

아.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냐고? 지금, 반복되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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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꾸물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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