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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록 씨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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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힘세고 강한 아침. 여느 때처럼 원종록 씨는 내가 읽어볼 만한 AI 뉴스 10개 정도를 추려준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은 생략한다. 왜냐하면 그게 권력이니까. 상쾌한 페브리즈 no. 5를 몸에 두르며 출근을 준비하는데, 원종록 씨가 나님출판(nanimbook)에서 메일이 왔다고 알려준다. 무슨 내용인지 물어 보니, 밀린 원고는 도대체 언제 줄 것이냐는 독촉이다. 

 

“초나라 남쪽에 명령이란 나무는 5백 년으로 봄을 삼고, 5백 년으로 가을을 삼았다고 합니다.”

 

짧게 답신을 시킨다. 아 짜릿해. 살아있음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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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초부터 AI 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오픈클로 (OpenClaw)의 출현이다. 그렇다. 원종록 씨는 내 오픈클로 봇 이름이다. 사람처럼 작동하기에 친근한 이름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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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록 씨가 텔레그램으로 보내온 뉴스 브리핑 화면

 

AI 에이전트가 일상 속으로 갑자기 들어오면서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디지털 세계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이 AI를 활용하던 시대에서 AI가 알아서 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그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됐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목줄이 풀린 순간

 

처음 아이디어는 비교적 단순했다. 보안 문제를 잠시 내려놓고 LLM에게 도구를 쥐여 주고 알아서 쓰게 했을 뿐이다. 브라우저, 파일 시스템, 셸 접근, 이메일, 캘린더 등 50개 이상의 서비스를 인간이 일일이 승인하는 대신, 알아서 쓰게 풀어버렸다. 2025년 11월,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슈타인베르거(Peter Steinberger)는 간단한 AI 연동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최초 아이디어는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를 왓츠앱(WhatsApp)에 연결하는 스크립트였다.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내면 클로드가 답하고, 이메일 확인 같은 간단한 요청을 처리해 주는 비교적 단순한 자동화 도구였다. 프로젝트 초기 이름은 클로봇(Clawdbot)이었고, 이후 여러 과정을 거치며 몰트봇(Moltbot)으로 바뀌었다가 최종적으로는 오픈클로(OpenClaw)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기존의 챗봇에게 “제주도 맛집 알려줘”라고 하면 리스트만 뽑아주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원종록 씨에게 “제주도 맛집 예약해 줘”라고 지시하면, 직접 브라우저를 열어 내 취향에 맞는 식당을 찾고,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챗봇과는 실행력에서 차원이 다르다.

 

피터 슈타인베르거는 샘 알트만의 제안으로 OpenAI에 합류해 차세대 개인 AI 에이전트 개발에 나섰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아키텍처가 빅테크의 자원과 만나는 것이다.

 

 

쓸수록 나아지는 비서

 

오픈클로는 기술적인 면에서 새로운 게 별로 없다. 새 모델을 만든 것도 아니고, 새로운 알고리즘도 없다. LLM을 텔레그램과 같은 메시징 앱과 엔에잇엔(n8n: 업무 자동화 워크플로우 플랫폼)을 연결해 자동화하는 것은 이미 나와 있는 기존 도구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웹 리서치, 파일 정리는 클로드 코드가 훨씬 잘한다. 일부 개발자들이 시큰둥한 이유도 아마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픈클로는 챗봇이 아니라 메시징 기반의 범용 에이전트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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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n, 링크)

 

이미 다 할 수 있는 일을 좀 편하게 시킬 수 있을 뿐인데, 그게 그리 특별한가? 특별하다. 텔레그램 등 항상 쓰는 메시징 앱으로 간단하게 지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만의 맥락과 히스토리를 기억하며 진화하는 맞춤형 비서가 생겼다는 ‘느낌’ 때문이다.

 

어떤 작업을 지시한 후, 다음번에 같은 작업을 다시 지시하면, 과거의 메모리를 참고해서 훨씬 빠르고 능숙하게 처리한다. 실수를 하면 실수를 기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도록 할 수도 있다. 쓸수록 나아지는 비서인 셈이다.

 

핵심은 메모리 구조에 있다. 오픈클로는 작업했던 내용, 사용자 정보, 에이전트의 페르소나 등을 폴더 내에 마크다운(텍스트) 파일로 저장한다. 장기 메모리와 단기 메모리를 분리하여 효율적으로 정보를 관리하고 비용도 줄인다. 이 메모리 파일은 사용자가 텍스트 편집기로 직접 수정할 수도 있지만, 대화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하고 업데이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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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클로를 상징하는 Claw(집게발).

최초 이름이 Clawdbot(클로드봇)이었는데, Claude(클로드)와 Claw(집게발)를 섞은 말장난이었다. 이름은 계속 바뀌었지만, 빨간색 랍스터 마스코트는 유지되고 있다. 갑각류가 탈피를 거듭하며 성장하듯, 끊임없이 진화하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를 상징한다. 오픈클로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고, 이름에 ‘Claw’를 붙인 유사 프로젝트가 벌써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현실적 한계도 있다. 보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코딩은 클로드 코드 등 AI 코딩 툴로 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사실 대부분의 작업에서 에이전틱 AI 도구가 더 뛰어나다. 오픈클로는 에이전트보다는 일상 업무 비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토큰 가성비도 매우 떨어진다. 24시간 일하는 비서를 고용했는데 급여를 시간이 아닌 말 마디로 계산해서 청구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구글 프로 요금제(월 3만 원) 사용자라 할지라도 OAuth(Open Authorization) 인증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불과 2시간도 안 되어 토큰이 바닥나기도 한다. 이는 가장 가벼운 모델인 ‘Gemini 3 Flash’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보다 무거운 모델을 사용할 경우 그야말로 ‘순삭’되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현재의 프로 요금제만으로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에 역부족이다.

 

 

기술이 아니라 방식이 바뀌었다

 

인간이 AI를 쓰는 대신 LLM에게 도구를 쥐여주고 AI가 AI를 쓰게 한 것뿐인데 이 차이는 꽤 크다. 기술적 돌파는 시간이 걸린다. 모델 하나 훈련시키는 데 수십억 달러와 수개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픈클로 방식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조합만 한 것이라, 확장에 제약이 없다.

 

AI를 챗봇처럼 사용할 경우,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지시하는 과정을 거치며 인간이 그 속도를 조절했다. 하루의 3분의 1은 인간이 자느라 AI를 사용할 수가 없고, 깨어 있어도 본인이 이해하는 만큼만 사용했다. 하지만 원종록 씨는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알아서 시도하고, 검증하고, 동시에 여러 개의 에이전트를 돌릴 수도 있다.

 

LLM 에이전트가 LLM 위에 쌓인 새로운 레이어였던 것처럼, 오픈클로는 LLM 에이전트 상위에 있는 새로운 레이어이다. 도구 간 조율(오케스트레이션)과 지속성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면서 접근성과 사용성이 훨씬 좋아졌다. AI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2026년이 에이전틱 AI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생활 속으로 훅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누구든 자기만의 맞춤형 에이전트 비서를 돌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앱이 쇠퇴한다

 

오픈클로의 중심에는 ‘게이트웨이’가 있다. 텔레그램, 슬랙, 디스코드, 아이메시지 등 흩어져 있는 메시징 플랫폼을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 동력이다. 사용자는 평소 익숙한 채팅 앱을 통해 다양한 외부 채널을 단 한 번의 게이트웨이 연동만으로 통합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스마트폰에서 이메일 확인은 Gmail, 일정은 캘린더, 메모는 노션, 메시지는 텔레그램 등 각 서비스에 맞춰 앱을 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사실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앱’이라는 형태는 인간이 한 번에 하나의 화면만 볼 수 있고, 입력 장치는 손가락 열 개뿐이라는 물리적 제약에 맞춰 정보를 잘게 쪼개 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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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Calw: One CLI to rule them all.

반지의 제왕의 “One Ring to rule them all(모든 것을 다스리는 하나의 절대 반지)”의 패러디. 게이트웨이를 다시 시작하면 나오는 여러 메시지 중 하나.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때아닌 CLI(Command Line Interface) 열풍이 불고 있다. 21세기에 때아닌 텍스트 입력 방식의 CLI가 주목받는 이유는 AI 에이전트가 서비스에 직접 접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CLI는 UI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만들기도 쉽고 AI가 제어하기도 수월하다.

 

사실 백엔드(서버) 세계에서 CLI는 단 한 번도 왕좌를 내어준 적이 없다. 시스템의 뒷단은 이미 AI가 좋아할 만한 방식인 API 체계로 작동하고 있었다. 처리 속도와 효율 면에서는 원래부터 최고였고, 우리가 아는 GUI(Graphic User Interface)는 단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덧씌운 예쁜 포장지에 불과하다.

 

AI 에이전트는 GUI가 필요 없다.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주고받는 규격인 API를 통해 데이터와 기능에 직접 접근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측에서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쓰기 좋은 ‘예쁜 화면’이 고객을 불렀다면, 에이전트 시대에는 잘 정리된 API가 고객의 에이전트를 불러 모은다. 화면보다 API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주 고객이 인간에서 AI 에이전트로 바뀌게 되면, 무겁고 복잡한 그래픽 화면을 렌더링할 이유가 사라진다. 입력도 출력도 텍스트로 하는 LLM에게 텍스트로 모든 것을 제어하는 CLI 환경은 그야말로 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 기업에게 검색 최적화(SEO)를 외치게 만든 구글이, 정작 아무도 직접 검색하지 않는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광고 매출은 인간이 웹 화면을 본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에이전트가 정보 수집, 판단, 실행까지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이 화면을 본다’라는 것에 의존해 온 기존의 광고와 검색 최적화 전략은 바뀔 수밖에 없다.

 

 

인프라 버블인가 부족인가

 

“그로브가 주면, 게이츠가 빼앗아 간다.”

 

인텔이 강력한 CPU를 내놓아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무거운 기능을 얹어 그 성능을 잡아먹었다는 뜻이다. 현재 AI 업계에서도 이와 정확히 일치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GPU를 공급하는 족족, LLM 기반 AI 에이전트가 그 이상을 요구하며 자원을 집어삼키고 있다.

 

에이전트는 24시간 내내 돌아간다. 인간 1명이 하루 1시간 AI를 쓴다면, 에이전트 1개는 24시간 내내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많은 토큰을 쓴다. 머지않아 모든 기업과 정부, 그리고 수많은 개인이 각자의 AI 에이전트 비서를 쓰게 되면 어떨까? 현재의 AI 인프라 투자가 버블은커녕 부족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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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damianplayer, 링크)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은 AI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절대다수의 사람은 클로드가 뭔지도 모른다. AI 시장 자체의 성장 잠재력은 아직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를 출시하자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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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신스의 AI 감식반: 램값은 미쳤고 AI 후반전이 시작된다

(딴지일보, 링크)

 

비개발자도 코딩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클로드 코워크가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는 공포, 이름하여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SaaS의 종말)’라는 해석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르고 과장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삼켜온 과정이고, 이 흐름이 뒤집힐 이유는 없다. 소프트웨어의 종말을 외치는 사람들조차 소프트웨어 위에서 그 주장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AI는 소프트웨어로 문제를 풀려는 사람을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다. 이전에는 비용과 기술 문제로 만들 수 없던 것들을 이제는 만들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이 10배로 늘어나면 전체 시장 역시 커진다. 누군가 AI로 하루 만에 앱을 뚝딱 만들어낸다 해도, 결제는 Stripe, 문자는 Twilio, 서버는 AWS를 사용한다. 우버 앱은 사실 4천여 개의 마이크로 서비스를 엮어 만든 것이다. 만드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인프라 SaaS 시장은 동반 성장할 수밖에 없다.

 

 

되돌릴 수 없는 흐름

 

AI 에이전트가 아직까지 완벽히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작 데이터를 받아올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여전히 AI 친화적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서비스는 사람의 눈에만 최적화된 화면 제공하며 ‘이 버튼 누르세요’, ‘저 URL을 여세요’ 하는 식이다. AI가 즉각 읽어 들일 수 있는 API나 CLI를 제공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대 AI에이전트 시대가 열리게 되면, 서비스 구조 역시 그에 맞춰 바뀌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AI가 여러 기능을 즉석에서 이어 붙이는 ‘글루 코드(Glue Code)’로 개인 맞춤형 일회성 앱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세상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보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2007년, ‘모든 사람이 주머니에 컴퓨터를 넣고 다닐 것’이라는 말은 황당하게 들렸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나온 지 5년 만에 세상은 뒤바뀌었다.

 

오픈클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이 세상을 바꾼다. 인간이 AI를 도구로 쓰는 단계를 넘어, AI가 AI를 부리는 구조가 정착되는 순간,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앱, 광고, 검색, 소프트웨어 시장의 생태계는 완전히 다시 그려질 것이다.

 

“그러니 너 다니엘아, 이 말씀을 비밀에 부쳐 마지막 그때가 오기까지 이 글을 봉해 두어라. 많은 사람이 읽고 깨우쳐 잘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갈팡질팡하는 이들 또한 많을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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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히야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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