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선고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
윤석열 내란수괴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2월 19일 오후 3시,

출처-<게티이미지>
우연의 일치일까. 지구 반대편에서 또 다른 권력자가 체포됐다.

경찰에 체포되는 66세의 영국인 ‘앤드류 마운트배튼-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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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앤드류 왕자, 요크 공작이라고 불리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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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둘째 아들이며, 현 국왕 찰스 3세의 동생이다. 위 사진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안겨있는 어릴 적 앤드류 왕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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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자라는 직위에 잘생긴 외모, 포클랜드 전쟁에 헬리콥터 조종사로 참전한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 갖춘 ‘엄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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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 공작’ 작위를 지니며, 한때 영국 왕위 계승 서열 3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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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2026년 ‘왕자’라는 호칭 및 공작 작위도 빼앗기고 평민으로 전락했으며, 급기야 66세 생일날 경찰에 체포되는 초라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국의 왕자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바로 이 남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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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유럽을 휩쓸고 있는 스캔들의 주인공 ‘제프리 엡스타인’.
월스트리트 거물이었지만 2019년 아동 성 착취 혐의로 체포 후 감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남자다.
엡스타인과 앤드류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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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사망 직후인 2019년, 앤드류 왕자의 ‘스캔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엡스타인 저택 마사지사 ‘버지니아 지우페’는 10대 시절에 엡스타인의 강요로 앤드류 왕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지우페와 앤드류 왕자가 친밀하게 찍은 사진이라는 ‘빼박 증거’까지 제시하고, 앤드류 왕자에게 민사소송을 걸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딴지 기사 참조(링크))

자신의 10대 시절 사진을 들고 있는
버지니아 지우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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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앤드류 왕자는 버지니아 지우페에게 수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쥐여주고 민사소송을 마무리한다. (참고로 성폭행 소송 배상금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형 찰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하고 있으나, 왕실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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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성폭행 소송 합의로 앤드류 왕자의 악몽은 이렇게 끝나는 것 같았다. 2022년 형 찰스가 ‘찰스 3세’로 즉위하면서, 그 역시 왕위 계승 서열 8위에 올랐다.
그러나 앤드류 왕자의 악몽은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5년, 피해 여성들의 호소에 힘입어 미국 의회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법’을 통과시키고, 미국 검찰은 수백만 장의 사진과 이메일, 서류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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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찰이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는 엡스타인과 앤드류 왕자가 이메일로 나눈 ‘음란한 대화’와 여자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부창부수’라고 앤드류의 전 배우자인 사라 퍼거슨도 엡스타인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며, 영국 왕실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딴지 기사 참조(링크))
결국 영국 경찰이 앤드류를 체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왕족의 범죄 혐의 체포는 영국 역사에서 400여 년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앤드류의 경찰 체포 이유는 버지니아 지우페의 성폭행 주장 때문이 아니라, ‘엡스타인 파일’에 드러난 공무상 기밀 누출 혐의였다.
“엡스타인아. 이거 아프간 투자에 대한 영국 정부의 극비 정보거든. 너만 봐라. 혹시 더 필요하면 말해. 홍콩, 베트남, 싱가폴 정보도 있어.”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며 앤드류가 영국 정부 국제 경제 대사 재직 중, 공무 중 취득한 경제 정보를 엡스타인에게 몰래 건네준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그야말로 엘리트들과 왕족, 월가의 큰손들이 ‘끼리끼리’ 놀고 있었던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여자들을 태운 엡스타인의 자가용 비행기가 영국 왕족 전용 공군 기지에서 이착륙했다는 기록도 드러났다.
“2000년 12월 공항 비행 기록에 엡스타인, 공범 맥스웰, 그리고 여성 1명이 탑승한 기록이 있다. 이건 엡스타인이 국외로 여자들을 실어 나를 때 쓰던 수법이다.”

엡스타인의 비행기편을 의논하는 이메일 내용
출처-<AFP>
급기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선다.
“앤드류 마운트매튼 윈저가 엡스타인과 개인적 만남을 위해,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항공기와 공군 기지를 이용했는지 철저하게 수사하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출처-<The Catholic Herald>
버지니아 지우페가 앤드류를 미국 경찰에 고발한 시기로부터 20년 만에, 엡스타인이 사망한 시기로부터는 6년 만에 앤드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앤드류를 처음으로 고발했던 버지니아 지우페는 이미 이 세상이 없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법’ 통과 5개월 전에 사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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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페의 유족은 앤드류 체포 후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한다.
“왕족이 아니라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그자는 왕자가 될 자격이 없다. 앤드류 마운트배튼의 체포와 수사를 벌이는 경찰에 감사한다.”
영국 왕실의 뒤늦은 ‘손절’
찰스 3세와 영국 왕실, 정부가 이 사태를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기 시작하자, 국왕 찰스 3세는 민심 수습을 위해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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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에게 ‘왕자’ 직위를 박탈한다. 빨리 궁궐에서도 나가라!”
이때부터 앤드류에 대한 호칭에서 ‘왕자’가 떨어지고, 평민 ‘앤드류 마운트배튼 윈저’로 전락한다.
영국 왕실 역사상 수백 년 만에 일어난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찰스 3세가 순방할 때마다 영국 국민들의 항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찰스야, 앤드류가 엡스타인과 놀아난 것 언제부터 알았냐”
“국민 세금 낭비하고 범죄만 저지르는 왕실을 폐지하라!”
이 같은 민심 악화 속에, 2월 19일 결국 영국 경찰의 ‘앤드류 체포’라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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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런던에서 열린 자선 패션쇼에 참석한 찰스 3세는 행사 도중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폐하, 앤드류 왕자가 경찰에 체포됐고, 왕실 소유 저택이 압수수색 받고 있습니다.”
찰스 3세는 동생 체포 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던 듯, 경찰의 앤드류 체포 발표 2시간 만에야 성명을 발표한다.
“앤드류 마운트배튼 윈저가 공직에 있었을 때 부적절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데에 대해 깊은 유감이다. 법은 지켜야 하며,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
찰스 3세와 영국 왕실이 그제서야 앤드류와 ‘손절’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영국 민심은 이 정도로 수습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영국 왕실의 ‘앤드류 손절’이 너무 늦은 게 문제였다.
“버지니아 지우페가 앤드류 왕자에 대해 경찰에 익명 신고한 게 2010년, 엡스타인 죽음 후 앤드류 왕자 이름이 공개된 게 2019년, ‘엡스타인 파일’ 공개가 시작된 게 2025년이었다. 앤드류가 엡스타인이랑 놀아나는 수십 년 동안 영국 왕실은 도대체 뭐했냐!"
“앤드류는 왕실 직위 박탈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영국 왕위 계승 8위다. 이런 자가 영국 국왕이 될 수 있나! 아예 왕정을 폐지하라”

앤드류의 모습이 사라진 영국 왕실의 모습
출처-<게티이미지>
영국 ‘더 타임스’와 BBC는 영국 왕실이 100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무리 앤드류에게 왕자와 귀족 직위를 박탈해도, 영국 국민들은 ‘왕실’ ‘왕궁’ ‘군주제’를 하나로 본다. 군주제는 ‘혈통’이 핵심이며, 혈통을 지닌 앤드류의 문제는 사적 문제가 아니라 군주제 전체의 문제가 된다.”
영국도 왕자를 내쫓는데, 미국은 뭐하나
그런데 이런 영국의 상황조차 부러워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미국 국민들이다.
“엡스타인 파일로 영국 왕자와 유럽 왕족, 정치인들 모가지가 날아가는데, 정작 미국은 뭐하나? 영국은 최소한 왕자 체포라도 했다. 트럼프 정권은 철밥통이냐?”
실제로 ‘엡스타인 파일’ 공개 후, 트럼프 정권 인사의 이름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출처-<한겨레>
그렇다. 한국 노동자 300명을 감옥에 가두고 “투자금 내놔라” “관세 내라”하던 바로 그 사람이다.
엡스타인과 똑같이 월스트리트 출신인 러트닉은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해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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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과 같은 동네에 살았던 것은 맞다. 그러나 엡스타인을 만난 것은 2005년이 마지막이다. 엡스타인이 우리 가족과의 만남에서 ‘마사지’ 운운하며 ‘더러운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늘에 맹세코 진짜다.”
그러나 지난 1월 검찰이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는 엡스타인과 러트닉이 주고받은 이메일이 무더기로 공개된다.
“러트닉 씨, 가족과 함께 엡스타인 소유 개인 섬으로 놀러 오시죠.”
-2012년 엡스타인 비서가 보낸 내용 中 -
엡스타인의 ‘개인 섬’은 바로 엡스타인이 여성들을 거느리고 ‘접대’했다는 의혹의 장소였다. 러트닉은 이곳에 개인 요트를 타고 아내와 자녀 네 명을 거느리고 방문했다.

엡스타인 소유의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
출처-<게티이미지>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출마 선거자금 모금 파티에 초대합니다.”
-2015년 엡스타인 내용 中-
뿐만 아니라 러트닉은 엡스타인과 집수리 및 자선사업, 가족 식사 등을 명목으로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진 사실이 ‘엡스타인 파일’에서 드러났다. 엡스타인 체포 불과 3개월 전까지, 러트닉은 엡스타인과 223차례 이메일을 교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여론은 분노했고, 하원 민주당은 러트닉을 청문회에 소환했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엡스타인을 만나지 않았다더니, 14년 동안 대놓고 만났네? 어떻게 된 거냐! 거짓말한 거냐?”
“2012년이면 엡스타인이 성범죄 혐의로 체포, 석방된 지 3년 후다. 그 사실을 알고도 방문했냐?”

2월 10일 의회에서 증언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출처-<연합뉴스>
“2012년에 엡스타인 섬을 방문한 것은 맞다. 그러나 가족을 동반한 모임이었고, 딱 한 시간 머물렀다.”
“나는 그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아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14년 동안 엡스타인을 딱 3번 만났다.”
“내 와이프에게 물어봐라. 나는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잡아떼는 러트닉의 뻔뻔함에 여당인 공화당도 분노했다.

러트닉의 의회 청문회 모습
출처-<게티이미지>
크리스 반 홀렌 공화당 의원
“아무리 잘못한 게 없다지만, 국가와 의회 앞에서 거짓말한 것은 틀림없다.”
로저 위커 공화당 의원
“장관이 문제의 섬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우려할 만하다.”
토마스 마시 의원
“의회 앞에서 뻔뻔하게 위증한 러트닉은 사임해야 한다”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러트닉을 계속 감싸돌고 있다.

출처-<로이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의 러트닉 장관에 대한 신임은 두터우며, 그를 내각의 매우 중요한 인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러트닉 감싸기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영국만도 못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250년인데, 미국이 정말 민주국가인가? 트럼프는 이제 왕이 되고 있다.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대처만 봐도 그렇다."
"영국은 최소한 엡스타인 피해 여성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심지어 국왕의 동생조차 체포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엡스타인과 연루된 전 총리를 기소했으며, 프랑스는 전직 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토르비에르 자글란드 노르웨이 전 총리
EU의장과 노벨평화상 선정위원장까지 거친
거물이지만 엡스타인 연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그런데 미국은 왜 엡스타인 이메일에 5,000번이나 거론된 사람(트럼프)를 가만두고 있으며, 엡스타인과 관계를 유지하고 위증한 사람(러트닉)을 계속 장관으로 기용하고 있는가?"
"진짜 국왕인 영국 왕 찰스 3세도 “법을 지켜야 한다”며 수사 협조를 다짐했다. 정말 트럼프가 왕이 되고 싶다면, 최소한 그만한 책임을 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를 향한 ‘엡스타인 파일’의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주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있다.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이 오는 2월 26일과 27일 의회 증언에 나서는 것이다. 증언은 의회가 아니라 뉴욕에서 이뤄지지만, 클린턴은 ‘공개 증언’을 요구하며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빌 클린턴의 엡스타인 파일 연루 의혹은 본 기사 제일 마지막에 있는 연재 기사 소개에서 8번, 10번 기사를 읽어보시면 좋다.)

출처-<AFP>
과연 미국 역사에서 100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의회 증언을 하는 ‘굴욕’을 겪는 빌 클린턴이 “너 죽고 나 죽고 다 터뜨려보자”고 나올지 주목할 일이다.
클린턴 증언 등 엡스타인 파일 사건에 대해서는 계속 업데이트를 약속한다.
추신.
엡스타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지난 연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본 기사에 나온 영국의 앤드류의 이전 이야기는 연재의 2, 7 , 11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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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사건 지난 연재물
5. 미국이 9월을 주목하는 이유(feat.엡스타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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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임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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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고물상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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