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링크)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위대와 미군이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
- 2025년 2월 19일,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감부 발표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그리고 F-15 전투기들이 어우러져 동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했다. 훈련 지점은 센카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 중국과 일본이 대립 중인 분쟁 지역, 바로 그곳이다. 미국과 중국이 붙는다면 가장 먼저 불타오를, 전략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가장 핫한(?) 곳이다.
이 지역은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동중국해는 제주도 남방에서 대만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해상교통로와도 겹치는 곳이다. 대한민국 전체 해상 물동량의 약 28%가 통과하는, 말 그대로 전략적 ‘생명선’이다. 동남아와 중동으로 이어지는 필수 항로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감한 지역에서 중국, 대만, 일본, 미국이 얽혀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미국과 일본은 전략 자산을 동원해 손잡고 훈련을 벌였다. B-52는 미국의 간판 전략폭격기이고, F-2는 대함미사일을 달고 적함을 격침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투기다.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벌인다면, 핵심은 얼마나 많은 대함미사일을 동원하여 정밀하게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그 향방이 달라진다고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분석한 바 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동중국해와 동해를 휩쓰는 와중에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 십여 대가 실탄을 장착하고 서해 상공으로 출격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까지 접근해 또 다른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이 발칵 뒤집히며 전투기를 띄웠고, 양측 전투기가 대치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훈련이지만, 정말 많은 함의(含意)가 있는 사건이다.
오산에 모인 F-16

오산 기지로 이동을 앞두고 준비 중인 군산 기지 소속 F-16 전투기들.
(나우뉴스, 링크)
2025년 7월, 주한 미 공군의 전력이 소리 소문 없이 재편됐다. 오산에 배치돼 있던 제25전투비행대대 소속 A-10 공격기가 단계적으로 철수했다. 일명 ‘탱크 킬러’라 불리는 이 기체는 지상에 굴러다니는 탱크나 장갑차들에게는 지옥의 공포이지만, 공중전 능력은 날파리에 가깝다. 이들 A-10이 빠지는 대신 일본 미사와 기지와 군산에 있던 F-16 일부를 오산으로 이동했다.
보통 비행대대 하나의 전투기 숫자는 20여 대 남짓이다. 정말 많이 때려 넣으면 27대 정도인데, 오산의 제36전투비행대대는 30대를 넘어섰다. 전투기가 옮겨갔으니, 인력들도 함께 이동한 것인데 군산에 있던 제35전투비행대대 병력들이 오산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로써 최근 미군이 시험 중인 ‘슈퍼 비행대대’가 만들어졌다.
당시 미 공군의 태도는 이랬다.
“아, 이거 시범운용이야. 세상이 바뀌었으니, 우리도 이것저것 시험해 봐야 할 거 아냐?”
전투기들의 이동 배치를 두고 미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중국이란 거대한 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한국의 오산과 평택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전략 거점이었기 때문이다.
오산에서 뜬 F-15는 베이징을 폭격하고 돌아올 수 있고, 평택은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비수가 된다. 냉전 시절의 오산과 다극화 체제의 정점에 선 오산의 전략적 위상은 완전히 탈바꿈했다.
냉전 시절의 오산은 DMZ에서 불과 77km 떨어진, 말 그대로 전초기지였다.
“북한이 싸움을 건다고? 우리부터 치고 가라고 해!”
일종의 철책선 역할이었다. 탱크킬러 A-10이 오산에 배치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탱크로 밀고 내려오면, 불벼락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오산은 말 그대로 비수다. 오산에서 베이징까지 거리는 900km 남짓. 고작 서울에서 제주도를 왕복하는 정도의 거리다. 적국의 수도를 타격할 수 있는 공군기지가 한 시간 안쪽 거리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A-10 썬더볼트
(위키피디아, 링크)
이번에 오산에서 실탄을 장착한 F-16이 떴고, 이를 중국 공군이 막아섰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동중국해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폭격기와 F-2가 나란히 날았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더 무서운 대목은 따로 있다.
2월 18일, 동중국해에서 훈련하던 B-52가 서해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서 제주 남방으로 빠져나갔다. 이는 여차하면 베이징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이 폭격기가 베이징을 향할 때, 오산의 F-16들이 호위기로 붙는다? 그림 제대로 그려지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훈련에 한국군도 참여할 ‘뻔’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동중국해에서 훈련하는데, 한국 니네도 참여해라. 한미일이 한데 어우러져서 제대로 한번 날아 보자고. 어때?”
“싫은데?”
한국의 대답은 ‘싫다’였다. 한미일 삼국이 군사적으로 묶이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더구나 중국을 위협하는 군사훈련에 발을 담그라니... 거절은 당연했다. 문제는 ‘거절’ 이후 주한미군이 보여준 행보다. 한미 연합훈련이 무산되자 주한미군은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훈련이었으나, 누가 봐도 다른 속내가 있었다. ‘훈련’이라고 해놓고, 실탄을 장착하고 날아간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응, 너네 도련선이랍시고 선 그어놓고 우리 밀어내려고 하지? 그거 안 돼.”
지난 1월 26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국방부) 차관이 던진 주요 ‘논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응, 한국 너네 잘하고 있는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랑 너네랑 공동책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우리가 중국이랑 당장 싸운다는 게 아니야. 좀 더 ‘품위 있게’ 평화를 추구하자는 거지. 중국이 오판하거나 오해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소통’을 좀 해야겠어.”
그리고 핵심은 마지막 문장에 있었다.
“중국이 제1도련선에 접근하는 건 차단해야지.”

(조선일보, 링크)
한국과 손잡고 중국을 압박하자는 말을 대놓고 한 셈이다. 그 목표가 제1도련선, 쿠릴열도에서 시작해 중국 본토,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와 대만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해상 포위망이다. 중국의 1차 작전 반경을 시작부터 틀어막아 중국을 그 안에 가둬놓겠다는 명확한 의도다.
미국은 이 거대한 봉쇄 작전의 하나로 동중국해 한미일 연합 훈련을 제안했다. 한국이 이를 거절하자, 난데없이 오산의 주한미군 F-16을 띄우며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한국이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했다. 안규백 장관부터 진영승 합참의장까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우리가 빙다리 핫바지냐? 뭐 하러 실탄 달고 날아가냐고!”
“뭐, 그렇게 됐다. 미안. 쏘리.”

(MBC, 링크)
브런슨이 사과는 했지만, 찝찝한 뒷맛은 가시지 않았다. 브런슨이 원하는 건 무엇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오더’를 받고 한국에 왔는지는 지난 2025년 8월, 그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한미군에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령관으로서 저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닌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이것이다. 이전까지의 주한미군이 단순히 북한을 상대하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전략적 유연성’이란 이름으로 중국을 상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번 ‘오산 기지 실탄 출격’으로 그 ‘변화’를 증명해 보였다.
툭 까놓고 말해서, 주한미군이 자국 자산으로 훈련하겠다는데 이걸 막을 법적, 물리적 방법은 없다. 미군이랑 싸울 작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연합작전이라면 협의 대상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겠지만, 이번 오산 건은 미군의 단독 작전이었다. 막을 방도가 없다. 그저 항의하고 의례적인 사과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훈련이 이틀 만에 중단된 게 다행인 정도다.
일련의 사태를 시간 순서대로 복기해 보자.
미국: 야, 너 우리 동맹 아니야? 지금 여차하면 중국이란 한판 붙을 판인데 너 언제까지 간만 볼 거야? 얼른 안 붙어?
한국: 우리는 중국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동맹이라면 우리 사정도 좀 봐줘야지! 그리고 우리는 일본 많이 싫어해.
미국: 어쭈? 너 우리랑 같이 안 놀겠단 소리지?
이런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독자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다. 이번 단독 훈련은 한국을 향한 일종의 시위이자, 더 이상 모호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첫째, 對 중국 전선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확인
둘째, 한국의 전략적 위치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오산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상, 중국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과거 사드 배치까지는 ‘방어무기’라며 어찌저찌 포장할 수 있었지만, 오산에서 뜨는 실탄 장착 F-16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오산은 이제 중국을 겨누는 하나의 전진기지이자, 미군의 거대한 급유 탱크가 되었다.
특히 이번 ‘실탄 출격’은 한국이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하게 했다. 미국은 대놓고 묻고 있다.
“이래도 계속 간만 볼 거야?”
만약 오산에서 뜬 F-16이 중국 전투기와 붙었다고 치자. 중국의 미사일이 오산을 향하더라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얼마든지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는 단적인 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번 사건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가 너무나 무겁다. 한국이 아무리 버티더라도 미국이 작정하면 우리는 언제든 전쟁터 한가운데로 끌려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다.
상황은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가뜩이나 남북 관계가 경색된 시점에 미국까지 이렇게 치고 나오니, 다가올 3월 ‘자유의 방패’ 훈련은 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그 폭풍전야의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풀어보겠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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