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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포함외교, 항공모함

 

“역사상 가장 사악한 인물인 하메네이 제거로 미국인과 전 세계 사람들의 정의가 실현됐다.”

-3월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 中

 

"하메네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징후가 있습니다. 이란 정권의 다른 고위 인사들도 제거했습니다.”

- 3월 1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 中

 

이란 현지시간으로 2월 28일 오전 9시 30분, 한국 시간으로 2월 28일 오후 3시에 공습이 시작됐다.

 

미국 이란 공격.webp

출처 - 연합뉴스 AP (링크)

 

제럴드 포드함과 에이브러햄 링컨함 등 항공모함 2척이 중동으로 파견되었을 때만 해도, 실제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항공모함은 그 자체로 강력한 '현시성 전력'이기 때문이다. 즉,

 

“야, 우리 항공모함 그쪽으로 간다. 알아서 눈 깔어!”

 

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핵무기라는 결전병기가 존재하는 현대전에서 항공모함의 위상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지만, 항공모함은 군사적 가치 못지않게 정치적 가치가 크다. 19세기 '포함외교(군함을 앞세워서 하는 외교)'의 주역이었던 전함의 역할을 20세기 이후부터는 항공모함이 계승했다.

 

물론 항공모함의 순수 전력이 결코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중동 전역에는 이미 19곳의 미군 기지가 산재해 있고, 주둔 미군만 5만 명에 달한다. 당장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만 1만 명 이상의 병력이 상시 대기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모함 없이도 미군의 타격 능력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모함 전단의 위력은 실전에서 증명되었다. 이번 공습의 핵심 전력 중 하나였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상당수가 바로 이 항공모함 전단에서 발사되며 그 실효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기 때문이다.

 

물론, 링컨과 포드 항모전단에도 문제점은 있다. 당장 포드 전단의 경우는 240일이 넘게 작전 중이다. 링컨 역시 2025년 11월에 미국을 떠나 작전 중이다. 항모의 통상 작전 기간이 6개월 내외인데, 포드의 경우는 이미 파병 기간이 8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항공모함의 경우 60일 이상 기항하지 못하면, 승조원들의 사기 함양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법을 찾는다. 해변가에서 피크닉을 하든, 파티를 열어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포드의 경우는 계속 뺑뺑이를 돌리고 있었다. 왜? 항공모함 숫자가 부족해서 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장실까지 문제를 일으켰다. 650개나 되는 화장실이 있었지만, 진공 변기 시스템의 문제… 그러니까 오물이 통과하는 배관 지름이 너무 좁아서 문제가 발생했다. 2025년 초에 나흘 동안 205번이나 변기가 고장나는 상황이 터졌을 정도이니 그 사정을 알만 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 포드가 미국 본토로 가는 대신 이스라엘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이번 작전에 투입 된 거다.

 

제럴드포드함.jpeg

2월 24일(현지시간) 미 해군기지가 있는 그리스 크레타섬 수다만에 정박해 있는 제럴드포드함

출처 - 연합뉴스 (링크)

 

 

성동격서(聲東擊西): 항모에 시선이 쏠린 사이 움직인 비수들

 

항공모함 전단 2개에 해병대 상륙 준비단 (ARG), 거기에 5함대(중동지역이 나와바리다)에 붙어 있는 제26해병 원정대까지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항모전단이 1차 타격을 하고, 상륙 전력이 참수작전과 같은 타격을 할 수도 있다.”

 

라는 전력은 갖춘 상태다. 이 전력만 보면,

 

“협상을 잘 진행하기 위한 압박카드… 아니면, 전쟁 전의 준비단계.”

 

라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의 전례를 보면, 항공모함 전단이 뜨면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현시성 전력으로 이 만한 전략자산이 없다. 그 자체로 미국의 의지이며, 정치적인 메시지이기에 항공모함 전단의 움직임에 이란의 이목이 집중 됐을 거다.

 

항공모함에 시선이 집중되는 동안 미군은 조용히 중동지역에 전력을 증강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 F-22 전투기(이제 전폭기라 불러야겠지만)가 배치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개인적으로 미국이 전쟁을 결심한 것 같다고 느꼈던 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방위군 소속 F-16CJ 10여 대가 중동지역으로 날아갔을 때다.

 

F-16CJ 이란.png

출처 - 서울신문 (링크)

 

이 F-16에는 최신 전자전 시스템인 앵그리 키튼(Angry Kitten)이 장착돼 있었다. 이 녀석은 실시간으로 적 레이더 주파수를 분석하고 가장 효과적인 교란 전파를 생성해 방공망을 무력화 시키는 녀석이다. 이 녀석은 ‘SEAD(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s : 적 방공망 제압)’ 작전의 핵심이다.

 

간단히 말해, 재밍을 통해서 적 레이더망을 교란, 상대를 눈 뜬 장님으로 만든 다음 타격을 하는 거다. 이 방공망 제압 작전은 전쟁의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현대전에서는 제일 먼저 적 방공망과 항공 전력을 박살낸 다음에야 전쟁을 할 수 있다.

 

“폭격하려면, 우선 저놈들 항공 전력이랑 방공망부터 때려 부셔야지!”

 

“그렇지, 그래야 우리 마음대로 저놈들 하늘을 날아다니지.”

 

이렇게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전자전기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방의 많은 군사전문가들이나 중동전문가들은 제네바 핵협상 와중에 모여들고 있는 미군 전력을 보면서,

 

“어… 이거 전쟁 나겠는데?”

 

라는 반응들을 보여 왔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동에 모여들고 있는 미군 전력의 질과 양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거다. 하긴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의 전력이 모여들었으니 너무 당연한 거다.

 

중동 미군 전력 집결.jpg

출처 - 중앙일보 (링크)

 

언론에서는 항공모함 전단이 떴다며,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미 공군의 전력 이동과 배치를 보면,

 

“이거 단순히 압박용은 아닌 거 같은데?”

 

라는 반응들이 있었고, 이런 반응에 걸맞게 미국이 배치한 전력 수준은 우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언제부터인가 소리 소문 없이 중동과 유럽 지역에 E-3G 조기경보기 전력의 1/3을 배치했고, 요르단 무와타크 살티 기지에 전투기 60여대를 배치했다.

 

F-22와 F-35같은 스텔스 전투기뿐만 아니라 F-16같은 재래식 전투기들도 소리 소문 없이 유럽과 중동 쪽으로 재배치되기 시작했다. 해군도 만만치 않다. 항공모함 전단만 눈에 들어오는 거 같은데, 전력만 따진다면 미 해군의 핵심전력 중 1/3을 중동 쪽으로 다 돌려 놓은 상태였다.

 

“협상 압박용으로 보기에는 좀 과한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언제부터 준비된 걸까? 겉으로 보면, 트럼프가 실망한 다음 빡쳐서 이란을 때린 것 같다.

 

"아직 최종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란이 협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들의 협상 방식도 좋지 않고요.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 2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미국 이란 핵 협상.jpg

 

이때까지만 해도 뭔가 좀 일이 안 풀린다는 느낌이었다. 당시 이란의 외무장관이었던 압바스 아라그치는,

 

“일부 사안에서 상당히 견해차를 좁혔지만, 몇 가지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견해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일주일 안에 다시 만나 협상하게 될 겁니다."

 

라는 발언을 했었고, 다음 주에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중동으로 날아올 예정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협상이 진통을 겪고는 있지만, 나름 방법을 찾아 움직이는 모양새였는데, 하루 만에 협상이 전쟁으로 바뀌어버린 거다.

 

이 대목에서 주목받는 것이 지난 2025년 6월 17일 트럼프가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발언이다.

 

“나는 이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방식의 진짜 끝(a real end)을 원한다.”

 

오바마식의 핵합의는 미봉책이며, 이란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고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식의 핵농축도 없이 그냥 완전히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발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발언은 의례적인, 그리고 트럼프 특유의 화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트럼프는 이란을 박살내서라도 핵무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단 의지를 보였고, 2025년 6월 22일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 내 핵시설 3군데를 박살냈다.

 

이후에는 외교적인 중재와 핵협상이 이어졌지만, 12월 28일 테헤란에서의 반정부 시위가 트럼프의 엉덩이를 들썩 거리게 만들었다. 물론, 그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과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원은 다른 문제였다.

 

“이란 시위대에 도움이 가고 있다!”

 

라며, 뭔가 지원을 해줄 거 같은, 지원을 해 주는 거 같은 발언을 했지만… 뭐 특별한 건 없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을 선택했고, 트럼프는 군사옵션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란을 협박했지만 학살을 막지는 못했다.

 

자, 이 상황에서 제네바 핵협상이 진행됐고, 트럼프는 군사옵션을 고려하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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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테헤란 거리의 반정부 시위대 - Getty Images

 

 

증명된 미국의 타격능력과 '장대한 분노'

 

분명한 사실은 이스라엘과 함께 군사작전을 펼쳤고,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전을 선언한 일련의 상황을 본다면, 이게 하루 이틀 만에 준비된 전쟁이 아니라는 거다. 미군 단독 작전도 상당한 준비시일이 필요한데, 타국과 연계한 공동작전을 트럼프의 기분 따라 진행한다? 말도 안 된다. 목표선정이나 작전구역 할당만 해도 한세월이다.

 

이건 하루 이틀 준비한 작전이 절대 아니다. 즉, 핵협상 와중에 이스라엘과 함께 군사옵션을 준비했다는 거다. 비약을 섞어 말하자면,

 

“제네바 핵 협의는 시간 끌기용이고, 뒤에서 이미 군사옵션을 준비중이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협상이 틀어질 때를 대비해서, 미리 대안을 준비한 게 아니냐?”

 

말할 수 있는데, 맞다. 프리드리히 대왕도 말하지 않았던가? <군사력 없는 외교는 악기 없는 음악과 같다>라고 말이다. 그래, 미리 대안을 준비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어떤 게 ‘주’였냐는 거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이란 핵합의(JCPOA)를 극혐했다. 결국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를 파기했다. 오바마에 대한 업적 지우기 일수도 있고, 트럼프가 바라보는 이란 핵능력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트럼프의 정치일정과 최근에 불거진 ICE(미국 이민세관국)의 과잉단속과 사망사건등에 따른 여론악화도 고려의 대상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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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NN / Reuters (링크)

 

문제는 미군 내에서도 이란에 대한 공격에 대해 신중한 기류가 오갔다는 거다. 트럼프는 강력히 부인했지만, 댄 케인(John Daniel Caine) 합참의장이 이란 공격에 회의론을 펼쳤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라인 중에서 트럼프에게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인물이 댄 케인이다. 국방장관인 헤그세스보다 더 말빨이 먹힌다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6월 22일의 이란 핵시설 폭격작전이나 지난 1월 3일에 있었던 마두로 체포작전 등에서도 존재감을 역력히 보여줬다.

 

댄 케인이 트럼프에게 신중론을 펼쳤든, 펼치지 않았든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마두로를 체포했을 때의 그것과 달리 이란을 친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물론, 하메네이가 개전 15시간 만에 제거된 걸 보면 미군의 능력과 트럼프의 의지는 확인할 수 있다. 1월에 마두로를 작전 개시 2시간 만에 체포할 수 있었고, 2월에 15시간 만에 하메네이를 제거한 걸 보면 미국의 능력은 확실히 증명됐다.

 

분명 적 지휘부를 단숨에 제거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적 지휘부를 제거하는 것과 정권을 교체하는 건 다른 문제이다. 트럼프는 대놓고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말하고 있지만, 육상병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한 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아울러 중동에서 이런 식의 정권교체를 시도했다가 미국이 피를 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억측과 논란 속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인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가 시작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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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꾸물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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