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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전문가, 게으르거나 모자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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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에 전직 기자였고 지금은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P씨의 동영상이 걸렸다. 유튜브 썸네일이 아주 자극적이다. 증권사가 숨긴 5800 돌파의 비밀을 알려 준단다. 호잇, 이 낚시질에 참 많이 낚이겠다 싶었다.

 

참고로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심지어 노름판이건 돈이 도는 판에서 누군가 나에게 "너만 알아, 비밀인데…" 라며 접근해 오면 그 얘기는 모두가 알고 있고 나만 모르고 있다는 얘기로 알아 들으면 된다. 그 말에 넘어가 뭐든 하게 되면 바보 인증을 하는 것이다.

 

(노느라) 없는 시간을 쪼개서 들어봤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한국 증시 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으로 분석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 아는 걸 마치 비밀인 양 떠들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 거래소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확인하지 않은 듯했다. 게으르거나 아니면 시간이 모자란 탓일 거다.

 

매일 아니면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동영상을 올려야 하니 제대로 정보를 확인하고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냥 했던 소리 또 하고, 토씨 바꿔 또 하고… 클리셰가 난무한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멀쩡한 사람을 버려놓는 현장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가 지적하던 것은 최근 증시의 수급 상황이었다. 시중 주식 전문가들이나 증권회사들이 대한민국 증시의 투자 주체를 나눌 때 보통 외국인, 기관, 개인, 이렇게 세 범주로 나눈다. 외국인이라고 다 금발의 외국인인 건 아니고, 기관이라고 다 국민연금처럼 엉덩이가 무거운 것도 아니다. 외국인과 기관도 그 실체가 애매모호할 때가 많지만 모래알처럼 부서져 있는 개인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개인을 하나의 개인이라는 투자 주체로 묶는 것은 편의상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 특별한 의미도, 특성도, 기준도 없다. 너무 대충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럭저럭, 꿩 대신 닭이라고 수급에 따라 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이 분류가 가끔은 유용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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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씨가 비밀 운운하며 주목한 것은 투자 주체 중 기관, 그 중에서도 금융투자 기관이었다. 한국거래소에 금융투자로 분류되는 기관에는 증권회사, 자산운용사나 투자운영사 등이 있다.

 

원래 주식과 각종 파생상품을 초단위로 사고 파는 게 증권회사의 주요 업무다. 그는 증권회사와 자산운용사로 대표되는 금융투자 기관의 주식매수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 수급에 결코 긍정적 신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지만, 증권회사는 원래 숨 쉬듯 주식 거래를 하라고 있는 회사다. 증권회사를 두고 단기 투자 자금, 장기 투자 자금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예전에 이 기관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감내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거간하고 수수료 떼기가 본업이니 검은 머리 외국인이나 투기적 사모펀드의 비정상적 거래로 의심되어도 덥석덥석 받아먹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처벌과 벌금도 솜방망이라 그냥 몰랐다고 생떼를 쓰면 쉽게 처벌을 피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 기관의 매수세는 그런 이상한 투기 세력이 아니라 개인들의 견조한 ETF 매수세 때문이다. ETF를 만들고 공급하는 곳이 자산운용사와 증권 회사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증시는 이재명 대통령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이재명 대통령 이전에는 경제전문가 P씨의 경고가 그럭저럭 먹힐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주식 시장은 전혀 딴 판이 되었다. 완전히 다른 질적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가 바로 ETF 거래 추세에서 포착된다.

 

시장 자체를 거래하는 ETF 거래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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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ETF는 일반인들이 특별한 위험관리를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금융상품이다. 물론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지만 어떤 투자 금융 상품보다 안전한 편이다.

 

개인의 ETF투자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 말은 개인들이 증시를 더 이상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 위험시장이 아닌 예금을 빼서 넣을 수 있는 안전한 재산 증식의 장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 현상을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시장은 이를 머니무브(money move)라고 부른다. 때로는 신뢰 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모두 같은 현상을 일컫는 동어반복이다. 경제전문가 P씨가 언급한 금융투자 기관의 거침없는 매수세는 바로 이런 시장의 변화, 개인의 ETF매수 폭증, 머니무브, 마음 움직임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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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P씨 말대로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개인은 29조 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 기간동안 개별 종목을 사기보다 팔아 치웠고 그 물량을 금융투자 기관이 받아냈다. 여기까지 보면 전문가 P씨의 주장이 맞는 듯 하다. 개인과 외국인이 떠나는 시장에 언제라도 표정을 바꾸는 금융기관이 쓸쓸히 남은 듯한 인상을 준다.

 

개인이 한국 증시를 버린 것도, 시장 과열을 염려해서 주식을 판 게 아니다. 그 기간동안 개인은 ETF를 자그마치 48조 원 어치나 사들였다.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고 개별 기업의 주식을 내다 판 개인이 ETF를 쓸어 담는다고? 흠… 더 말하지 않겠다.

 

이 현상은 기존 주식을 하던 개인과 시장에 신뢰를 보내며 새롭게 주식 시장에 합류하고 있는 개인이 개별 종목 거래보다 보다 안전한 ETF를 선택하는 영리한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에 배팅하는 ETF건, 반도체나 전력 같이 업종 섹터로 모아 놓은 ETF건 개인이 쓸어 담고 있으니 금융기관은 기계적으로 관련 주식을 사들일 수 밖에 없다. 이 현상은 대한민국 코스피 시장이 영리한 개인 투자자가 많아지고 영리한 개인의 집단적 영향이 점점 커지는 건강한 체질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체력이 좋아지면 외국인이나 기관이라는 가면을 쓰고 장난질을 하던 투기 세력은 위축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검은 머리 외국인도, 탐욕적 텍사스 출신의 투기 세력도 예전처럼 자금력을 앞세워 장난칠 수 없게 된다.

 

이제 P씨의 우려는 정말 기우가 된 셈이다. 물론 윤석열 시절로 돌아가 부인까지 주가조작에 미쳐 날뛰는 시절이 돌아 오면 다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겠다. 그 정도 역사적 퇴행을 하지 않는 이상 개인이 썰물 빠지듯 증시를 떠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장 변화 눈으로 확인하기

 

아래 그래프는 윤석열 집권 시기와 이재명 대통령 집권 시기의 개인 ETF 거래량(매수)을 월별로 비교한 그래프다. 그래프의 단위는 백만 좌다. 이 그래프를 보면 현재 대한민국 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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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매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윤석열 때와 비교하면 매월 거의 2배 이상 많았다. 그러다 2025년 10월부터 천정을 뚫기 시작한다. 2025년 2월, 아직 윤석열이 탄핵 당하기 전 2025년 2월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무려 10배 이상이다.

 

ETF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세제 혜택과 결합된 개인 종합자산 관리계좌(ISA)나 퇴직연금 계좌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이 그래프는 대한민국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ETF를 선택해서 체계적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계 전체와 증시에 자체에 배팅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개별 기업이 망하는 것은 리스크로 받아들이지만 시장 시스템이 이런 리스크를 충분히 완충하고 흡수해서 자신의 재산을 지켜 주리라 개인 투자자들이 믿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이 더 이상 증시를 한탕주의 도박판으로 보지 않고 합리적이고 안전한 재산 증식의 장으로 보기 시작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말이다.

 

아래 개인의 ETF 순매수량 그래프를 확인하면 시장의 이런 변화가 더 확실히 눈에 들어 온다. 이런 그래프는 대한민국 증시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다. 이러니 금융기관의 매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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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것처럼 상장지수펀드(ETF)를 발행하는 자산운용사나 증권회사는 ETF를 공급하는 주체다. 자신이 만든 ETF가 인기가 좋아 수요가 많으면 계속 ETF를 공급하기 위해 개별 종목을 사들여야 한다. 개인의 ETF매수가 늘어나면 금융기관의 매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최근 금융기관의 매수세가 계속되는 이유기도 하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의 금융기관의 매수세는 금융투자기관이 여전히 하고 있는 단기 차익 거래나 프로그램 매매 때문에 생긴 결과가 아니다. 개인의 ETF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 나타난 결과다.

 

제대로 된 경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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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S&P 500 지수

 

ETF가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을 잘 관리하고 주식시장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은 지난 10년 간 미국의 S&P 500을 통해 확인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를 패시브 혁명(Passive Revolution)이라고 한다.

 

S&P 500을 기초자산으로 운영되는 ETF는 기업 가치, 거시 경제 전망 같은 분석을 하지 않고 매입 자금이 유입되면 기계적으로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 모은다. 이때 기준은 S&P 500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다. 보통 지정참가회사(AP, Authorized Participant)라고 불리는 증권회사가 시가총액 비중대로 개별 종목의 주식을 사서 ETF를 구성한다.

 

그래서 ‘수동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의 비중이 높아지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더 많이 사 모으게 된다. 이렇게 시장 방향에 완전히 순응하는 거래를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S&P 500 지수가 큰 조정 없이, 거침없이 7000까지 온 것도 이 패시브 자금의 역할이 크다고 평가한다.

 

EFT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그냥 사 모은다는 소리는 반대로 생각하면 ETF를 팔기 시작하면 주식을 기계적으로 시장에 내다 판다는 소리가 된다. 당연하다. ETF 특히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수동적 상장지수펀드(아무 생각 없이 코스피 지수를 따라 다니며 코스피 지수가 오른 만큼만 먹겠다고 작정한 게으른 EFT)라 그렇다.

 

ETF를 개인이 팔기 시작하면 증권회사는 펀드를 환매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가총액이 큰 주식이 대거 시장에 나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수가 경제 상황과 괴리가 커지며 과잉 하락할 수 있다. 소위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되는 것이다. 시장은 요란하게 사이드카가 울리고 난리법석을 떨고 경제관련 뉴스는 ‘공포’라는 단어로 도배될 것이다.

 

전문가라면 말도 안되는 금융기관 매수가 어떻다 저떻다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피할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개인의 ETF 매수에 힘입어 지수가 치솟았다면 당연히 개인 매도 때문에 지수가 하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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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용기 있는 전문가라면

 

“이제는 개인 투자자님 니들 손에 코스피 지수의 운명이 달렸습니다!!!”

 

라고 해야 한다. 대비니 대응이니 하는 건 다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개별 종목 뿐만 아니라 목돈을 들여 상장지수펀드에 올라 탄 사람들에게 해 줄 조언은 딱 두 개 밖에 없다.

 

1) 수익이 났는데 하락할 거라는 확신이 들면 손해보기 전에 익절해라

2) 몰빵으로 꼭지에 들어갔는데 하락이라 생각되면 더 늦기 전에 손절해라

 

내일 시장은 신도 모른다고 했다. 만약 익절하거나 손절하고 나왔는데 다시 시장에 다시 불이 붙는 것 같으면 그때는 다시 사면 된다. 시장은 내가 죽는 걸 보겠지만 나는 시장이 사라지는 걸 볼 일은 없다. 세상이 뒤집히지 않는 한 현대자본주의 주식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스피드광이 아닌 이상 일정 속도 이상으로 차가 달리면 무서운 게 당연하다. 지난 5개월 동안 코스피는 언뜻 보기에 광란의 질주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전문가들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 주식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매일 유튜브에 나와 떠들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클리셰를 잘못 쓰면 너무 촌스러워진다.

 

경제 전문가, 주식 전문가라는 명찰을 달았음에도 P씨처럼 현상과는 동떨어진 분석을 하게 될 때는 잠시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발짝 떨어지면 덤불에 숨은 것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발자국을 볼 수도 있다. 그래야 양몰이 소년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자꾸 거짓말을 했다간 늑대한테 잡아 먹힌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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