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지금으로부터 3일 전, 한국 시각으로는 2월 28일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침공했다.

 

이란 침공.png

출처-<AP>

이란 침공 사진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기간 중 갑작스런 침공에 미국민들도 상당히 당황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주류 시선에는 현재 크게 3가지가 있다.

 

 

시선 1. “트럼프의 전쟁” 외치는 반전 시위대

 

1.png

트럼프의 이란 침공 당일

거리에 모인 반전시위대

출처-<고물상주인>

 

“이건 트럼프의 전쟁이지, 우리 전쟁이 아니다.”

 

“또 다른 전쟁은 이제 그만. 부끄러운 줄 알라!”

 

침공한지 불과 8시간도 안 되어 반전 시위대 수십 명이 거리로 나왔다. 백인 인구와 트럼프 지지자가 절대 다수인 미국 남부 지역 시골 소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2.png

출처-<고물상주인>

 

집에서 쉬어야 할 백인 할머니들이 거리에 나오면 미국은 큰일이 난 것이다. “거대 석유회사를 위한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피켓을 든 할머니들.

 

3.png

출처-<고물상주인>

 

시위대가 “부끄럽다. 창피한 줄 알아라”(Shame)을 외칠 때마다, 시위대에 동감한다며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꽤 보인다. 리버럴한 뉴욕이나 LA라면 모를까, 보수적인 시골 도시에서는 대단히 보기 드문 풍경이다. 

 

시위대는 무엇보다 이 전쟁이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점을 외치고 나섰다.

 

“작년에 제거했다는 이란 핵무기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냐”

 

“ICE가 대낮에 사람 죽이는 주제에, 남의 나라 인권 말하지 마라.”

 

“부자들 위한 식민 전쟁에 미국 젊은이들이 왜 나가나!”

 

아이러니한 점은 시위대 대다수가 젊은 백인 남녀들이라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피부색 짙은 유색인종들 사이에는 “반전, 반트럼프 시위에 나서면 ICE(이민세관단속국) 표적이 된다”는 공포감이 팽배하다. 그나마 ICE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낮은 금발 파란 눈들이 ‘몸빵’을 하는 것이 반전 시위대의 현실이다.

 

 

시선 2.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미국민의 태도 변화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하기 며칠 전, 우연찮게 동네 유대인 박물관에서 개최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강연회에 다녀왔다.

 

4.png

출처-<게티이미지>

 

미국 내 웬만한 도시에는 유대인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하나씩 있으며, 각종 모임과 교육의 장소가 된다. 위 사진은 LA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열린 파티에 나타난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함께한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오른쪽)의 모습이다. 

 

그날 연사에서는 90세가 넘은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1930년대 나치 독일로부터 겪은 상황과 전쟁의 비극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극적 역사를 겪은 생존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주변을 숙연하고 침묵게 하게 마련이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앞에 감히 질문이나 토론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연이 끝나기 직전, 10살 남짓한 소녀 하나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미움받았나요?”

 

순식간에 행사장 분위기가 싸~해졌다. 모두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결국 침묵하던 생존자가 한 마디를 했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나도 답이 없구나. 얘야.”

 

그러고 강연회는 어색하게 끝났다.

 

어린애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못 한 건, 요즘 미국 내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 반대’는 금기시되어왔다. 

 

‘이스라엘 반대 = 반유대주의 = 인종차별 = 히틀러’ 

 

이런 식으로 취급받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 정·재계가 수십 년 동안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쳐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근 20년간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을 동정하고 돕는다”는 미국인이 65% 이상이었으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20%도 되지 않았다.

 

5  AP.jpg

지난 2월 16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해

헌화하는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출처-<AP>

 

그러나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지난 2월 갤럽의 여론조사가 그 좋은 예다.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 36%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 : 41%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철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을 차마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응답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 : 65%가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함.

 

공화당 지지자 : 70%가 이스라엘을 지지함.

 

35세 이하 젊은이 : 23%만이 이스라엘을 지지함.

 

미국인들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유대인이라는 민족 자체보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때문으로 보인다. 갤럽 조사는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 사람에게 호감이 있다 : 56%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호감 가지 않는다 : 59%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공존을 지지한다 : 57%

 

미국에서 불과 10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현상이다. 위의 어린 소녀의 말처럼 “왜 이스라엘은 미움받는가”라는 질문이 유대인 박물관에서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심지어 친 이스라엘 논조를 주장하던 미국 언론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5개월 전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우방이 아니다”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이스라엘은 동맹 관계라는 ‘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스라엘의 가자 정책은 미국의 국익을 저해한다. 이스라엘의 가자 강제 점령은 ‘지중해의 베트남 전쟁’을 만들 것이다.”

 

며칠 전 터진 이란 전쟁을 내다본 듯한 그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정치권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다.

 

“네타냐후는 자기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미국-이스라엘 동맹을 이용하고 있다. 정상적 외교 절차 대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하고 미국 내 특정 정치 세력을 이용한다.”

 

6.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그리고 미국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지금,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왜 이스라엘의 전쟁에 우리 미국이 참전하고, 우리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나가야 하나?”

 

 

시선 3. 분열하는 MAGA

 

7.png

로라 루머

(트럼프 지지 인플루언서)

출처-<게티이미지>

 

“이번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미군 3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미국의 영웅들이다. 하느님이 함께하기를.”

 

8.jpg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의원)

 

“이 **가 감히 미군 병사의 죽음을 축하하고, 유족들에게 감사한다고?

 

이란과의 전쟁은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니라 ‘아메리카 라스트’이다. 이제 미국인들이 또다시 관에 성조기가 덮인 채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스라엘을 위한 의미 없는 전쟁 때문이다.

 

로라 루머는 지금 빨리 군에 입대하고, 당장 최전선으로 나가라. 그러면 최소한 소총은 지급받을 것이다.

 

네가 정말로 트럼프를 지지한다면, 지금 빨리 이란으로 가서 싸워라.”

 

두 사람은 모두 극렬한 트럼프 지지자이며 MAGA 행동대장들로 불린 백인 여성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란 공격 직후 트위터상에서 이렇게 격렬한 말싸움을 벌였다.

 

트럼프의 절대적 지지 세력이었던 MAGA(미국을 위대하게)가 분열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MAGA 인사들은 지지 철회까지 외치는 현실이다.

 

9.jpg

닉 푸엔테스

(MAGA 인플루언서) 

 

“트럼프는 MAGA와 ‘아메리카 퍼스트’를 배신했다. 트럼프는 지지 기반을 잃었다. 공화당이 미국과 미국인들을 ‘퍼스트’로 할 때까지 나는 공화당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10.png

터커 칼슨

(친트럼프 논객)

출처-<게티이미지>

 

“이란 공격은 역겹고 사악한 짓이다. 이 전쟁은 트럼프의 정치 경력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11.png

알렉스 존스 

(친트럼프 논객) 

출처-<게티이미지>

 

“이 사건(이란 여학교 폭격)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 세계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번 폭격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배신한 것이다.”

 

MAGA는 왜 트럼프의 이란 공격에 분노할까? MAGA가 평화주의자…라서 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America First’(미국 먼저)를 뜻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건 이런 뜻이다.

 

“외국 전쟁에 낭비할 세금 있으면 ‘미국 먼저’ 써라.”

 

“외국 지킬 병력이 보낼 거면 ‘미국 일자리 먼저’ 만들어라.”

 

아프간, 이라크 전쟁으로 20년을 시달리고 미군 전사자와 막대한 예산을 소비한 미국민들은, 이제 “전쟁”하면 치를 떨고 있다. 아프간,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던 민주당, 공화당 정치인들을 배격한 미국민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트럼프다.

 

12 AFP.jpg

출처-<AFP>

 

“내가 취임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 전쟁 없는 평화가 바로 돈 버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취임 1년 만에 군사력을 7번 사용하고, 급기야 이란과의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을 연출했다. MAGA는 분열하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은 끝없는 전쟁에 지쳤다. 겨우 아프간, 이라크 전쟁에서 빠져나왔는데, 트럼프가 또다시 끝없는 전쟁으로 미국을 끌어들일 것인가? 혹시 트럼프는 미국민이 아니라, 억만장자, 군수산업, 석유기업들을 위해 일하는 것인가.”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약속을 배신당한 MAGA 세력들, 이란 전쟁에 벌써부터 돌아선 미국민들의 마음은 심상치 않다. CNN의 3월 2일 여론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미국민 10명 中 6명 

 

“이란 공격 반대한다.”

 

미국민 10명 中 6명 

 

“트럼프가 명확한 전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민 10명 中 5명 

 

“이란 전쟁으로 미국에 더 큰 위협이 생길 것이다.”

 

과연 이란 전쟁이 미국민의 지지를 잃은 명분 없는 전쟁이 될 것인지, 그래서 프리드먼이 지지한 ‘지중해의 베트남’이 될지, 지금 미국민들은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