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클린턴 ‘쉴드’치는 여장부 힐러리
미국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흑자, 일자리 창출, IT붐을 일으킨 ‘경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출처-<게티이미지>
그러나 미국인들은 클린턴을 이렇게 기억한다.
아랫도리 관리 못한 대통령.
클린턴이 199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전직 배우 제니퍼 플라워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한다.
“나는 클린턴과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12년 동안 불륜 관계였다!”

그리고 클린턴 대통령 취임 후인 1998년,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를
끌어안는 빌 클린턴
출처-<게티이미지>
클린턴은 이 사건 때문에 특검 수사를 받고, 한때 하원 탄핵안까지 통과되었다. 이후에는 공개 사과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그러나 클린턴의 여자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그걸 ‘쉴드’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힐러리 클린턴’이다.

출처-<게티이미지>
19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클린턴 불륜 의혹이 터져 나오자, 선대본부에서 클린턴 측근들은 입을 모았다.
“잠깐의 실수라고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합시다. 그게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다름 아닌 힐러리 클린턴이 분위기를 바꿨다.
“사실 인정하면 대선 패배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내가 직접 나가서 싸우겠다.”
힐러리는 빌 클린턴과 함께 CBS 유명 시사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한다. 남편은 의자에 앉아 있는데, 힐러리는 의자 없이 남편의 곁에 일어서서 말한다.

‘60분’ 인터뷰 당시 빌과 힐러리 클린턴
출처-<게티이미지>
“나는 의자에 앉지 않겠습니다. 나는 보잘 것 없는 여자지만, 내 남자와 함께 당당히 일어서겠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내가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내 남편이 이룩한 업적은 우리 둘이 함께한 것이기 때문에 자랑스럽습니다. 만약 이게 불편하시면, 내 남편에게 투표 안 해도 됩니다.”
힐러리의 “내 남편과 함께 일어서겠다”(Stand by Your Man) 인터뷰는 미국 여론을 뒤집었다.
“(남편들) 빌 클린턴이 졸라 부럽네. 우리 와이프도 저렇게 날 믿어주고 밀어 줄까?”
“(부인들) 사고는 남편이 치고 수습은 부인이 하네. 남편은 개차반이지만 부인 봐서라도 한 표 찍어주자.”
1998년 르윈스키 스캔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빌 클린턴은 납작 엎드리고, 오히려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이 더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CNN>
“역사는 기억할 것입니다. 이 사건(르윈스키 스캔들)은 우파의 음모입니다. 내 남편이 대선 출마하자마자 계속된 거대한 음모입니다!”
물론 힐러리 본인도 인간인지라, 대외적 이미지와는 별도로 남편 빌 클린턴을 구박한 사실을 고백한다.

출처-<VOX>
“르윈스키 스캔들을 처음 듣고, 남편 모가지를 부러뜨리고 싶었다.”
“르윈스키 스캔들 후, 우리 집에서 남편(빌 클린턴)을 환영하는 사람은 우리 집 개밖에 없었다. 남편은 소파에서 잠자야 했다.”
어쨌건 위기 때마다 등장한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쉴드’는 미국민의 여론을 바꿨고, 힐러리는 남편을 능가하는 ‘여장부’로 인정받아 국무장관, 미국 대통령 후보까지 진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엡스타인 청문회’에 끌려 나온 빌과 힐러리
2016년 힐러리의 대선 패배 후 조용히 살던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 그러나 남편이 또 초대형 사고를 쳤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월스트리트 거물 제프리 엡스타인과 어울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엡스타인 사망 5년 만에 미국 법무부는 엡스타인 관련 수사 자료, 일명 ‘엡스타인 파일’ 수백만 장을 공개하는데, 여기서 클린턴이 엡스타인 및 젊은 여자들과 어울린 사진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출처-<미 법무부>
‘이 때다’ 싶은 트럼프와 공화당은 외친다.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씨, 엡스타인 파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시오!”

빌 클린턴을 조롱하는 그림을 들고
국회 출석을 요구하는
공화당 제임스 코머 위원장
출처-<게티이미지>
물론 클린턴 부부는 처음엔 출석을 거부한다.
“이보쇼, 나 말고 다른 대통령(트럼프)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놀랍게도 민주당 일부 젊은 의원들까지 공화당과 함께 ‘클린턴 증인 소환’에 찬성표를 던진다.
“클린턴이 국회 출석해야, 나중에 트럼프도 국회 출석하는 선례가 만들어진다!”
“이 기회에 민주당 내 수십 년 동안 자리만 차지하는 늙은 정치인들을 날려버리자!”

빌 클린턴 부부의
국회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는 의원들
출처-<게티이미지>
결국 클린턴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2월 26일과 27일 국회 증인 출석에 동의한다. 여기에 미국 정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회 출석이라는 치욕을 겪는 클린턴이 ‘너 죽고 나 죽고 다 죽자’고 터뜨릴 것인가?”
그러나 빌 클린턴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쓰던 수단을 이번에도 사용하기로 한다. 바로 ‘와이프 카드’다.

출처-<AFP>
“달링~~~ 헬프 미~~~”
“으이구 이 인간아, 내가 쉴드 쳐줄 테니까, 당신은 얌전히 가만히 있어!”
‘공격 모드’ 힐러리, ‘방어 모드’ 빌 클린턴
먼저, 힐러리 클린턴이 2월 26일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증언을 시작한다. 남편 빌 클린턴의 2월 27일 증언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6시간의 증언 동안 오히려 ‘공격 모드’로 들어갔다. ‘여성’인 힐러리는 엡스타인 파일에 단 한 장의 사진도 없었고, 엡스타인을 만난 적도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공개 청문회 종료 후
기자회견을 갖는 힐러리 클린턴
출처-<AP>
“이건 마녀사냥도 아니고, 그냥 국회 증언을 가장한 광대놀음이다. 이 청문회는 단 한 명의 정치인(트럼프)와 정치 단체(공화당)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엡스타인 피해자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하나? 난 제프리 엡스타인을 만난 적도 없고, 그의 섬이나 집에 간 적도 없다. 그의 사무실에 간 적도 없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는지 숫자 세볼까?”
“내가 엡스타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건 당신들이 더 알고 있지 않나? 이 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하는 국민들의 의혹을 분산시키기 위한 자리에 불과하다.”

청문회장 앞에서
“트럼프와 멜라니아는 어디 갔나”라는
팻말을 든 시위자
출처-<weeklytimes>
힐러리가 이렇게 나오자, 공화당 의원들은 심지어 ‘여자의 자존심’까지 건드렸다.

공화당 낸시 메이스 의원
출처-<AP>
“남편 빌 클린턴이 여자들과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힐러리 클린턴
“당신은 내 ‘느낌’이 알고 싶어서 오늘 이 자리에 날 불렀나?”
힐러리의 ‘철벽 쉴드’에 공화당 의원들은 아무런 증언도 얻어내지 못했고, 6시간의 청문회는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출처-<게티이미지>
“오늘 청문회는 엉뚱한 사람을 부른 자리였다. 오늘 출석해야 했을 사람은 ‘엡스타인 파일’에 직접 거론된 사람이어야 했다.”
하루 뒤에 열린 빌 클린턴 청문회는, 힐러리의 ‘기선 제압’ 덕분인지 맥이 빠졌다. 초반부터 기자회견까지 ‘공격 모드’로 나갔던 힐러리 클린턴과 달리, 빌 클린턴은 기자회견도 없이 일찌감치 ‘납작 엎드리기’ 모드에 들어갔다.

“한 때 엡스타인을 만난 것은 사실이며, 모든 것을 사실대로 증언하겠다. 그러나 나는 엡스타인이 저지른 범죄(미성년자 성매매 납치)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엡스타인이 체포된 후 모든 관계를 끊었다.”
“엡스타인이 저지른 짓을 알았다면, 그의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를 직접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납작 엎드리기’로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던 빌 클린턴이었지만, 아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는 감정이 북받친 듯 대답했다.

“당신들은 힐러리를 증언하게 만들지 않았나. 힐러리는 제프리 엡스타인과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이다. 그녀를 그냥 내버려둬라.”
힐러리와 빌 클린턴의 국회 증언을 보고,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측근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해명만 해야 했다. 힐러리는 상원의원 8년, 국무장관 4년, 대통령 후보 두 번 출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편이 저지른 일이 얽매여 있다. 그녀는 잘못한 일이 없고, 이렇게 오랫동안 치욕을 당할 이유가 없다. 그녀가 겪는 일을 보며 가슴이 아플 뿐이다.”

출처-<Newsmakers>
힐러리 클린턴은 상원의원, 국무장관, 대통령 후보라는 엄청난 경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빌 클린턴의 아내’로 남게 됐다.
이렇게 ‘여장부 힐러리’와 빌 클린턴의 국회 증언은 일단 끝났다. 그러나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두 사람의 청문회가 비공개로 이뤄졌고, 어떤 증언이 오갔는지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정계는 단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출처-<AFP>
“앞으로 공개될 청문회 영상과 녹취록에, 과연 트럼프가 얼마나 거론될까?”
그러나 청문회 영상과 녹취록에 대한 관심은 금방 사라졌다. 클린턴 청문회가 끝난 후 8시간도 지나지 않아 거대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출처-<AP>
트럼프가 이란을 전격 침공한 것이었다.
추신1.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의 국회 청문회 출석(비공개지만)을 지켜보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전직 대통령도 국회 청문회 출석하는데, 쿠팡의 범킴(김범석)은 무슨 똥배짱으로 국회 출석을 안 하나?”

범킴
미국 국회는 클린턴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자, 표결을 통해 “국회 모독죄 고발”을 의결했고, 결국 전직 대통령의 청문회 증언을 관철시켰다.

출처-<AFP>
심지어 전 세계 최고 부자 중의 하나인 마크 주커버그도 국회 청문회는 아니지만, 지난 2월 18일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클린턴과 주커버그도 증인으로 불러내는 미국을 보면, 한국 국회도 범 킴에게 뭔가 해야 하지 않겠나.
추신2.
엡스타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지난 연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본 기사에 나온 빌 클린턴과 엡스타인 사건만 따로 보고 싶으신 분은 연재의 8, 10편을 보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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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사건 지난 연재물
5. 미국이 9월을 주목하는 이유(feat.엡스타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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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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