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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대응이 예상 밖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함께 군사 작전에 참여해 온 영국이 이번에는 초기 단계에서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 공습을 준비하면서 인도양에 위치한 영국령 군사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사용을 요청했다. 이 기지는 중동과 남아시아 작전에서 미국이 중요한 전략 거점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가 영국 정부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요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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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당연히 협조할 것으로 생각한 영국의 예상 밖의 거절에 트럼프는 당혹감과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두고 "그 멍청한 섬(that stupid island)"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미국이 영국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이며 영국과 미국의 이른바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영국은 미국의 요청을 처음에 거절했을까?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이 '섬'은 무엇이며, 왜 국제 정치에서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영국은 왜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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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전략보다 정치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다. 스타머 총리는 전쟁 발발 직후 영국이 공격 작전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온 영국의 대외 군사 정책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인 대응이었다. 스타머 정부가 가장 크게 의식한 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의 경험이다. 당시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결정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부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영국 정치권에서는 전쟁 결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거센 논쟁이 이어졌다.
2016년에 발표된 Chilcot Report(링크)에선 영국이 충분한 정보 검증 없이 전쟁에 참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정부가 군사 개입의 위험성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으며 영국 정치사에 큰 충격을 남겼다. 이후 영국 정치권에서는 중동 전쟁에 대한 군사 개입은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았다.
토니 블레어 역시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정보 판단이 잘못됐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전쟁의 책임과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영국 사회에서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총리 퇴임 이후 블레어가 중동 정부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문 활동을 하며 상당한 수입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다시 불붙기도 했다. 집값 높기로 유명한 런던에 40여 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때문에 이라크 전쟁은 지금도 영국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외교 정책의 사례로 남아 있다. 스타머 정부가 이번 사태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러한 정치적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유엔 헌장 2조 4항
국제법 문제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핵심 쟁점은 무력 사용을 규정하는 국제법 원칙, 특히 유엔(United Nations) 헌장에 담긴 규정과 관련되어 있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은 국가가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형성한 핵심 규범으로, 군사 공격은 크게 두 가지 경우에만 허용된다.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가 실제로 공격받았을 때 행사하는 자위권이다.
문제는 미국의 이번 이란 공격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국제사회가 이를 명확한 자위권 행사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공격 작전에 협조한 국가 역시 국제법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논쟁이 되는 부분은 군사기지 제공 문제다. 국제법에서는 한 국가가 자국 영토를 다른 국가의 군사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용할 경우, 그 국가 역시 무력 사용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이 경우 해당 국가는 단순한 지원국이 아니라 공동 교전국(co-belligerent)으로 간주된다.
미국이 영국에게 협력을 요청한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영국 영토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출격한 미군 항공기가 이란을 공격할 경우 영국 정부 역시 작전에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영국 정부는 기지 사용 허용 여부를 두고 법률적 검토를 실시했다. 영국이 초기 단계에서 미국의 요청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은 중요한 배경이다.
문제의 섬, 디에고 가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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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중심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는 인도양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이다. 행정적으로는 영국령 차고스 제도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 군사 작전을 수행할 때 사용하는 핵심 전략 기지다.
냉전 시기인 1970년대 미·영 협력으로 건설된 이 기지는 이후 미국의 중동 군사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장거리 폭격기와 해군 전력이 이곳에서 출격했다. 인도양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까지 작전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군사 전략가들은 이 기지를 대체 불가능한 거점으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디에고 가르시아는 단순한 군사기지가 아니라 식민지 역사와 국제법 논쟁이 얽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섬이 속한 차고스 제도는 원래 모리셔스 식민지의 일부였지만, 영국은 1960년대 말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위해 이 지역을 분리해 별도의 영국령 영토로 편입했다. 당시 섬에 살던 주민들은 대부분 강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디에고 가르시아에 남아 있는 조상 묘를 찾은 차고스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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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서 분리한 영국의 조치가 식민지 해체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유엔 총회 역시 영국이 이 지역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결의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디에고 가르시아는 여전히 국제법적 논쟁의 대상이다.
그 결과 이번 전쟁에서 이 섬의 역할은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되었다. 영국 영토에 위치한 이 기지를 미국이 군사 공격에 사용하려면 결국 영국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한적 협조, 영국의 입장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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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영국 정부도 중동 지역의 군사 긴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점차 입장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시설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재 스타머 총리는 영국이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영국이 보다 냉정한 판단(cool head)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지역 안정을 위한 군사적 대비 태세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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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국 정부는 미국이 요청한 군사 협력 가운데 일부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시설이나 군사 기반을 겨냥한 작전을 수행할 경우, 방어 목적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영국 군사기지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전면적인 군사 참여와는 거리가 있지만, 영국이 동맹 관계를 고려해 일정 부분 협력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영국은 중동 지역의 자국 군사시설과 시민 보호를 위해 군사 자산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디에고 가르시아의 미래

이번 논란은 군사 기지 사용 여부를 넘어, 전통적인 영미 동맹 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와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가 여전히 세계 군사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국제법을 무시해서라도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려는 과거 영국의 선택과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법을 인용한 영국의 이번 결정은, 이중 계약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부추겨 온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인권을 중요시한다고 하지만, 차고스 제도의 주권 문제와 주민 강제 이주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만큼, 디에고 가르시아는 향후 영국의 외교 정책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남아있다. 결국 이번 영미 간의 균열 사태는 하나의 작은 섬이 얼마나 복잡한 국제 정치의 교차점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군사 전략, 영국의 정치적 계산, 국제법 논쟁과 식민지 역사까지 얽혀 있었다.
디에고 가르시아를 둘러싼 논쟁은 중동 전쟁이 끝난 뒤, 중동과 인도양 지역의 전략 환경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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