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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반대가 없으면 틈틈이 만들 예정!>
검찰이 조용하다.
지난 수십 년간, 검찰개혁이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검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조직적으로 반발해 왔다. 전국의 검사들이 들고일어나고, 검사장들이 사표를 내고, 부장검사들이 집단 성명을 발표하고, 심지어 검찰총장까지 국회를 찾아가 몸을 던졌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검찰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정부가 검찰청을 해체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겠다는, 1948년 검찰 창설 이래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는데도 검찰은 놀라울 만큼 순하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이번 개혁안이 검사들이 원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단순한 법 집행 기관이 아니다. 사실상 하나의 정치 세력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정책이 나오면 집단행동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왔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를 기억하는가. TV로 생중계된 그 자리에서 평검사들은 대통령을 상대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훗날 당시 민정수석으로 배석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검사들의 태도는 목불인견이었다"고 회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검찰의 수뇌부를 물갈이하려 하자, 전국의 검사들이 들고일어났다.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을 때에도 검찰의 반발은 극심했다.

(프레시안 - 링크)
2022년, 문재인 정부 말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검 차장검사와 전국의 고검장 7명은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마저 국회를 직접 찾아가 차라리 자신을 탄핵하라며 항의했다.

(조선일보 - 링크)

(KBS - 링크)
2025년에는 더 노골적이었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 폐지 법안에 반발해 원래 소속으로 복귀시켜 달라는 입장문을 특검에게 전달했다. 같은 해,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도 검사들은 대규모 집단 반발에 나섰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밝혔다.

(연합뉴스 - 링크)

(SBS - 링크)
행정부 소속 기관 중 상부의 의사 결정에 집단으로 반발하는 곳은 오직 검찰뿐이다. 검찰의 집단행동에는 일관된 패턴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대검 중수부 폐지, 추미애·윤석열 갈등, 검수완박, 검찰청 폐지안 등, 자신들의 권한이 축소되거나 통제될 기미가 보이면 검사들은 반드시 들고일어났다. 예외 없이.
그런데 지금, 검찰청을 아예 역사 속으로 보내버리는 법안 앞에서 검찰은 조용하다. 이 침묵은 순응이 아니라 만족이라고 봐야한다. 하다못해 그 유명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도 조용하다.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된 검찰개혁추진단의 실무진 전체 정원은 49명 중 검사 6명, 수사관 12명, 합계 18명이 검찰 출신이라고 전해진다. 즉, 검찰개혁을 설계하는 기구의 실무진 중 약 37%, 3명 중 1명 이상이 개혁의 대상인 검찰 소속인 셈이다.
여기에 법무부 내에 별도로 꾸려진 검찰개혁지원 태스크포스(TF)까지 더하면, 검찰의 입김은 추진단 안팎에서 촘촘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뉴스1 - 링크)
추진단 산하 자문위원회는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올해 1월 12일, 정부가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1차 입법예고안을 발표하자 자문위원들이 격분했다. 경희대 서보학 교수는 "자문위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법안이 자문위 논의와 전혀 상관없이 만들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필성 변호사 역시 "추진단이나 자문위는 이름만 이용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문위원 일부는 사퇴까지 했다.

(노컷뉴스 - 링크)
자문위의 논의를 무시하고 법안을 작성한 주체는 누구였을까? 추진단 내에 포진한 18명의 검찰 출신 실무진과 법무부 TF의 검사들이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개혁의 대상인 검사들이 자기 손으로 개혁안을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에서 만든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은 1차 입법예고안이 있었다. 1차 예고안이 '검찰청 간판갈이'라는 거센 비판에 부딪히자, 정부는 2월 24일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이 수정안도 민변과 참여연대로부터 "여전히 간판갈이 수준의 개악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부여 여부는 "지방선거 이후에 논의하겠다"며 뒤로 미뤄졌다. 형사소송법 개정도 2단계로 분리되어 순연됐다.

(뉴시스 - 링크)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왜 자꾸 시간을 끄는가?
대한민국은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다. 대통령의 개혁 동력은 취임 직후가 정점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레임덕이 서서히 다가온다. 집권 초반의 높은 지지율과 국정 동력이야말로 개혁의 최적 타이밍인데, 그 타이밍을 하나씩 넘기고 있다.
검찰은 이 구조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아니, 이미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검찰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했으나, 검찰의 집요한 저항 앞에 미완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역시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으나, 임기 말에 가서야 허겁지겁 검수완박을 통과시키는 데 그쳤고 정권이 바뀌자 곧바로 무력화됐다. 두 정부 모두 초반에는 여소야대였다가 나중에 여대야소를 맞이했지만, 그때는 이미 동력이 소진된 뒤였다.
검찰은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되, 법안의 세부 조항에 자기들의 이해를 심어 놓고, 핵심 쟁점은 뒤로 미루게 만들고, 수정안을 요구하며 시간을 벌고, 레임덕이 올 때까지 버틴다. 정면 돌파가 아니라 지연전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발점이 달랐다. 취임 직후부터 압도적 여대야소로 시작했고, 강력한 국민적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개혁안이 누더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은, 검찰이라는 조직이 여전히 정권과 무관하게 자기 보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검찰의 편이다. 곧 있으면 정치권은 지방선거 국면으로 돌입한다. 국회는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국회의장단 선거도 있으며, 법사위를 비롯한 상임위원들도 대거 바뀌게 된다.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이 시계가 검찰의 리듬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각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검찰개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
이 한 줄 덕분에 검사는 누구든 수사할 수 있고, 누구든 봐줄 수도 있다. 범죄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전적으로 검사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그것이 196조의 본질이다.

(국민일보 - 링크)
검찰은 지금까지 재벌 총수가 비자금,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검찰이 좀처럼 수사하지 않는다거나, 반대로 생사람 붙잡고 없는 범죄도 만들어냈다. 과거 공안 검찰은 공안 사건에서 검찰권을 남용해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다. 과거 검찰은 경찰, 중앙정보부와 한통속이 되어 범죄 혐의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건들은 이제와서 법원의 재심을 통해 바로잡히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어떠했나. 검찰은 김건희 일가의 범죄 혐의를 대놓고 봐줬다. 대통령 부인이 금품을 받고 인사를 챙겨주는 현대판 매관매직이 벌어졌는데도 검찰은 모른 척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야당과 비판 언론은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형사소송법 196조는 봐줄 사람은 봐주고, 죽일 사람은 죽이는 검찰의 만능 열쇠다.
형사소송법 196조가 살아 있는 한 검찰은 그 어떤 수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 수사·기소 분리에 따라 검찰 조직을 아무리 쪼개 놓아도, 윤석열 정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시행령만 손보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이 가능하다.
그런데 검찰개혁추진단이 내놓은 입법안에는 이 형사소송법 개정이 빠져 있다. 정부는 보완수사권 문제와 함께 "나중에 하겠다"고 한다. 조직을 분리해 놓고 그 조직에 생명을 불어넣는 핵심 법률은 손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몸통을 수술하면서 암세포는 남겨두는 것과 같다.
이제 정부 개혁안의 구체적인 문제를 하나씩 뜯어보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떼어내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신설하는 기관이다. 취지대로라면 검찰이 기존에 하던 부패·경제 범죄 수사 기능만 이관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정부안은 수사 범위를 사이버 범죄를 포함한 6대 중대범죄로 대폭 확대했다.
여기서 핵심은 '사이버 범죄'다. 사이버 범죄는 연간 약 30만 건에 달한다. 악성 댓글, 비방, 모욕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것들을 '중대범죄'라고 부를 수 있는가?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건인가?
그러나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이버 범죄가 포함되는 순간,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사실상 무한 확장이 가능해진다. 정치인의 SNS 발언, 온라인 댓글, 시민의 인터넷 비판 등 무엇이든 '사이버 범죄'라는 그물로 건져 올릴 수 있다. 수사 대상을 6대 범죄로 한정했다고 말하면서, 사이버 범죄라는 블랙홀 하나로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사이버 범죄는 중수청 수사 대상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 링크)
더 심각한 것은 중수청에 부여된 '우선수사권'이다. 중수청이 사건의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공수처나 국가수사본부 등 다른 수사기관이 진행 중인 수사를 중수청이 마음대로 빼앗아 올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중수청이 다른 모든 수사기관 위에 군림하는 위계 구조를 만든다. 수사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던 개혁의 방향과는 정반대다. 우선수사권은 삭제되어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 링크)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것이 이번 개혁의 대원칙이다. 그런데 중수청법안 제45조를 보면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 수사관으로부터 수사 사항을 통보받고, 입건을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공소청 검사가 사실상 수사의 시작과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것은 과거 특수부 검사들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대검찰청 중수부와 무엇이 다른가? 이름만 다를 뿐, 공소청과 중수청이 한 몸이 되어 작동하는 구조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간판만 내걸었을 뿐, 실질은 수사지휘권의 변칙적 부활이다. 공소청 검사의 사실상 수사지휘권은 삭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부칙의 꼼수까지 더해진다. '검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당계급의 수사관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슬그머니 들어가 있다. 이것은 중수청의 인력 이원화를 염두에 둔 규정이다. 수사 인력과 기소 인력을 분리하겠다는 대원칙이 부칙 한 줄로 무력화된다. 언제든 검사가 중수청에 들어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은 것이다. 이 조항 역시 삭제되어야 한다.
공소청의 조직 구조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대공소청, 고등공소청, 지방공소청. 기존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의 모습을 그대로 베껴 왔다. 수장의 명칭도 검찰총장 그대로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검찰 색채를 탈피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공소청이 기소 기능만 담당하는 기관이라면, 굳이 3단계 위계 구조가 필요한가? 공소청과 지방공소청의 2단 구조로 슬림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소청장과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사건을 자기가 직접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에게 넘길 수 있는 권한도 유지된다. 과거 김학의 출금 사건이나 울산시장 선거 관련 사건처럼, 지휘부가 사건 배당을 자의적으로 조작하여 편향적 수사를 유도하던 그 구조가 공소청이라는 새 간판 아래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는 셈이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가 이루어지려면, 경찰이 수사한 내용에 문제가 있을 때 공소청은 보완수사 ‘요구'만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 즉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려 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논의하겠다며 미룬 것이 바로 이 쟁점이다.
보완수사권이 왜 위험한가? 검찰이 보완수사를 핑계로 언제든 별건 수사와 표적 수사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대표 사건이 그 전형적 사례다. 검찰 입장에서는 보완수사권이 유지되어야만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일할 수 있는 영역이 확보된다. 전관예우라는 검찰 카르텔의 생명줄이 바로 보완수사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은 일종의 바이러스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 속으로 수사권이라는 바이러스를 들여넣는 것이다. 이것이 남는 한, 검찰개혁은 완성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 링크)
개혁은 누군가의 밥그릇을 빼앗는 일이다. 반발이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검찰이 반발하지 않는 검찰개혁은 검찰개혁이 아니다. 지금 정부가 만든 공소청, 중수청 법안에 대해 검찰들이 숨죽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시그널이다.
과거 모든 정권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공통된 원인은 하나다. 검찰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시간을 벌며 개혁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편집: 꾸물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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