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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국의 탄약 수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 1939년 10월 9일, 아돌프 히틀러

 

제2차 세계대전의 포문을 연 폴란드 침공 직후, 히틀러는 독일군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탄약 수급 능력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처참했다. 폴란드에서의 작전이 끝난 직후 독일군은 전체 사단의 3분의 1에만 겨우 탄약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당시 독일 공군 참모총장 에르하르트 밀히는 이렇게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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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하르트 밀히 Erhard Milch

(위키피디아, 링크)

 

“지금 공군이 보유한 폭탄 수량으로는 고작 14일 정도 작전할 수준입니다. 그 뒤로는 조종사들이 모여 앉아 카드놀이나 해야겠지요.”

 

독일이 이듬해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돌파하기 전까지 한동안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탄약 부족 때문이었다.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 첫 100시간 동안 168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었다. 미국이 지난 5년간 구매한 전체 토마호크 수량이 370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치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불과 4일 만에 써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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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함정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연합뉴스TV, 링크)

 

전쟁 비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전쟁 발발 후 단 6일 만에 113억 달러(약 15조 원)를 쏟아부었고, 조만간 의회에 추가 예산안을 요청할 예정인데 그 액수만 500억 달러(약 6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은 돈으로 한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액수다.

 

미국도 이제 토마호크 같은 고가 미사일 대신 JDAM 같은 유도폭탄을 사용하겠다며 ‘절약’을 말하기 시작했다. 토마호크 한 발 가격이 약 360만 달러인 데 반해 JDAM은 비싸야 4만 달러 선이다. 사실상 방공망이 무너진 이란 상대로는 폭탄 달고 날아가 떨어뜨리는 것으로 충분하고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토마호크라는 무기는 ‘전쟁을 시작하는 놈’이다. 전쟁 초반에 쏟아붓는 게 정석적인 운용 방식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의 본질은 하나다. 돈이다.

 

문제는 이렇게 돈을 쏟아붓고도 전쟁을 끝낼 출구가 보이느냐는 점이다. 지금 전쟁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이스라엘, 이란의 셈법이 모두 다르다. 당장 미국만 보더라도 개전 초기에는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이란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아가 이란 체제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란 민중에게 봉기를 촉구하는 발언까지 나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목표는 점차 흐려졌고, 지금 미국의 최대 목표는 사실상 이것이다.

 

“기름값을 떨어뜨려야 한다!”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와중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배럴당 200달러를 감당할 수 있겠냐며 경고했다. 이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은 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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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받은 태국 선박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더팩트, 링크)

 

“앞으로 3주는 버틸 수 있다. 길면 4주까지는 버틸 거야. 그 사이에 사태 해결하고, 그 뒤로는 4, 5월이고 곧 여름이니까 유가는 안정될 거야.”

 

미국은 비축유를 풀었고, 유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석유 제재를 한 달 동안 해제했다. 유럽은 분노했지만, 미국은 개의치 않았다. 덕분에 러시아만 신이 났고, 가만히 앉아서 매일 1억 5천만 달러씩 벌어들이고 있다. 중동이 박살 나는 동안 푸틴만 웃고 있는 셈이다. 유럽은 트럼프를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야, 러시아 석유 제재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풀어버리면 우리는 뭐가 되냐? 러시아가 우리를 뭘로 보겠냐고! 전쟁은 네가 시작해 놓고, 피해는 왜 애꿎은 우리가 보게 만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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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일보, 링크)

 

하지만 소용없다. 지금 트럼프에게 가장 시급한 건, 유가 안정과 MAGA 진영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는 일이다. 그래야만 11월에 있을 중간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어떨까. 볼 것도 없다.

 

“지금이 아니면, 이란 신정체제를 무너뜨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박살 낸다.”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당장 국방비로만 19조 원을 추가로 증액하겠다고 나섰고, 예비군도 10만 명 이상 소집했다. 여기서 우리네 동사무소를 떠올리면 정말로 곤란하다. 이스라엘의 예비군 소집은 행정 절차가 아니다. 실전 투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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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에 동원된 이스라엘 예비군

(중앙일보, 링크)

 

즉 전쟁이 없었다면 사회에서 생산 활동을 했을 시민들이 군대로 이동해 전쟁을 치른다는 뜻이다. 사회에서 생산과 소비의 주체였던 인원들이 부재하게 되면, 당연히 경제에도 타격이 간다. 이스라엘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이번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네타냐후의 발언을 보면 의미심장하다.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는, 지난 40년의 꿈이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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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네타냐후

(연합뉴스, 링크)

 

이스라엘은 지금 이 기회에 이란의 신정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는 목표가 다르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이란 ‘토벌’이다. 2023년 시작된 가자 전쟁까지 고려하면 이스라엘은 지금 작정을 한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앞서 말한 ‘예비군 10만 명’ 동원이다. 2025년 기준 이스라엘 상비군은 약 16만 명, 예비군은 46만 명 규모인데, 하마스 전쟁 당시에는 36만 명까지 동원됐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스라엘은 2023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예비군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피로도 역시 상당하다. 그럼에도 시작된 전쟁이기에 이스라엘은 뒤가 없다.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하레디 병역면제 법안—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이 종교 공부를 이유로 군복무를 면제받는 제도—은 잠시 보류된 상태다. 그럼에도 하레디 정파 상당수가 이번 이란 전쟁 예산안을 승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 봐도 지금 이스라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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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 남성들이 징집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링크)

 

“못 먹어도 Go다! 일단 이란 때리고 본다!”

 

 

이란의 전략은 단 하나

 

그렇다면 이란은 어떨까.

 

“어떤 일이 있어도 체제를 유지한다.”

 

이란의 목표는 단 하나, 생존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체제만 지켜낸다면 이란의 승리다. 미국과 전면전을 펼친다면 이란이 이길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공군력과 해군력을 상대로 이란이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군과 싸워 이길 특별한 방도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시가전도 있고 게릴라전도 있다. 혁명수비대도 있고, 바시즈 민병대(이란 정권이 조직한 준군사 시민 동원 조직)도 있다. 즉 이길 수는 없어도, 미국을 물고 늘어져 괴롭힐 방법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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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즈 민병대

 

여기서 트럼프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지도부만 제거하면 전쟁을 쉽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이란이 버텨내고 있다.

 

“전쟁은 원할 때 시작할 수는 있어도, 원할 때 멈출 수는 없다.”

 

—  마키아벨리

 

지금 트럼프에게 가장 뼈아프게 다가오는 말일 것이다. 트럼프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 ‘셀프 종전 선언’까지 언급하며 출구전략을 찾고 있지만, 이란이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미국이 발을 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다. 트럼프의 한없이 가벼운 이 ‘셀프 종전’이 무서운 게, 이란의 힘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봤지?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전 세계가 난리 난다. 확 기뢰 깔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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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링크)

 

신정체제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전쟁이 끝난다면, 미국은 결국 이란이 가진 호르무즈라는 ‘수도꼭지’의 힘을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핵무기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란이 전 세계 에너지 통제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방증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가 어떤 이유로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네타냐후가 앱스타인 파일 풀 버전을 흔들며 트럼프를 협박했다는 ‘썰’까지 떠돌고 있는데, 이제는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다.

 

이스라엘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이란을 공격하고 있고, 미국은 체면을 지키며 발을 빼고 싶어 하고, 이란은 체제를 유지한 채 모양새 좋게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는 상황. 체급이 있어서 폭격만으로 이란의 체제를 엎을 수는 없는 미국과 미국을 공격해서 군사적으로는 이길 수 없는 이란. 결국 서로 물고 물린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다.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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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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