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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모두 건강하고 안전합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것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 뉴스의 재생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겁먹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영국 켄터베리에서 뇌수막염으로 인한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곳에 거주 중인 지인에게 안부를 묻고 받은 답장이다. 현재 영국은 켄트(Kent)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모여 파티를 벌였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했으며 언론은 '치명적인 감염', '확산 우려', '긴급 대응'과 같은 표현을 선택해 상황의 심각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추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기도 전에, 예방 접종 여부를 다시 확인하거나 병원을 알아보는 움직임이 보인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늘 빠르게 전파된다. 특히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이와 다소 다른 결을 보인다. 지인의 메시지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위험성을 사람들마다 체감하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 지금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제 위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제한된 사건이 과장되어 인식되고 있는 걸까?
뉴스 보도와 실제 현장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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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 지역에서 발생한 뇌수막염 사례로 살펴보자.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온도가 존재한다. 우선 뉴스 보도의 톤은 비교적 일관된다. 사망자가 발생했고 추가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며 보건당국이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확산이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다. 이는 공중보건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 가능한 접근이다.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경고를 유지하는 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은 종종 '발병 가능성'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흐리게 만든다. 감염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제한되어 있는 경우에도, 보도는 이를 보다 넓은 범위의 위험으로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망 사례가 포함될 경우, 위험은 단순한 통계적 사실을 넘어 감정적으로 증폭된다. 실제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에 증대 폭도 컸다.
게다가 현재 대학생 연령대는 뇌수막염을 대비해 개발된 MenB 백신 도입 이전 세대에 해당해 상당수가 접종받지 않은 상태이며 이 점이 불안 심리를 더 자극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5년 이후 태어난 영유아에게만 NHS(국가 보건 서비스)가 해당 백신을 제공했고, 현재 대학생 상당수는 미접종 상태다.
보건당국은 접촉자를 중심으로 항생제를 투여하고 필요시 특정 집단에 대해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이는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위험이 아니라 명확하게 정의된 위험 집단에 대한 대응에 가깝다.
공포가 만들어지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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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같은 사건에 대해 모두 다르게 받아들일까?
첫 번째 요인은 질병 그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뇌수막염은 발생 빈도가 높은 질병은 아니지만, 일단 발병할 경우 빠르게 악화되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적으로는 '희귀'에 속하지만 인간의 인식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흔하지만 통제 가능한 위험보다 드물어도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해 훨씬 격한 반응을 보인다. 뇌수막염이 그렇다.
두 번째, 누가 피해를 입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생과 같은 건강한 젊은 층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건은 단순한 보건 이슈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발병 규모와 위험성과 별개로 감정적인 반응을 증폭시킨다.
세 번째, 예방 가능성이다. 치료 수단이 존재하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 이는 예방 가능했던 죽음으로 인식된다. 이때 공포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전환된다.
마지막, 미디어 환경이다. 뉴스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생산되어 확산된다. 정보가 널리 퍼짐과 동시에 해당 이슈의 중대함은 더 강하게 인식된다. 사람들은 이때 실제 위험의 크기보다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크기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기억, 나이지리아 불법 임상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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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막염에 대한 불안감은 지금 벌어진 상황, 그 이전부터 존재했다. 1996년,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 지역에서 뇌수막염이 유행했다. 당시 수천 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미국 제약회사 Pfizer는 현지에서 자사의 신약 항생제 Trovan(trovafloxacin)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약 200명의 어린 환자가 참여했으며 일부는 기존 치료제인 세프트리악손을, 일부는 신약 Trovan을 투여받았다. 시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윤리적 논란이 제기되었다.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험이 적절한 윤리적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 특히 대조군에 사용된 기존 치료제가 표준 용량보다 낮았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임상시험과 관련해 일부 어린이들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를 불법 임상시험으로 규정했지만, 제약회사 측은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으며 사망은 질병 자체의 치명성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사건은 장기간의 국제 소송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09년, Pfizer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합의에 이르면서 법적 분쟁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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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공중 보건 개입의 공익과 상업적 이해, 두 개념의 경계는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신약 개발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는 '공익'과 '필요'라는 명분을 갖는 동시에 상업적 이익과의 경계도 모호하게 한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은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다시 소환된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단순히 현재의 위험뿐만 아니라 과거의 경험까지 결합하여 상황을 해석하기 시작한다.
나이지리아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고 현재도 영연방 국가로 남아 있다. 인도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나이지리아 이민자가 영국에 거주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나이지리아는 영국과 가깝다. 이번 켄트의 상황과 나이지리아의 과거사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감염병을 둘러싼 의심과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나 라는 점에서 살펴볼 만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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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대표적인 제약 회사인 GlaxoSmithKline 역시 2012년 미국에서 약 30억 달러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사건은 일부 의약품과 관련한 임상시험 결과 중 불리한 데이터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승인되지 않은 용도로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항우울제 사용과 관련해 효과는 과장하고 위험성은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제약회사가 의료 정보를 얼마나 선별적이고 상업적으로 전달하는지에 대한 신뢰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다.
영국은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 세계의 제약 시장의 3~4%를 차지하고 있고 R&D의 경우 약 10%가량으로 영국의 전체 제조업 분야에서 제약은 두 번째로 큰 산업이다. 대형 제약회사와 연구 기관, 정부 간 협력 구조가 잘 구축된 국가로 평가받는다.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신속한 백신 개발과 공급, 치료제 접근성 확보 등은 모두 위 시스템 덕에 가능하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백신 개발이 전례 없는 속도로 이뤄졌고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공중 보건의 위기는 시장의 이익과 연결된다. 감염병 대응은 본질적으로 공익을 목표로 하지만 그 실행 과정에서 산업과 자본은 필연적으로 개입한다. 두 영역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앞서 언급했듯 제약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현재 상황의 불안과 공포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건 과거의 경험과 실례들이 오늘날의 반응 방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켄트 사례 역시 실제 위험과 그에 대한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켄트 상황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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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켄트로 돌아와 보자. 이번 뇌수막염 사례는 과연 어느 정도의 위험으로 이해해야 할까?
지금까지 확인된 상황을 종합해 보면, 특정 지역과 그 안에서도 주로 대학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타난 집단 발생(cluster)에 가깝다. 보건당국 역시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경고보다는 접촉자 추적과 예방적 항생제 투여 그리고 일부 집단에 대한 예방접종 권고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위기라기보다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집단을 중심으로 관리 가능한 위험에 가깝다. 물론 감염병의 특성상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지만, 그 위험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해서 인식할 필요도 없다.
이번 뇌수막염 사례는 분명히 가볍게 넘길 만한 사건은 아니다. 실제로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보건당국의 대응과 개인의 주의 역시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바로 질병이 발발했을 때 확산되는 우리의 '공포심'이다. 개인의 불안과 공포는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사람들은 정보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실제 현장의 체감보다 보도의 프레임을 통해 전혀 다른 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감염병은 언제나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에 대응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과장된 공포에 휩쓸릴 것인지 아니면 이해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대응할 것인지, 그 선택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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