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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보수정당 공천을 받으면 시체도 당선된다”라는 말이 실제 현실이 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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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링크)

 

20년 전, 2006년 부산 금정구 구의원 선거. 한나라당 박상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유권자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당선됐다. 알고 봤더니 후보 등록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가족이 그 사실을 모른 채 대리 등록했고, 결국 죽은 사람이 당선됐다. 황당한 해프닝이었을까. 당시 부산 정치 지형에서는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면 어차피 당선이니까. 사람은 중요치 않았다.

 

그로부터 무려 20년이 지났다. 2026년 6월 3일, 또다시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과연 우리의 선거제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막대기도 당선, 가로등도 당선

 

한국 정치에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으로 출마하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고,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가로등을 세워놔도 당선된다는 말이다. 헛웃음이 나오지만, 실제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웃음이 사라진다.

 

특정 지역에서는 당선자가 투표소가 아니라 공천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 어느 당 후보인지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선거는 경쟁이 아니라 그냥 확인 절차에 불과하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니 공천비리가 횡행하고, 지방 의원들의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놀랍게도 4년 임기 동안 의정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 지방 의원들도 많다. 언론이나 시민들의 감시도 국회의원보다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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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링크)

 

이들이 버젓이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유권자의 선택이 아니라 정당의 줄에 잘 서면 당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508명, 이 숫자가 말하는 것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수가 의원 정수를 넘지 않거나 후보가 1인일 때,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경쟁자가 없으면 사실상 선거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 제도 아래 역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 수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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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에서 48명으로 급감했다가 이후 다시 늘었고, 제7회에서 89명까지 내려갔던 수치가 제8회에서 508명으로 폭증했다. 2018년 대비 5.7배다. 2022년 지방선거로 선출된 광역, 기초단체장과 지방, 교육의원 총 4,132명 중 12.3%에 달한다. 8명 중 1명꼴로 투표 없이 당선된 셈이다. 교육의원 1명을 제외한 507명 전원이 국민의힘 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 69명, 전남 57명, 경기 54명 순이었다. 호남 139명과 영남 140명을 합치면 전체 무투표 당선자의 54.9%가 이 두 지역에서 나왔다.

 

 

왜 무투표 당선자가 생기는가: 두 가지 구조적 원인

 

무투표 당선은 우연이 아니다. 제도가 설계한 결과다.

 

1. 2인 선거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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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링크)

 

현행 기초의회 선거에서 유권자는 선거구 크기와 관계없이 한 표만 행사한다. 2022년 기준 전국 1,030곳의 기초의원 선거구 중 2인 선거구는 542곳, 전체의 52.6%다. 2인 선거구에서 양대 정당이 각각 후보를 한 명씩 공천하면 1위, 2위를 차지한 두 후보가 나란히 자동으로 무투표 당선된다. 복수 공천을 하면 같은 당 후보끼리 표가 나뉘어 불확실성이 커지므로, 양당은 전략적으로 각각 1명씩만 후보를 낸다. 소수 정당은 당선 가능성이 낮으니, 처음부터 후보를 포기한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지는 증발한다. 2022년 서울시 기초의회 무투표 당선자 109명 중 100명이 바로 이 2인 선거구에서 나왔다.

 

2. 경쟁을 소멸시키는 지역주의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열망했던 지역주의 타파는 여전히 요원하다.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는 구조적으로 당선이 차단돼 있다. 지는 선거에 후보를 내는 정당은 없다. 2022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 구의원 후보를 4년 전 250명에서 220명으로 30명 줄였고, 국민의힘은 반대로 185명에서 229명으로 늘렸다. 강세 지역에서는 공천을 늘리고, 열세 지역에서는 포기하는 전략이다. 그 결과 유권자는 처음부터 선택지가 없는 투표장에 가거나, 아예 투표 자체가 없는 선거구에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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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링크)

 

 

무엇이 문제인가: 세 가지 핵심 쟁점

 

1. 유권자의 선거권이 침해된다

 

투표를 통한 후보자들의 사전 공약 평가와 임기 후 사후 심판이 모두 사라진다. 대표자를 골라줄 권리도, 심판할 권리도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도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은 이렇게 지적했다.

 

“행정편의를 이유로 국민의 선거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무투표당선으로 선출된 단체장의 대표성이 취약해져 지방자치 제도의 본질과 정당성까지 훼손할 위험이 있다.”

 

소수 의견이지만, 이 지적은 정확하다.

 

2. 비례대표 무투표당선은 법적 근거조차 없다

 

지역구 선거와 달리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 선거에 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는 무투표당선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그런데도 관행적으로 무투표당선을 인정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행법은 비례대표 의석 할당 요건으로 정당 최소 득표율 5%를 규정하고 있다. 투표가 없으면 득표율을 계산할 수 없다. 법적 근거도 없고, 기존 법 조항과도 충돌하는 무투표당선이 아무런 제재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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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링크)

 

3. 당선이 확정된 후보는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275조는 무투표당선이 확정되면 해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 유권자는 그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 알 방법이 없다. 경쟁도 없고, 정보도 없다. 선택할 기회도, 알 기회도 모두 박탈된다. 민주주의의 껍데기만 남기고 알맹이를 제거한 셈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구조

 

결론은 하나다. 유권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은 공천 단계에서 이미 소멸된다. 공천권을 쥔 중앙당이 지역 민심보다 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표자는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 정당성을 얻는다. 그런데 유권자가 선택할 기회가 없거나, 있더라도 결과가 이미 정해진 구조라면, 당선자의 대표성은 허울에 불과하다. 그는 지역 주민이 아니라 공천권자에게 책임지는 정치인이 된다. 

 

 

선거구제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해법은 간단한데, 경쟁을 강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하면 정당은 복수 후보를 내야 하고 자연스럽게 경쟁이 생긴다. 무투표당선 예정자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서 유권자가 최소한 후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단독 출마 후보가 있는 선거에서도 유권자가 ‘공백 칸(blank box)’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찬반을 묻는다. 경쟁이 없어도 유권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법은 찾고자 하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이 개혁들은 선거철마다 반짝 거론되다가 흐지부지를 반복한다. 이유는 맥 빠질 만큼 뻔하다. 개혁을 주도해야 할 정당들이 현재의 구조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2인 선거구에서 나눠 먹기로 무투표 당선을 챙기는 정당들이 스스로 그 구조를 허물 이유가 없다.

 

 

6.3 지방선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는가

 

6.3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대구시장 등 주요 광역 단체장들에게 많은 이목이 쏠려 있지만, 우리의 관심 밖에서 이번에도 수백 명의 후보들이 투표 없이 당선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영남의 국민의힘 후보와 호남의 민주당 후보 중 상당수는 이미 스스로 당선됐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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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제도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해 왔다. 지금껏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사법 개혁안, 언론 개혁안, 검찰 개혁안 등에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밀어붙여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 왔다. 이번 기회에 아예 ‘뿌리’를 바꿔볼 꿈을 못 꿀 건 또 무엇인가.

 

유권자의 한 표가 실질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는 경쟁이 있어야 하고, 경쟁이 있으려면 제도가 받쳐줘야 한다. 스포트라이트만 비친 곳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 우리의 선거는 제초제 같은 제도에 죽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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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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