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받은 테헤란에서 치솟는 불길
출처-<SBS>
이스라엘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사람들은 이번 중동 전쟁을 미국의 전쟁으로 본다. 백악관, 항공모함, 유가, 호르무즈 해협, 트럼프의 발언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전쟁의 확대와 중단을 좌우할 힘이 미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쏠린다. 그 선택에 따라 충돌의 규모와 방향이 달라지는 한, 사태는 결국 ‘미국의 결정’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렇게 보면 이 전쟁을 밀어 올린 또 하나의 주체이자 앞으로 전쟁을 더 오래 끌고 갈 가능성이 큰 나라 ‘이스라엘’은 시야에서 밀려난다.
전면에 드러난 것은 미국이지만, 전쟁의 방향과 지속성을 좌우하는 것은 오히려 이스라엘이다. 따라서 이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면에 보이는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 조건을 보아야 한다.
지금 보아야 할 것은 이란만도, 미국만도 아니다. 전쟁의 전면에 드러난 국가가 아니라, 그 전쟁을 가능하게 만든 조건과 구조다. 네타냐후라는 인물도 그 출발점이라기보다, 그런 구조 위에서 가능해진 정치적 결과에 가깝다.
그 조건은 이스라엘 내부에 있다. 지금의 이스라엘은 겉으로는 하나의 국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전혀 다른 논리와 이해관계를 가진 두 흐름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전경
출처-<로이터>
서로 다른 두 개의 사회가 존재하는 나라
지금의 이스라엘은 사실상 두 개의 사회가 함께 존재하는 나라다.
1. 고도로 교육받고 세계 시장과 연결된 세속 (시민)집단

2023년 사법부를 장악하려 하는
네타냐후에게 시위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출처-<로이터>
2. 종교 공동체를 중심으로 비교적 분리된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종교 (시민)집단

이스라엘 초정통파 유대교인들
이들은 같은 국가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자라오며 받는 교육, 병역 의무, 세금, 생활 양식 등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
세금을 부담하고 기술 산업을 이끌며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집단은 세속 집단이다. 다른 한쪽에는 종교 교육과 공동체 규범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병역과 노동, 교육의 경로 자체가 다른 종교적 집단이 존재한다. 두 집단의 차이는 생활 양식의 차이를 넘어, 국가와 사회를 바라보는 틀 자체가 다르다.
문제는 이 두 집단 중 한 집단과 정치 세력이 연합했다는 것이다. 병역 면제와 종교 교육 예산을 지키려는 종교 세력은 출산율이 높다(2014년부터 병역을 가는 경우도 생겼지만, 대체로 흔히 말하는 꿀보직으로 간다). 갈수록 인구가 증가하여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져간다(이스라엘 국회의원은 100% 비례의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착 확대와 더 강경한 영토 질서를 원하는 정치 세력은 이들의 표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정치 집단과 종교 집단은 국가 안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는 만난다.
이렇게 되면, 고도의 교육을 받았으며 소득이 높고,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하는 세속 집단은 소외되게 된다. 시민 사회에서 균형이 깨진 상황은 집권연합의 재료가 되고, 그 연합은 내부의 불균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외부의 긴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지금의 이스라엘에서 상시적 안보 위기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외교 환경이 아니라, 내부의 균열을 뒤로 미루고 연합을 붙들어 두는 정치적 환경이 된다.
네타냐후가 서 있는 토대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두 집단 간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경제가 분리되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떠받치고, 또 국가에 기대는 두 흐름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부문은 전체 노동자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과 세수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수의 인력이 국가 경제와 재정의 핵심을 떠받치고 있다.
반면 유대교 종교 집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남성 고용률과 평균소득은 다른 집단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문다. 인구는 커지지만, 경제적 기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격차는 개인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다. 논리 훈련에 필요한 교육 과목의 배제, 종교 중심 교육, 병역 면제 등은 이 집단을 노동시장과 사회적 통합 경로에서 구조적으로 분리시킨다.
그 결과 한쪽은 국가를 떠받치고, 다른 한쪽은 그 위에 기대는 형태가 굳어진다. 그리고 기대는 집단이 정치적으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의 이스라엘은 하나의 경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사회경제적 흐름이 한 국가 안에 공존하는 상태에 가깝다.
이런 구조에서는 선거가 정책 경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누가 더 경제를 잘 운영하느냐보다, 누가 우리 집단의 이해를 더 강하게 대변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정치의 기준이 성과가 아니라 소속으로 이동하는 순간, 선거는 자연스럽게 집단 결속의 경쟁으로 바뀐다. 그리하여 유대교 종교 집단을 위한 병역 면제, 종교 교육 유지, 정착 정책 확대 같은 요구는 더욱 강력하게 작용된다.
네타냐후 정치는 바로 이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그는 갈라진 사회를 하나로 묶은 것이 아니라, 그 균열 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연합을 만들어냈다. 유대교 초정통파와 종교 민족주의 세력을 결합해 권력을 구성하고, 그들의 요구를 국가 제도와 예산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정치를 끌고 간다. 분열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권력을 지탱하는 조건으로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이 연합은 이제 국가의 제도 자체를 그들을 위해 바꾸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권력을 차지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함께 바꾸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출처-<로이터>
네타냐후 진영은 판사 선출 구조를 손보고, 정부 법률고문과 검찰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했다. 중요한 것은 개별 조치가 아니라 그 방향이다. 권력을 둘러싼 균형이 한쪽으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견제 구조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이스라엘의 문제는 단순한 우파 정치의 강화로 설명되지 않는다. 법과 제도가 권력을 제한하는 장치에서, 권력을 지탱하는 장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제어하던 기능이 약해질수록, 정치의 방향은 더 쉽게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스라엘 정치에 안보 위협이 필요한 이유
권력은 갈라진 사회 위에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집단이 충돌할수록, 그 균열을 그대로 두고는 정치적 안정이 유지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권력은 내부의 차이를 묶어낼 다른 기준을 필요로 하게 된다.
가장 손쉬운 방식은 외부의 위협을 전면화하는 것이다. 내부에서 충돌하던 집단도 바깥에 더 큰 적이 등장하면 쉽게 같은 편으로 묶인다. 갈라진 사회일수록, 외부의 위협은 정치적으로 더 유용한 자원이 된다.

이스라엘이 폭격한 가자지구
출처-<AFP>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의 충돌은 단순한 안보 대응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점령과 군사 작전은 외부 위협에 대한 반응이면서 동시에, 내부의 결속을 유지하는 정치적 장치로 기능한다. 갈라진 사회를 하나로 묶는 가장 빠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이란이라는 더 큰 적을 통해 확장된다. 이란은 단순한 외교적 상대가 아니라,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갈등이 커질수록 전쟁은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내부의 균열은 뒤로 밀려난다.
전쟁은 내부의 균열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갈라진 사회에서는 그것이 결속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 균열 속에서 다른 방향을 주장하던 목소리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견은 충돌이 아니라 배제의 대상으로 바뀌고, 논쟁의 공간은 빠르게 축소된다.
특히 경제를 떠받치는 세속적 고소득 집단은 안정, 협력, 외부와의 연결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안보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순간, 이런 성향은 쉽게 주변으로 밀려난다. 평화와 공존을 말하는 목소리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으로 취급되고, 전쟁은 사회를 묶는 동시에 그 안에서 다른 방향을 제시하던 집단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출처-<한국일보>
이렇게 보면 지금의 군사 충돌은 단순한 외부 대응으로만 볼 수 없다. 내부의 균열을 덮는 데 유용해진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명분을 만들어낸다. 안보, 영토, 에너지 같은 주제가 반복해서 호출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더 넓은 안보 공간으로 관리하려는 뜻을 드러내고, 네타냐후가 중동의 석유와 가스를 이스라엘 지중해 항구로 우회시키는 구상을 언급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충돌은 일시적 대응을 넘어, 더 넓은 공간과 질서를 재편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출처-<AP>
이 과정에서 미국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쟁을 지속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외교적 정당성이 필요하고, 그 정당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증해 주는 존재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미국은 전면의 행위자이고, 이스라엘은 지속의 행위자에 가깝다. 화면을 채우는 것은 미국이지만, 왜 이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가를 설명하는 더 깊은 조건은 이스라엘 내부에 있다.
지금의 이스라엘 문제는 단순한 안보 위기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회는 둘로 갈라져 있고, 정치권력은 그 균열 위에서 결속을 만들어내며, 제도는 그 권력을 제어하는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쟁은 외부 충돌을 넘어 내부를 묶고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종교적, 민족주의적 연합이 정치와 제도를 장악하고, 경제를 떠받치는 세속적 집단의 영향력은 밀려나고 있다. 이 불균형이 전쟁을 지속시키는 동력이다. 이스라엘의 미래는 밀려난 세속적, 자유주의적 힘이 다시 전면으로 올라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열된 사회를 외부의 적으로 묶어내고, 그 긴장 위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확산되고 있는 극우 정치가 어떤 형태로 현실화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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