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보도 : 트럼프는 어떻게 전쟁을 시작했나
트럼프는 중동에서 무슨 거대한 전략을 펼친 것이 아니다. 그는 네타냐후가 내민 과장된 승리 광고를 전쟁 구상으로 받아들였고, 그 단순한 그림에 넘어가 미국의 힘을 가장 어리석은 방식으로 써버렸다.
문제는 그가 일부러 속아준 것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쥔 자리에 있으면서도 너무 쉽게 설득당했다는 데 있다.
제목 :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이란과의 전쟁으로 끌고 갔는가
뉴욕타임스 취재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2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에게 이란 정권의 붕괴 가능성까지 포함한 공격 구상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란의 미사일 역량을 짧은 시간 안에 무너뜨릴 수 있고, 체제 약화와 내부 동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낙관적 그림이 강하게 제시됐다.
말하자면 그것은 복잡한 전쟁 계획이라기보다, 위험은 줄이고 성과는 부풀린 판매 설명서에 가까웠다.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미국 정보당국은 바로 다음 날 내부 회의에서 민중 봉기와 정권교체 가능성을 비현실적으로 봤고, 일부는 사실상 허황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봉쇄 위험, 탄약 고갈, 전쟁의 예측 불가능성 같은 경고도 함께 제기됐지만, 트럼프는 끝내 가장 단순한 그림, 곧 짧고 결정적인 승리라는 상상에서 멀어지지 못했다.
닥쵸! 내가 베네수엘라도 한방에 정리한 사람이야!!
이번 전쟁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트럼프는 이란이라는 복잡한 체제와 걸프의 다층 질서를 오래 계산해야 할 구조 문제로 보기보다, 한 번 세게 치면 정리될 수 있는 거래처럼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 전쟁은 미국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라, 그 힘을 쥔 대통령의 판단이 얼마나 얕을 수 있는지를 먼저 드러낸 사건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이 전쟁이 처음부터 목표와 수단, 그리고 그 뒤에 세워질 질서가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처음부터 정치적 목표는 과장돼 있었고, 군사적으로 실제 달성 가능한 범위는 그보다 훨씬 좁았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그 간극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국 내부에서는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 장기전으로 갈 경우의 탄약 소모, 확전이 불러올 예측 불가능한 연쇄 효과가 제기됐다. 다시 말해 문제는 “이란을 한 번 세게 칠 수 있느냐”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친 뒤에도 해협을 열어둘 수 있는지, 동맹과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지, 장기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였다.
전쟁을 시작하는 능력과 전쟁 뒤 질서를 관리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데, 이번 결정 과정에서는 그 둘이 거의 같은 것으로 취급됐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 전쟁의 비이성성이 드러난다.
힘 쓰는 법을 잃어버린 미국
합리적 전쟁이라면 군사 작전은 정치 목표에 종속돼야 하고, 정치 목표는 다시 전후 질서의 설계와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장 화려한 작전 그림이 가장 빈약한 사후 구상을 덮어버렸다.
지도부 제거는 상상했지만, 그다음의 권력 공백은 계산하지 않았고, 공격의 속도는 따졌지만 그 뒤의 해상 안전과 에너지 질서는 준비하지 못했다. 전쟁의 첫 단추를 끼우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마지막 단추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 아는 것조차 그들의 능력 밖에 있었다.
아~ 몰라~ 머리 아퍼...
출처-<AP>
그래서 이 전쟁은 단순히 위험한 전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어긋난 전쟁이었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했고, 눈앞의 타격과 그 뒤의 통제 사이에 놓인 거리도 제대로 재지 못했다.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힘을 어디까지 쓰고 그다음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사고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비이성적이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미국이 무엇을 파괴할 수 있었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파괴 이후의 질서를 누가 설계하고 누가 승인하며 누가 유지하느냐였다. 폭격은 워싱턴이 결정할 수 있었지만, 해협의 안전, 보험의 안정, 에너지 흐름의 회복, 연안국의 불안을 다루는 일까지 미국이 단독으로 정리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미국 패권의 취약한 지점이 드러난다. 예전 같으면 미국의 군사 개입은 곧바로 질서 재편의 주도권으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공격 능력과 운영 능력, 타격 권한과 규칙 제정 권한, 이 두 가지가 더 이상 같은 손안에 있지 않다. 미국은 여전히 가장 큰 망치를 들고 있지만, 그 망치로 깨진 유리창의 새 규칙까지 혼자 정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가고 있다.
지난 4월 1일 자 기사
바로 이 차이가 이번 전쟁을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중동 질서의 주도권이 분산되는 사건으로 바꿔놓는다. 문제는 무기를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무기를 사용한 뒤에도 남들이 여전히 당신의 규칙을 따라줄 것이냐는 데 있었다.
그러니 이번 전쟁은 미국의 전능함을 보여준 사건이 아니라, 미국식 힘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읽어야 한다.
전후 달라질 것들
이제 시선을 전환해야 한다. 이미 벌어진 일, 수습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판단의 오류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오류가 만들어낸 구조의 변화다.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잃은 것은 전투에서의 우위가 아니라, 전투 이후의 질서를 설계하고 승인받는 권한이다.
전후 안보의 중심축은 점점 걸프협력회의(GCC)로 이동하는 방향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핵심 의제는 단순한 군사 대응을 넘어 방공과 미사일 방어의 통합, 해상 교통의 안전, 에너지와 항만, 디지털 인프라의 보호, 그리고 위기 대응 체계의 정비로 다양해질 것이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
이 변화의 의미는 분명하다. 걸프 연안국들은 더 이상 외부 강대국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 조건을 기준으로 협상의 판을 요구하는 행위자로 바뀌고 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지역은 언제나 그렇듯, 추상적인 전략보다 구체적인 취약성에 더 민감해진다. 공항, 항만, 정유시설, 담수화 설비가 공격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이들은 더 이상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의 거래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중동에서 미국의 위치는 분명 달라진다.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행위자인 것은 맞지만, 그 힘이 곧바로 질서의 설계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해상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확전 위험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지역 국가들의 불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같은 문제에서는 미국이 단독으로 규칙을 정하는 구조가 약해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걸프 질서는 단일 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의 권력이 겹쳐지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GCC(걸프협력회의)는 지역의 중심축으로서 방어와 생존의 기준을 제시하고, 영국과 유럽은 군사력보다는 절차와 규칙, 해상 재보증과 같은 운영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재개를 둘러싼 논의가 다국적 협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 자체가, 질서가 이미 단일 주체의 통제 밖으로 나왔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아시아 수입국의 변수도 결합된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중국과 인도로 향한다. 이 말은 곧 이 해협의 안정이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수요 구조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개입할 것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질서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유엔과 국제 규범의 장에서 미국 주도의 구조를 견제하는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질서를 만드는 힘과, 그 질서를 승인하거나 막는 힘이 분리되면서, 중동의 안보는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란 역시 빠질 수 없는 변수다. 이 국가는 제거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것을 오히려 이 전쟁이 증명했다. 해협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상, 완전한 배제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 서구의 고민은 이란을 어떻게 억제하느냐보다, 어떤 규칙 속에 묶어둘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동한다.
이 모든 변화는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다. 전후 걸프는 더 이상 하나의 강대국이 설계하고 나머지가 따르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 국가가 중심을 잡고, 외부 강대국과 수입국, 그리고 잠재적 위협 행위자가 동시에 얽히는 다층 구조가 된다.
이번 전쟁은 그 전환을 앞당긴 사건이었다.
출처-<로이터>
이스라엘의 위치도 이 틀 안에서 다시 보게 된다. 군사적으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공간이 넓어지기보다 오히려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걸프 국가들과의 협력은 더 깊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비공식적 협력의 형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레바논 전선이 계속되는 한, 지역 정치의 표면에서는 제약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이 놓인 위치도 분명해진다. 중동은 더 이상 단순히 동맹을 따라가는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와 항행, 공급망 안정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해관계의 장이다. 미국의 개입 요구에도 응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이번 전쟁이 남긴 결과다. 호르무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 해협의 불안정이 곧 국내 경제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군사 개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항행 안전 외교, 에너지 수급 다변화, 방공과 대드론, 정보·지휘 체계, 전후 복구와 물류, 사이버 회복력을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번 전쟁이 보여준 것은 무기의 숫자보다, 그 무기가 어떤 질서와 연결망 속에서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점에서 한국의 방산 전략도 더 공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비 몇 개를 따로 파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걸프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카탈로그가 아니라, 도시와 공항, 정유시설과 항만을 실제로 지켜줄 수 있는 체계다. 한국은 방공, 대드론, 지휘통제, 정비, 훈련, 후속 군수 지원을 묶은 패키지형 수출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단발성 판매가 아니라 장기적 안보 관계가 된다.
핵심은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들어가는 것이다. 한국은 스스로를 조심스러운 공급자로만 둘 것이 아니라, 방어적 체계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지역의 회복력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무기를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불안정한 지역의 방어 문법을 더 실용적으로 짜주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11월 UAE 국빈 방문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바뀌는 질서 속 한국의 미래
정리해 보자.
즉, 이번 전쟁이 남긴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이 약해졌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가 아니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질서를 혼자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을 국제사회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유럽이 시작한 2차 세계대전을 미국이 책임을 졌고, 그 과정에서 세계 경영의 패권이 넘어갔듯, 이제는 세계의 패권이 미국 단일에서 다극 혹은 무극 체계로 넘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면,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거 아닌가?”
그렇진 않다.
과거보다 약해졌다고 하나 미국은 아직 힘이 있고, 세계 주요국들이 독재 정치 체제인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는 것을 인정하기도 힘들다.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는 것은 자국을 포함 타국의 인정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세계 패권 국가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의 걸프는 어느 한 강대국의 바다가 아니라, GCC(걸프협력회의)가 중심을 잡고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러시아, 이란이 항로와 규칙, 비용과 위험을 둘러싸고 서로 밀고 당기는 다층 질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그 틈에서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도 생긴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한국의 역량에 달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미국 뒤에 서서 입장을 따라 읽는 게 아니라, 새로 짜이는 질서에서 실제로 쓸모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항행 안전 외교, 에너지 공급 다변화, 방공과 대드론, 지휘통제, 정비와 훈련, 전후 복구와 사이버 회복력까지 묶어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면, 한국은 단순한 동맹 보조자가 아니라 걸프의 불안을 관리하는 실용적 행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트럼프의 책임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미국의 힘을 과시했지만, 머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발 쉬운 승리 광고에 넘어간 미국 대통령이 한 일은, 이란만 때린 것이 아니라 미국이 중동에서 쥐고 있던 질서 설계권까지 함께 찢어버렸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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