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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람에 따라 수납공간이 모자라서, 거실에 있던 미끄럼틀을 치우고 그 자리에 가구를 놓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저런 가구 브랜드를 고려하다가 이케아로 결정했습니다. 거실에 만들어질 수납공간을 이후에 아이방 꾸밀 때 재활용 하기에는 국내 브랜드보다는 이케아가 날 것 같았습니다. 이케아 제품은 전체 레이아웃이 오랫동안 유지된다고 하더군요. 사용하는 페인트나 접착제들이 유럽기준을 따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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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제품의 구매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집니다.


1) 제품 보기: 이케아 매장 2층에 마련된 상설 전시장에서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보고 고르기


2) 제품 구매 리스트 만들기: 상설 전시장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한 제품을 적거나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직원들에게 가져가면 해당 제품을 조립할 수 있는 부품들의 리스트를 출력해 줍니다.


3) 부품 구입: 지하 1층에 가면 코스트코 같이 엄청 넓은 공간에 부품들이 있습니다. 카트를 끌고 다니며 2번에서 작성한 부품 리스트를 확인하면서 적재(나무로 된 부품들이 무척 무겁기 때문에 적재란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아시게 될 겁니다)합니다.


4) 결제


5) 운송: 운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운송비가 들기 때문에 가격에 있어서 메리트가 많이 사라집니다. 따라서 운송수단을 가지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처럼 192cm짜리 커다란 가구를 구매할 경우엔 더더욱 그렇겠죠.


6) 옮기기: 가지고 온 부품들은 낑낑 거리며 집안으로 옮기셔야 합니다. 아시죠? 대부분 가정집에는 매장에서 이용하는 접이식 카트(일명 구르마)가 없다는 거. 무척 힘듭니다.


7) 조립: 신나는 조립시간. 의외로 재미가 있더군요.


그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제품 보기


집에서 이케아 매장이 꽤 멀지만 나들이 간다고 생각하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이케아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근처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들어가 차를 세우는 데만 족히 1시간은 걸린 것 같습니다.


2층의 상설매장으로 갔습니다. 조립된 이케아 제품들을 여러 가지 테마나 제품별로 전시를 해놓았는데, 정말 정성들였더군요. 국내 백화점이나 가구점들이 형식적으로 제품을 진열해놓았다면, 이케아의 방이나 거실 데모들은 그대로 생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었습니다. 백화점에서 마네킹 벗기듯이(?) 그대로 사서 집에 두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오늘은 ‘벤치를 겸한 수납장’과 ‘높은 키 책꽂이’들을 위주로 살펴보았습니다. 적당한 제품 두 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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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구매하는 벤치 겸 수납장입니다. 50cm 정도의 높이에 바퀴 달린 수납장을 빼면 아이가 얼마만큼 자랄 때까지는 책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위에 쿠션 같은 걸 깔아 놓으면 벤치로도 사용가능한 모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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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하려는 모델은 이렇게 전체 사진이랑 라벨 사진을 같이 찍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192cm 짜리 키높이 책꽂이입니다. 마눌님이 아래쪽 서랍 앞판이 흰색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흰색 서랍 앞판도 있다더군요. 다만 주말이라 흰색 재고가 5개 밖에 없고, 계속 빠져 나가기 때문에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없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벤치 겸 수납장은 현재 재고가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더군요. 이런.



2. 제품 구매 리스트 만들기


직원에게 가서 ‘구매리스트’를 부탁 했습니다. 제가 내민 제품들을 보면서 해당 제품을 조립할 수 있는 부품과 가격을 프린트해 주시더군요. 재고가 없던 벤치 겸 수납장은 언제 다시 들어오느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리스트를 가지고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3. 부품 구입


카트를 밀며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흰색 서랍 앞판이 다 팔려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다행히 재고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필요한 6개 보다 많은 7개가 있었죠. 그런데 서랍장 칸막이가 없더군요. 이건 시나리오에 없던 일인데. 지나가던 직원을 붙잡고 물어봐도 “언제 다시 들어오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2주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군요. 없을 수 있다던 흰색 앞판은 있는데 당연히 있어야 하는 책꽂이 밑판이 없다니.


마눌님과 잠시 고민 후, ‘다시 들어오는 게 오래 걸릴 리가 없다. 매장 오픈한지가 얼마 안돼서 저 친구들도 잘 모르는 걸 거다. 그냥 있는 것만 사가고 내일 다시 오자’는 단순무식하면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영수증이 있고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라면 3개월 안에는 환불이 가능하기도 했구요.



4. 결제


카트를 끌고 결제를 하러 갑니다. 있는 부품만 쌓아 놔도 엄청 무겁고 양도 많더군요. 특히 192cm짜리 판때기는 크고 무거웠습니다. 이걸 바코드 스캐너로 어떻게 찍는 걸까? 신묘한 방법이 있나 궁금했는데, 신묘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직원 분도 낑낑거리며 바코드를 찾으시더군요. 첨부터 바코드 찍기 편하게 쌓아 올려야, 사는 사람도 편하고 찍는 사람도 편한 구조였습니다. 게다가 몇 개를 찍었는지 본인도 헷갈려 하시더군요. 꼼꼼하게 계산서를 비교해야 할 것 같습니다.



5. 운송


제 차는 ‘올란도’입니다. 일단 오늘의 다크호스인 192cm짜리 책꽂이 부품을 넣기 위해 1열과 2열을 모두 눕혀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나머지도 차곡차곡 실었고요. 승용차로는 불가능해 보이고 SUV나 1톤 트럭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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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는 짐을 내리지 않은 채로 이케아 어플리케이션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구매한 제품들과 구매하지 못한 부품들을 구매리스트에 넣었습니다. 역시 '재고 없음'이 뜨더군요. 음, 부품들을 언제까지 차에 실고 다녀야 하나 걱정스럽더군요. 곧 다시 들어오겠지 생각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어플리케이션을 켜니 모두 ‘재고 있음’ 표시가 떴습니다. 수납장부터 책장 칸막이까지 모두 재고가 있다고 하여, 다시 광명까지 달려 구매했습니다.



6.옮기기


이제 이 무거운 나무 부품들을 아파트 12층인 우리 집까지 옮겨야 하는 일이 남았군요. 우리 집에선 이젠 아이가 타지 않는 유모차를 카트로 사용합니다. 유모차로 정확히 6번 왕복한 끝에 부품을 다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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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많죠?



7.조립


일단 우리 집에는 전동드라이버 따위가 없습니다. 뭐 있겠어? 하고 허접한 드라이버로 조립을 시작했습니다만, 이런 허접한 드라이버로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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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식 드라이버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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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하나하나 열어 부품을 꺼내고(낑낑) 조립설명서를 확인한 후 조립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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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부품이 없습니다. 설계도에 따르면 나무로 된 조그만 부품이 20개 있어야 하는데, 똑같이 산 벤치 두 개 중 하나에 부품이 빠져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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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들이 있어야 했는데 없었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품이 없다고 하자, “부품 누락은 잘 없는 일인데 죄송합니다. 구매하신 영수증을 카메라로 찍어서 고객센터 번호에 문자로 보내 주시면 처리해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얼마 정도 걸리느냐 묻자 직접 오시면 바로 처리해 드리고(광명까지 다시?) 택배로 처리하면 3일에서 5일이 걸린다더군요. 그래서 택배로 처리해 달라고 하고는 하나를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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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목심을 박아서 상자 아래쪽에 바퀴를 붙이게 되어 있는 부품입니다만, 목심을 끼웠더니 잘 익은 수박이 잘라지듯, 잘 익은 천도복숭아가 쪼개지듯 쪼개져 버렸습니다. 이미 시간은 저녁 10시가 넘어 조립을 중단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고, “부서진 부품 사진을 보내 주시면 어제 부품과 함께 처리해서 보내 주겠다.”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바로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월요일에 처리를 시작했는데, 물건은 금요일 날 왔습니다. 3~5일 걸린다더니 5일이 걸리나 봅니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저녁 시간에 틈틈이 조립했습니다. 나사가 하나 와서 절대 여분이 없더군요. 조립할 때 부품을 잘 모아놓고 조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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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모델 조립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직접 사용할 가구라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목수 같다는 착각까지 들더군요. 오랜만에 하는 육체노동이 재미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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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로만 조립하기엔 손이 너무 아프고 팔목에 무리가 가더군요. 그래서 부품을 기다리면서 전동 드라이버를 하나 질렀습니다.


요고 요고 이케아 조립을 위해 태어난 놈 같더군요. 동네 형님께 빌려온 건 너무 커서 구석에 있는 나사를 조일 때 어려움이 있었는데, 요놈은 구석구석 문제없이 조여 줍니다. 힘도 충분 하구요. 이케아 가구 조립하실 분들은 저처럼 무모하게 드라이버로 덤비지 마시고 처음부터 전동드라이버로 하세요(1주일째 팔이 아파 고생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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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드디어 빠졌던 부품과 망가진 부품이 도착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뚝딱뚝딱 조립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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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아이 수납공간 완성. 따란.


꽤 넓은 수납공간이 생겨서 여기 저기 쌓아 놨던 아이의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가구를 그냥 샀으면 좀 더 간단하게 꾸밀 수 있었겠지만, 이케아 제품을 조립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조립 그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아이가 조립하는 걸 보면서 뿌듯해 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케아의 서랍은 조립도 간편했지만, 끝까지 빠지지 않는다든지, 닫을 때 살짝 걸렸다가 약간 힘줘서 밀어야 들어간다든지, 수납벤치 바퀴도 꽤 부드럽게 굴러간다든지 기본기도 탄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케아 가구에서 냄새가 거의 안 나더군요. 이전에 아이가 태어날 때 구매한 6단 서랍장은 친환경 페인트로 만들었다고 해서 40만원 가까이 주고 구매했었는데 2주 정도 지나니 심하게 냄새가 났습니다. 맨날 거실 문을 열어두고 있었죠. 그에 반해 이케아 가구들은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아 조립하는 날 밤에만 거실 문을 열어둘 정도였습니다.


가격은


키높이 책꽂이: 190,000 * 2
벤치 겸 수납장: 99,000 * 2


총 57만 8천 원 들었네요.


운반이나 조립 같이 성가신 부분을 참을 수 있다면 재미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3줄 요약하고 마치겠습니다.


① 일찍 안가면 부품이 모자랄 수 있음. 직원들도 부품 수급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음
② 조립할 때는 전동드라이버 필수. 부품이 모자라다면 고객센터로 문의
③ 냄새가 적고 가격이 합리적임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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