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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의 소비대모험부터 나를 지켜본 딴지 독자들은 알 것이다. 내가 얼마나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고, 그 대가로 캄보디아 지옥까지 다녀왔으며, 나의 영원한 돈까스 메이트이자 법률 노예인 박기태 변호사에게 매번 등짝을 맞아가며 생존해 왔는지를.

 

그런데 말이다. 나 같은 평범하고 순진한 놈만 사기를 당하는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펜대만 굴려도 평생 먹고살 줄 알았던 의사, 약사 선생님들 200여 명이 단체로 영혼까지 털리고 심지어 범죄자 낙인까지 찍힐 위기에 처했다.

 

며칠 전, 평소 내 글을 애독하던 오랜 친구 김 원장에게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불가사리야... 나 개원하려고 컨설팅받았는데... 갑자기 1,300억 대 불법 대출 사기 피의자가 됐어. 나 의사 면허 취소된대. 어떡하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나는 마시던 맥주를 뿜고 곧장 김 원장의 멱살을 이끌고 박기태 변호사의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듣게 된 진실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소굴만큼이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의 거대한 환장 파티였다.

 

 

1. 완벽하게 위장된 덫: 그들은 너무나도 합법적으로 보였다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우리는 김 원장이 도대체 어떻게 이 엄청난 사기극에 휘말리게 되었는지부터 복기해 보았다. 의사나 약사가 병원과 약국을 개원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당연히 대출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

 

"야, 김 원장. 너 같이 똑똑한 놈이 대체 왜 길거리 찌라시 같은 걸 보고 대출을 받았어?"

 

내 핀잔에 김 원장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길거리 찌라시라니! 나한테 그 업체 소개해 준 거, 저기 강남에 번듯하게 개원해서 대박 친 내 의대 동기야. 자기도 거기서 다 알아서 해줘서 너무 편하게 개원했다고, 나한테 강력 추천을 하더라고."

 

그랬다. 이 브로커 업체들은 뒷골목의 수상한 대부업체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이름부터 ‘닥터~’, ‘~메디컬 파트너스’처럼 전문적이고 세련된 간판을 달고 있었다. 법인 등기부등본을 떼봐도 멀쩡했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있다고 화려하게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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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NEWS, 링크)

 

결정적으로 김 원장이 이들을 완전히 신뢰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제1금융권 시중 은행과 대형 보험사가 주최하는 공식적인 개원 세미나 자리가 있었는데, 이 브로커 업체의 대표가 버젓이 강단에 올라가 개원 자금 마련 노하우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형 호텔 연회장에 대형 은행의 현수막이 걸려 있고, 그 아래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의심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단순히 대출만 알선하는 게 아니었다. 개원에 딱 맞는 좋은 목의 부동산을 알아봐 주고, 건물 1층에 들어올 약국 약사까지 다이렉트로 연결해 주며 임대차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조율해 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프리미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 진료실 안에서 고도의 의학 지식만 파고들었지 냉혹한 사회의 이면을 몰랐던 의사들에게, 이들은 천사 같은 조력자로 보였을 것이다.

 

 

2. 잔고 부풀리기와 700퍼센트의 살인적 고리대금

 

모든 신뢰가 쌓인 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신용보증기금의 예비 창업 보증 제도를 이용해 큰 돈을 대출받으려면, 의사 본인에게도 5억 원에서 6억 원 이상의 자기 자본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돈이 부족해 고민하는 김 원장에게 브로커는 아주 자연스럽게 제안을 건넸다.

 

"원장님, 개원 초기 자금 모자라신 거 다 압니다. 걱정 마세요. 저희가 6억 원을 원장님 통장에 잠시 넣어드릴 테니, 그걸로 통장 잔고 증명서만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보증서 나오고 대출 실행되면 저희 돈은 바로 돌려주시고, 컨설팅 수수료만 조금 챙겨주시면 끝입니다. 대한민국 의료계 선배들 다 이렇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개원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사건의 핵심인 찍기 수법이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달콤한 말,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완벽한 전문성에 김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을 때, 박기태 변호사가 비만인 특유의 씩씩거리는 코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수수료를 얼마를 내셨다고요?”

 

브로커들은 의사 통장에 6억 원을 빌려주고, 잔고 증명이 끝난 단 하루 만에 돈을 회수해 갔다. 그리고 그 하루 빌려준 대가로 컨설팅 비용 혹은 이자 명목으로 1,000만 원 이상의 돈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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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타임즈, 링크)

 

이게 무슨 뜻인지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6억 원을 하루 빌려주고 1,000만 원을 받았다면, 하루 이율만 무려 약 1.6퍼센트에서 2퍼센트에 달한다. 이를 연 이자로 환산하면 무려 700퍼센트가 훌쩍 넘어가는 살인적인 수치다.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퍼센트인 대한민국에서, 이 행위 자체만으로도 이자제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것이 연 700퍼센트의 불법 사채 이자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개원을 도와준 것에 대한 정당한 컨설팅 수수료라고 믿고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수십 년 수능 1등급만 맞고 공부만 한 엘리트들이, 금융 사기꾼들의 교묘한 숫자 장난에 완벽하게 놀아난 것이다.

 

 

3. 대체 누구를 속였길래 사기인가: 진짜 피해자는 신용보증기금

 

여기서 평범한 딴지 독자라면, 혹은 이 글을 읽는 일부 의사분들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나 역시 박 변호사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잠깐만. 자기 통장에 돈 잠깐 넣었다 빼고, 그 대가로 컨설팅 수수료 낸 게 왜 1,300억 대 사기 범죄가 되는 거야? 어쨌든 은행 대출받은 거 이자만 꼬박꼬박 잘 내면 아무도 피해 본 사람 없는 거 아니야?"

 

내 무식한 질문에 박기태 변호사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불가사리님, 캄보디아 다녀오시더니 뇌까지 순수해지셨습니까. 사기죄의 핵심은 누군가를 속여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느냐입니다. 여기서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진짜 피해자, 호구가 누구겠습니까?"

 

그렇다. 이 거대한 사기극의 진짜 피해자는 대출을 해준 은행이 아니라, 바로 신용보증기금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예비 창업 보증은 말 그대로 자기 자본이 탄탄하게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 국가가 그 자본력을 믿고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주어 돈을 더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그런데 브로커와 의사는 실제 자기 자본이 0원인데도 불구하고, 하루짜리 유령 돈 6억 원을 통장에 꽂아 넣어 마치 건실한 현금 부자인 것처럼 껍데기를 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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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짜 통장 잔고 증명서에 속아 넘어간 신용보증기금은 의사에게 10억 원짜리 보증서를 발급해 주었다. 만약 이 의사가 병원 경영에 실패하거나, 혹은 이번 사건처럼 브로커에게 대출금을 통째로 뜯겨 파산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보증서를 써준 신용보증기금이, 즉 우리가 피땀 흘려 낸 국민의 세금과 공적 자금으로 은행에 그 수억 원의 빚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한다.

 

결국 찍기 수법이란, 국가 공공기관을 상대로 기망 행위를 벌여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막대한 보증서를 편취한 명백하고도 중대한 사기 범죄인 것이다. 의사들은 단순한 편법인 줄 알았겠지만, 법적으로는 국가 기관의 눈을 가리고 국고에 엄청난 리스크를 떠넘긴 사기극의 주연 배우가 된 것이다.

 

 

4. 60조 이자 잔치를 벌이는 은행들, 당신들은 무죄인가

 

이야기를 듣던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니, 잠깐만. 사기꾼 놈들도 쳐죽일 놈들이지만, 이 사태를 방관하고 심지어 판을 깔아준 은행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었던 거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의 본질적인 역할은 명확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나 잠재력 있는 예비 창업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사업 모델을 꼼꼼히 분석하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의 혈맥이 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은행들은 어떠한가. 의사의 실제 실력이 어떤지, 병원이 들어설 상권의 사업성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저 대출 신청자가 오면 기계적으로 내뱉을 뿐이다.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서 받아오세요. 아니면 확실한 부동산 담보 가져오시고요."

 

국가 기관이 보증을 서주거나 확실한 담보가 있으니, 은행 입장에서는 원금을 떼일 리스크가 0퍼센트다. 아무런 위험 부담도 지지 않고, 아무런 분석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서류만 보고 도장을 찍어준다. 문제가 생겨 대출금을 회수 못 하면? 국가가 대신 갚아준다. 그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벌어들이는 은행권의 이자 순이익이 1년에 자그마치 60조 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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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링크)

 

은행이 마땅히 해야 할 검증과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모두 국가 보증 기관과 개인 대출자에게 떠넘기는 수동적이고 무사안일한 태도. 바로 이 기형적인 금융 생태계가 브로커들이 활개 칠 수 있는 거대한 사기판을 만들어준 것이다. 심지어 은행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브로커가 강연을 하게 방치했으니, 은행 역시 이 비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건 의사 몇 명 감옥 보낸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금융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수술이 시급하다.

 

 

5. 피의자가 된 피해자, 그리고 10억 원의 무게

 

결국 꼬리가 밟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연루 의료인만 215명, 불법 대출 규모는 무려 1,300억 원대에 달한다.

 

이 거대한 숫자를 215명으로 나누어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는다. 의사 한 사람당 얽혀있는 범죄 혐의 금액이 최소 6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수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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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링크)

 

이 금액이 왜 무서운지 아는가. 대출 사기 금액이 5억 원을 초과하는 순간, 일반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이른바 특경법이 적용된다.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처벌 수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것이다.

 

더 환장할 노릇은 브로커들의 뒤통수 치기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브로커들은 의사들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 지금 대출 심사에 문제가 생겨서 실사가 나올 것 같습니다. 정상 거래로 위장해야 하니까, 일단 대출금 수억 원을 저희 계좌로 다 보내주시면 깔끔하게 조치하고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덜컥 겁이 난 의사들은 그 말을 믿고 수억 원의 대출금을 고스란히 브로커 계좌로 쏴주었다. 그리고 브로커들은 그 돈을 꿀꺽 삼키고 그대로 잠적해 버렸다.

 

막대한 재산을 사기당한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서류상으로는 수사기관을 속여 국가 보증금을 타낸 6억 원대, 10억 원대 특경법상 사기 피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은 범죄자가 된 것이다.

 

 

6. 최악의 선택: 브로커가 내민 썩은 동아줄을 잡아선 안 된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김 원장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래도 며칠 전에 컨설팅 업체 대표가 다른 번호로 연락이 오긴 했어. 자기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경찰 조사받을 때 자기들이랑 계속 거래하던 빵빵한 대형 로펌 변호사 소개해 준다고, 수임료도 자기들이 다 내주겠대..."

 

그 순간,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박기태 변호사가 들고 있던 펜을 집어 던지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원장님, 제정신입니까?! 호랑이 아가리에 제 발로 머리를 들이밀 작정이에요?!"

 

나는 깜짝 놀라 박 변호사를 쳐다봤다.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브로커가 돈을 내서 섭외해 준 변호사는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겠습니까? 원장님을 위해서? 천만에요.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입금하는 사람, 즉 브로커 집단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로커 측이 붙여준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 동석해 의사들에게 교묘하게 진술을 유도할 것이다.

 

"원장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대답하세요. 잔고 증명 도와준 거 알고 있었고, 정당한 컨설팅 비용으로 돈 지급한 거라고 진술하시면 집행유예로 다 잘 끝납니다."

 

만약 이 말대로 진술이 맞춰지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의사는 브로커의 불법 행위를 명확히 인지하고도 동참한 완벽한 공범으로 법적 도장을 찍게 되는 것이다. 브로커 몸통 조직이 자신의 형량을 줄이고 재산을 빼돌려 살아남기 위해, 의사들을 꼬리로 만들어 잘라버리는 완벽한 희생양 구도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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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사건의 원흉인 브로커가 소개해 주는 변호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신의 의사 면허와 인생을 통째로 사기꾼의 아궁이에 던져 넣는 셀프 사형 선고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사건의 원흉인 브로커가 소개해 주는 변호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신의 의사 면허와 인생을 통째로 사기꾼의 아궁이에 던져 넣는 셀프 사형 선고다(너무 중요한 것이라 두 번 썼다).

 

 

7. 의사 면허를 둘러싼 사투, 그리고 2023년 11월 20일의 비밀

 

이제 현실적인 공포를 마주할 시간이다. 바로 의사 면허다.

 

2023년에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사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예전에는 의료 관련 범죄를 저질렀을 때만 면허에 문제가 생겼지만, 이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하고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그 즉시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집행유예를 받아도 면허는 날아간다. 브로커 변호사 말 듣고 집행유예 받으면 다행이라고 안심하다가는 평생 의사 가운을 벗어야 한다는 소리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법리적 갈림길이 하나 있다. 박 변호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설명해 주었다.

 

"원장님, 대출 실행된 날짜가 언제입니까?"

 

"어... 작년 여름쯤이니까, 2023년 8월이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개정된 의료법의 시행일이 2023년 11월 20일입니다. 법은 소급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발생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설령 이번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오더라도 개정법에 따른 자동 면허 취소는 면할 수 있습니다."

 

김 원장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박 변호사가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지금 이 사건은 1,300억 원대라는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고 있죠. 법원 판결로 면허가 자동으로 안 날아간다고 해도, 보건복지부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의사 품위 손상이나 비도덕적 진료 행위 등을 이유로 강력한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몇 달, 아니 몇 년짜리 면허 정지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절대 안일하게 대응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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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링크)

 

 

8. 냉정하게 묻겠다. 의사들은 정말 100퍼센트 결백한가?

 

여기까지 취재를 마치고, 나는 평생의 친구 김 원장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을 수많은 엘리트 의료인들에게 불가사리로서 뼈아픈 직언을 하나 던지고자 한다.

 

당신들은 분명 브로커에게 돈을 뜯긴 사기 피해자가 맞다. 하지만, 정말 100퍼센트 결백한, 아무것도 모르는 순백의 양인가?

 

수능 1등급을 놓쳐본 적 없고, 남들보다 수백 배는 똑똑한 당신들이다. 하루에 6억 원을 통장에 꽂아주고 1,000만 원을 떼가는 구조를 보면서, 마음속 한구석에서 이게 과연 정상적인 금융 거래일까? 라는 의심이 단 1초도 들지 않았는가?

 

솔직해지자. 알면서도 눈을 감은 것 아닌가. 남들도 다 하니까, 이래야 대출이 잘 나오니까, 개원이라는 목표가 눈앞에 아른거리니까, 그 달콤한 편법의 유혹에 스스로 타협한 것 아닌가. 나는 캄보디아에서 빚에 쫓겨 죽을 고비를 넘길 때, 내가 무지해서 당한 것도 있지만 일확천금을 노렸던 내 안의 탐욕이 나를 지옥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의사 선생님들도 이제는 본인들의 안일함과 타협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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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링크)

 

 

9. 살아남고 싶다면 숨지 말고 선빵을 날려라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이 글을 읽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의료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경찰에서 연락 안 왔으니까 괜찮겠지."

 

"수서경찰서에서 수사하는 그 브로커랑은 다른 업체니까 무사히 넘어가겠지."

 

착각하지 마시라. 이런 찍기 수법을 이용한 불법 대출은 이번에 걸린 그 업체 한 곳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개원 컨설팅 업체’들이 존재한다. 이미 경찰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업체들은 비슷한 유형의 대출 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당신이 적발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경찰이 증거를 다 수집하고 당신의 병원 문을 두드릴 때까지 기다리면 그때는 늦는다. 살아남고 싶다면, 당신의 면허를 지키고 싶다면 숨지 말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

 

경찰의 연락을 받기 전에, 독립적이고 실력 있는 변호사를 찾아가 모든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라. 그리고 수사기관에 먼저 자수하고, 당신을 속인 브로커를 사기 및 이자제한법 위반 등으로 고소하는 등 선제적인 법적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자신이 불법성을 깊이 인지하지 못한 채 속았다는 것, 범행을 주도할 고의가 없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것만이, 선처를 받고 최악의 파국을 막을 유일한 길이다.

 

나 불가사리가 인생의 밑바닥에서 배운 진리가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 쉽게 가는 길 끝에는 반드시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돌이킬 순 없지만, 내일의 재앙은 지금 당신의 선택으로 막을 수 있다. 당장 움직여라. 그것만이 평생을 바쳐 얻은 당신의 이름표를 지키는 길이다.

 

 

혹시 비슷한 문제를 겪은 의사, 약사 등이 있다면 제보를 환영한다.

마성의 불가사리 starfish.big.adventure@gmail.com

또는 박기태 변호사 keith@hjla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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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꾸물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마성의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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