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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이목이 이란에 쏠려 있을 동안, 전세계 금융인들의 관심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쏠려 있었다. 이게 어디서 터져나온 놈이고 이게 왜 문제라는 건지. 현직에 입장에서 한번 딥하게 풀어내 보겠다.

 

 

공모와 사모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 모여서 거래를 하는 곳. 이를 자본시장이라고 한다.

 

자본시장은 누굴 대상으로 돈을 조달하느냐에 따라서 공모와 사모를 나뉜다. 공모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사모는 소수의 기관 혹은 고액자산가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참고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공모시장에도 투자를 한다. ‘우리 같은 일반인은 주식을 하지만, 큰손들은 사모펀드에 돈을 넣는다’는 반만 맞는 얘기다. 큰손들은 사모펀드에도 투자하지만, 삼성전자 주식도 나보다 많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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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Yahoo Finance (링크)

 

그래서 규모면에서는, 큰손과 일반인 모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공모시장의 규모가 사모시장보다 크다.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식시장, 그리고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채권시장. 둘 다 공모 시장이다. 전통적인 자산운용사(BlackRock, Vanguard, Fidelity)들은 이 공모시장에서 ETF나 뮤추얼 펀드(상호펀드; 공개적으로 50인 이상의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유가증권을 구입하여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의 주식을 나누어주는 주식회사형 펀드)들을 팔아서 규모를 키웠다.

 

 

공모,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공모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자금과 참여자가 몰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뛰어나다. 그 대가로, 기업에 관한 정보를 공시해야 (재무제표)하며, 그 외로 상장사가 갖는 여러 규제와 의무를 성실히 따라야 한다. 불특정 다수에는 금융지식에 매우 빠꼼한 기관투자자가 있는 반면, 재무제표는 평생 펴 본적도 없는 일반인도 섞여 있기에 일반인에 맞추어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회사를 설명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바로 사업보고서이다.

 

이렇게 공시정보가 늘어나다 보면, 1차적으로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단순히 재무제표를 작성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회사 내의 전반적인 내부통제를 강화하여 외부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기록하고 제때 공시해야 한다. 또 이렇게 만든 재무제표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도 받아야 한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재무제표 만들고 또 감사 받고. 이 모든 게 상장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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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히트뉴스 (링크)

 

2차적으로는, 상장 기업에 걸맞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영실적을 내야한다. 이게 진짜 어려운 부분이다.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의무와 책임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과거 비상장기업일 때는 오너의 감과 판단만 믿고 전력질주했더라도, 상장사가 된 시점부터는 외부투자자들을 납득시키고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좋게 말하면 시스템적이 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수많은 족쇄를 차게되는 것이다.

 

 

백읍읍 씨를 보면 공모의 무서움을 알 수 있다

 

쫌 지난 얘기지만, 과거 방송을 통해 높은 인기를 얻던 백읍읍씨는 본인 사업에서 발생한 수많은 논란으로 인해 나락에 갔던 적이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본인 회사가 코스피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상장되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일들이 외부로 적나라하게 노출되어버린 것이다. 본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노출된 수많은 식품 위생법관련 논란이라던가,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 (그 중 가장 심각했던 부분은, 오너 본인이 “다른 점주님들은 신났어요”라고 말했던 부분이다) 등은 적어도 상장회사에서는 발생해선 안되는 일들이다. 이 과정에서 그를 믿고 그의 회사에 투자했던 일반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으니, 본인의 대외활동에도 제동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상장사 대표가 경영이 아니라 방송에 더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사모는 어떻게 폭발적으로 성장했나

 

원래 하던 자본시장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과거 사모시장이라는 것은, 아직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을 인수하는 상당히 마이너한 시장이었다. 사모라고 부르니까 뭔가 있어 보이는데, 비상장기업인 딴지일보가 펀드에 인수되면 이것도 사모 거래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2000년대를 기점으로 사모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규모의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금이 사모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기업들의 사이즈 또한 상장회사 급으로 커진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규모를 가지고 공모와 사모시장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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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링크)

 

사모펀드들은 이미 상장되어 있거나, 충분히 상장할 수 있는 기업들까지 인수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소수의 전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사적으로 모집하기 때문에 각종 규제와 공시의무를 피해간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대중의 눈을 피해 아주 과감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인수한 기업에 부채를 이빠이 땡긴다든가, 직원들을 대거 내보내는 거다. 재무쟁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볼 법한 솔루션이지만, 상장기업에서는 불가능한 결정들이다. 언론의 감시를 받기 때문이다. 근데 사모펀드는 이걸 거리낌 없이 해낸다. 그러라고 꾼(전문 투자자)들 한테 펀딩 받은 거니까. 외부로부터 단절된 비상장 기업에서는 큰 일이 벌어져도 밖의 사람들은 알기가 힘들다.

 

이건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인 사례를 꼽은 것일 뿐이고, 최근 10년간 업계 트렌드는 고정적인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는 기업 여러 개를 인수해서 대형 플랫폼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최근 10년간 미국에서는 각종 구독경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부터 쿠팡/아마존 같은 쇼핑 멤버쉽 그리고, Adobe, Salesforce 처럼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엄청나게 커졌다. 최근 출시된 GPT같은 생성형 AI들도 구독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게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구독 경제는 테크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어서, 동네 세차장, 빨래방, 편의점, 피부과에서도 유료 구독형 상품을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구독 경제라는 것은, 구독자가 지불한 값 이상의 만족도를 느낄 때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저렴한 구독료를 미끼로 일단 많은 구독자를 모집한 다음에, 일정 수를 넘어가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순이익이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수년간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다가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이다. 이런 구독경제는 사업초기 무조건 밑지고 장사하기때문에 손실이 많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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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자신문 (링크)

 

그걸 감수하면서도, 구독경제 기업들에게 돈을 쥐어줬던 게 바로 사모펀드들이다. 당장의 손실은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성장을 해서, 나중에 크게 갚으라고 기업들에게 돈을 쥐어줬다. 그리고 사모펀드들이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사모펀드에 돈을 넣은 쩐주들이 이러한 투자의 리스크와 수익구조를 이해하고 동의했기 때문이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상장회사에선 이뤄지기 힘든 경영 결단이 사모펀드에선 이뤄진 것이다.

 

 

사모는 왜 삐끗했나

 

지금까진 상장기업 위주로 돌아가던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가 부상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는 걸 간략하게 살펴봤다. 나는 이 현상이 자본시장의 발달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경쟁자들이 늘어나다 보면,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을 미리 발굴해서 투자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아예 상장되지도 않은 기업을 먼저 인수해서 차익을 남기거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키워나가는 식의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이를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공모펀드는 삼겹살이나 떡볶이를 파는 대중 음식점이다. 누가 먹어도 직관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판다.

 

반면 사모펀드는, 파인다이닝 음식을 파는 고급 식당이었다.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쉽게 먹기 힘든 식자재를 취급했다. 다만, 전체적인 시장 규모 자체는 공모시장이 압도적으로 컸다.

 

전통적인 자산운용사들은, 대중음식으로 성공한 프랜차이즈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동네 식당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낮았을 때는, 모르는 식당에 잘못 들어가는 것보다는 검증된 프랜차이즈에서 사먹는 게 안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가 완전히 대중화된 이후에는, 어딜 가도 맛이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조미료와 양념을 쓰기 시작하면서 맛이 평준화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게 파인다이닝 그러니까 사모펀드들이다. 여길 가면 평소에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더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돈 좀 있다는 연기금과 국부펀드가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 글에서 다루려는 대규모 환매 사태는, 사모펀드가 수익을 늘려 보려고 밀키트를 팔았다가 대량 반품을 받으면서 발생한 사태이다. 맨날 소수의 고객들에게 코스 요리를 팔던 파인다이닝 식당이었는데, 대중 상대로도 장사해 보려고 파인다이닝식 떡볶이, 국밥을 밀키트로 출시했다. 그런데 최근 여러가지 악재가 터지니까, 대량으로 반품이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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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시아경제 (링크)

 

 

지분 사모와 대출 사모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2000년대 이후 사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를 했다.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사모시장도 본격적으로 분화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이쯤에서 용어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 원래 사모는, Private Equity 그러니까 기업의 지분을 인수 합병하는 것을 가리켰다. 그런데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Private Debt(사모대출)과 Private Real Estate(사모 부동산) 등으로 상품을 분화하기 시작했다.

 

고급 호텔에 가면 중식당, 양식당, 일식당이 있듯이, 메이저 사모펀드들도 주식, 대출, 부동산 등으로 나누어 자산을 관리한다. 보통은 세 가지 중 하나로 대박을 낸 사모펀드가 나머지 두 분야를 커버해 줄 다른 사모펀드를 인수하는 식으로 사모펀드들은 성장해 왔다(중식당으로 성공한 호텔이 다른 양식당과 일식당 헤드쉐프님들을 모셔온 격이다). 이 글에서는 지분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와 대출 사모펀드(Private Debt Fund) 라고 용어를 정리하고 이 둘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원래 지분 사모펀드와 대출 사모펀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지분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부채를 발행한다. 예를 들어, 1년에 영업이익을 100억쯤 내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이 회사를 지분 사모펀드가 800억에 인수하면서, 500억은 빚을 내는 게 일반적인 사모펀드들의 거래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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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링크)

 

대출 사모펀드들은 지분 사모펀드들이 인수대금을 마련하는데 특화된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펀드들이다. 앞에서 사모펀드들은 구독경제 기업에 투자하는 걸 선호한단 얘길 했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구독경제 기업은 대출이 잘나오기 때문이다. 들쭉날쭉한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예를 들어 원자재)보다는, 따박따박 구독료를 수금하는 회사가 이자를 제때 잘 낼 확률이 높다. 지분 사모펀드가 구독형 서비스에 기반한 기업(주로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합병 하면, 여기에 대출 사모펀드가 인수자금 대부분을 마련해주는 게 사모펀드 업계의 필승 공식이었다. 사모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지분 사모펀드와 대출 사모펀드 모두 급속하게 성장을 했다.

 

여기서 핵심은, 이 500억의 부채를 짊어지는 주체는 지분 사모펀드가 아니라, 인수합병 당한 회사라는 것이다. 지분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 중에는 과도한 채무로 인해 파산한 사례들(한국에 잘 알려진 사례로는 토이저러스와 홈플러스)이 많은데, 그 채무의 대부분은 원래 기업들이 갖고있던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과정에서 새로 생겨난 채무들이다.

 

지분 사모펀드들은 왜 부채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를 할까. 이들은 마인드 자체가 남다르다. 내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은행이나 대출 사모펀드)으로 투자를 하는 게, 자신들의 원금 리스크를 낮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력을 다해 회사 하나를 인수하는 데 모든 투자금을 몰빵하는 것보다 돈을 최대한 많이 빌려서 여러 회사에 분산 투자 하는 게 지분 사모펀드식 리스크 관리 방법이다. 그러다가 한 두개에서 대박이 터지면, 레버리지로 인해 나머지 모든 투자실패를 커버하고도 남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 글의 주인공은 지분사모펀드가 아니다. 놀랍게도 여태까진 인트로였다. 주인공은, 지분 사모펀드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출 사모펀드들이다.

 

<계속>

 

 

 

편집: 꾸물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씻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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