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아픈 곳도 낫’게 하는 대구
2023년 1월 11일, 김건희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은 김건희를 격하게 환영했다. 김건희는 이명박 덕분에 우리에게 익숙해진 장면들, 어묵을 먹고 떡집에서 가래떡을 사고 복지시설에서 배식 활동을 돕고 등을 연출했다.
그리고 ‘예뻐요’라 환호하는 대구 시민들을 향해 그 ‘돋보이는’ 모습, 손 하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역 재래 언론인 ‘경북매일신문’은 김건희의 대구 행차를 ‘보수 텃밭 대구 방문’이란 제목으로 보도하며 “이번 행사는 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전통시장 장보기를 통해 최근 고물가와 경기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을 격려하고자 마련됐다”는 대통령실의 발언까지 소개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그러나 ‘경북매일신문’이 보도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좀 더 진솔하게 표현한다면 ‘경북매일신문’이 진짜 언론이라면 대통령실의 뻔한 촌평 따위보다 더 중요한, 반드시 보도했어야 할 사실이 있었다.
김건희가 대구를 방문하기 바로 전날, ‘제3자 뇌물 공여죄’ 혐의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한 다음 날, 검찰의 맞춤형 협조(?)하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뭉개고 있던 김건희는 대구를 찾아 ‘손 하트’를 날렸다.
김건희가 대구에 방문한지 석 달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인 4월 1일, 이번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같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출처-<매일경제>
벌써 다섯 번째 방문이었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배상안 발표로 집권과 동시에 바닥을 치던 지지율이 그 바닥마저 뚫고 내려갈 때였다. 그리고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대구는 윤석열에게 ‘아픈 것도 낫’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곳이었다.

국힘의 대구시장 후보, 추경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대구는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이 10년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30년의 세월 간 변함없이 현 ‘국민의힘’ 계열 ‘보수 참칭’ 정치인들에게 지지를 보내줬다. 1987년 직선제 부활부터 계산하면 약 40년이다. 이것이 윤석열이 느꼈던 그 마법과도 같던 힘의 근원이었으리라.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한참 지난 AI시대에, 하루하루 빠르게 바뀌어가는 현재에도 대구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은 변함없이 굳건하다. 누군가는 이런 대구를 가리켜 외부 세계와 단절된 ‘갈라파고스’라 비유하기까지 했다.
‘보수 참칭’ 정치인들에 대한 대구의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지지에 윤석열은 ‘아픈 것도 낫’는다며 설치다가 현재 감옥에 갇혔지만, 퇴출 직전의 몇몇 구태 정치인들에게 대구는 실제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여 그들을 부활시켰다.
일례로 2022년 중앙 정치에서 설 자리를 잃었던 홍준표는 2022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했었고,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 관련해서 결국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재판부의 재판 진행과 판결에 찜찜한 부분이 꽤 남아 있던 상태였다.
67세 홍준표는 78.75%라는 역대급 지지로 대구시장에 당선되며 다시금 정치인으로서 부활했다. 이는 당시 민주당 서재헌 후보가 받은 17.76%라는 지지율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진숙이 그토록 간절히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되고자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이유로 이진숙의 꿈을 가로챈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추경호’이다.

어색한 미소...
추경호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으며, 윤석열 내란 시기에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다. 추경호는 그야말로 윤석열의 측근 중 측근으로 자기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론스타 게이트’, ‘명태균 게이트’, 모두 추경호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부패 스캔들이다. 추경호의 딸은 2017년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에 파견직으로 입사했다가 1년 만인 2018년 5월 무기계약직이 되었다. 추경호의 딸은 입사지원서에 자신의 아버지가 추경호라고 기재했으며, 파견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채용 당시 필기 평가에서 만점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으나, 면접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고 한다.

모두가 그 심각성이 무겁기 그지없는 의혹들이지만 추경호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12월 3일 ‘내란의 밤’,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의원총회 장소로 국회가 아닌 당사 소집 공지를 반복 발송했다.

2025년 11월 3일, 조은석 내란 특검은 추경호의 이같은 행위가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 계엄 해제안 표결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 판단하고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반려되어 추경호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추경호는 끝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되었다. 민주당 계열 인사라면 이 중 단 하나의 의혹만으로도 퇴출되었거나 이미 감옥 속에 있을 터인데, 추경호는 출세 가도를 달렸고 내란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시장 후보까지 되었다.

이유는 하나, 대구의 지지 때문이다. 이러한 추경호의 저력(?)은 곧 그를 3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 준 대구 달성군 유권자들 덕분이니 말이다.
추경호는 이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되어 홍준표가 이루었고 이진숙이 이루려 했던 꿈, 즉 ‘신분 세탁’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 계열 인사들에 대한 대구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용하여 구태 정치인들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 것, 신분 세탁이란 이것이다.
추경호가 대구시장에 당선된다면, 현역 선출직 광역시장으로 어떤 형태든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를 통해 무죄 또는 시장직 유지가 가능한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면 추경호는 ‘신분 세탁의 모범적 사례’로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정치 편향을 가리켜 대구를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현재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가 시장 후보가 되고 또 당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은 단지 ‘텃밭’의 수준이 아니다.
대구는 인질이 되었다.
대구는 ‘국민의힘’ 인질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구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인질로 삼아 이제 내란까지 정치 행위로 세탁하려고 하는 것이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공동 성명을 통해 추경호의 대구시장 출마에 대해 ‘대구 시민을 볼모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 보겠다는 비겁한 인질극’이라고 표현했다(출처 링크).
‘국민의힘’의 ‘텃밭’이 아닌 ‘인질’, 이것이 현재 대구에 대한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_계엄했다고 구속 말이돼!_..인사하던 김부겸 '봉변' [뉴스.zip_MBC뉴스] 0-19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750/615/880/2802766c176feeb36a1308e3b8f57991.png)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 거리를 다니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을 때, 한 시민이 다가와 외쳤다.
“나라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누구 탓인데! 전부 다!”
그 말에 멈칫한 김부겸 후보가 “누구 탓인교?” 물어보니 시민은 이렇게 외쳤다.
“당신네들 탓이잖아!”
그 옆에 있던 다른 시민은 이렇게 외쳤다.
“대통령을 계엄했다고 구속하는 이게 나라입니까! 이게!”
![_계엄했다고 구속 말이돼!_..인사하던 김부겸 '봉변' [뉴스.zip_MBC뉴스] 0-26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750/615/880/057a03211b5c9329cd2b9d1fdb5dba10.png)
국힘과 동기화된 대구의 현재와 미래
대구는 무엇을 얻었을까? ‘국민의힘’과 동기화되어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해 준 대가로 대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인질극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구 시민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대구가 얻은 것이라고는 우울한 현재와 암울한 미래, 오직 이것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965만 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이다. 울산의 경우는 7,623만 원으로 이는 대구의 2.5배에 달한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지 30여 년이 되었다. 통계청의 조사 역시 1993년부터 실시되었다. 이 30년간 대구는 계속 꼴찌였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성장률이다. 경제성장률은 일자리와 소득 수준의 변화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 중 하나이다. 가장 최근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8%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지표들이 현실에서 ‘대구 탈출’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대표적인 광역시이다. 2024년 대구 인구는 236만 9천 명으로 5년 전 2019년보다 6만 1천 명 줄었다. 충청남도 계룡시 인구가 46,000여 명이다. 5년간 대구에서 계룡시 1.5배 정도의 인구가 사라진 것이다.

주요 도시 인구 변화 표
다른 지방 도시와 비교해도
대구의 인구 감소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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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욱 암울하다. 단지 숫자가 준 것이 아니라 인구 구성비가 변화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대구의 노령기 인구는 500,067명으로 이는 전체의 21.18%에 해당한다. 2년 전과 대비하면 무려 59,083명이 증가한 것이다. 반대로 경제활동인구인 15~64세 인구는 같은 기간 42,943명이 감소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 증가에서
대구는 부산 다음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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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동기화된 이상 대구의 운명은 ‘국민의힘’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쪼그라들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쪼그라들 것이다. 용케 정당 해산의 길을 피한다면 ‘지역주의’에 기대어 대구·경북에 기반한 초라한 지역 정당이 될 것이다. 즉 대구와 경북을 지역감정의 인질로 삼아 그 추레한 생명을 연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구 역시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미래 없이 늙어가는 그런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밝힌 모든 지표는 그것이 벌써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기준 대구 인구소멸위험지수는 0.52로, 이미 '소멸주의 단계'에 진입했고, 20대 순유출 인구는 6,300명으로 이것은 특별시와 광역시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이타적 처벌’을 위하여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적인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 찰스 다윈 -
모든 지표가 대구의 몰락을 말하고 있다. 한 세대의 변화가 1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수십 년간 변함없이 ‘국민의힘’ 계열 정치 세력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한 결과이다. 그리고 내란 피의자 추경호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됨으로써 이러한 반민주적 구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란 사실을 알게 해준다. 대구의 몰락은 더욱 확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지지율은 45.9%로 나왔고, 추경호의 지지율은 42.4%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5%로 이는 소위 말해 오차범위 안의 초접전 모양새이다. 이 정도 차이라면 추경호나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것이 자신도 부끄러운 줄 알기에 대답하지 않는 ‘샤이 보수’의 존재와 투표 당일 습관처럼 기표하는 ‘관성 투표’ 등을 고려한다면 김부겸 후보는 패배하고 추경호가 당선될 것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대구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내란을 겪고서도 추경호를 시장으로 당선시킨다면, 대구는 끝내 변화의 물결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의 선택으로.
지역감정이라는 40여 년 전 탄생된 망령에서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대구가 내란피의자 추경호를 다시 한번 선출직 공무원으로 신분 세탁해 준다면, ‘국민의힘’이라는 해산 위기 정당의 생명 연장을 실현해 준다면, 그것은 곧 대구의 몰락이다.
계속 반복되는 진부한 결론이기도 하고 심지어 미안하기까지 한 결론이지만 어쩔 수 없다. 유일한 해결책이다.
대구의 민주시민들과 전국의 민주시민들이 연대해서 추경호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 대구는 인구 200만이 넘는 한국 4위의 광역시이다. 대구 몰락을 지켜보며 조롱하며 냉소를 보내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도파민의 분비를 가져올 수 있겠으나, 그것이 최선의 태도는 아니다. 대구의 변화를 이끌어내어 한국 사회 진보와 발전의 동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더 민주적이고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이타적 처벌(Altruistic Punishment)’
이것이 민주 시민들이 가져야 할 최선의 선택이다. 대구와 전국의 민주시민들이 다시 한번 노력과 헌신이라는 비용을 지불하여 추경호를 낙선시킴으로써 대구의 몰락에 일조한 유권자들과 정치세력을 징벌하는 것, 이를 통해 대구를 살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이것이 민주 시민들의 유일한 선택이다.
‘이타적 처벌’을 이루기 위해 가장 최전선에 선 민주시민들, 무거운 짐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짐을 진 대구의 민주시민들, 진심으로 그들의 건투를 빌며 글을 맺는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인빅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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