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요(35세)
타이어 정비사
경력: 9년
하루 최대 입고: 200대
핵심 정비: 점검·교체 / 공기압 / 밸런스 / 얼라인먼트
근무: 08:30~19:30
데카르트가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토록 숭고한 철학적 명제를 자동차 관점에서 풀자면 이쯤 되지 않을까. 나는 굴러간다. 고로, 존재한다. 그렇듯, 사고(思考)해야 비로소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게 인간이라면, 사고(事故) 나지 않아야, 다시 말해 잘 굴러가야 제값 받는 게 자동차다. 그러니, 승용차 한 대 만들기 위해 2만 5,000개나 하는 부품이 필요하다고 한들 타이어 빼놓고 자동차를 얘기할 순 없는 거다. 그래서 태요 씨는 때때로 맥이 빠진다고 말한다.
“계기판에 엔진오일 교환 경고등만 떠도 난리 나잖아요. 그만큼 엔진이 중요하다는 건 다들 알아요. 근데 타이어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타이어 때문에 사고 나면 열에 아홉이 대형 사고예요. 엔진 고장으로 자동차가 스-윽 멈추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죠. 근데도 타이어 교체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 대뜸 화부터 내시는 손님들이 있어요.”
타이어로 먹고산 세월이 어느덧 9년이다. 타이어 상태만 봐도, 그 차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 모르는 척 넘어갈 수가 없다. 당위다. 고객이 불편한 기색 드러내며 돌아설 때, 태요 씨는 그 뒤통수를 향해서라도 한 마디 붙인다.
“사장님, 여기서 안 갈아도 되니까 싼 데, 아는 데 있으시면 거기서라도 꼭 교체하세요.”

이미지 - Pixabay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태요 씨가 일하는 타이어 정비소에 도착한 시각은 8시 30분. 아직 오픈도 하지 않은 정비소 앞마당에 일찌감치 서두른 차들이 줄줄이다. 덜덜덜덜. 공회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왜, 날궂이한다고 표현하잖아요. 타이어 정비사라는 직업이 좀 그래요. 계절로 보자면 겨울이랑 장마철이 제일 바빠요. 사람 심리가 참 웃긴 게 평소엔 신경도 안 쓰다가 눈이나 비가 오면 괜히 타이어를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이런 날은 뭐, 하루 종일 정신 없는 거죠. 밥 먹을 틈도 없어요.”
그런 날 중에서도 제일 힘든 게 한겨울, 눈 내린 다음 날이다. 평소 온순해 보이던 타이어도 눈길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순간부터 나의 강인한 정신력과 운동신경, 동물적인 감각과 순발력, 드라이버로서의 경력과 센스는 무용해진다. 그때부터는 자동차가 아니다. 관성에 끌려가는 쇳덩이다.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다. 천운.
내 차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다들 안다. 미리미리 정비하지 않은 자신의 게으름과 무심함을 한탄하며 정비소 찾는 게 눈 내린 다음 날이다. 그런 날이면 정비소 앞마당을 꽉 채우고 도로까지 차가 줄 선다. 녹다 만 눈과 흙탕물은 서로에게 엉기면서 질척한 죽을 만들어낸다. 죽이 된 도로를 실컷 비비고 다닌 타이어는 시멘트 반죽에 푹 담갔다가 뺀 삽날처럼 무겁고 불쾌하다.
“차라리 장마철은 괜찮아요. 옷이 다 젖어도 춥진 않잖아요. 근데 눈 내린 다음 날은 날도 추운데 타이어도 엉망이잖아요. 휠이며 바퀴에 이리저리 떡진 진흙 덩어리를 일일이 손으로 걷어내면서 작업해야 하거든요. 그러면 금세 장갑까지 다 젖어버려요. 나중에는 손가락이 얼어서 감각이 없어져요. 그런 날이 좀 힘들죠.”
태요 씨와 동료들이 서둘러 셔터를 올린다. 몇몇은 리프트로 차를 유도하고 다른 몇몇은 탈착기와 밸런스기, 얼라인먼트기 전원 켜고 잘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아침 일찍부터 정비소 찾는 자동차 대부분이 출근길에 잠시 들른 경우다. 개개인의 사정까지 정비사가 책임져줄 수 없건만, 개개인은 정비사의 손동작이 더디다고 꼬투리 잡는다. 회사에 지각할까 봐 걱정하는 고객이나, 아침부터 엄한 소리 듣기 싫은 정비사나, 마음이 급해지는 건 매한가지다. 천장은 높고 전면은 트여있다. 요란한 기계 소음에 목소리도 함께 높아진다. 오라이, 오라이. 오라이, 오라이. 여기저기서 수신호를 주고받는다. 이윽고 차들이 한 대씩 리프트에 올라탄다.
태요 씨가 일하는 정비소는 규모가 제법 크다. 태요 씨 포함 직원만 예닐곱.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타이어마다 달라붙는다. 카레이서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앞선 동작이 끝나기 전에 다음 동작이 덮친다. 동작과 동작 사이에 주저함이 없다. 태요 씨도 임팩트(볼트나 너트 푸는 전동 공구) 하나 쥐고 자리 잡는다. 임팩트가 볼트를 문다. 드르륵드르륵, 딱딱딱딱, 짧고 규칙적인 진동음이 바닥을 울린다.
이쪽에서 작업하던 정비사가, 자동차 너머 저쪽에 있는 또 다른 정비사를 향해 소리친다. 이일오오오일칠~! 이삼오오오일구? 아니아니, 쏘나타 중형. 전쟁통에서나 쓸법한, 알 수 없는 암호가 오간다.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인 정비사 하나가 2층 타이어 창고로 올라간다.
“타이어 사이즈예요. 215는 타이어 폭, 55는 타이어 높이, 17은 휠의 지름이에요. 그걸 그냥 한 번에 붙여서 2155517이라고 부르는 거죠. 타이어에 다 적혀있긴 한데, 그거 일일이 확인 안 해도 차종만 보면 자동으로 튀어나와요. 외우려고 외우는 게 아니라 그냥 외워지는 거죠.”
점심을 훌쩍 지난 시간까지도 앞마당에 늘어선 차가 줄지 않았다. 점심 식사는커녕 잠시 앉아 숨 돌릴 틈도 없어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21만 7,221명, 자동차 등록 대수는 2,629만 8,000대를 기록했다. 1.95명 당 자동차 1대를 소유한 시대다. 자동차가 많아진 만큼 관련 산업이 다각화했다. 또 그런 만큼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대표적인 게 대형 타이어매장 중심으로 퍼진 무상 서비스 정책이다. 신규 고객 확보 전략이다. 태요 씨가 일하는 정비소도 공기압과 ‘빵꾸’, 밸런스와 ‘도리까이(타이어 위치교환)’를 무상으로 해준다.
“진짜 바쁜 날은 하루에 200대 정도 들어오거든요? 그중에 7~8할이 무상이에요. 근데 또 공기압 체크하러 왔다고 해서 딸랑 그것만 봐줄 수 있나요? 타이어 마모 상태도 체크해 주고, 어디 찢어지거나 경화(오래돼서 딱딱해지는 현상)되거나 휠에 크랙이 갈 수도 있는 거고. 고객 입장에선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런 것 때문에 대형 사고 날 수 있는 게 타이어거든요. 그렇게 한 번 쭉 봐주면 10분 후딱이에요. 타이어 교체까지 들어가면 30분 잡아야 하고요. 저희가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문 여는데, 그렇게 바쁜 날은 진짜 진이 빠진다고 해야 하나?”
오후 3시쯤 비가 잦아들었다. 줄줄이 밀리던 차도 어느 정도 빠졌다. 자, 돌아가면서 밥 먹고 합시다. 부장이 크게 소리쳤다. 태요 씨도 그제야 장갑을 벗는다. 흠뻑 젖은 장갑에서 구정물이 뚝뚝 떨어진다. 장갑 꾹 짜는 태요 씨 손가락이, 목욕탕에 오래 앉아 있다 나온 사람 손가락처럼 허옇게 팅팅 불어있다.

23살에 처음 타이어 만지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게 무엇이든, 내 밥벌이를 해야 할 나이였다. 타이어 정비사로 일하던 매형이 권유했다. 그게 전부였다. 대단한 애정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빵꾸’로만 눙쳤던 타이어 정비는 태요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했다.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도 분명한 질서가 있었다. 태요 씨는 타이어 정비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상태 점검 및 교체, 공기압, 밸런스, 얼라인먼트.
“타이어를 육상선수에 비유하자면 일단 근육량이 적당해야 해요. 어떤 분들은 무조건 빵빵하게 바람 넣어달라고 하는데,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김종국처럼 근육 많다고 잘 달리는 게 아니듯이, 타이어도 차종에 따라 적정한 공기압이 정해져 있어요. 그걸 넘어서면 차가 통통 튀면서 승차감에 영향을 줘요.
다음으로 왼발과 오른발 무게도 똑같아야 해요. 왼발에만 모래주머니 차고 달려보세요. 뒤뚱뒤뚱하면서 얼굴이 흔들릴 거 아니겠어요? 타이어도 똑같아요. 보통 자동차 한 대에 1.5톤, 좀 큰 거는 2톤 정도 나가거든요? 근데 저희가 밸런스 잡을 때 5g짜리 납으로 조정한단 말이죠. 그런 미세한 차이로도 핸들이 떨리거나 차체에 진동이 올라와요.
그다음에 육상선수가 팔자다리나 안짱다리로 뛴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얼라인먼트, 즉 정렬이에요. 차축과 타이어 네 짝의 각도가 정확하게 평행을 이뤄야 해요. 이게 조금씩 틀어지다 보면 편마모가 생기고, 핸들 라인에 무리를 주게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게 러닝화잖아요. 신발 밑창이 다 닳았거나 오래됐거나 신발 옆면이 찢어졌거나. 그런 걸 점검하고 교체해 주는 것까지가 타이어 정비사 역할이에요.”
사회 곳곳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 타이어 정비도 예외는 아니다. 공기압, 밸런스, 얼라인먼트까지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 센서만 연결하면 얘기한 것처럼 5g의 미세한 차이까지도 잡아낸다. 기계가 진단해 작업 지시하고, 정비사가 그 지시 받들어 정비한다. 판단의 여지가 없다. 기계에 뜬 숫자대로 공기압 채우거나 납을 붙이거나 볼트를 조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이어 점검만큼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해서, 교체 여부 판단하는 것 또한 오직 정비사 몫이다. 베테랑과 초보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무슨 수학 공식처럼 현재 마모 상태가 73.5점이고, 따라서 앞으로 47일 정도는 더 탈 수 있습니다. 뭐, 이런 게 아니잖아요. 하하하. 그냥 오랜 시간 타이어 만지면서 체득한 나의 감각과 시선만이 판단 기준인 거죠. 그래서 타이어 교체만큼은 거꾸로 인간이 판단하고 기계가 교체해 주는 방식이에요. 탈착기라고, 휠이랑 바퀴를 분리해 주는 기계가 따로 있어요.”
외길만 판 건 아니었다. 중간에 두어 번 그만두고 다른 일 하다 복귀하길 반복했다. 업무 특성상 기술직과 서비스직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태요 씨를 종종 지치게 했다.
“한 번은 여자 손님이 공기압 체크하러 오셨는데, 타이어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교체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남편이랑 통화해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는 남편을 바꿔줬어요. 그래서 또 차분히 설명해 드렸더니, 어디서 기분이 나쁘셨나 대뜸 너 거기 딱 기다리고 있으라고 막 쌍욕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진짜로 찾아오셨어요. 씩씩거리면서, 제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 거예요. 네가 뭔데? 어? 어? 막 이러면서. 그런 일들이 쌓이고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하니까 그만뒀다가 매형이 부르면 다시 또 오고. 몇 번 그렇게 했죠.”
진짜 이 바닥에 뼈를 묻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지금 정비소로 오면서다. 타이어 정비만으로 한계를 느낀 대형 체인점 몇몇에서 생존 전략으로 자동차 경정비까지 손을 뻗었다. 그게 유행처럼 번졌다. 태요 씨가 일하는 곳도 그런 정비소다. 5년 전, 이곳에 오면서 경정비를 배우기 시작했다. 비로소 심장이 뛰었다. 타이어 정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한 세계가 여기에 있었다. 배움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끝을 따라잡기도 전에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나왔다. 선배들은, 기름밥 먹으면서 살려면 평생 배워야 한다고 했다. 왕년에 배운 기술로 거들먹거릴 수 있는 바닥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 사실이,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평생 재미는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잖아요. 매년 국산차, 수입차 포함해서 30~40종 정도 신차가 나온다고 하거든요? 그뿐이에요? 자동차라는 게 끊임없이 진화하잖아요. 전기차가 나오고, 수소차가 나오고, 자율주행차가 나오고. 그러니까 안주할 수 없는 거죠. 정비소에 신차 들어오면 다 같이 모여서 뚜껑 까보고 만져보면서 ‘이건 이렇네, 저건 저렇네’ 하면서 계속 공부하는 거예요. 저는 뭐 이제 하룻강아지 수준이죠.”
실제로 그렇다. 겨우 세 글자에 불과한 ‘자동차’는 그 방식과 기준에 따라 수백수천 가지로 분류한다. 현대, 기아, 아우디, BMW 등 수입차 포함 브랜드만 약 30종이다. 소형, 중형, 세단, SUV, 픽업, 트럭 등 바디 타입이나 차급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여기에 가솔린, 디젤, LPG, 하이브리드 등 연료와 동력 방식도 분류 기준이다.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도 소나타, 아반떼, 그랜저처럼 모델이 다르고, 아반떼는 다시 HD, MD, AD 등으로 세대를 구분한다. 세대 단위를 1종으로 쳤을 때 우리나라에 굴러다니는 차종만 1,000종 안팎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같은 아반떼 MD라도 주행거리와 연식에 따라, 운전 습관과 관리 스타일에 따라 또 다르다. 그러니까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수만 개의 부품과 세월로 빚어낸 거대한 세계인 거다.
이 망망대해에서 태요 씨는 베테랑 정비부장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아무리 바빠도 정비 차량이 들어오면 부장 옆에 딱 붙는다. 부장이 엔진소리에 귀 기울일 때 함께 듣는다. 그 진동과 떨림에 감각을 집중할 때, 태요 씨도 보닛에 손을 올려본다. 리프트로 차량 들어 올리고 부장이 코를 킁킁거리면, 쫓아 들어가 같이 숨을 크게 들이쉰다. 처음 보는 부품을 부장이 하부에서 뜯어 나올 때면 그 부품의 명칭과 역할과 원리에 관해 묻는다. 그 부품이 망가졌을 때 차가 어떻게 되는지, 그걸 뜯어내고 교체하는 방식은 다른 부품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묻고 또 묻는다. 그럴 때, 부장은 이따금 쌩긋 웃으며 자신한테 묻지 말고, 자동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해 보라고 한다. 뭔 개똥 같은 소린가 싶었던 그 말이, 요즘은 알 것 같다.

자동차 정비사에게 중요한 건 정비하는 손기술이 아니다. 진단 감각이다. 다시 말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는 것. 그게 핵심이다. 아무리 기계가 발전했다고 한들, 자동차 곳곳에 센서를 심어놔 진단기만 갖다 대도 고장 코드가 뜨는 세상이라고 한들, 자동차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적확할 순 없다. 말 못 하는 자동차 목소리를 기어코 들어야 한다. 머리가 아니라 몸의 영역이다. 그러니까 알량한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오감을 총동원해 느끼고, 느낀 감각을 몸에 박아 넣으라는 얘기였다.
“2만 5,000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맞물렸을 때 비로소 작동하는 게 자동차잖아요. 코드값만으로는 복합적인 고장 원인과 맥락을 전부 해석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자동차한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거잖아요.(웃음) 그러니까 다소 원시적이더라도 엔진 소리와 기름 냄새, 차체 진동 같은 거에 더 집중해야 하는 거죠. 자동차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증상에 오감을 여는 거예요. 말 못하는 갓난아이 다루듯.
그렇게 만져보고 뜯어보고, 그것도 안 되면 시운전까지 해보면서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거예요. 사실 그 과정이 어려운 거지, 원인만 정확하게 찾으면 정비는 수월해요. 군대에서 총기 점검할 때 흔히 쓰는 말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있잖아요. 자동차 정비가 딱 그거예요. 찌든 때와 엉겨 붙은 기름 잘 닦아내고, 결합부 볼트 잘 조여주고, 쇳댕이 잘 돌아가게 기름칠 넉넉히 해주는 것. 그게 다예요.”

한낱 쇳덩이에 불과한 자동차는 저마다 사연을 싣고 다닌다. 어떤 차 뒷좌석엔 장바구니가, 또 어떤 차 조수석엔 각종 서류 더미가 널브러져 있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차가 있는가 하면 담배 냄새로 찌든 차도 있다. 또 다른 차 트렁크엔 낚싯대가 한가득이고, 어떤 차엔 정리되지 않은 캠핑용품이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뒤 범퍼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를 붙여놓는가 하면, 100m 밖에서도 보일 만큼 큰 글씨로 ‘초보운전’ 붙여놓은 차도 있다.
언제였던가. 짙게 선팅한 검은색 고급 세단에서 용 문신으로 양팔 휘감은 험악한 사내가 내렸다. 차 키 넘겨받아 세단에 올라타는 순간, 은은한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혹시나 하고 뒷좌석을 보니 카시트 하나가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웃음이 쿡 났다. 그럴 때, 태요 씨는 검은색 세단의 고장 원인보다 베이비파우더 너머의 아기 얼굴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자신이 하는 이 일이 어쩌면 기계를 고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그 사람으로 말미암아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일상을 붙들어주는 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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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아들이 기록한 1961년생 '정동분'의 연대기.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뜨겁게 삶을 살아낸 한 여성의 고백.
<노가다 칸타빌레> 꼬마목수의 신작, <61년생 정동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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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꾸물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꼬마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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