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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영국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지방의회(Local Council) 의원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자치 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Local Elections)다.
영국은 중앙정부와 별개로 각 지역 지방의회가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지방의회는 교육을 비롯하여, 도시 행정(계획), 공공주택, 복지서비스, 도서관 운영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행정을 담당한다. 런던 자치구(Borough Councils) 역시 우리나라의 구청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영국 전역에서 약 4,965개 이상의 지방의회 의석이 걸렸다. 런던 32개 자치구 의회 전체 의석도 모두 새로 선출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Mayor) 선거도 함께 진행되었다. 스코틀랜드 의회와 웨일스 자치 의회 선거도 같은 날 치러졌다.
영국 지방선거는 대부분 소선거구 또는 다인 선거구 방식이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속한 선거구의 후보들에게 직접 투표하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런던 자치구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2~3명의 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로 집권 여당이 교체되거나 총리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며 현재 민심의 흐름을 통해 향후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치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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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 선거 결과다.
이전까지만 해도 총 2석에 불과했던 영국의 극우 정당, Reform UK가 1,453석을 가져가며 대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반면 집권당인 노동당은 1,496석을 잃었다. 녹색당(Green)의 약진과 더불어 그나마 있던 지방의회 의석수까지 Reform UK에게 내준 보수당은 야성을 잃었다. 전통적인 양당제(보수-노동)는 물론, 영국 정치 지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물론, 전국에 있는 382개의 지방의회 중 136개 의회에서, 총 19,107개의 의석 중 4,965개의 의석에 대해 치러진 1/3 규모의 선거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Reform UK의 약진과 노동당의 부진이라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노동당, 노동자에게 외면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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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지역은 영국 북동부다. 뉴캐슬(Newcastle)을 비롯하여 선더랜드(Sunderland), 미들즈브러(Middlesbrough), 하트리풀(Hartlepool) 같은 도시들은 탄광과 조선업, 철강과 제조업 등 영국 경제를 떠받치던 산업 노동자 지역이다. 강한 노동조합 문화와 공동체 정체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내내 이 지역에선 노동조합의 대변인은 노동당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러웠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북동부 지역의 주민들이 Reform UK에 표를 주었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를 노동당의 역사적 사회 기반의 붕괴로 본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변화는 아니다.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와 보리스 존슨 시절 이른바 레드 월(Red Wall) 붕괴 현상에서 조짐은 나타나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하던 북부 노동자 계층 일부가 보수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이번 선거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영국 정치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영국 정치는 계급(class)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노동자와 자본가, 복지 확대와 시장경제, 국유화와 민영화 같은 경제 계급 문제가 정치의 핵심 의제였다. 그 결과 노동당과 보수당의 양당정치 체계가 공고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영국에선 확대된 이민정책으로 인한 국가 정체성 혼란과 문화전쟁(culture war), 런던 중심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감 등이 훨씬 중요한 정치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런던은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도시다. GDP가 여느 국가보다 높다. 반면, 영국의 콘월 지역은 유럽에서 가장 어려운 동네다. 영국 안에 가장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이 공존한다.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경계심과 반엘리트주의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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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을 보다 안정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온건 중도 정당으로 바꾸려 했다. 이는 금융시장 안정과 급진 좌파 이미지 탈피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전통 노동계급 유권자들에게는 보수당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인상을 남겼다. 특히 세금, 복지, 에너지, 이민 문제에서 강한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많은 유권자는 “보수당도 싫고 노동당도 싫다”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북부 노동자 계층에서는 이제 노동당이 더 이상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난민 문제와 불법 이민, NHS 부담 증가, 지역 경제 쇠퇴, 치안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었고, 노동당이 더 이상 우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정서가 확산했다. 경제적 불만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은 현재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 집값과 임대료 폭등, NHS 대기 문제, 지방 쇠퇴, 실질임금 정체 같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 집권 이후에도 많은 유권자들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스타머는 안정성과 책임감을 강조했지만, 유권자들이 원했던 것은 안정이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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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orm UK는 바로 이러한 심리를 파고들었다. Reform UK의 대표 나이젤 파라지는 오랫동안 반EU, 반이민, 반엘리트 메시지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브렉시트가 현실이 된 이후,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 '파라지는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더욱이 현재 보수당은 장기 집권 실패와 경제 위기로 신뢰를 잃었고, 노동당은 도시 기반의 진보 엘리트 정당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Reform UK로 영국의 정체성을 드러내자는 흐름이 일었다.
특히 북동부는 브렉시트 지지가 강했고, 경제적 박탈감과 런던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깊은 지역이다. Reform UK는 여기에 반이민 정서와 반엘리트 감정, 그리고 지역 쇠퇴에 대한 분노를 결합시키며 빠르게 지지 기반을 넓혔다. 실제로 선더랜드 같은 지역에서도 노동당이 흔들렸고, 뉴캐슬에서는 Reform UK가 과반을 차지하는 결과까지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분산된 노동당 표의 행방이다. 북부 노동자층 일부는 Reform UK로 이동했지만, 런던과 대학도시의 진보 성향 유권자 일부는 녹색당(Greens)이나 친팔레스타인 성향 독립 후보들에게 이동했다. 보수 쪽에서만 표를 잃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현재 노동당이 마주한 위기의 핵심이다.
Reform UK 붐은 일시적 현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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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양당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아직 완전히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국은 여전히 소선거구제(first-past-the-post)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득표율보다 각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당 규모가 작으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선거 캠페인의 규모가 중요하다. 다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인지해야 하는 부분은 유권자의 충성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급은 노동당, 중산층 보수 유권자는 보수당이라는 구도가 비교적 명확했다면, 지금은 Reform UK를 비롯하여 녹색당,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각 지역을 대표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Plaid Cymru 등으로 표가 분산되고 있다. 정치학자 존 커티스는 '영국이 사실상 5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점차 다당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는 한 완전한 유럽식 다당제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Reform UK의 성과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과거 UKIP 역시 급부상했다가 약화한 전례가 있듯, Reform UK 같은 급조된 정당이 전통적인 정당의 지지기반을 쉽게 무너뜨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나이젤 파라지라는 한 개인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대표자가 사라지면 영향력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Reform UK가 지금과 같은 지지를 지속적으로 얻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높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수당과 Reform UK가 결국 통합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계급 선거의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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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회의 정치적 정체성이 변화 중이다. 단순히 노동당이 선거에서 졌다로 보면 안 된다. 영국 사회는 계급이 뚜렷하다. Upper-Middle-Working class가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상위 계층은 보수당을, 중간 계층은 보수와 자유민주를, 하위 계층은 노동당을 지지했다. 양당 체제와 함께 자유민주당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구도가 강했다. 하지만 오늘날 노동당은 대도시와 대학 졸업자, 공공부문 전문직, 다문화 진보층 기반 정당에 가까워지고 있다. Reform UK는 비 대졸 노동자층과 지방 소도시, 탈산업 지역, 브렉시트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다. 이제는 좌우 대결이 아닌 도시, 글로벌, 엘리트 대 지역 공동체 정체성의 충돌에 가깝다.
이 현상의 밑바닥에 깔린 정치에 대한 배신감도 크다. 북부 유권자들은 단지 가난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떠받쳐 성장시킨 우리를 잊었다는 데에 분노하고 있다. 탄광 폐쇄와 제조업 쇠퇴, 청년층 유출, 런던 중심의 경제 구조, 이민 증가 등의 문제가 더해지면서 이들의 문화적 상실감이 커졌다. Reform UK는 이러한 감정을 정치의 언어로 조직하고 있다. '당신들은 이제 잊혔다'면서.
노동당의 딜레마는 점점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기반인 북부 노동자층을 붙잡으려면 이민과 국가 정체성 문제에서 더 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런던과 대학도시, 청년 진보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일부 무슬림 지역과 대학도시, 런던 진보 지역에서는 녹색당과 친팔레스타인 성향 후보들이 약진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는 영국 사회가 점차 미국식 문화전쟁 정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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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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