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AP>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전이 끝났다고 말하고 싶어 했다.
군사력은 괴멸됐고, 미사일 능력은 무너졌고, 이란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미국은 때렸고, 이란은 주저앉았고, 휴전은 그 승리의 결과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보도로 드러난 미국 정보기관 평가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 보고 내용

5월 12일 자 기사로,
미 정보기관이 보고한
기밀 평가 내용을 보도했다.
‘호르무즈 주변 미사일 기지 33곳 중 30곳, 이란의 작전 접근권 회복’
‘이동식 발사대와 전쟁 전 미사일 재고 약 70%, 여전히 잔존’
‘지하 미사일 저장, 발사 시설 약 90%, 부분 또는 완전 작전 가능 평가’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것은 이달 초 공개된 미 정보기관의 기밀 평가 내용이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잔여 전력 목록이 아니다. 일부는 전쟁 뒤에도 살아남은 능력이고, 일부는 휴전 동안 다시 열린 능력이다. 미국이 끝냈다고 말한 이란의 위협 방식이 잔존과 복구를 통해 다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호르무즈 주변 기지 대부분에 대한 접근 회복은, 미국 군함과 유조선이 여전히 이란의 계산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승리 선언을 흔든 것은 이란의 선전이 아니었다. 미국 내부의 정보 평가였다. 백악관이 승리를 말하는 동안, 정보기관은 다른 장부를 펼쳤다.
물론 미국이 아무것도 부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시설은 파괴됐을 수 있고, 지휘망과 해군력, 방위산업도 타격을 입었을 수 있다. 그러나 부쉈다는 말과 이겼다는 말은 다르다. 전쟁에서 파괴는 수단이지 결론이 아니다.
미국은 표적을 때렸다. 그러나 이란의 힘은 표적 그 자체보다, 표적을 다시 열고, 옮기고, 숨기고, 호르무즈라는 길목에 얹는 방식에 있었다.
1. 지하화
2. 이동식 발사대
3. 분산된 미사일 재고
4. 좁은 해협의 지리적 압박
이 네 가지가 살아 있다면, 이란은 맞았을 수는 있어도 끝난 것은 아니다.

이란 테헤란에 미국 전함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파괴되는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출처-<로이터>
그래서 이 정보기관 평가는 단순한 군사 피해평가가 아니다. 트럼프를 전략가처럼 포장해 온 말들에 대한 첫 번째 반박이다. 전략가는 많이 때리는 사람이 아니다. 때린 뒤 무엇이 남는지 계산하는 사람이다.
지금 드러난 장부는 묻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얼마나 부쉈는가가 아니라, 그 파괴로 무엇을 해결했는가.

미국 랫클리프 중앙정보국장과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휴전은 마침표가 아니었다
그다음은 휴전이다.
트럼프는 휴전도 성과처럼 말할 수 있다.
“전면전 확대를 막았다.”
“미군 피해를 줄였다.”
“유가 충격을 눌렀다.”
“중동 전체가 더 큰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겉으로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면 논리가 무너진다.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휴전도 필요 없었다.
확전 위험도, 미군 피해 가능성도, 유가 충격도, 해운 불안도 전쟁이 만든 위험이었다. 자신이 불을 붙인 뒤 불길을 조금 낮췄다고 해서, 그것을 성과라고 부를 수는 없다.
휴전 자체는 승리의 증거가 아니다. 전쟁이 없었다면 필요하지도 않았을 조치다. 휴전이 성과가 되려면 전쟁 전보다 나은 상태를 남겼어야 한다. 상대의 양보를 받아냈거나, 위험한 무기를 묶었거나, 다시 공격할 수 없는 조건을 고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드러난 그림은 반대에 가깝다. 휴전은 이란을 묶지 못했다. 무너진 시설에 다시 들어가지 못하게 하지도 못했고, 발사대를 다시 꺼내지 못하게 하지도 못했고, 호르무즈 주변 위협 능력을 다시 세우지 못하게 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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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중립적이지 않다. 더 급한 쪽이 더 빠르게 쓴다. 더 많이 맞은 쪽이 더 집요하게 복구한다. 미국은 휴전으로 총성을 멈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더 잘 쓴 것은 이란이었다.
전쟁 중에는 맞는다. 휴전 중에는 고친다. 상대를 묶지 못한 휴전은 평화가 아니라 정비 시간으로 바뀐다. 미국이 원한 것은 승리의 고정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열린 것은 이란의 숨 고르기였다.
시장도 승리 선언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말로는 이란이 끝났다고 했지만, 해협을 지나는 배들은 위험을 계산했고, 보험과 원유 가격도 불안을 반영했다. 전쟁의 성과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이런 숫자들에서 다시 검증된다.
승리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배가 지나가고, 가격이 안정되고, 상대의 손에 있던 카드가 사라질 때 확인된다.
그래서 휴전의 장부는 차갑다. 미국이 얻은 것은 잠시 멈춘 전투였다. 이란이 얻은 것은 다시 열 수 있는 시설,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발사대, 다시 협상장에 올릴 수 있는 위협이었다.
이란부터 연결된 미중 정상회담 실패
전쟁으로 끝내지 못했고, 휴전으로 묶지 못했다면 남는 것은 외교다.

지난 15일 베이징 중난하이 환담장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출처-<AP>
그래서 트럼프의 중국 방문은 단순한 무역 일정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관세, 농산물, 항공기, 희토류, 대만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 의제들에서 트럼프는 중국을 몰아붙일 수 있었다. 따지고, 압박하고, 거래를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동은 달랐다. 이란을 군사로 끝내지 못했고, 휴전으로 호르무즈를 안정시키지 못한 미국은 중국에게 따질 처지가 아니라 부탁해야 하는 처지였다.
중국은 이란에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고, 미국 제재 질서의 빈틈과 연결돼 있으며, 중동에서 미국과 다른 통로를 쌓아왔다. 호르무즈가 흔들리면 중국도 손해를 본다. 그러나 손해를 본다는 말과 미국의 실패를 대신 수리해 준다는 말은 다르다.
중국은 이 전쟁을 설계한 당사자가 아니었다. 이란을 때린 것도 아니고, 휴전을 승리처럼 포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미국이 군사로 만들고 휴전으로 덮지 못한 문제를 중국이 도덕적 의무처럼 떠맡을 이유는 없었다.

출처-<AFP>
중국은 호르무즈의 안정을 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의 승리를 도와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은 기름이 흐르기를 원하지, 트럼프의 전쟁 실패가 깔끔하게 정리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중국에게 부담이기도 하지만 카드이기도 하다. 원유 공급선이고, 미국 제재 질서의 빈틈이며, 미국의 힘을 중동에 붙잡아두는 지렛대다. 중국이 미국을 위해 그 카드를 쉽게 내려놓을 이유는 없다.
여기서 트럼프의 계산은 다시 막힌다. 미국이 이란을 확실히 눌렀다면, 중국은 결과를 인정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끝내지 못했고, 휴전으로도 묶지 못했다면 중국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약해진 상대의 부탁은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중국 방문이 중동 문제를 꼬이게 한 것이 아니다. 이미 꼬인 중동 문제가 중국 방문의 한계를 정해 놓았다. 트럼프는 강한 카드로 베이징에 간 것이 아니었다. 중동에서 생긴 빈칸을 안고 들어갔다.
그래서 중국 방문의 한계는 별개의 외교 실패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란과 호르무즈 문제에서, 그것은 중동 실패의 외교적 연장이었다.
트럼프의 실패 회로
여기서 트럼프식 전쟁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것은 한 번의 실패가 아니었다. 실패가 다음 실패의 조건이 되고, 다음 실패가 다시 처음의 실패를 증명하는 회로였다.
전쟁은 이란을 끝내지 못했고, 그래서 휴전이 필요해졌다. 휴전은 이란을 묶지 못했고, 그래서 이란은 다시 움직일 시간을 얻었다. 이란의 회복은 미국의 협상력을 낮췄고, 그 약해진 협상력은 베이징까지 따라갔다.
트럼프는 강하게 때리면 상대가 주저앉을 것처럼 굴었다. 휴전을 선언하면 승리가 완성될 것처럼 말했다. 중국을 만나면 중동의 출구가 열릴 것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실패는 모양만 바꾸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출처-<AFP>
이것이 최근 몇 달 트럼프 외교가 그린 실패의 회로다. 실패는 수습되지 않았다. 전쟁에서 휴전으로, 휴전에서 중국 방문으로 자리를 옮기며 더 선명해졌을 뿐이다.
여기서 트럼프를 전략가라고 부르는 말은 무너진다.
전략가는 상대를 놀라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도 마찬가지다.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행동이 전략이 되려면, 그 불확실성이 계산된 목적과 통제 가능한 결과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광기가 전략이 되는 것은 그것이 질서를 만들 때다. 질서로 이어지지 못한 광기는 그냥 광기다.
전략가는 목적과 수단과 비용과 사후 질서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어디를 때릴 것인가 보다, 때린 뒤 어떤 상태가 남을 것인가를 먼저 계산하는 사람이다.
트럼프가 순간적 거래 감각은 있을 수 있다. 상대를 몰아붙이는 감각, 판을 흔드는 감각, 자기 지지층에게 승리처럼 보이는 장면을 만드는 감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를 운영하는 분별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번 이란전이 드러낸 것은 비범한 전략이 아니었다. 폭탄은 떨어졌지만, 질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휴전은 선언됐지만 위협은 봉인되지 않았다. 중국 방문은 있었지만, 출구는 열리지 않았다. 남은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힘을 쓴 뒤 무엇을 남길지 계산하지 못한 지도자의 예견된 무능이었다.
예견된 무능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다. 목적을 정밀하게 세우지 않고, 수단의 한계를 계산하지 않고, 행동 뒤 남을 질서를 설계하지 않는 방식에서 반복해서 나온다.
실패를 이렇게 이어 붙인 사람을 왜 아직도 전략가라고 부르는가.

이제 숨은 전략을 찾는 놀이도 멈춰야 한다. 때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깊은 계산이 아니라, 애초에 계산이 없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성이 전략인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 권력을 쥔 것뿐이다.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순간, 실패는 다시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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