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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들에게
증시의 만가지 지혜를 전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차트 면벽수련을 깨고
세상에 내려온 만공 스승이노라.
부디 이 말씀을 듣는 개미 시주들이여,
캔들의 음양과 거래량의 파동을 꿰뚫는
명철로 가득한 이 강의를 듣고
황소장세와 곰장세의 변덕 속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계좌가 붉게 물들기를 바라노라.
단, 마이너스 수익의 업보는 본인이 짊어져야 하느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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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복해서 쓰는 물건에는 교체 주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스마트폰은 2~3년 정도에 한 번씩 바꿉니다. 노트북은 4~5년, 자동차는 10년입니다. 이 주기를 기준으로 수요가 늘어났다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물건을 파는 회사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주가가 이 주기에 따라 올랐다 떨어지곤 합니다. 투자자들은 싸이클이라고 부릅니다.
싸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의 주식을 일러 경기 변동형 주식이라 부릅니다. 경기 변동형 주식 중에 가장 긴 싸이클을 가지고 있는 주식은 조선입니다. 배의 경우엔 사용 연한이 20~25년 정도 되기 때문에 교체 수요도 20~25년에 한 번씩 돌아옵니다. 2000년대 중후반 조선주에 물이 들어오던 시절엔 거제도에선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경기가 좋았습니다만, 그 후로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조선주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주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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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만공스승은 조선 싸이클이 다시 돌아올 거라 보고 24년 하반기부터 조선주를 계좌에 대거 편입했습니다. 다행히 만공스승의 예측이 맞아서 25년 초부터 조선주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만공스승의 계좌는 만족스러울 만큼 늘어났습니다.
만공스승은 적이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아뿔싸. 만족은 교만을, 교만은 방심을 부르는 법입니다. 상반기에 만족스런 수익을 거둔 만공스승은 발밑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반도체는 전형적인 싸이클 산업입니다. 노트북,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 수요에 따라 매출이 늘어나고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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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TSMC에 비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낮은 밸류로 평가받는 이유도 매출과 이익이 싸이클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주식투자를 할 때는 쌀 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지만, 싸이클 산업에 속한 주식의 경우 비쌀 때 사서 쌀 때 팔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싸다는 게 밸류가 높아서가 아니라 싸이클이 바닥에 있기 때문에 살 때이고, 싸다는 건 싸이클이 고점에 있기 때문에 팔 때가 됐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25년 여름 반도체 주식의 주가는 싸이클 저점에 있었습니다. 반도체주 투자자들은 언젠가 반도체 주식 붐이 올 거라는 희망을 담아 '반붐온'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마땅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쳐다보아야 할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CXMT에 한번 데였던 만공스승은 반도체를 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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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스승이 반도체를 보지 않고 있던 이때야말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보았어야 했던 때였습니다. 그 후에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 아닙니다.
24년 여름에 만공스승이 삼성전자에 투자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1. 삼성전자도 HBM을 만들 것이다.
2. 현재는 레거시 반도체 다운 사이클이며 다시 사이클은 돌아온다.
3. HBM 이슈로 인해 삼성전자는 저평가되어 있다.
이때 CXMT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과점이 완화될 거로 생각하면서 락바텀이라 생각했던 7만 2천 원이 깨지고 5만 원 까지 추락했는데, 25년에는 이런 상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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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중국 규제로 인해 CXMT가 시장에서 예상했던 반도체 생산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대중국 규제 중에 반도체 장비 규제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노광공정 장비가 가장 치명적인 규제였습니다. 네덜란드 회사 ASML만이 만들 수 있는 극자외선 노광장비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IPO도 불발되었습니다. CXMT가 치고 올라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락바텀이라고 생각했던 7만 2천 원이 넘었을 때 이 사실을 눈치채야 했습니다. 그러나 만공스승은 자라보고 놀라서 솥뚜껑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변화는 더 있었습니다. 삼성전자가 HBM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만공스승이 예상했던 변화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AI가 학습 단계를 지나 추론의 단계로 접어들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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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들이 AI를 통해 얻은 프롬프트의 결과는 어딘가에 저장되어야 합니다. 프롬프트와 결과가 늘어나면 저장공간도 더 필요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건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만공스승의 지인 하나가 자기 남편이 5년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다 팔았다는 그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9만 2천 원이었습니다. 만공스승은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무얼 놓치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부랴부랴 가지고 있는 현금을 이용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선매수 후공부. 삼성전자 주식을 어느 정도 매수하고 나서 살펴보니 변화는 생각보다 거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다른 주식을 매도해 삼성전자를 더 사들였습니다. 10월을 지나 11월이 됐을 때, 만공스승 주식계좌에 비중 1위가 삼성전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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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원에 사서 15만 원이 되면 수익률이 200%입니다만, 10만 원에 사서 15만 원에 사면 수익률이 50%에 불과합니다. 싸게 사면 살수록 수익률은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기존에 충분히 예측했던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아픔 때문에 관찰을 게을리한 탓에 만공스승의 삼성전자 평단은 10만 원대 초반입니다.
지금 삼성전자 주가는 25만 원 넘어 30만 원까지 갔다가 빠진 상태입니다. 150%가 넘는 수익률이니 지금도 충분히 벌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7만 2천 원을 넘었을 때 예측했던 변화가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주식을 샀다면 지금 수익률은 300%에 달했을 테니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주식투자는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일상입니다. 꾸준히 관찰하고 생각해야만 꾸준히 보다 나은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만공스승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솥뚜껑에 놀라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주식투자는 실수의 연속입니다. 어떤 투자자라도 실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전의 실수에서 배워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현 투자자들께서도 솥뚜껑을 교훈 삼아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시장이 어지럽습니다. 부디 현명한 투자하시길 바라며 다음 강의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나무관셈보살.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만공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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