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정통과 이단의 교리적 동일성

 

bb61d465-0633-4fa4-a0c9-747c4c7b0863.png

 

기쁜소식선교회의 박옥수는 우리나라 개신교(특히 복음주의적 환경) 안에서 신앙을 접하고 성장했다. 그래서 여타 이단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정통 개신교와 교리상으로 거의 동일하다는 것. 교리 용어, 설교 방식, 신앙 고백 등이 상당히 유사해 얼핏 보면 정통과 구별해내기 쉽지 않다. 기독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교리, 가령 삼위일체나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전통적 교리를 상당 부분 수용한다. 예배 형식과 찬송가 역시 기존 교회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이 둘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박옥수는 인간의 구원을 점진적 과정이 아닌 특정한 믿음의 순간에 이미 이루어진 사건으로 이해한다. 구원이 단번에 완결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통 개신교에서는 어떤 특정한 시점을 구원받은 상태로 이해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본다. 구원이 믿음으로 시작되지만, 이후에도 죄와 싸우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원의 확신과 완결성을 강조하는 경향은, 신앙과 실천을 약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물론, 기쁜소식선교회의 주장은 다르다. 정통 개신교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들의 구원론은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구원은 특정한 믿음의 순간에 이루어진 사건이지만, 이후의 삶 또한 중요하다고 보며 회개와 도덕적 삶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구원의 완결성

 

88de244a-397b-4772-ab6a-167780038864.png

 

구원 이후 인간의 태도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 이 정도 차이로 정통과 사이비를 나누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동일한 성경을 사용하고, 예수와 구원을 말하며, 예배의 형식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오히려 조금 다르다고 특정 종교단체를 이단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교단에서 문제 삼는 건, 단순한 교리적 차이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식과 인간의 태도, 종교단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구원과 죄, 인간의 상태를 이해하는 문제는 신앙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만약, 어떤 시점 이후로 인간이 완전한 구원에 이르렀다고 하면, 인간의 완전성에 대한 인식도 함께 달라지기 때문이다.

 

rere.JPG

기쁜소식선교회의 박옥수 목사

출처 - (링크)

 

정통 교단에서 예수의 부활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이른바 '죄인'인 인간은 의롭다는 호칭을 얻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의인으로서 구원의 자격을 얻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칭의(稱義)론. 호칭이 달라졌다 하여 인간 본연의 모습까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한 상태로서 인간은 스스로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칭의론의 핵심이다. 여기엔 하나님의 나라가 임했을 때 내려질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에, 나의 구원에 대한 최종 결정을 맡겨야 한다는 겸손함이 담겨있다.

 

반면, 기쁜소식선교회에서 주장하는 구원론은 이와 반대된다. 믿음을 통해 얻는 구원의 완전성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구원론에 대한 해석을 제외하면, 많은 부분이 개신교의 교리와 동일하다. 특히 구원 이후의 삶과 죄에 대한 해석은 시간이 지나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입교 초기에는 동일한 복음을 공유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성역이 된 지도자

 

jghj.JPG

출처 - (링크)

 

교리적 차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직 운영 방식이다. 정통 교단과 이단의 가장 큰 차이는 권력이 특정 인물에게 집중되며, 내부 비판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에 발생한 기쁜소식선교회 산하 그라시아스 합창단 여고생 사망 사건이다. 피해 학생은 3개월 동안 해당 시설에서 감금된 상태로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했고, 결국 사망했다. 재판부는 "비정상적인 종교적 믿음으로 피해자를 구원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외부와 가족으로부터 단절시켜 학대를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신도들 역시 학대를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는 진술을 이어갔다.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점이 지적되었다. 즉, 폐쇄된 종교 집단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개인의 폭력성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내려진 잘못된 지시와 판단이 제동 없이 지속되는 구조에 의해 일어난다.

 

이러한 현상은 이단으로 분류된 집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종교가 개인의 신앙을 넘어 하나의 조직이 되고, 그 조직이 특정 인물이나 가문에 의해 통제되면, 종교는 점차 사유화된 권력으로 변질된다.

 

tert.JPG

출처 - (링크)

 

박옥수는 1970년대 초부터 반세기 넘도록 조직의 중심에 있었다. 이처럼 장기간 동일 인물이 교리와 방향을 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그는 보통의 지도자가 아닌 공동체의 상징으로 기능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그의 딸 박은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선교회 산하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단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그녀의 임명 기준과 과정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아버지 박옥수 중심으로 권위가 집중될 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조직 내 주요 위치를 맡는 구조가 형성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사실 어떤 이력이 뒷받침되어 직을 맡게 되었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폐쇄적인 조직 운영의 증거이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적 권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특정 인물이 비범한 자질을 지닌 존재로 인식될 때, 권위는 제도와 규범을 돌파하고, 규범보다 사람에게 우선적인 복종이 향한다. 종교 조직에서는 권위가 신앙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력하게 작동한다. 권위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조직 운영이 이뤄지고, 교리 해석, 인사 결정까지 특정 인물과 주변인에게 집중된다. 그 결과, 내부 판단 기준은 외부 검증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이에 따라 비판과 견제는 약화된다.

 

ytryyty.JPG

출처 - (링크)

 

기쁜소식선교회뿐만 아니라 기독교 복음선교회, 흔히 JMS로 불리는 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정명석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내부 비판 구조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2023년부터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홍콩, 호주 출신 여성 신도들은 정명석에게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오랜 기간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 혹은 영적 존재로 교육받았다. 조직 내부에서는 그의 행동을 신앙으로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더욱이 피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이후에도 일부 신도들은 법원 주변에 집결해 정명석을 옹호했다. 피해자와 고발인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반 JMS 활동을 해온 김도형 교수는 피해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JMS 측의 위협과 공격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사이비 집단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다. 리더의 방향성이 옳은지 아닌지 판단할 겨를도 없이 권위자 혹은 그 조직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일반 시민들이 안전과 도의를 위해 합의한 사회적 규범과 신앙에서 조직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내부 약속의 결속력은 차원이 다르다.

 

tytyty.JPG

출처 - (링크)

 

다만,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은, 이제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사이비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른바 정통 교회로 불리는 대형 교회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세습과 권력 집중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도, 수면 위로 드러나거나 해결되는 경우가 없다. 정교 결탁의 시도에도 망설임이 없다.

 

교리 몇 문장 차이가 난다고 정통과 사이비가 나뉘는 것이 아니다. 신앙으로 쌓아 올린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이러한 권력을 신도들이 견제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하는지에 달렸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진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사이비로 규정된 몇몇 특정 종교 집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절대화하며 비판을 거부하는 권력이 지도자의 자리에 선 모든 종교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비정기 브라이언.jpg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제보 및 연재 문의

ddanzi.mast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