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국민 세금으로 개최한 기독교 행사
아래 사진은 합성도 아니고 AI도 아니다. 지난 5월 17일 일요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찍힌 진짜다.

출처-<AFP>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찍은 영상을 통해 성경 구절을 외친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라. 그러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지라.(역대하 7장 14절)”
출처-<게티이미지>
이 행사가 뭐냐고?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백악관이 국가 예산으로 개최한 행사다. 이름하여,
‘미국 건국 250주년, 이 나라를 다시 하느님 아래 바칩니다.’
(Rededication of our country as One Nation under God)
MAGA들이 자기 맘대로
미국을 하느님에게 봉헌하는 모습은,
자기 맘대로 서울을 봉헌하던
이명박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번 행사에는 트럼프만 나온 게 아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가정보국장 털시 가바드 등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특히 미국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기도회에 직접 참석해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의 권리는 국가가 내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창조주이신 당신이 내려주는 것입니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이 국가의 권위 대신 하느님의 권위를 외치고 있다. 이에 멈추지 않고 존슨 의장은 ‘땅밟기’까지 외쳤다.
“과거 우리가 이 땅에 처음 발을 딛고 바친 것처럼, 하느님,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하느님 아래 하나의 국가’인 미합중국을 하느님에게 다시 바칩니다!”
뿐만 아니라 빌리 그레이엄 목사(미국 기독교 복음주의의 아버지 격 인물, 2018년 사망)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골수 극우 기독교 목사 제리 폴웰과 팰 로버트슨 등 기독교 목사 16명이 설교했다.
“250년 전 전에 비해 미국은 철저히 썩었습니다. 성전환자, 동성결혼,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방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이 회개하지 않으면 최후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출처-<게티이미지>
그야말로 광화문 집회에서 나올만한 발언이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울려 펴졌다.

아니, 한국의 광화문 집회는 교회 목사들끼리 자기네들이 돈과 사람 모아서 하는 거니까 차라리 낫다. 미국에서 이번 행사는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를 명목으로 수천만 달러의 국민 세금이 동원됐다.
미국도 엄연히 ‘정교분리’가 헌법에 규정돼 있는 국가인데, 트럼프 취임 후 기독교 행사에 국가 자원과 세금을 펑펑 쓰고 있다. 트럼프는 2025년 취임 후 백악관 내 ‘종교 자유부’를 설치하고, 폴라 화이트 목사를 책임자로 임명해 매년 5월 이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맞다. 폴라 화이트는 트럼프의 ‘영적 지도자’라고 불리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만남을 추진한다고 했던 그 인물이다. (장동혁 대표는 결국 폴라 화이트를 만나지 못했다)
암튼 폴라 화이트가 종교 자유부 책임자로 임명되고 처음으로 진행했던 작년 백악관 기독교 행사는 이랬다.

목사들이 트럼프 앞에서 무릎 꿇고 있다.
노란 옷 입은 사람이 폴라 화이트 목사
출처-<게티이미지>
마가의 ‘기독교 국가주의’
그렇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왜 이렇게 기독교에 의지하는가. 그것은 바로 이날 기도회에서 낭독한 성경 구절(역대하 7장 14절)에 해답이 있다.
이 구절은 원래 하느님이 솔로몬 왕과 이스라엘 백성에게 무너진 나라를 회복시켜 준다는 내용이다.
구약성서의 유대인 국가의 왕 솔로몬
미국의 트럼프 지지 기독교인들은 이 구절을 이렇게 자기네 식으로 해석한다.
“구약에서 하느님이 솔로몬 왕과 유대인에게 이스라엘 국가를 약속한 것처럼, 미국은 건국될 때부터 하나님이 세워주고 회복시켜주기로 약속한 나라다!”
그리고 이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리스도는 왕이십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님이 점지한 지도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할 것입니다.”

트럼프 본인도
지난 4월 SNS에
자신을 하느님과 같은 지도자로 묘사하여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출처-<게티이미지>

출처-<마크 번즈 목사 SNS>
(이들 목사들은 심지어 지난 4월 트럼프 황금 동상에 축성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트럼프는 하나님이 점지해 주신 지도자이니 당연히 ‘우상숭배’도 아니다. 트럼프 황금 동상(링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기사를 참조하시라)
이른바 기독교 국가주의(Christian nationalism)의 탄생이다. 이날 기도회에서 설교한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 같은 사람은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원래 유대-기독교 믿음 하에 건국된 국가임을 선언합니다. 250주년을 맞아 미국을 다시 하나님에게 봉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와 함께한 트럼프
출처-<게티이미지>
트럼프와 미국 기독교계의 ‘기독교 국가주의’는 바로 한국의 기독교 국가주의자들과도 연관돼 있다. 전광훈 목사는 평소에도 “대한민국은 미국처럼 기독교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 국가’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난 5월 17일 워싱턴DC 기도회 참석자에게 배포된 물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내들아 남편에게 복종하라
남편들아 아내를 사랑하라
아이들아 따르라
-골로새서 3장 18-19-
이런 물건을 국가 예산으로 만들어서 기도회에 뿌리는 것이 지금 미국 트럼프 정부의 현실이다. 이 물품에는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암탉들이 어딜 밖을 쏘다녀! 여자와 애들은 사흘에 한번 두들겨 패야 한다! 하느님 말씀대로 남자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한 마디로 ‘기독교 국가주의자’는 종교의 탈을 쓴 과거 퇴행주의다. 권력과 권위를 잃은 가난한 백인 남자들이 잘나가던 시절을 꿈꾸며 아내와 아이들을 두들겨 패고, 그것을 하느님 가르침으로 포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잉 PC주의도 문제지만, 미국에서는 현재 평등의 원칙을 깨고 이렇게 과거로 퇴행하려는 문제적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독교 국가주의가 현재 공화당 지지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권력을 잃은 가난한 미국 백인 남자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이전 기사(링크)를 참조하시라)
그렇다면 미국은 이제 ‘기독교 국가주의’로 막장으로 가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날 기도회 실체를 한번 보자.

출처-<게티이미지>
한마디로 썰렁하다. 트럼프 지지 기독교인 수십만 명이 몰려들 것이라며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자리를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수천 명도 모이지 않은 것이 이날 250주년 기념 기도회의 실체다. 트럼프 지지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은 그 숫자가 한정돼 있으며, 시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양식 있는 미국 기독교계 가운데서도 ‘기독교 국가주의? 이건 아니지?”라는 목소리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이끄는 미국인들이 바로 있다.
출처-<한겨레>
바로 시카고 출신 사상 최초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다.
<계속>
다음 기사에서는 트럼프와 기독교 국가주의에 맞선 미국 종교인들의 이야기로 이어 가보겠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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