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를 보고 많은 중생들이 멘붕에 빠지셨을 거 같아 급히 몇 자 적어봅니다.
'충격과 공포'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본 민주당 지지자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참패처럼 느껴질 테고 큰일이 났다고 여겨질 겁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나빠진 건 별로 없고, 전체적인 구도는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부산 북구나 평택을에서 져서 의석수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과반이 넘어 어차피 법안 통과에는 영향이 없고, 3분의 2는 되지 않는 구도가 바뀌지도 않았습니다. 서울시장이나 경북지사, 대구시장은 원래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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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선 시장을 가져왔고, 기초단체장도 일곱 군데를 차지했습니다. 서울시 의회에선 3분의 2가 넘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구청장도 이전보다 더 늘어났습니다. 오세훈 시주가 5선에 성공했지만, 이런 상황에선 이전처럼 멋대로 시정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결과만 보면 어떻게 봐도 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대참패를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기대감이 지나치게 컸고,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 거라고 생각한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이 크게 다가올 뿐, 상황은 전보다 좋아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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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란'까지 벌어진 이 마당에 이게 말이 되는 결과인가?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또한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무려 IMF 구제금융을 받았어도 이인제가 5백만 표를 가져간 덕에 70만 표를 겨우 이길 수 있었던 게 우리나라 선거 구도입니다. 거기서부터 30년 걸려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이게 말이 되는 결과냐? 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닙니다.
기대보다 못한 결과였기 때문에 많은 중생들이 실망과 분노가 가득할거로 생각합니다. 이럴 때 가장 주의해야 중생 두 부류가 있습니다. 했제, 그랬제를 시전하는 자들과 다른 이를 탓하며 목소리 높이는 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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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은 같은 편끼리 싸우는 모습입니다. 같은 편끼리 싸우는 모습을 더 많이 보인 진영은 대개 선거에서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저런 부류의 인간들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분열의 씨앗을 뿌려 같은 편끼리 싸우게 만듭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도 저런 자들 때문에 만들어진 말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했습니다. 선거는 전쟁입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싸워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구동존이, 힘을 합쳐 선거에 이길 궁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만공스승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검찰 개혁에 대한 걱정에서 한 강의였다고 해도 만공스승도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 후보의 문제만을 지적했습니다.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는 건 당연하다 여기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누가 잘했네 잘못했네, 자격이 있네 없네, 누가 진짜 민주당을 계승했네 아니네 싸우기 바빴습니다. 옛날 표현으로 하자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고, 공을 세우기도 전에 논공행상부터 한 격입니다. 그러나 이는 한 두 시주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랬기 때문에 누구 탓을 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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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누구보다 앞장서서 샴페인을 터뜨렸던 자들, 공을 세우기 전에 논공행상부터 하려던 자들은, '내가 이러면 선거운동 하면 진다 했제', '이런 후보 내면 안 된다 그랬제'라며 '했제'와 '그랬제'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누구 탓이며 누가 책임져야 한다며 피를 토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자, 가장 멀리해야 할 자들이 이런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은 백해무익합니다. 이런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선 절대 안 됩니다. 무시하고 배척해야 하는 목소리입니다. 이런 소리를 하는 자들을 공론장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패배는 병가지상사입니다. 질 수도 있습니다. 패배 그 자체보다 패배 후에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고 나서 질서정연하게 후퇴할 수 있다면 차후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고 나서 니 탓, 네 탓을 해봐야 적에게만 이로울 뿐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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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전도 아닙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유의미하게 나아진 선거 결과니까요. 그런데도 누구 잘못이다 누가 책임져야 한다는 소리를 하는 자들은 자신이 따로 바라는 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들이야말로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해를 위해 같은 편들을 욕하고 싸움을 만들려던 자들이니까요. 이 자들이야말로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게 만든 원흉입니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럴 때 누군가 다른 이를 가리키며 저자가 책임이 있다고 하면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그쪽으로 쏠리게 마련입니다. 그 마음을 참아야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차라리 잠이나 자는 편이 낫습니다.
결과 이후에 하는 해설들은 모두 맞는 말이지만 모두 틀린 말입니다. 뭣 때문에 잘못됐고, 누가 잘못한 건지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에 정청래 대표의 책임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청래 잘못이니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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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에 정청래 대표는 조국혁신당과 통합해야 한다며 총대를 메고 이야기를 해서 무책임한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선거 결과를 보니 조국혁신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정청래 대표의 말은 옳은 말이었고, 통합 얘기하지 말자던 시주들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통합 얘기하지 말자던 자들이 정청래 대표에게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결사반대해서 통합을 막았고, 그 결과 선거에 졌으면 그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통합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던 자들이 자신들에게 발목을 잡혀 통합하지 못한 정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하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고 나서 하는 '했제'와 '그랬제', '니 탓이오'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실패나 패배의 원인이 아닙니다. 그 말을 하는 중생이 평소에 누구를 싫어했고, 뭐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부동산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던 중생들은 부동산을 이유로 들었고, 조국을 싫어하던 중생은 조국을, 김용남을 싫어하던 중생은 김용남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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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스승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나름 이런 의미가 있고, 이건 잘했고, 이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원하는 시주들이 있다면, 그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결과 해설이나 책임론이나 비판보다 누군가를 탓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강의를 급히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선거 과정에서 서로 손잡아야 할 중생끼리 싸우고 감정을 상한 걸 봉합하고, 누군가의 탓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서로 다독이며 다음을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누구 물러나라, 누가 책임지라며 무책임한 비난과 결과론을 이야기하는 자들을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때입니다. 결과에 대한 해설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서로 미워하고 분노하는 마음을 최소화하고 함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보다 우선되는 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이번 선거는 실책이나 실패라고 할 수는 있어도 패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서로 손가락질하며 누군가의 탓을 하고 분열하고 서로 미워하게 되면 패배가 돼버립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일은 질서정연한 수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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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무리하기 전에 하나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대한민국 언론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국민의힘 편을 들기 급급했습니다. 오세훈의 승리에는 언론의 탓이 적지 않습니다. 오세훈의 잘못을 감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5선을 하는 동안 오세훈에게 있었던 수많은 의혹과 문제점을 때로는 모른척하고 때로는 감싸주었습니다. 단 한 번도 날카롭게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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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어처구니없었던 건, 이번에 오세훈이 울자, 좀처럼 울지 않던 오세훈이 울었다며 의미를 부여하는 걸 보았을 때였습니다. 오세훈이 뭘 좀처럼 울지 않습니까? 무상급식 논쟁 때만 해도 애들 밥 주기 싫다고 울던 자입니다. 그런 자가 선거가 불리해 보이자 흘리는 눈물을 대한민국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진정성으로 포장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오세훈 당선의 1등 공신입니다. 이자들이야말로 제일 먼저 비판받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구동존이. 이 네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서로를 탓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 누르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나무관셈보살.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만공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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