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

충격이다. 이번 주 목요일(11일)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일이라니.....!
이 정도로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건 내 기억상 처음인 듯하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손흥민은 건재하고, 유럽 3대장으로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수비수 김민재가 있고, 현시점 세계 최강 클럽으로 평가되는 PSG의 미드필더 이강인이 있는데 말이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왜 그럴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 : 홍명보
첫 번째이자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 홍명보 감독이다.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홍명보 선수의 모습은 2002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 마지막 키커로 나섰던 장면이다. 승부차기에 성공하고 세리머니하던 그의 머릿결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당시 홍명보 선수는 대한민국의 캡틴이었고, 영원한 리베로였고, 엘라스틴의 남자였다.

출처-<한국일보>
그랬던 그가 이제는 월드컵을 앞두고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되었다.
대표적인 장면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자.
1. 울산 HD, 아니 K리그를 버린 남자
2024년 7월, 대한민국 축구는 뜨거웠다. 희대의 먹튀라고 할 수 있는 클린스만 감독이 떠나고, 새로운 감독 선임을 두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울산 HD FC 감독으로 있었다. 그리고 대표팀 감독 관련 이야기가 돌자, 울산 HD FC 및 K리그 팬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대표팀 감독에 안 간다.”
그러나... 일주일 후,

2024년 7월 8일 자 기사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7월에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그러자 울산 서포터즈들은 그를 향해 이렇게 불렀다.
‘런명보’
‘피노키홍’


울산 HD FC 서포터즈들의 현수막
출처-<연합뉴스>
이 외에도 울산 HD FC 팬들은 홈경기에서 다양한 현수막을 걸었고, 경기 후에는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울산 HD FC 팬들의 외침은 K리그 팬들 전체의 목소리로 변했다. 그 이유는 홍명보 감독의 처사가 단순히 울산 HD FC 팬들만이 아니라 K리그 팬들까지 존중하지 않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스스로 떠나지 않겠다던 그는 대표팀의 상황이 어렵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울산 HD FC 팬들과 K리그 팬들은 ‘대표팀이 부르면 K리그는 언제든 희생돼도 되는가’라는 문제로 받아들였다.
2. 나를 버린 감독, 그러나 연봉은...
무수한 비난에도 홍명보 감독은 꿋꿋이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비난과 비판을 의식했는지 그는 대표팀 감독을 수락하며 다음과 같이 명분을 내세웠다.

2024년 7월 10일,
울산 HD FC와 광주FC의 K리그 경기 후,
기자회견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제 안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습니다.”
비장하다. 문구만 보면 마치 숭고한 목표를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지는 독립투사 정도로 비장하고 애절해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 ‘국가대표팀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고, 마지막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그의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은 팬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축구계에서) 높은 지위에다가 연봉을 무려 20억 원(추정치)이나 받으면서 나를 버리고 나라를 위해 봉사한다고 하면, 누가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이겠는가.
이 때문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월 2억씩 받는 봉사 있으면 내가 하겠다. 어딨냐!”
라는 비아냥이 넘쳐댔다. 그냥 담백하게 ‘대표팀이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하면 될 것을. 홍명보 감독은 내 안에 있는 자아를 찾고, 나라를 위해 봉사한다는 상황에 맞지도 않는 발언을 하며 축구 팬들에게 다시 한번 분노를 선사했다.
3. 실력에 대한 의문
2020년 12월, 당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전무이사직을 사퇴하고, 울산 HD FC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울산 현대는 전북 현대에 밀려 만년 2인자의 이미지가 굳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이며 울산 HD FC의 숙원이던 리그 우승을 2022년과 2023년 연달아 이뤄냈다.

라커룸에서 화를 내며
“이게 팀이야?!”를 외치는
홍명보의 모습은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K리그 내에서 어느 정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실제 이 공로로 대표팀 감독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의 우승 과정을 잘 살펴보면, 그는 전술가형 감독이 아니라 분위기와 기강을 잡는 스타일이다. 울산 HD FC는 전북 현대와 함께 K리그 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기업 구단으로 항상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이었다. 당시 울산은 항상 전북 현대와의 우승 경쟁에서 마지막에 뒷심이 부족해 미끄러지는 ‘위닝 멘털리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술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홍명보 감독은 잘 어울리는 감독이었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무대와 그 무대 위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다르다. 냉정하게 대한민국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팀 가운데 중위권 혹은 중하위권 정도의 팀이다(다행히 이번 월드컵은 48개국이 참여하기 때문에 중위권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 팀에 대한 확실한 전력 분석, 경기 중에 발생하는 변수에 대한 기민한 대응 등과 같은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에겐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특히, 디테일한 전술을 준비하는 상대에게는 K리그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정효 감독과 홍명보 감독
출처-<인사이트>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23년, 2024년 당시 이정효 감독이 이끌던 광주 FC와의 역대 전적이다. 2년 동안 홍명보 감독은 이정효 감독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전적을 기록했다.
6전 2승 4패.
숫자로 보여지는 기록뿐 아니라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홍명보 감독의 실력이 우려스럽다. 홍명보 감독이 승리한 2승은 처음 2번이다. 나머지 4경기는 내리 졌다.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광주 FC를 이끌고 이정효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 HD FC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4연승을 이끌어 냈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이 4경기 동안 전술적으로 이정효 감독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를 보면, 토마스 투헬(잉글랜드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독일 감독)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전략가들이 모이는 월드컵에서 과연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인 한계를 드러내지는 않을지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홍명보 감독은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엄청난 실패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1승의 제물이라고 평가하던 알제리에도 4:2로 패했는데, 완전한 졸전이었다.
이렇게 처참하게 실패한 감독에게 대한축구협회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부여했다. 물론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는 좋은 사회이지만, 왜 그 기회를 홍명보 그리고 스타 선수들에게만 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유명하지 않은 선수 출신이었거나 선수 출신이 아닌 감독이었다면, 20억이라는 연봉을 주는 이런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졌을까. 결국 이는 자연스럽게 협회와의 인맥, 정몽규 회장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이유 : 정몽규
생각해 보면, 홍명보 감독 선임은 그간 축구협회가 만든 불신이 수면 위로 드러난 하나의 사건이다. 오늘의 한국 축구 위기를 만든 것은 축구협회, 그리고 정몽규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3년부터 무려 13년 동안 축구협회를 이끌어 왔다. 특히 지난 2025년 2월에는 그 숱한 비난을 뚫고 체육관 선거에서 85.6%의 득표율로 4선까지 성공했다.
(정몽규 회장이 4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협회 내부 선거 구조와 기존 네트워크에 크게 의존하는 간접 선거 시스템 덕분이다. 회장 선거에 참여하는 이들은 시·도 축구협회, 각 급별 연맹, 학원·생활·직장 축구, 프로·심판·지도자 단체 등 협회 산하 단체 대표자뿐이다. 일반 축구 팬들은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과거 체육관 선거와 같은 방식이며,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내부 카르텔만 잘 만들어두면,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는 구조다)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끈 13년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축구 추락의 연속이었다. 축구 팬으로서 한국 선수들이 잘하면 정몽규 회장이 더 집권할까봐 겁났던 시기다.
정몽규 회장의 여러 실정 중 몇 가지만 뽑아봐도 다음과 같다.
1. 승부조작 관련자 기습 사면 시도

2023년 3월 28일, 대한축구협회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 평가전을 앞두고 이사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이사회에서 징계 중이던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사면 대상자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 포함됐는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제명된 선수 50명 중 48명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협회는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한 축구 팬들의 입장은 다음 같았다.
“?? 뭔 개소리야! 그 성과랑 승부조작 가담자들 사면이랑 뭔 상관이야? 이게 말이야?!! 그 사람들은 스포츠의 근간인 공정성을 아주 뿌리부터 훼손한 사람들이라고!!”
축구 팬들을 더 열받게 했던 지점은 논리보다도 시기였다. 용납할 수 없는 사면을 의결한 시점은 사실상 대표팀 경기 열기에 묻힐 수 있는 킥오프 바로 직전이었다. 누가 봐도 사면을 한 후, 이를 덮으려는 의도가 보였다. 논리에 더해 어떻게든 몰래 하려 했다는 점이 더욱 여론을 분노케 했다.

출처-<붉은악마 SNS>
여론은 갈수록 악화했고, 결국 협회는 사면을 철회했다.
2.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과 문체부 감사
정몽규 회장의 임기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직후였다. 단순히 당시 벤투호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이 고무적이었다.
강팀들을 상대로 한국 대표팀은 경기를 주도했다. 이전에 항상 보던 ‘3백 기반의 선수비, 후역습’이 아니라 공과 공간을 점유하며 주도하는 경기를 통해 16강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축구 팬들은 열광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선수들 모습
출처-<한겨레>
이제 한국 축구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벤투호가 4년 동안 심어놓은 철학을 이어 나갈 후임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은 그 후임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온 인물은 ‘클린스만’이었다.
“모~오?? 클린스만?”

재앙의 시작이었다. 세계 축구계에서 클린스만은 감독보다 셀럽에 가깝다. 독일 내에서는 이미 평가가 끝난 감독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정몽규 회장이 데리고 왔다. 절차적으로 공정하게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발 시스템을 거친 것도 아니고, 회장의 픽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독에 선발됐다.
결과라도 좋았으면 다행이었겠지만, 클린스만은 한국 축구를 다시 후퇴시켰다. 전술과 전략은 없었고, 임기 내내 해외 체류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불성실하게 대표팀에 임했다. 국가대표팀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한국 축구 대표팀은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도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의 내분마저 기사화되며, 말 그대로 1년 만에 대표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직후,
패배의 원인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여 크게 공분을 샀다.
이 상황에서 부임한 감독이 바로 홍명보다.
그렇게 클린스만 감독으로 홍역을 치른 축구협회는 다시 한번 불투명한 과정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문체부 감사에 따르면) 당시 권한도 없던 이임생 이사가 야밤에 홍명보 감독 집 앞으로 찾아가 빵집에서 설득했다는 것이 선발 과정이었다. 이걸 두고 축구협회는 ‘공정한 면접’이었다고 했다.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누가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2024년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주요 임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문체부의 손을 들었다. 사실상 정몽규 회장 체제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며칠 전 정몽규 회장은 월드컵이 끝나면 사퇴하겠다는 돌발 성명을 내놓았다.

3. 실력에 대한 의문
이렇게 안에서 여기저기 문제가 터지는데 일을 잘할 리 있겠는가. 정몽규 협회장이 있는 기간 한국 축구의 행정은 급격히 추락했다. 이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축구 외교력이고, 대표적인 비교군이 바로 일본 축구협회다.
현시점 대한축구협회의 외교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정몽규 회장이 FIFA 평의회(Council) 선거에서 연속으로 낙선한 사례다.
FIFA 평의회는 FIFA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핵심 기구다. 그리고 FIFA 평의회의 선출 여부는 대한축구협회의 외교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몽규 회장은 2017년 FIFA 평의회에 선출된 이후 2019년과 2023년 내리 낙선했다. 심지어 2017년은 당시 경쟁하던 후보가 사퇴하면서 투표 없이 선출된 경우였다. 2023년 선거에서는 FIFA 평의회 내 아시아 몫으로 분류된 5석을 두고 7명이 경쟁했는데, 그 선거에서 정몽규 회장은 19표를 얻으며 6위에 머물렀다. 반면, 다지마 고조 일본 축구협회장은 39표를 얻으며 당선됐다.
실제 일본축구협회의 외교는 대한축구협회와 질적으로 다르다. 일본축구협회는 단순히 선거 때만 반짝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FIFA 회원국들과 장기적인 교류를 제도화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내에서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아시아 축구의 발전이 일본 축구의 발전과 연결된다고 밝히며, AFC와 47개 회원협회·지역과 협력하겠다는 방향을 공식적으로 밝혀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축구협회는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도자 파견, 국제 지도자 코스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고, 이러한 교류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회장직을 맡은 후로 내부적인 카르텔 구축에만 힘썼을 뿐 2002년 당시 보여준 국제적인 영향은 잃어가고 있다.
이렇듯, 월드컵을 불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홍명보와 정몽규라는 두 인물만으로도 이번 월드컵이 기대되지 않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간 평가전에서 보여준 전술 역량을 보면, 자연스럽게 기대되지 않지만, 이유가 또 있다.
한국 선수들이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 열매와 성과를 홍명보, 정몽규가 가져가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하게 될 것 아닌가. 그것이 두렵다. 축구 선수들은 응원하지만, 그 선수들을 지원하고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을 응원할 수 없는 마음이 참으로 복잡하다.
세 번째 이유 : 일본
월드컵이 기대되지 않는 마지막 이유는 축구라는 스포츠와 국가대항전이라는 대회 특성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신경 쓰이는 건 ‘일본’이다.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은 축구를 두고 앙숙이자 라이벌이었다. 그래도 근소하게 한국이 우세한 흐름이었다. 한일전을 하면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는 우리 선수들은 눈빛이 달라지며 특유의 패스 축구를 하는 일본을 그냥 투지로 눌러버리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투지 위에 일본의 기술이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제 일본은 더 이상 한국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한일전에서 한국의 승리가 기억에 나지 않는다. 오히려 참패의 기억이 쌓이고 있다.

지난 2021년 한일전에서 대패한 한국 대표팀
출처-<탑데일리>
지난 2021년 이후 한국과 일본의 대표팀은 3차례 경기를 했는데, 한국은 3전 전패를 기록했다. 그 세부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3:0
3:0
1:0
으로 졌다.
일본이 7골을 넣는 동안 한국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물론 이 경기들에서 우리가 정예의 1군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구체적인 수치에서 일본 축구는 한국을 확실히 앞선다. 2026년 4월 기준으로, FIFA 공식 랭킹에서 한국은 25위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18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1위였다. 실제 일본의 최근 경기들을 보면 아시아팀이 아니라 그냥 세계 상위권 팀처럼 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극적으로 조별 리그를 통과했다. 일본은 독일, 스페인과 한 조로 묶이며 예선 탈락이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일본은 독일과 스페인을 모두 꺾고 무려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당시 일본의 경기력은 충격적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긴 일본
출처-<이투데이>
결론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갈팡질팡하며 한국 축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일본축구협회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이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는 이제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닌 상대가 되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처참히 실패하는 데 반해, 일본은 지난 카타르 월드컵보다 더 좋은 경기력과 성과를 보일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단순히 일본이 못하길 바란다는 마음이 아니다. 일본이 다른 국가와 경기할 경우,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응원할 마음도 있다.
다만, 두려운 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처참한 결과를 낸 것에 비해 과거 축구 라이벌이었던 일본은 더욱 잘 나간다면, 한국 축구의 추락이 더욱 명징하게 느껴질 듯하여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서 너무 슬플 것 같다.
이것이 이번 월드컵이 기대되지 않는 마지막 그리고 솔직한 세 번째 이유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kuy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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