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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가 실패한 선거라고?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인구 900만 명의 서울과 한번 도지사를 배출했던 경상남도를 내주었다는 사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패배감을 안겨준 선거였다. 두 지역의 인구수가 많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지역의 패배 때문에 6.3 지방선거 전체를 패배했다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 다들 졌다 떠든다고 나까지 그러한 주장에 휩쓸리지 않아도 된다.

 

졌다는 이들의 분석을 포함해서 해당 지역들의 선거 결과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선거 분석에 필요한 기사와 정보를 찾으려 SNS와 인터넷을 뒤지는데 생각이 정리되기는커녕 점점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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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하겠다던 선거 분석은 간데없고 이런저런 정치 평론가, 유튜버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육두문자로 열심히 추임새를 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흥분하면 분석이고 나발이고 없는데.

 

웹브라우저를 닫고 깊이 호흡한다. 뜨거워진 가슴과 마음이 어느 정도 식었다. 식긴 식었는데 생각은 여전히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개싸움이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지면서, 싸움 구경에 정신이 팔린 탓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긴 글렀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끊어낼 부분부터 끊어내고 필요한 부분은 이어 붙이기로 했다. 제대로 드는 가위를 찾기 전에 얽힌 실타래부터 살펴본다. 민주당 개싸움 실타래에는 이전과는 다른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단박에 눈에 들지 않았는데, 찬찬히... 세세히... 곰곰이... 열심히 들여다보니 어떤 가위를 써야 할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유레카! 찾았다.

 

공화주의자 이재명 vs 밀실계략가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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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이런 개싸움은 처음 봤다. 계파 정치, 보스 정치가 횡횡하던 시절에도 이렇게 근본 없는 개 싸움판은 벌어진 적이 없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한 올해부터 링 위에는 밀실 계략가 이재명과 공화주의 이재명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가신들이 즐비하던 김영삼 대통령 때나 김대중 대통령 때도 보스를 놓고 이 따위 개싸움을 벌이지 않았다. 독재 정권일 때는 더 그랬다. 보스와의 관계를 잘못 떠벌렸다가는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되고 실제로 자기 무덤을 파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에 두려움에 이딴 개싸움은 벌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국민의힘보다 영리하고 대의와 명분을 중시했던 민주당이라 당내 권력다툼에도 가능하면 사상이나 이념 경쟁의 양태를 띄곤 했지, 계파 수장과의 친소를 놓고 싸우지 않았다. 보스를 놓고 싸우는 싸움은 이기는 사람 없이 모두가 패자가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이 끝나면 직접 싸우지도 않은 보스나 계파 수장마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는다. 상처만 입을까… 보스가 허수아비 바보가 될 위험이 너무 크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예전처럼 비주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실타래를 푸는 데 사용할 가위는 다름 아닌 이재명 대통령이다. 선거를 분석하기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가 알던 공화주의자인지 아니면 밀실 계략가인지만 판단하면 된다. 그럼 머릿속에 이는 온갖 잡음을 없애고 이 실타래를 풀 수 있게 된다.

 

니들이 잼통 맘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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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잼통 맘을 알아?" 내가 최근에 들어본 발언 중 가장 찌질 괴랄하고 바보 같은 발언이었다. "니들이 개… 게 맛을 알아?"를 외치던 신구 선생을 단박에 잊게 만든다.

 

자기 혼자만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안다고 떠드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제는 세 살 어린이도 다 안다는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성남시 시장실에 CCTV를 설치해 시청에 찾아온 성남 시민은 누구나 이재명 시장의 업무 수행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대통령이나 시장 같은 선출직 최고 공무원이 은밀하게 일개 유튜버를 독대해 자기주장을 잘 포장해서 대중들이 잘 수용할 수 있도록 전파해 달라고 도움을 청했다면, 우리는 이런 행위를 일컫는 아주 적당한 용어를 알고 있다.

 

밀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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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소문을 내고 싶은 사람은 자신과의 독대가 밀실 정치가 아니라, 여론 청취나 여론 수렴을 위한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떼를 쓸 테지만,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 각계의 원로를 만날 때도 공개적으로 만났다. 그 어떤 만남도 비밀리에 은밀하게 한 적은 없었다.

 

만날 때도 혼자 만나지 않았다. 보수 진영 원로인 정규재와 조갑제 두 명을 한꺼번에 불러 만났다. 민주주의자이면서 공화주의자를 자처하는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처신이다. 진영이 어느 쪽이건 이재명 대통령이 예전 박정희처럼 안가로 사람을 은밀히 불러내 독대하는 경우를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임자, 나요. 오늘 저녁에 안가로 들어와 시바스리갈이나 한잔합시다."

 

이재명의 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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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늘 갈등이 심한 현안들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충분히 숙의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숙의는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해당 사안을 잘 숙지하고, 가급적 판단이 편향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이모저모 잘 살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행위다. 시민의 공론장에서 숙의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심화한 위르겐 하버마스의 숙의와 다르지 않다. 평소에 이재명 대통령은 숙의를 "지칠 때까지 토론하면 된다"라는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곤 했다.

 

공소청과 중수청 정부 입법안의 숙의 기간에는 이해당사자 중 한 명인 이재명 대통령은 자기 뜻을 슬쩍슬쩍 비치기는 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거나, 간단한 것은 검사가 요청해도 문제 될 것 없지 않겠냐는 정도로 의견을 피력하기만 했지, 숙의 과정에 당사자로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정부 입법안 문제가 석 달 넘게 정가와 시사 유튜브에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동안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일절 말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론장의 열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뉴스공장이나 매불쇼는 정부 입법안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숙의의 본령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쓴 반면, 이재명 대통령을 밀실 계략가로 만들었던 무리들은 문조털래유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하며 주구장창 '잼통의 맘은 우리들만 알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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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겨레 뉴이재명 기사가 나왔고,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두고 갈라치기라며 열기를 더했다. 모든 것을 녹일 만큼 뜨거워진 정부 입법안 숙의 과정 위에 차기 당권 문제가 얹혀 한 몸처럼 붙어 버렸다. 그 순간 숙의는 사라지고, 앞서 말한 것처럼 공론장은 공화주의자 이재명과 밀실 계략가 이재명이 한판 붙는 격투기장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1라운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자신은 밀실 계략자가 아니라 공화주의자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따른다며 시민사회가 크게 문제 삼았던 공소청법 45조를 통째로 들어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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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에도 X에 여당이 가져야 하는 걸맞은 태도와 자세인 포용과 통합을 잊지 말자는 장문의 당부 글을 올렸다.

 

참 포용과 통합도 자칭 뉴이재명이라고 칭하는 무리들이 좋아하는 단어다. 내가 보기에 대통령의 게시글은 그냥 원칙을 강조한 글이다. 정청래 대표가 포용과 통합을 부정한 적이 있었나? 내 기억에는 없다. 김어준이 아니면 최욱이? 없다.

 

만약 이 글이 제목 팔이, 분탕질 전문기자들이 해석하는 것처럼 뉴이재명 세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이렇게 묻고 싶다. 김용남은 포용하고 통합하면서 왜 조국은 배척하냐고.

 

조국이 출마한 평택을은 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던 지역구다. 이곳에 새로운 민주당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옳은가? 재산 축소 신고가 문제가 되어 의원직이 박탈되었던 지역구에 대부업체 운영과 차명 거래 의혹이 있는 김용남을 앉히는 것은 무원칙이고 당원도 국민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만용일 뿐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X에 올린 글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은 조국 혁신당과의 합당을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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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으로 민주당은 쪽팔림도 모르는 정당이 되었다. 해당 지역구인 평택을의 패배뿐 아니라, 여러 격전지에서 민주당의 표를 까먹었던 주요 패인이다. 하기야 국민의힘이나 수구 진영에서는 무쪽팔림을 당당함이라고 읽긴 읽더라. 그들을 포용하기 위해 무쪽팔림을 배운 건가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검찰에 온 가족이 도륙당한 조국을 누구보다 욕하고 힐난했던 김용남을 맞상대로 공천했다는 것은, 조국을 모욕주기 위한 수단이고, 정치 초년병 조국을 감정적으로 흥분하게 만들어 네거티브 흑색선전으로 몰아넣으려는 비열한 수작이다. 평택을 선거를 통해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 주변에 얼쩡대는 정치팔이 유튜버들의 비인간적이고 무원칙한 치부가 모두 드러났다.

 

민주당을 위해 올린 이재명 대통령의 게시글은 민주당 내 특정 인물이나 세력을 염두에 둔 글이 아니다. 나는 이 글을 포용과 통합은커녕 당권 경쟁에 매몰되어 여당이 가져야 하는 기본자세와 너른 품을 내팽개친 사람들이 이제는 정신 차리고 권력 집착에 매몰된 당권 경쟁에서 벗어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애절한 권면으로 읽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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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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