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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자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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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밝혔듯,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보완 수사권 혹은 보완 수사 요청권을 남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숙의 과정에서 자기 뜻과 다른 국민의 마음을 확인했고,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대로 관련 조문을 통째로 들어냈다. 앞으로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마무리 작업도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을 당정에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화주의자가 맞다.

 

명칭이 어찌 되었건 최소한의 보완 수사권을 검사에게 주건 말건, 이 문제는 초가집에 숨어 사는 빈대처럼 하찮은 일이다.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이 문제로 대통령에게 밀실 계략가 이미지까지 씌워가며 민주당 내 분란을 일으킬 거리가 아니다.

 

보완 수사권 문제를 하찮다고 표현한 이유는, 제도는 인공지능처럼 스스로 작동해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때는 다 그 제도를 쓰는 사람 탓이다. 우리는 지난 9년간 너무나 선명히 대비되는 두 정권을 거치며 정말 사람이 문제라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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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괴수 윤석열과 한때 그의 충성스러운 수하 한동훈은 '등'이라는 단 한 글자로,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뒤집었다. 이들의 손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법은 날카로운 흉기가 되었다. 자기들은 칼자루를 쥐고, 국민에게는 칼날을 쥐라 강요한 채 금품을 갈취하고 국고를 털어먹었다. 외침이 일어나지 않는 한 거의 쓸 일 없는 계엄이라는 대통령의 법률적 비상 행위까지 국민을 향한 흉기로 꺼내 들었다. 국민을 위한 제도가 자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었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도 악당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

 

이와 반대로 문재인 정권 때는 간첩 용공 조작을 위해 오용되었던 '국가보안법' 같은 흉한 제도도 더 이상 국민 삶에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문재인 정권 동안 '국가보안법'은 국가 보안이라는 원래 목적대로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되었다.

 

이렇게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을 나 같은 시골 서생도 아는데, 만렙 행정가이자 정치인인 이재명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법 조항을 통째로 들어낸 것이다. 그는 말과 행동이 항상 일치하는, 국민에게 완벽하게 투명한 공화주의자다.

 

이전투구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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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잼통의 뜻을 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하는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코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다. 당권을 향한 단순하면서도 군내 나는 이해관계가 이 사달을 만들고 있다. 이번 지방 선거가 총체적 패배라는 무분별한 주장이 난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파 갈등, 친청, 친명, 반문, 반명처럼 아주 유치한 편 가르기 명칭들이 총동원되는 바람에 당이 당장이라도 쪼개질 것처럼 아주 시끄럽고 요란하다. 단언하건대 당이 쪼개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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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해를 너무 적나라하고 저급하게 드러내는 바람에 당원들이 쫓아내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예전처럼 당이 쪼개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툭하면 당이 쪼개지던 2000년 대 초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질적으로 다르다. 질적으로 다르기만 한 게 아니라 포기하기에는 당이 가진 재산이 너무 많다. 이런 일로 민주당이 쪼개진다면 국민의힘은 애저녁에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그러니 당이 쪼개질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나는 이 분열과 혼란의 저변에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민주당의 생래적 중도 공포증과 우리 정치에 뿌리 깊은 지역주의 감정이 역시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권력욕은 정치인의 기본 자질과 같은 것이니 그냥 깔고 가자. 곧 전당대회인데 무분별한 선거 패배를 주장하며 당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중도 공포증과 지역주의 공포증 때문이다.

 

'호남색을 벗어야 이긴다'는 착각

 

특히 이번 사태에는 '호남색을 벗어야 이긴다'는 착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지역주의 공포증은 민주당 모든 당원 사이에 만연한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굳이 영남이라고는 하지 않겠다)을 연고로 하는 세력과 의원들에게 퍼진 일종의 팬데믹 같은 공포증이다. 이는 민주당 권리 당원의 지역별 분포가 만든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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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권리당원 지역별 분포도

 

민주당 권리 당원의 지역 분포를 보면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은 수도권, 다음은 호남권이다.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연고까지 파고들면, 그 어느 지역보다 호남 연고 당원이 가장 많다. 현재 수도권의 호남과 영남 연고 인구가 대등하지만, 역사적으로 누적된 효과까지 고려하면 여전히 수도권 인구는 호남 연고 인구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인구학적 특징과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 성향이 맞물려 민주당의 권리 당원 중에는 호남 연고의 당원이 많다.

 

수도권 지역에 호남 연고 인구가 많아진 데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일제강점기뿐만 아니라 박정희 시대 한반도 경제발전 계획의 축이 영남이었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가장 먼저 놓인 곳도 경인선을 제외하면 경부선이었다. 현대에 놓인 KTX를 생각하면 영남 인구가 서울로 대거 이동했을 것 같은데, 당시 정부가 육성하려는 핵심 산업의 거점은 모두 영남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다. 결과적으로 영남 인구는 서울이 아닌 새로 건설된 산업 거점으로 이동했다. 대거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는 호남 인구였다. 2000년 이전까지 호남에서 서울로 이동한 인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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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8일,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찾은 김대중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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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5.18 광주 학살이라는 비극적 경험은, 어느 지역 연고 시민보다 생존을 위해 보다 강하게 정치적으로 결속하게 만들었다. 호남 사람들의 영원한 대통령 김대중과 그의 유지를 이어가는 당을, 호남 사람들은 언제 닥칠지 모를 생존 위협에서 자신을 지킬 정치적 거점으로 삼았다.

 

이런 민주당 역사와 현재 당원 구조 때문에 일부 영남 지역 출신의 직업 정치인들, 이재명 대통령 이후 민주당에 들어오거나 새롭게 조명받은 정치인들에게 호남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정청래 당대표는 걸림돌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그를 주저앉히지 않으면 자신들이 당권을 잡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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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표제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만든다"라는 주장은 정청래 당대표가 포기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다. 아무리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30% 반영한다 해도 1인 1표제의 반영 비율을 더 낮추지 않으면 영남 출신 당대표를 보증할 수 없다. 단순한 권력욕 때문이라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정청래 주저앉히기를 시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태의연한 정치 역학으로 그린 싸구려 밑그림의 냄새가 난다.

 

차기 집권 치트키를 찾아서

 

정치 결사체로서 정당의 궁극적 목표는 집권이다. 민주적 방법으로 영구 집권이 가능하다면, 물론 영구 집권이 정당의 궁극 목표가 된다. 민주당도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윤석열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차기 집권은 민주당에도 절체절명의 목표다.

 

민주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당대표를 거쳐 대권을 잡았다. 당시에는 당원 1인 1표제가 아닌 대의원제가 의사결정의 기본 구조였다. 이런 기억이 일부 영남 출신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영남 출신 당대표가 대선의 패배 확률을 낮추는 치트 키라는 암묵적인 교감을 만드는 듯하다.

 

그런데 이들이 잊은 것이 있다. 호남 출신 이낙연을 낙선시키고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것도 민주당 당원들이었다. 민심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에게 있었다. 당시 한국 갤럽이나 NBS 여론조사도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를 2~3배 차로 앞섰다. 1인 1표제로 표출된 민주당의 당심과 대한민국 국민의 민심 사이에 괴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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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일반 국민까지 참여했던 국민・일반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당심이나 민심과 완전히 괴리된 이변이 일어났다. 2021년 10월, 3차 국민 일반 당원 선거인단 결과 이낙연이 과반을 훌쩍 넘는 62%를 득표했다. 조직적 외부 세력의 개입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역사를 돌아보면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괴리는 권리 당원이 아니라 대의원이 촉발하는 경우나 민주당 정체성을 갖지 않은 일반 국민을 아무나 참여하게 만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어났다. 따라서 지금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당원 1인 1표제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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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이 가진 지역주의 공포증을 염두에 두면, 조국혁신당과 합당 거부도 한결 깔끔하게 이해된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었다는 점은 합당 당사자인 조국 대표뿐만 아니라 우상호, 홍익표 정무 수석이 모두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뜻이고, 대통령이나 일반 권리 당원의 1표의 무게가 다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전 당원 투표를 했다면 합당이 이루어졌을 것이고, 조국 대표는 매우 강력한 당 대표 후보 중 한 명이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성향과 기개가 민주당 의원들보다 민주당 권리 당원의 성향과 바람에 더 부합한다. 합당 뒤 조국마저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조국은 민주당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당 대표 후보, 더 나아가 대선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영남 당 대표와 대선 주자라는 공식이 집권의 최단 경로라고 믿는 일부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에게 조국은, 아주 힘겨운 경쟁 상대가 된다. 전 당원 투표를 거부한 이유다. 당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당원은 두 당의 합당을 70% 가깝게 찬성했다. 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시행했다면 두 당은 합쳐졌을 것이다.

 

밀실 정치를 꿈꾸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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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투명한 공화주의자임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는데도 여전히 기자들과 일부 진보 스피커들은 밀실 계략자 이재명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유럽 순방 길에 정청래가 서울 공항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인터넷은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뉴스로 도배가 되었다. 청와대가 아니라고 하는 데도 아랑곳없다.

 

주님보다 김어준을 더 많이 찾는 김 목사, YTN 복귀에 들뜬 이 앵커… 유시민에게 육두문자를 날린 청년재단 오 이사장 등도 신이 났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법 45조를 통째로 날리는 것을 보고 사색이 되었을 때와 달리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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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한껏 치켜세운 것을 두고도 대통령이 차기 당권 향배의 속마음을 내비친 발언이라는 기사가 넘쳤다. 대통령이 직접 발탁해 1년 동안 동고동락한 국무총리를 떠나보내며 그 뒤통수에 대고,

 

'더 하라는데 싫다고 하시네요. 당에 돌아가 당권을 잡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잖아요.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어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게 어찌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힘을 실어 준 발언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고의 국무총리였다, 끝내주게 일을 잘했다 이렇게 치하하는 건 대통령이 자동으로 발사하는 상식적인 클리셰에 해당한다. 굳이 별 뜻을 찾을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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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다른 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이제 역할을 바꾸게 됐는데’라고 말한 문장의 주어도 정치 평론가나 기자들은 대부분 ‘김민석 총리’라고 주장한다. 명시적 주어가 없지만 이 문장의 주어를 김민석 국무총리라고 이해기는 어렵다. 이 문장은 주어를 ‘김민석 총리가 이끈 내각’으로 놓고 읽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민석 후임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 한성숙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인재가 아니라 기존 내각에서 발탁한 인물이란 점을 고려하면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는 문장의 주어는 김민석 총리가 아니고 내각으로 이해할 때 더 자연스럽다. 이렇게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 이유가 더 중요하다.

 

당의 임명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당원과 당 대표가 갖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내각 안에서 역할을 바꿀 권한은 있어도 내각을 벗어나 당직을 바꿀 권한은 없다. 그 권한은 당 대표에게 있고, 당 대표를 바꿀 권한은 권리 당원에게 있다.

 

이 문장의 주어를 김민석 국무총리로 읽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기들만 만나주는 밀실정치의 화신이 된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꿈에서조차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철저한 공화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얽힌 실타래를 공화주의자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명품 가위로 싹둑 잘라 풀어 버리니, 이번 지방 선거판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선거의 주요 승부처를 파헤쳐 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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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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