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난 지 2주가 다 돼가지만, 여전히 찜찜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도 ‘잘했다’, ‘잘못했다’ 시원하게 평가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태도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기저에는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선거를 잘했다고 하면 ‘친래’이고, 선거에 실패했다고 하면 ‘반래’이자 차기 당대표 출마가 유력한 김민석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지요. 선거가 끝났는데도 선거가 끝나지 않은 기분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뉴이재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속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연합뉴스, 링크)
정치권 ‘팔이피플’이란 무엇인가
권력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강한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자가 대통령이라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큰 권력을 갖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가깝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 권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내가 대통령의 뜻을 알고 있다”라는 말이 힘을 갖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의 뜻을 안다는 것은 누구보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의미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팔이피플’입니다. 대통령과 진짜 가까운 사람은 가깝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떠벌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까. 누가 봐도 가깝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정치를 지켜봐 온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나는 왜 속상한가
‘팔이’들이 활개 치면 대개는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기 마련인데, 청와대는 그런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의 복잡한 속사정 때문이라 추측하겠지만 역으로 이 부분이 바로 지지자들의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지점이기도 할 겁니다.
보잘것없지만 누가 나의 정치색을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민주당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이재명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말할 겁니다. 나는 그가 걸어온 서사를 사랑합니다. 다만 왜 ‘팔이’들을 멈춰 세울 메시지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속상한 것도 사실입니다.
통합을 강조하며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할 그의 속 시끄러운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이따금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으로 그들을 용인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마음이 스쳐 지나가면 참으로 복잡해집니다.
속 시끄러운 내 마음의 이유: 인사와 법안
어떤 분들은 단순히 우려라고 하겠지만 저에게도 나름, 속 시끄러움의 근거가 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봉욱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일찍이 그는 검찰 수사권 축소 방향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의 권한을 강화한 검찰 편향 인사들과 같은 법조 네트워크에 있던 사람입니다. 현재,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입니다.

(한겨레, 링크)
현재 법무부 차관 이진수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는 서울남부지검 간부 검사단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검찰 개혁의 길목마다 친윤 검사가 자리 잡은 형국입니다. 검찰 개혁을 간절히 원하는 지지자들과 정치인들의 우려 섞인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과거와 다르고, 검찰 구성원 모두가 범죄자라는 시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조선일보, 링크)
그 후 이재명 정부가 국회로 보낸 중수청·공소청 중심의 검찰 개혁안은 겉으로는 ‘검찰청 폐지, 수사·기소 분리’를 내세웠지만, 실제 구조와 조문을 보면 검찰권이 우회적으로 유지·강화될 수 있는 법안이었습니다.

(MBC, 링크)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조국혁신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하면서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수정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시끄럽고 사회적으로도 소모적인 논쟁이었습니다.
제가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유는 그가 가진 개혁적인 이미지, 기득권과 권력 앞에 한 치도 타협하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허나 이때의 논쟁과 각 스피커들의 설왕설래에 많은 분들이 피로감을 느꼈고 꽤 시끄러웠던 것도 사실일 겁니다. 역시나 제가 모르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란 매우 많은 이들을 통합해 나아가야 하는 것일 테니까요.
통합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통합’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습니다. 환영할 일이며 동감합니다. 그런데 통합의 방향을 살펴보면 한 가지 패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는 국민의힘 3선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를 ‘배신행위’로 규정하며 즉각 제명했습니다.

(한겨레, 링크)
같은 인선에서 김성식 전 의원도 함께 발탁됐습니다. 국가보훈부 장관에는 한나라당 3선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이 임명됐습니다. 대통령비서실 국민통합비서관에는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끌었던 개혁신당의 2대 대표 허은아가 임명됐습니다.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는 뉴라이트 성향 논란이 있는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개혁신당 출신으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용남도 있습니다.

(광주MBC, 링크)
이들 한 명 한 명의 전문성이나 자질을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 제가 느낀 피로감의 정체는 바로 거기서 보이는 패턴 때문입니다.
왜 통합 행보는 일관되게 보수를 향하는가. 왜 같은 진보 진영인 조국혁신당, 진보당, 혹은 민주당 내 비주류 인사를 향한 통합의 손길은 잘 보이지 않을까. 소위 ‘뉴이재명’이라 불리는 이들이 우리 진영을 향해 가하는 공격에는 침묵하는가.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이 비대칭이 바로 저를 포함해, 강렬하고 뜨거웠던 지지자들의 마음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려를 막는 자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하는 지지자들에게 많은 스피커들은 “이재명의 뜻이 그러하니 대통령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뉴이재명’이라 칭하며, 대통령의 결정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이들을 오히려 공격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은 사람이지요. 보수 언론은 이 ‘뉴이재명’ 세력을 칭찬하고 그 목소리에 볼륨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링크)
어쩌다 보니 제가 지면을 빌리고 있는 딴지일보의 대표인 김어준 총수를 ‘반명 수괴’라고도 합니다.

(미디어오늘, 링크)
가당키나 한 말일까요. 윤석열의 비상계엄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차를 타고 가며 김어준 총수에게 맨 먼저 전화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이 김어준 총수라고 밝혀졌는데, 그 총수가 ‘반명 수괴’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그날을 기억합니다. 당시 그가 대표로 있는 딴지일보와 겸손 방송국에서는 지면과 방송, 트위터로 계엄군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가장 먼저 전했습니다. 당사자성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미친 듯이’, ‘계속해서’ 매일 보도하고 매일 분석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아예 〈란 12.3〉이라는 다큐까지 기획하고 투자합니다.
그런 김어준 총수가 ‘반이재명’을 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요. 김어준 총수가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사례가 있긴 했습니까. 막말로 아침마다 우리가 몰랐을 정부의 정책 홍보를 자기 일처럼 챙기지 않습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통령이 김어준 총수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김어준 총수가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고요.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은 김어준의 사익이라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주장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김어준 총수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 가장 크게 성장한 인물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나는 꼼수다’를 통해 전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고,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는 현상 유지에 가까웠습니다. 이재명 정부인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이재명 대통령을 믿고 있고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 봐왔기 때문이지요.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전례가 있습니다. 그는 일찍이 자신의 팬클럽이었으나 변질되어버린 손가혁과 과감하게 결별했습니다. 그때 그들을 자신이 멈춰 세웠습니다. 이재명은 그런 사람입니다.
이 말은 제가 옳다는 것도 정의라는 것도 아닙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재명 정부에 커다란 분기점이 될 것이기에 여기에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우아한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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