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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 행사 접수 마지막 날, 우연히 소식을 접하고 겨우 참가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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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목포역에서 집결했다. 동호회 형님 한 분이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며 함께한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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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조카는 처음엔 수줍어하며 눈을 피했지만, 금세 사랑스러움을 마음껏 뽐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한 가정의 듬직한 삼촌이 되었고, 엄숙하고 무거울 수 있는 행사 내내 힘들어도 밝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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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음을 가지고 먼 길을 와 주신 분들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버스를 타고 움직이며, 같은 김밥을 먹었다. 한마음 한뜻을 가진 끈끈한 식구를 얻은 기분에 더없이 뭉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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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 몇 번 갔던 적이 있고,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에 담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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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었고 여전히 마음의 안정을 지키기가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 몰래 구석진 곳에서 눈물을 훔치며 겨우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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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던 그 때(바로 위 사진), 한 아주머니께서 사진을 부탁하셨다. 가족이 함께 나올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는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글씨가 쓰인 노란 돌멩이를 가리키며 찍어달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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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돌멩이를 가리켜서 의아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물어봤다.


"아시는 분이세요?"


돌아온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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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이 엄마예요."


그 한마디에 겨우 다스리고 있던 감정이 한 번에 뒤집혔다. 숨기지 못하고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참사의 당사자를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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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부모의 고통을 '단장(斷腸)'이라고 했던가.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겪으신 분을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마주하자, 사나이 체면이고 뭐고 눈물이 쏟아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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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마음을 다잡고 사진을 찍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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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왜 그동안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를 자주한다. 사진 찍는다고 카메라를 사고 책도 사고 장비를 사며 '사진'을 취미로 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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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력은 항상 제자리라고 느낀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고, 어려운 부분 배우는 건 귀찮고, 맨날 하던 대로의 답습이다. 그렇게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임한 사진이기에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도 큰 발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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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셔터를 누르지만 내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 사진이라는 것을 단순한 취미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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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사진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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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쁨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견뎌내야 할 이유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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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일한 생각으로 피하거나 숨지 않고 당당히 세상과 맞서겠다. 더불어 숲이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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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