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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민주당은 여전히 공방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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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링크)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리를 따지기 전에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검사들은 보완수사권 존치를 원할까요?

 

당연히 원합니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오는 10월에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수청 체계가 완성되면 검사는 더 이상 수사를 개시할 수 없게 됩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사라집니다. 이 구조에서 보완수사권은 검찰이 수사 기능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쥐여준다면 검사의 실질적 수사 영향력과 재량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재량이 넓다는 것은 곧 법조 시장에서 전관예우가 작동할 공간이 보장됨을 의미입니다. 검찰 조직의 결속과 이후의 수익 구조가 함께 유지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완수사권은 검사들에게 이념이나 원칙의 문제로 포장된 ‘밥그릇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현재 권한, 그리고 퇴직 이후의 수익 구조까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당연하게도 검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검사들의 언론플레이입니다.

 

 

같은 서사, 다른 사건

 

올해 초 공소청과 중수청법안의 논의가 뜨거웠던 시점부터 최근 6개월간 묘하게 닮은 기사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 사안들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무능한 경찰이 놓친 사건을 집요한 검사가 보완 수사를 통해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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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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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링크)

 

기사들의 구조를 뜯어보겠습니다.

 

첫째, 도입부에서 경찰이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합니다. 거짓 증거에 속거나, 핵심 진술을 놓치거나, 추가 수사를 게을리합니다. 그래서 진범이 빠져나갈 뻔합니다.

 

둘째, 검찰이 등장합니다. 정의로운 검사가 의심을 거두지 않고 계좌를 추적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집요하게 수사합니다.

 

셋째, 진범이 잡힙니다. 피해자가 구제됩니다. 그리고 기사의 말미에 꼭 검사의 인용문이 따라붙습니다.

 

“보완 수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묻혔다.”

 

“암장될 뻔한 사건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완수사권은 필수다.”

 

사기 사건, 무고 사건, 아동 학대, 교통사고 등 사건 성격은 다 다르지만, 서사는 늘 똑같습니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 등장하는 마지막 문장은 사실상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닮아 있습니다. 이쯤 되면 패턴이라고 봐야 합니다.

 

 

평검사의 얼굴을 한 카르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이 기사들의 주인공은 부장검사도 검사장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2년 차에서 6년 차 정도 되는 초임급 검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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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링크)

 

이처럼 초임급 검사를 택한 이유는 검찰 권력의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치 검사가 아닌 민생 검사, 권력자가 아닌 일선 실무자의 얼굴을 내세웁니다. 사람들이 검찰에 대해 가진 부정적 기억, 즉 조국 사태, 이재명 수사, 12·3 내란과 거리를 두기 위한 장치인 것입니다. 검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캠페인이지만, 속내를 드러내면 대중의 반감을 살 것이 분명하기에 평검사의 얼굴을 빌려오는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평검사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메시지를 재래 언론을 통해 일제히 분출하는 일사불란함은, 검찰이라는 거대 조직의 기획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이라는 조직 차원에서 같은 메시지를 동시에 풀어내고 있다고 보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을 찾기 어렵습니다. 개별 평검사의 얼굴을 빌려 검찰 조직이, 권력의 수뇌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조의 가면을 쓴 협박

 

보완수사권 존치를 위한 몸부림 안에서도 언뜻 정반대 방향처럼 보이는 글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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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링크)

 

광주지검 순천지청 장진영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인용한 보도입니다. 장진영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수사는 결코 권한이 될 수 없고, 오로지 책임만 될 뿐이다.”

 

“현재 입법부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경찰에 모든 수사 권한과 책임을 전적으로 넘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중대범죄수사청과 더불어 경찰이 우리나라 모든 수사 권한과 그 책임을 온전히 가져가길 바란다.”

 

표면적으로는 “우리는 손을 떼겠다”라는 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글의 본질은 검사들의 이탈, 미제 사건의 폭증, 시효 도과의 증가, 떨어진 사명감 등을 나열하며 “이대로 가면 한국 형사사법은 마비된다”라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보완수사권도 다 가져가라”는 말은 “망하는 길로 가더라도 너희가 다 책임져라”는 의미입니다. 다른 기사들이 정면에서 “보완수사권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한다면, 장진영 검사의 글은 보완수사권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사법 시스템이 다 망가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우군의 총동원

 

어찌된 일인지 경찰마저 우군으로 동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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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링크)

 

경찰 설문조사를 적극 인용했는데 내용을 보면, 현직 경찰 105명에게 설문한 결과 35.2%“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보도는 35.2%라는 수치를 마치 절대다수의 의견처럼 부각했지만, 30.5%“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 충분하다”라고 답했습니다. 표본집단 105명 중 5%포인트 차이는 5명 차이에 불과합니다. 통계적 착시를 이용한 보도입니다.

 

법학 교수도 동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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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링크)

 

국민대 이호선 교수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헌재는 이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헌재가 유사 청구를 줄줄이 각하해 온 전례를 이호선 교수가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청구한 이유는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검찰 개혁의 방향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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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링크)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025년 12월 26일 보완 수사 우수 사례집 발간사에서 “1차 수사의 완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보완 수사마저 금지된다면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지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6월 25일, 김민석 총리가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입장”이라고 발표한 다음 날인 6월 26일에도 자신의 SNS에 보완 수사 성과를 자랑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검사들이 간절히 외치고 싶지만 차마 직접 말할 수 없는 자리에 모두 대리인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초년 검사, 피해자의 입, 경찰 설문, 자문위 의견, 헌법학자의 청구, 법무부 장관의 SNS까지. 검사들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채널에 동시다발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결론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화법

 

검사들의 수사 방식이 어떤지는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증거를 수집합니다. 국정조사가 확인한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한 방식이 정확히 그러했습니다.

 

검찰발 보도들의 패턴도 같은 구조입니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

 

이 결론에 맞춰 사례를 모읍니다. 사기, 무고, 살인, 아동 학대, 교통사고. 각각의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중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가 빛을 발한 사례만 골라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검찰이 부실 수사한 사건, 검찰이 보완 수사로도 풀지 못한 사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은 보도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캠페인의 본질입니다. 결론은 정해져 있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사례만 추출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한국 형사사법의 전체 풍경인 것처럼 제시합니다.

 

 

이지선다의 늪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경찰의 암장'입니다. 경찰이 부실하게 처리해 묻힐 뻔한 사건을 검찰의 보완 수사가 살려낸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경찰의 암장을 막는 방법이 정말 검찰 보완 수사밖에 없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의신청 제도의 강화, 재수사 요청권의 실질화, 시민 감시 기구의 확대,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감사 강화, 수사 종결에 대한 사후 통제 강화 등 얼마든지 다른 견제 장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대안들은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논쟁 구도는 어떻게 짜여 있을까요. 검찰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 오직 이 이지선다뿐입니다. 검찰의 여론 라이팅이 성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논쟁의 프레임 자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짜놓은 것입니다.

 

이 이지선다에 갇히면 우리는 검찰 견제라는 진짜 목표를 놓치게 됩니다.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도 모두 같은 프레임 위에서 싸웁니다. 그러는 사이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진짜 질문, 즉 검찰의 전횡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은 사라집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의 전횡에 대한 견제입니다. 검찰이 부당한 기소를 하고, 표적 수사를 하고, 조작 수사를 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지선다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검찰이 파놓은 늪입니다.

 

 

밥그릇을 지키려는 자들의 최후 전투

 

현직 검사의 수사 권한, 퇴직 후 로펌에서의 전관 활용, 조직 내부의 결속과 위계, 그리고 검사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위상. 이 모든 것이 보완수사권 하나에 걸려 있습니다.

 

검찰청은 폐지되고 수사·기소 분리는 확정됐습니다. 남은 것은 보완수사권이라는 마지막 요새 하나뿐입니다. 개혁의 완성 여부가 사실상 이 하나의 조항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검사들이 지금처럼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단독 기사, 평검사의 얼굴, 부장검사의 자조적 협박, 피해자의 입, 경찰 설문, 헌법학자의 청구, 법무부 장관의 SNS. 채널은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로 수렴합니다. 그들도 이 조항 하나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수법을 유독 낯익게 느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권한을 지키기 위해 검찰이 움직여온 해묵은 방식, 그리고 검찰이 던져준 각본을 고스란히 받아써 온 기득권 언론의 팀워크를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이 낡은 수법에 또다시 속아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저들이 마지막 요새를 지키기 위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필사적으로 덤벼드는 만큼, 우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지켜봐야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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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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