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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미국 건국 250주년 행사가 열리는 워싱턴DC 길거리에 수백 명의 백인 남성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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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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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그들은 ‘파시즘’ 상징을 모자와 옷에 달았고, 미국 남부군 깃발을 든 채로 이렇게 외쳤다.

 

“미국을 되찾자!” 

 

“미국에 다시 혁명이 필요하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즐기려던 워싱턴DC 주민들은 경악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방관했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독립기념일 백인 우월주의자 행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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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버검 내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출처-<게티이미지>

 

5.18 모독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외친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 떠올리게 하는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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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링크

 

이병태의 말에 동조하며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다면, 이런 미국 지하철에 한번 앉아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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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당신이 사진 속 아시아계 남자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백인 우월주의자에 둘러싸인 아시아계 남자

 

실제로 이 사진이 공개된 후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온라인에서 외쳐댔다.

 

“옷 맞춰 입고 지하철 타는 게 뭐가 문제냐! 표현의 자유다!”

 

“누굴 때리거나 위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지하철 탄 건데 뭐가 무섭냐?”

 

“잘못한 게 없고 떳떳하면 그냥 가던 길 가라.”

 

실제로 이 사진 속의 아시아계 남자 로즈웰 엔시나 씨는 당시 심정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로즈웰 엔시나 씨의 발언이 담긴 기사(링크))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쓴 남자 수백 명이 지하철에 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불편했고 불안했다. 이 자리에서 내려야 하나 생각했다.”

 

(참고로 엔시나 씨는 아시아계이지만, 미군 아버지를 둔 당당한 미국 시민권자다)

 

결국 엔시나 씨는 백인 우월주의자 수백 명과 같은 지하철 칸에서 30분 동안 있어야 했다. 말 한마디도 서로 나누지 않는 채 말이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에 미국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미국 역사는 위대한 업적과 동시에 폭력으로 점철돼 있다.”

 

워싱턴DC 지하철 속 ‘나 홀로 동양인’이 떠올린 미국의 역사는 아래와 같은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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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100년 전인 1925년 8월 워싱턴DC에서 있었던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쿠 클럭스 클랜)의 행진이다. 당시 백인 6,000여 명이 흰옷을 입고 미국 국기를 든 채 이렇게 외쳐댔다.

 

“백인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

 

“백인 외 인종을 몰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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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100년 전 백인 우월주의는 미국 전역에 퍼져 있었다. 같은 시기 뉴욕 거리 한복판에서도 백인우월주의 집단이 성조기를 단 자동차를 타고 행진하며 다른 인종을 위협했다.

 

그런가 하면 불과 90년 전인 1936년 뉴욕 한복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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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수천 명의 미국인 나치주의자들은 뉴욕 한복판에서 “하일 히틀러”를 외쳤다. 동시에 이들은 또 이렇게 외쳤다.

 

“아시아에서 온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을 더럽히고 있다!” 

 

“미국을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은 외국인들을 몰아내야 한다!”

 

지하철 속 ‘나홀로 동양인’이 공포를 느낀 이유는 단순히 선글라스나 마스크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상징하는 백인 우월주의의 역사,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위협과 폭력, 죽음과 비극 때문이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모욕한 스타벅스 사태 이후,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말의 뜻이 단순히 워딩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군사정권의 독재 역사와 학살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다.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들의 정체

 

그렇다면 미국 독립기념일에 백인 우월주의 행진을 벌인 이 집단의 정체는 무엇인가?

 

‘패트리어트 프론트’(Patriot Front)라고 불리는 백인우월주의 집단이다.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럿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동을 계기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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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패트리어트 프론트’를 창립한 사람은 당시 18세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토마스 로소(Thomas Rousseau)였다. 

 

이 단체의 원칙은 이러했다.

 

-대학가에서 20-30대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다.

 

-회원들의 이름과 신상은 절대 비밀로 한다.

 

-온라인상에서 미국 우월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퍼뜨린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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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에서

백인 우월주의 행진을 지휘하는 토마스 로소

출처-<게티이미지>

 

20대도 지나지 않은 로소는 매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백인우월주의 행사를 벌이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해 왔다. 그러나 2022년 ‘가디언’지가 입수한 이메일과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이 단체의 실체는 이러했다.

 

“20-30대 젊은 회원들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 대학가와 학교, SNS를 겨냥하라.”

 

“워싱턴DC에서 행진하려면, 최소 500명이 필요한데 사람이 모자란다.”

 

“트위터, 레딧 등 SNS에 가짜 계정을 만들고, 메시지를 복사해라.”

 

“인터넷 언론에 가짜 뉴스를 퍼뜨려서, 단체 이름을 노출시켜라.”

 

뿐만 아니라 이들은 워싱턴DC 집회장까지 회원들을 데리고 가면서, 버스도 아닌 이삿짐 트럭에 회원들을 실어 날랐다. (한국의 태극기 부대는 최소한 노인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날랐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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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도 아니고 이삿짐 트럭에서

십자가를 들고나오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회원들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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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대도시 지하철을 탈 줄도 몰랐다. 시골 출신이라 대도시에서 지하철 표를 사서 개찰구를 통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회원들에게 지하철 타는 법을 가르치는 리더 토마스 로소의 모습이다. 

 

결국 이들의 실체는 이러했다.

 

-20대 고졸 무직 젊은이가 기부금 받아서 이끄는 단체

 

-대규모 단체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회원수 2-300명에 불과한 군소 단체

 

-규모를 부풀리려고 SNS에서 가짜 계정 만드는 단체

 

-회원들에게 교통편으로 버스도 아니고 이삿짐 트럭 제공

 

-지하철 개찰구 통과 방법도 모르는 정도로 현재의 테크 기술과 먼 자들

 

-기부금을 받으려 십자가와 기독교를 내세우는 자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얼굴도 밝히지 않는 비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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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춘 채 행진하는

패트리어트 프론트 회원들 

출처-<게티이미지>

 

이러한 자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은, 100년 이상 된 백인우월주의 차별과 비극, 그리고 죽음 때문일 것이다. 그 대상은 한국인 등 아시아계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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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5.18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거리에 성조기를 들고나오는 ‘명예 미국인분’들.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 보시라. 

 

아시아계 얼굴을 가진 당신은 이 자리에 앉아서 “여러분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게 말하면 저 수백 명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코리안을 환영합니다”라고 할 것 같은가? 

 

아니면 “순수 백인들의 미국을 더럽히는 옐로우 멍키들”이라고 할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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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표현의 자유는 의미가 없다. 표현의 자유도 때와 장소가 있다고 말할 것인가. 타인의 죽음과 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의 자유’는 멈춰야 한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자유에는 그 격에 맞는 책임이 갖춰져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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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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