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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만 성도 돌파 기념 예배가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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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80년대 사람들은 기적을 목격하려면 직접 현장을 찾아야만 했다. 박태선의 시대에는 천막 집회로, 조용기의 시대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라는 거대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회라는 한정적 공간에 묶여 있던 기적은 채널의 변화를 맞이한다.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집회의 열기와 기적이 티비 화면과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안방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사람들은 방송 시간에 맞춰 티비 앞에 모여들었고, 방송을 놓치더라도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며 기적을 소비했다.

 

기적의 콘텐츠화. 그 시작점에 조용기가 있었다면, 매체 전환의 중심에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이 있었다.

 

미디어, 이재록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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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은 대부분의 사이비 교주와 정통이라 불리는 기독교 종파의 초대 대형 교회 설립 목회자들이 갖는 특성을 공유한다. 1943년 경상북도 군위에서 태어나 한국 전쟁 직후의 혼란 속에 성장했다. 이재록의 간증에 따르면, 그는 오랫동안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살아왔다고 한다. 특히 젊은 시절, 7년 가까이 중병으로 고통받다가 1974년 극적인 신앙 체험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고, 이후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게 되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삶의 과정은 한국 현대 종교사에 등장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과 동일하다.

 

문선명, 박태선, 이만희, 정명석 모두 자신의 특별한 영적 체험을 전파했다. 사이비 종파뿐만이 아니다. 조용기를 비롯한 대한민국 개신교의 대형 교회 목회자들 다수가 가난과 질병, 절망을 극복한 경험을 반복해서 간증한다. 이재록도 자신을 치유받은 사람이라 소개했다. 보통 순서는 이렇다.

 

나는 죽음과 같은 절망 속에 있었다. 그러다 하나님을 만나 달라진 삶을 살게 되었다. 하나님이 나를 살리셨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당신도 살리실 수 있다. 이를 경험한 내가 당신을 돕겠다. 나를 섬겨라.

 

이 단순한 구조는 수십 년간 한국 교회의 강력한 설득 방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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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이재록은 서울에서 만민중앙교회를 개척한다. 처음부터 대형 교회를 꿈꾸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교회는 몇 명의 신도와 함께 시작한 소규모의 개척교회였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치유와 기적을 설교하고, 하나님의 살아있는 역사를 강조했다. 신도들은 이러한 간증을 빠르게 퍼뜨렸다.

 

이재록의 초기 성장 방식은 박태선이나 조용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전 세대가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 바로, 변화하는 시대가 제공한 '미디어'였다.

 

기적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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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커지면서 기적에 대한 종교 체험이나 목격담은 늘었지만, 대중에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조용기 목사가 아프리카에서 행한 기적이 비디오를 통해 전파되었다. 평생 앉은뱅이로 살던 아이가 조용기 목사의 기도 중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영상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교회로 몰려들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같은 교회는 종교 체험의 장이 되었고, 치유 집회와 간증은 예배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기적은 더 이상 이단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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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한민국은 인터넷 보급이 빠른 나라였기 때문에 종교와 기적의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확산되기 쉬웠다. 이재록은 이러한 변화를 누구보다 적극 활용했다. 만민중앙교회는 자체 방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집회 영상을 제작했다. 예배 중계에 그치지 않고, 치유 집회의 경우 영상으로 기록하고 편집 후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송출되었다. 이제는 집 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기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의 기적은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현장이었다. 반면 영상으로 기록된 기적은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퍼 날라지면서 사건이 아닌 일종의 콘텐츠로 발전한다. '두 눈으로 내가 보았다'는 증언은 '영상으로 내가 보았다'로 바뀌었고, 누군가의 체험을 영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믿음을 갖게 했다. 기술의 진화는 종교가 사람을 설득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기적 경쟁의 시대

 

만민중앙교회는 미디어를 통해 기적을 전달하면서 초대형 교회로의 성장을 이뤄낸다. 기적을 중심으로 성장한 공동체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적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허리 통증이 나았다는 이야기, 다음에는 중풍 환자가 일어섰다는 이야기, 그다음에는 암이 치유되었다는 간증이 이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더 놀랍고 강한 체험담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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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이 선택한 것은 자연 현상이었다. 집회 사진 속에 나타난 빛이나 특이한 구름에 의미를 부여해 하나님의 표적으로 소개했다. 이름 모를 영상 속 새의 움직임을 천사의 모습이나 독수리의 형상,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표적으로 해석했다. 교회는 이러한 사례를 모아 집회와 간증에서 소개한다. 성령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가 만민중앙교회에 임했다는 증거였다. 그 현장은 녹화되어 언론을 통해 대중에 알려지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다. 기적이 담긴 영상 역시 의혹이 불거졌다. 조작되었을 거란 의혹 제기와 비용을 받고 서로 말을 맞추거나 연극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이 기적을 믿게 할 매개체가 필요했다. 이재록은 기적을 신앙의 영역에만 묶어두지 않았다. 세계기독의사네트워크(WCDN)를 통해 의사와 의료인을 참여시켜 각종 검사 결과와 의료 기록을 제시하며 치유 사례를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으로 소개했다. 이재록은 믿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과학의 권위를 빌려 기적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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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접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하나님이 병을 고치셨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선은 하나님이 아닌, 기적을 행한 사람에게로 향한다. 교회의 본질보다 목회자의 존재감이 비대해지고, 결국 '누구의 교회'라는 브랜딩만 남은 채 자신들이 섬기던 하나님을 지워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이재록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교회는 그의 영적 지위를 증명하는 도구로 전락했고, 기적은 신앙을 돕는 것이 아닌 권력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었다.

 

기적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만민중앙교회는 자체적으로 방송국을 운영했고, 해외에서 집회를 열며 세계 곳곳에 치유 집회를 송출했다. 국내외 수많은 신도와 해외 지교회를 두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제국은 2018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권력을 빌미로 그릇된 성적 욕망을 채워온 자들의 민낯이 세상에 폭로되던 때, 이재록 역시 심판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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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여러 여성 신도들이 공개적으로 증언하기 시작했다. 오랜 소송 절차 끝에 법원은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절대적인 종교적 권위 아래 심리적으로 지배된 상태였다고 판단했고, 이재록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복역 중 대장암 치료를 받다가 2023년에 사망한다.

 

이재록 사후 만민중앙교회는 내부 분열을 겪는다. 지금은 여느 대형 교회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세습이 이뤄진 상태다. 셋째 딸 이수진 목사가 담임 목사로 활동하며 교회를 이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영향력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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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기적을 행했지만, 기적을 믿음의 조건으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좇는 맹목적인 신앙을 경계했다. 그러나 한국 현대 종교사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화려한 기적과 자극적인 간증을 좇았고, 미디어는 이를 실시간으로 복제하며 확산했다. 지난 70년간 한국 종교사가 반복해서 보여준 가장 거대한 비극이다. 기적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기적을 갈망하는 인간의 취약한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 마음을 이용하려는 가짜 구원자들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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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금성무스케잌

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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