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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링크)

 

지난 7월 1일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찬 회동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정중하면서도 품격 있는 대화를 본 덕분인지 딴지 게시판에서 느껴지던 날 선 느낌도 한결 줄어든 듯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스뵈이다 400회 특집 방송 중 유시민 작가의 시국 진단에 대한 집중포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전체 맥락보다는 특정 단어나 문장을 물고 늘어지는 수준이라 딱히 신경 쓰거나 대응할 일은 아닙니다.

 

그중 개인적으로 눈에 띈 것은 평론가 허지웅 씨의 인스타그램 글이었습니다. 다른 비판들이 정치적 목적이나 조회수를 높이려는 목적이라면, 허지웅 씨는 그런 목적 없이 본인이 생각한 바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표현 수위가 높다 보니 많은 언론매체들이 이를 보도하며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정치적 쟁점화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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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씨 인스타그램, 링크)

 

저는 이 쟁점화가 어색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프란츠 카프카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 비평했다고 해서(물론 실제로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언론이 이를 물리학적 논쟁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카프카가 물리학자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문학 비평으로는 물리 이론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분석이라고, 허지웅 씨의 비판 글은 에세이라고 이름 붙여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둘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분석 - 객관의 영역

 

어떤 주장이 분석이 되려면 결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결론에 이르는 근거, 근거를 엮는 틀, 그리고 그 틀로 도출되는 예측까지 갖춰야 합니다. “제사를 지내면 비가 내린다”, “나쁜 짓을 하면 병에 걸린다” 같은 주장은 어떤 체계를 지니지 않은 단순한 주장일 뿐입니다.

 

근거와 틀, 예측을 갖췄다는 것은 중요한 특징 하나를 만듭니다. 그 주장을 누가 했는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근거가 타당한지, 틀이 현상을 잘 설명하는지, 예측이 맞아떨어지는지는 화자의 이력이나 감정과 상관없이 따져볼 수 있는 문제니까요. 이런 성격을 ‘객관적’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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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뵈이다 400회, 링크)

 

반면 에세이는 다릅니다. 화자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는 글이기 때문에, 그 글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화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죠. 이건 에세이가 열등한 형식이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화자와 분리될 수 없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분석과 에세이를 같은 잣대로 놓고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입니다. 하나는 화자를 지우고도 성립해야 하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화자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글이니까요.

 

 

내용의 수준이 아닌 형식의 차이

 

많은 대중들이 유시민 작가의 정치 평론에 귀를 기울이는 건 내용이 타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평론가들과 비교되는 형식의 차이도 있습니다. 과거 ‘썰전’이나 토론 방송, 개표방송을 돌이켜보면, 보수논객들이 일방적 주장에 아전인수식 근거를 붙여 말싸움을 이기려 드는 수준에 그칠 때, 유시민 작가는 현상을 설명하는 틀을 제시하고 그 틀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근거를 덧붙입니다. 앞서 정리한 ‘분석’의 성격에 가깝습니다.

 

그 분석의 예로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발전도상인’, ‘생존자’, ‘과제 중심형’ 같은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이 용어들은 단순한 인물평이 아니라,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행보를 설명하면서도, 지지자들의 정서를 파악하고, 당선 이후의 예상까지 일정한 틀로 엮어낸 표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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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라디오, 링크)

 

얼마 전 이슈가 됐던 ABC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계, 반○계식의 1차원적 편 가르기에 그치는 다른 정치평론가들과 달리, 유시민 작가의 ABC론은 과거 정치인으로서의 경험과 유권자 혹은 평론가로서의 관찰을 아우르는 틀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현재를 설명하고 근미래를 예측했습니다. 당시 언론을 장식하던 ‘누구누구는 뉴이재명이라더라’, ‘뉴이재명은 반문이더라’라는 수준의 내용과는 형식 자체가 다릅니다.

 

이번 다스뵈이다 400회 특집 방송에서의 증축, 재건축, 용역 같은 단어들도 단순 비유가 아니라, 현상을 해석하는 틀을 제시하는 장치입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정이 묻어나는 대목도 있었지만, 감정의 표현과 현상의 해석은 분명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면역 세포가 밖에서 들어온 세균을 물리쳐야 하는데 자기 자신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1년간 지속됐고, 그 결과 신진대사 이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표현은 현상에 대한 해석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를 공격하는 이들은 ‘본인은 정상 세포고 나머지는 이상 세포란 말이냐’ 식의 원색적인 반응에 그칩니다.

 

한편, 허지웅 씨의 비판은 이런 반응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객관의 언어에 대한 주관의 표현

 

허지웅 씨는 정치평론가가 아닙니다. 유권자로서, 작가로서 정치에 대한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정치라는 주제에 대해 전문성을 지닌다고 보기 어렵고, 본인의 생계와 연관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대해 똑같은 비판을 했더라도, 다른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에게 기대하는 것과 같은 형식적 엄밀함을 기대할 근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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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씨 인스타그램, 링크)

 

실제로 그의 글에는 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정치적 현상을 설명하는 틀이 타당한지에 대한 평가보다, 본인의 생각과 유 작가의 생각이 다른 점, 유 작가의 이력에 대한 본인의 평가가 이어집니다. 정치인 시절에 대한 평가, 386 세대라는 상징성, 20년 전 발언을 소환한 나이 기반의 평가 같은 것들이죠. 이런 평가들은 대부분 유시민 작가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닌 요소들을 향하고 있어서, 사실 허지웅 씨가 비판하려는 게 유시민 작가의 발언 내용이 아니라 유시민 작가라는 사람 자체인 것 아닌가 싶은 면도 있습니다.

 

그러다 돌연 2011년 “내가 김어준을 비판하는 이유”라는 글을 썼던 일을 스스로 언급하는 부분에 이르러, 이 글의 성격이 좀 더 분명해집니다.

 

그 시기에 저같이 유명하지도 않은 민주당 지지자조차 딴지 게시판 글 하나, 트위터 글 하나에도 꽤 많은 악플과 메시지로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허지웅 씨도 그 무렵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경험에서 형성된 감정 내지 주관적 평가가 전제돼 있다면, 15년 사이 딴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관심 밖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시선에서는 15년 전의 악플러들과 지금 다스뵈이다를 보는 사람들이 같은 집단으로 여겨졌을 수 있겠죠.

 

즉 그의 주관적 경험에서 비롯된 정서를 표현한 글인 셈입니다. 형식적으로 에세이에 해당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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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링크)

 

저는 허지웅 씨가 에세이 형식으로 비판 글을 썼다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를 정치적 쟁점으로 다룬 언론의 태도입니다. 유시민 작가를 비판한 허지웅 씨의 글을 보도한 대부분은 인스타그램 글을 문단별로 옮기고 ‘~라며’, ‘~라고 밝혔다’라는 인용의 나열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사 제목에는 ‘비판’, ‘직격’ 같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런 단어는 같은 차원의 담론에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어울립니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정치적 현상을 설명하는 틀을 제시하고, 그 틀로 근미래를 예측한 이론의 형식을 갖춘 〈분석〉입니다. 이에 대한 허지웅 씨의 글은 자신의 경험과 정서를 담은 문학적 〈에세이〉입니다. 이 둘을 같은 차원의 담론으로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와 함께, 유시민 작가의 같은 발언에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다른 정치평론가들에게도 스스로 돌아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정치평론가라 여긴다면, 한 작가의 에세이와는 다른 차원의 내용과 형식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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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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