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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권에 오랫동안 노회찬 의원을 대체할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단 몇 마디로 웃음이 나오게 하는 동시에 촌철살인하는 캐릭터. 황명필 최고위원에게 주목한 이유는 노회찬 의원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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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고, 내란을 정당화하니 내란 정당이라고 했을 뿐"이라는 말을 비롯해 주옥같은 어록을 선보였다. 오랜만에 등장한 희귀 캐릭에 즉시 그를 섭외해 인터뷰했으나, 이후 조국혁신당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그 인터뷰는 사장되었다.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황명필 또한 뇌리에서 잊혔다.

 

그러나 이번 지방 선거를 계기로 다시 한번 그를 주목하게 되었다. 이만한 정치인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인터뷰하게 되었다. 황명필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바는 딱 세 글자로 표현할 수 있겠다.

 

사나이. 보기 드문 진짜 사나이다. 비겁하지 않고, 용감하며,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안다.

 

이번 선거도 그렇다. 평택에서 시작된 지지자 간의 대립이 전국 선거에 영향을 미쳐 범민주 진영은 원하는 만큼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울산에선 이겼다. 울산에서 이긴 가장 큰 이유는 황명필이다.

 

황명필은 김상욱에게 아무 조건 없이 양보했을 뿐만 아니라 진보당 김종훈 후보와의 단일화까지 매조지했다. 만일 황명필이 양보하지 않았거나 양보했더라도 중재하지 않았다면, 김상욱 후보는 다른 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처럼 졌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민주진영 지지자는 이런 사정을 모른다. 이런 뜻있는 정치인을 모른척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황명필이란 사나이, 황명필이란 정치인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오늘 황명필에 대해 모조리 디벼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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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 황명필

 

금성무스케잌(이하 '금'): 뭐라고 부르는 게 좋으세요?

 

황명필(이하 '황'): 지금은 울산시당 위원장을 하고 있으니, 위원장으로.

 

금: 위원장님은 영화 좋아하세요?

 

영화 취향부터 가볍게 건드려 보자.

 

황: 영화를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에요.

 

금: 인생 영화 한 편 정도는 있잖아요.

 

황: 어릴 때는 <벤허>가 멋있어서 좋아했고, 지금은 <쇼생크 탈출>. 철학적으로 깊은 함의가 있다고 보거든요.

 

오, 황명필의 파이아키아.

 

금: 어떤 의미가 있죠?

 

황: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최상층부와 최하층부는 정치적으로 같은 보수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보수는 변화는 싫어하니까 부유한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이해가 되죠. 그런데 최하층부 사람들은 정책적 변화로 크게 잃을 게 없는데도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그 이유가 이 영화에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모건 프리먼이 좀도둑질로 어려서 감옥에 들어갔다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평생 감옥을 들락날락하잖아요. 감옥 안에서의 세상만 아는 사람이 늙어서 자유가 주어지자 어쩔 줄 모르다가 결국 자살을 시도해요. 진취적으로 싸워서 자유를 획득하지 않은 사람들, 권위에 굴종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이 투쟁하지 않은 대가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불안해하면서 또다시 자신을 지배해 줄 대상을 찾아 나서죠. 한국 사회에서는 그것이 오랜 기간 수구 언론이기도 했고, 또 누군가에겐 극우 개신교 단체일 수 있겠죠. 속고 속으면서 주구장창 국민의 힘만 찍는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예요.

 

금: 또 다른 취미가 있으세요? 보통 사람은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하니까.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시면...

 

황: 안 좋아해서는 아니고요. 제가 어릴 때부터 키가 컸어요.

 

영상에서는 늘 앉은 모습이라 이 정도 거구일 줄은 몰랐다. 다리도 길고 체격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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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지금 키가 몇이죠?

 

황: 185~186. 집이 가난해서 영화를 보러 다닐 형편도 아니었고, 가끔 영화관에 가면 무릎이 앞에 이렇게 닿고요. 고등학생 때는 뒤에서 조금만 좀 낮춰주세요 이런 말이 들어 온단 말이죠. 또 좁으니까 불편하고. 그래서 영화관을 안 가게 됐죠.

 

금: 음악은 뭐 좋아하세요?

 

황: 락이나 메탈을 좋아하는데, 장르는 안 가려요. 옛날에는 제가 머리를 길러서 메탈을 좀…

 

음악 취향을 듣고 보니 가수 신해철과 닮아 보인다.

 

금: 음악을 직접 하셨어요?

 

황: "쉬즈곤~" 정도는 부를 수 있었죠. 지금은 목을 다쳐서 그렇지만. 그리고 소위 말하는 운동권이라고 하면서, 운동도 되게 좋아했어요. 제가 2006년에 지방 선거를 나갔거든요.

 

금: 그때 출마를?

 

황: 열린우리당 때인데 구 의원, 시 의원 후보가 한 명도 없으니까 시당위원장이 저보고 "청년위원장이라도 출마해달라. 당원들이 찍을 데 한 곳은 있어야 할 거 아니냐" 해서 나가게 됐죠. 지금은 얼굴이 이렇지만 그때는 30대 초반이고 나름 동안이어서, 밖에 나가면 무슨 대학생이 선거를 나왔냐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 허우대가 좋으니까 후보는 양복 입고 다녀라" 하길래 구두까지 맞춰 신고 돌아다녔죠. 선거 운동 끝나고 아킬레스건염에 족저근막염까지 생겨서 그 뒤로 운동을 못했어요. 그러면서 살도 한 20kg 찐 상태네요. 목은 2012년 대선 때, 붙박이로 마이크 잡다가 목에 피도 나고, 지금은 조금만 말해도 목이 금방 쉬어요. 노래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되는 상황이고. 그래서 요즘은 보통 책을 읽죠. 옛날에는 깊이 있는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웹 소설.

 

금: 웹툰은 보세요?

 

황: 웹툰은 화면 넘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소설은 가만히 놓아두고 읽거나 오디오로 읽어주기도 하니까 보기가 편한데 말이죠.

 

본격적으로 황명필의 정치 인생을 냅다 파보자.

 

조국혁신당의 '국힘 제로'

 

금: 윤석열의 조국 일가 기획 수사, 그때는 뭐 하셨어요?

 

황: 울산에서 서울까지 열심히 집회 다녔어요.

 

금: 서초동으로요?

 

황: '검찰 개혁 원정대' 깃발 들고 매주 나갔죠. 원래 현장 노사모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시민들, 당원들과 함께하는 일에 익숙해요. 열린 민주당 때도 시당 위원장이어서 당원들이랑 노무현 재단 사람들 같이 버스 대절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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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필 위원장의 노사모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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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영 대표와 최민희 의원도 보인다.

 

금: 닉네임 핵퍽탄.

 

황: 가끔 사람들이 노사모 활동하면서 민주 진영 뒤에서 온갖 허드렛일만 하고, 그 시간이 후회되지 않냐고 물어볼 때가 있어요. 저는 그분 옆에서 샴페인도, 소주도, 막걸리도 한잔했으니... 그거면 내 노력에 대한 값으로 충분하고 넘친다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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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필이 노사모로서 바친 세월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주 한 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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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기울인 막걸리 한 잔으로 이미 넘치도록 보상받았다.

 

금: 조국혁신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총평을 해주신다면?

 

황: 국민의 힘이 서울을 지키면서 선방했죠. 지지율이 훅 떨어졌다가 지금 비등비등하게 올라왔잖아요. 한동훈은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했고. 우리 혁신당으로서는 가슴 아프지만, 패배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요.

 

금: 혁신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황: 정당은 지향하는 가치가 있고 당원이 있으면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당이 지향하는 가치는 크게 두 가지죠. 검찰 개혁과 사회권 선진국. 특히 검찰 개혁에서 지금 우려되는 지점들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금: 어떤 부분이요?

 

황: 형사소송법 개정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디테일 한 것들이 있죠. 인적 청산도 같이 가야하고요.

 

금: 인적 청산은 누구를 청산해야 한다는 건가요?

 

황: 내란에 동조하고, 거기에 부화뇌동하면서 조작 기소를 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겠죠. 검찰 총장을 시작으로 경중에 따라서 밑에 사람들까지 쭉. 사냥개 역할에 충실했던 사람을 영전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고요. 소위 말하는 윤석열 사단 사람들이 지금도 영전되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받아요.

 

금: 한동훈도 당선되는 마당에.

 

황: 한동훈은 어찌 됐든 선출직으로 당선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죠. 대신 한동훈도 조사받아야 하는 부분은 받아야 하고요.

 

금: 이번 울산 시장 선거에서 벌어진 일들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몰라요. 위원장님 입장에서 시간 순서대로 한번 이야기해 주세요.

 

황: 처음에는 제가 이번 선거에 굳이 출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김상욱 당선자처럼 유력한 후보가 있으니까요. 오히려 보궐 선거를 고려했죠. 그 지역은 민주당에서 내보낼 마땅한 후보가 없었어요. 전은수 위원장도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고요. 제가 그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수학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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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그 고등학교 위세가 대단하잖아요.

 

황: 비평준화 시기에는 전국 평균 1등을 하기도 해서, 지역에서 좀 알려져 있죠.

 

금: 전국구 엘리트 학교죠.

 

황: 저희 때는 전국 3등 정도 했는데, 한 해 위에는 1등도 하더라고요. 근데 평균 높다고 명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 몇 개 더 맞추는 게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만 지역 학부모들이 보았을 때 일단 저 학교에 입학하면 어느 정도 되겠네 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저희 때는 비평준화라 울산 전역에서 갔지만, 지금은 동네 학생들이 거기에 다 가니까,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선배로서 어필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그 학교 출신이 선거에서도 조금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울산 남구 보궐은 민주당 후보가 없을 때, 일대일로 여론조사를 붙이면 어느 정도 비등하게 나올 거로 생각했어요. 저의 자산이 될 거기도 하고요. 근데 울산 시장 선거는 구도가 다 짜여 있었어요. 제가 나가봐야 1~2% 정도 나올 거로 판단했죠. 저희 울산시당에서도 시장으로 나가면 지지율 안 나올 거 뻔한데, 그럼 그 정도 사람으로 폄하될 수 있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래서 고민했죠. 지지율 안 나오면 쪽팔리잖아요.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이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해야 하는 책무는 뭔가. 어쨌든 보궐은 민주당이 후보를 낼 테고, 시장 선거는 민주당과 진보당이 평행선을 달리는 구도가 되어 있으니, 중간에 매개가 있지 않으면 어렵겠다 싶었어요. 혁신당은 늘 그때그때 필요한 역할을 해왔고, 이번에는 이게 내 책무인 것 같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래서 시장 선거에 나가게 되었죠.

 

금: 원래 시장 출마는 생각 없으셨던 거네요?

 

황: 지방선거 갔다, 총선 갔다, 여기저기 들이대는 걸 안 좋아해요. 제도적으로 바꾸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총선에 나가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울산 지역에서 뛰는 조국혁신당의 기초, 광역 후보들이 있어요. 누가 한 명 앞에서 깃발을 들어줘야 후보들도 힘이 생기기 때문에 안 나갈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죠. 선거라는 게 작은 선거든 큰 선거든 일단 나가면 힘들거든요.

 

금: 불쏘시개 역할.

 

황: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죠. 물론 나가서 토론회 잘하고 열심히 뛰어서 잘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희박한 확률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 울산시가 4년 동안 행정을 개판으로 하면서 시민들이 많이 힘들었거든요. 이걸 바로 잡는 게 우선이었어요.

 

금: 민주당은 위원장님께 '우리' 당이 아니잖아요. 우리 당이 아닌 당의 후보가 당선되게 하려고 나를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안 한단 말이죠. 최소한 나한테는 아니더라도 우리 당에는 도움이 되어야 하잖아요.

 

황: 조국혁신당의 전체 기조가 '국힘 제로'였어요. 당에 도움이 되면 너무 좋고,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도 '국힘 제로'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면 하는 게 맞다고 보죠.

 

대의를 위한 희생. 내자리충이 판치는 작금의 여의도에서 셈법 없는 정치인을 오랜만에 만났다.

 

단일화 시작 : 사라진 선거 연대

 

금: 이번 울산 시장 선거 단일화 과정은 굉장히 특이해요. 어떻게 시작된 거죠?

 

황: 진영 차원에서 초반 논의가 부족했어요. 혁신당뿐 아니라 진보당도 후보를 내는데,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서 후보를 이미 다 결정한 거예요. 우리가 지난 대선 때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대선을 치르고, 지선에서는 선거 연대를 하자고 약속했거든요. 근데 이렇게 공천해버리면 문제가 생긴다, 논의해야 한다고 민주당 시당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했죠.

 

기초의원 같은 경우 3인 지역구면 우리(민주 진보 진영)가 가져올 수 있는 건 최대 두 자리입니다. 근데 민주당이 여기에 2명을 내고, 혁신당이 1명, 진보당이 1명 내면 표가 나뉘면서 결국 국민의 힘이 두 자리를 가져가게 돼요. 울산에서 몇 안 되는 3인 지역구에는 민주당 후보 하나 혁신당 후보 하나, 아니면 민주당 후보 하나 진보당 후보 하나 해서 두 자리 모두 우리 진영이 가져가야 구의회가 다수가 되죠. 구의원뿐만 아니라 시의원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이야기를 전했죠. 근데 그렇게 안 됐어요. 공천을 벌써 다 해버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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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그때 고민하고 말한 대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죠. 진보당도 지역에서 알려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시의원이나 구청장 자리가 필요해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진보당이 많이 요구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원래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이 던져놓고 조율하는 거니까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어요. 이제 민주당에서는 여론조사로 하자, 진보당에서는 지금 대통령 인기가 이렇게 높은데 당명을 넣고 여론조사를 하면 하나 마나 아니냐, 이게 무슨 선거 연대냐 하며 진행이 안 됐습니다.

 

사실 진보당 말이 상당 부분 맞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중간에서 이런 부분은 진보당 말이 맞다, 조율해야 한다 이야기했는데, 그 당시에는 안 들은 거죠. 다자 대결해도 이긴다고 판단되니까. 근데, 아니거든요. 당시 여론조사 상으로는 국민의 힘이 15~20% 나온다고 하지만, 뚜껑 열어보면 훨씬 높을 거라고요. 계엄하고 탄핵해도, 아니 나라 팔아먹어도 기본 35%는 가져가는 당이잖습니까? 민주당 시당위원장은 이미 당내 경선으로 정해 놓은 후보에게 본인이 내려가라 마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보당은 진보당대로 그럼 우리도 끝까지 달리겠다 해서 평행선을 달리게 됐죠.

 

이번 울산시장 선거 최종 득표율은 김상욱 당선자 48.7%, 국민의 힘 김두겸 후보 45.7%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3%포인트.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결과는 뒤집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찔하다. 그래서 황명필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그의 대승적 역할이 없었다면, 민주당은 서울과 평택뿐 아니라 민주 진영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거로 예상한 울산 지역에서도 쓴맛을 봐야 했을 거다.

 

황: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자기가 얻을 게 있어요. 후원회 열고, TV 토론회 나가고, 각 가정에 얼굴 박힌 홍보물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올라가죠. 근데 이 상태로 가면 국힘 제로를 달성할 수가 없었어요. 김상욱 후보에게 어떻게 할 거냐 물어봤죠. 김상욱 후보가 "지금 시간은 없고, 여론조사 할 여건도 안 되는 것 같으니 좀 도와주십시오" 하더라고요. 그래서 좋다, 대신 조건은 하나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해라. 네, 약속하겠습니다. 그래서 5월 14일 오후에 제가 먼저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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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에서는 제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할 테죠. 제가 단일화하면 진보당도 부담스럽거든요. 혁신당은 대의를 위해서 시원하게 해줘 버리는데, 진보당은 뭐 얻으려고 끝까지 버티냐 하는 비난이 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 선거 연대에서는 사실 민주당이 실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가 그 부분은 김상욱 후보에게 이야기했어요. 귀책 사유가 진보당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자회견에서도 진보당을 압박하는 형식의 표현은 해서는 안 된다. 진보당 측에도 그런 뜻을 전했습니다. 우리가 시민들 앞에서 어떻게든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 지금 나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추측건대 진보당도 그때 고심이 깊었고, 제 기자회견이 더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아요. 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경선에 합의했어요. 첫 번째 관문을 넘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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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선택

 

금: 이제 여기서부터는 위원장님이 관여할 필요가 없잖아요.

 

황: 처음에는 없었죠.

 

금: 위원장님은 양보했으니까.

 

황: 그렇죠.

 

금: 이제 둘이 알아서 잘해라 하면 되는데, 왜 계속 관여하셨어요?

 

황: 저는 한 발 물러났고, 이제 우리 당 후보들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까지 혁신당 후보들은 앞에서 나서주는 사람 없이 각개전투로 뛰고 있었거든요. 너무 미안하죠. 근데 일주일 뒤에 여론조사를 하면서 단일화 합의가 파투 나버렸어요.

 

금: 내용이 뭔가요?

 

황: 제가 전해듣기로는 국민의 힘에서 조직적으로 역선택을 한다. 두 군데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천 명을 모집하면 보통 첫날 다 안 차거든요. 근데 한쪽에서는 첫날 다 차버린 거예요. 이례적으로 표본이 빨리 잡힌 거죠. 여기저기서 제보도 들어오고요. 민주당 측에서는 국민의 힘 사람들에게 쪽 제보를 받고 심각한 왜곡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그러면서 난리가 난 거죠.

 

금: 직전 여론조사는 어떻게 나왔죠?

 

황: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 여론조사가 하나 있었어요. 김상욱으로 단일화하면 양자든 다자든 무조건 김상욱이 이기고, 김종훈으로 단일화하면 양자에선 1% 차이 우세한데, 다자 대결에선 김종훈이 진다는 내용이었어요. 또 하나, 전 울산 시장 김두겸한테 사조직이 있어요. 금섬회(金蟾會)라는 모임인데, 김두겸 시장 이름에서 '쇠 금 김(金)', 김두겸 별명이 두꺼비, 합해서 황금 두꺼비. 그러니까 김두겸 시장을 섬기는 모임이죠. 이 사조직과 관련한 비리를 뉴탐사에서 보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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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이후에 김상욱 후보가 "내가 시장이 되면 이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라는 발언을 했고요. 사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당선되고 나서 하는 거지 미리 할 필요가 없긴 했죠. 후보 입장에서는 청렴하게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였겠지만, 이런 발언이 국민의 힘 사람들을 자극해서 똘똘 뭉치게 했습니다. 김상욱이 당선되면 우리 다 감옥 간다고. 그러니 이제 역선택으로 김종훈 후보를 선택하는 거죠. 김종훈이 단일 후보가 되면 자기들이 이긴다고 생각하니까.

 

진보당으로선 민주당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안 넣기로 합의했으니,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당연해요. 처음에는 그렇게 합의해 놓고 나중에 다른 말을 하는 거니까요. 반면에, 민주당과 김상욱 후보 입장은 '울산 시민 여론이 왜곡되지 않는 단일화'를 전제로 했는데, 지금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고요. 역선택 방지 조항이 빠지면, 본선에서 김두겸 찍을 사람들의 의사가 반영되어서 민주 진영 후보가 결정되는 거니까. 단일화라는 게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뽑는 거지 예선에서 이기고 본선에서 질 사람을 뽑는 게 아니잖아요. 김상욱 후보 측에선 이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중지시켰죠. 진보당과 민주당 입장 모두 일리가 있어요.

 

다음 날 아침 6시, 김종훈 후보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두 후보 모두 각자의 입장만 이야기해서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니 중재할 수 있는 중간 다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과 진보당 울산 국회의원에게서도 잇따라 전화가 왔어요.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일단 합의했으니, 민주당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근데 이미 일은 벌어졌고, 최종적으로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 파투 내고 끝까지 가서 다자 대결로 민주당이 이기면 진보당은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또 민주당이 다자에서 아슬아슬하게 져도 진보당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김종훈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걸 수치로 보여줘야 사람들도 힘을 싣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민주당의 귀책 사유를 이야기해 봐야 해결되지 않는다. 후보님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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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민주당과도 연락하셨어요?

 

황: 민주당은 김상욱 후보와 김두관 총괄 선대본부장과 통화했죠.

 

금: 그렇게 위원장님이 중재를 시작했고요.

 

황: 두 정당이 여러모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제가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죠. 단일화의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책무이고 양측 모두에게서 신뢰가 있으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요. 그 뒤로 양측과 추가적으로 소통했고, 최종적으로 김종훈 후보가 통 큰 결단을 내려 주셨어요. 현실적으로 그게 맞다고 보고, 또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김종훈 후보의 결단에 굉장히 감사하죠.

 

금: 선거 끝나고 당선자나 후보에게서 연락이 왔나요?

 

황: 아직 김종훈 후보가 연락이 온 건 없고요. 김상욱 당선자는 당선 이후에 한 번 통화했네요. 인수위 구성하는데 진보당과 혁신당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금: 인수위에 참여하실 수도 있겠네요.

 

황: 상황을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아마.

 

인터뷰 이후, 황명필 위원장과 김종훈 후보는 김상욱 당선자의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고, 각 당에서 인수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

 

황명필이 본, 조국

 

금: 이번 선거에서 위원장님이 얻은 건 뭐가 있을까요?

 

황: 자기만족? 어쨌든 이겼으니까요. 지금 보니까 단일화가 안 되었으면 못 이겼을 것 같고. 예상보다 표차가 너무 줄었더라고요. 물론 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해서 단일화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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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필 표 자뻑 개그.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쉬지 않고 잽을 날린다. 맞으면 땡큐, 비껴가면 아님 말고 식이다.

 

단일화는 타이밍이 중요해요. 서로 깔치 뜯고 싸우면서 시간 끌면 표가 안 모이거든요. 근데 참 다행히도 우리는 3명이었기 때문에 중간 범퍼 역할을 누군가 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서로 크게 비난하지 않았고. 물론 서운한 마음은 생길 수 있으나 그나마 완충이 되면서 당선될 만큼의 표가 모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금: 마무리 질문인데요. 이번 지선에서 혁신당이 크게 패배한 모양새가 되었어요. 세간살이도 털리고. 그렇다고 물어뜯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조국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미래를 모색할 수 있을까요?

 

황: 저는 휴식이 필요하시다고 생각해요.

 

금: 일단 쉬어라.

 

황: 예.

 

금: 쉬고 나서는요?

 

황: 역사의 귀퉁이에서, 지금 이 시점에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늘 생각해요. 우리 대표님도 그 쓰임새가 분명히 있는 사람이에요. 저보다 훨씬 더 큰 쓰임새를 가졌죠. 천시지리인화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늘이 부르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대표님은 단순히 잘생긴 게 아니라 특유의 선한 기운이 있어요. 한 번 만난 사람들은 안 좋아하기 힘든 그런 기운이죠. 그걸 계속 소모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계속 발산하고 다니면 이건 이렇게 하면 좋겠는데, 저건 저렇게 하면 좋겠는데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어 있어요. 매체들은 그 모습을 비틀고 왜곡해서 비난하죠. 그래서 다음 역할 전까지 조금 쉬면서 충전하고 구상하시면 좋겠습니다. 대표님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잠시 학교에 가 계신 동안에는 책을 쓰시고, 거의 쉴 틈 없이 달려왔거든요.

 

혁신당이 평택에서 지면서 받은 타격은 있지만, 호남에서는 교두보를 상당히 만들었어요. 서른 명이 넘는 당선자분들이 지역에서 역할을 잘해주시면 당이 또 발전하는 거죠. 당은 지향하는 가치가 있고 당원이 있으면 존재합니다. 조국 대표가 잠시 쉬신다고 해서 당원이 훅 빠져 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혁신당은 국회의원 12명이 있는 제3정당입니다. 정비하면서 또 충분히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 거예요.

 

금: 앞으로 위원장님의 계획은 뭔가요?

 

황: 저도 정비를 해야죠. 어쨌든 선거를 치렀으니까.

 

금: 정치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황: 시당위원장, 당무위원회 일정 있고, 그 외에 수시로 회의도 소화해야 하고, 또 당을 알리기 위해서는 방송도 나가야 하고요. 그리고 이제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일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 방송도 누가 불러줘야 하는 거고.

 

금: 저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황: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현대차 노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 운동이 이 정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딴지는 그보다 더 큰 비중의 역할을 하죠. 독자분들이 열심히 후원도 하고, 글도 많이 읽고, 댓글도 달면서 중심을 잡아 주시기 때문에 우리 민주 진영이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감사드리고, 인터뷰도 많이 읽어주세요. 저도 딴게이의 일원으로서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금: 여기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사진 촬영: 김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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