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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정상들이 바쁜 중에도 잠깐 함박웃음을 지을 일이 생겼다. 지난 7월 6일 벨기에가 이번 월드컵 16강전에서 승리한 직후였다. 정상들은 줄을 서서 벨기에 총리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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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몰타 총리 로버트 아벨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벨기에 총리 바르트 더 베버르

출처-<게티이미지>

 

“벨기에 총리님. (16강전에서) 미국 축구팀을 화끈하게 이겼다면서요.”

 

“허허, 트럼프한테 이번 패배가 나름대로 충격이겠죠.”

 

“트럼프 얼굴 보면 뭐라 말해줄 겁니까? 하하핫~” 

 

“뭐, 굳이 제가 먼저 말(미국팀 패배) 꺼낼 필요 없잖아요. 그 사람(트럼프), 원래 맘에 안 드는 일 있으면 짜증부터 내니까요. 하지만 트럼프가 먼저 말 꺼내면 어떻게 말할지 두고 봐야죠.”

 

벨기에 총리 베버르가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하며 직접 말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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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폴리티코 기사

출처-<폴리티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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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지도자가

트럼프 무시하고 “고거 참 쌤통이다”라며 

입을 모으는 듯한 표정이다.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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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FP>

 

트럼프는 평소 공식 석상에서 특유의 댄스를 추기로 유명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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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FP>

 

벨기에 대표팀이 트럼프 춤을 흉내 내며 조롱하고 있다. 미국팀을 상대로 4번째 골을 넣으며 완패시킨 후다. 

 

그렇다면 왜 전 세계는 미국 축구팀 패배를 축하하며 트럼프를 조롱하고 있는가? 그 사연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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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최근 미국은 월드컵 열풍이다. 몇십 년 동안 야구, 농구와 풋볼(미식축구)만 줄창 밀던 미국민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미국팀을 응원하며 축구의 재미에 푹 빠졌다. 미국민의 응원에 힘입어 미국팀도 승승장구하며 조별 예선을 무난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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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OSEN>

 

그런데 이런 미국팀의 승승장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월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 폴라린 발로건이 레드카드를 받고 다음 경기 출전 정지를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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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1차전에서

파라과이를 대상으로

멀티골을 때려 넣는 발로건의 모습

출처-<vietnam.vn>

 

발로건은 미국팀 스트라이커로 조별리그 3경기 연속 득점을 도맡아 했다. 즉, 그는 미국팀의 ‘골잡이’ 선수인데, 레드카드로 인해 16강 벨기에 상대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미국팀 팬들에겐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 반칙, 퇴장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냥 그렇게 넘어갈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사람이 끼어들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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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미국 선수 퇴장이라니 말도 안 돼! 이건 국가적 사안이다. 당장 징계 철회 방법을 찾아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분노는 홧김에 한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FIFA를 대상으로 자기 권력을 휘두르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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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뉴욕타임스 기사

출처-<뉴욕타임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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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출처-<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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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줄리아니 백악관 월드컵 특사

출처-<연합뉴스>

 

관세 문제도 아니고 월드컵 축구 판정에, 난데없는 러트닉 상무장관과 줄리아니 특사가 호출됐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백악관 변호사들에게 지시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개입해야 하는 사항이다. FIFA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해라!”

 

“지금 당장 FIFA 규정을 샅샅이 뒤져라. 레드카드 판정을 뒤집을 법적 근거를 찾아내라, 실시!”

 

“조사 결과 FIFA를 상대로 국제 스포츠연합회에 판정 결과 항소를 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에 이어 트럼프 측근도 움직였다. 트럼프 친구이고 축구 팬인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매니저 스콧 굿윈이 백악관에게 직통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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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트럼프 친구인 스콧 굿윈

출처-<블룸버그>

 

“발로건에게 레드카드 준 심판은 평소 브라질 축구 리그에서도 퇴장 판정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대통령 각하, 당장 심판 뒷조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분노한 트럼프, 축구협회 FIFA 회장에게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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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출처-<게티이미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월드컵 심판으로 기용했소? 당장 심판 뒷조사를 하시오! 발로건에 대한 징계도 재검토하시오.”

 

“(굽신거리며) 일단 제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에 이어 백악관 변호사들의 법적 대응 입장까지 접한 인판티노 회장은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FIFA 규정집을 뒤졌고, 마침내 50년 전 규정을 하나 찾아냈다.

 

“FIFA 규정집 27조에 따르면 FIFA 징계위원회는 퇴장 등 징계에 대한 검토, 조정 권한이 있다. 발로건에 대한 출전정지 집행을 1년 유예한다.”

 

FIFA의 발표 직후, 트럼프는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했소. 당신은 옳은 결정을 한 거요. 거대한 불의를 바로잡은 FIFA에 감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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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블룸버그>

 

FIFA 사상 처음으로 권력자 전화 한 통에 심판 판정이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정정당당한 스포츠 세계에 특정 국가 정치인의 권력이 개입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자들에게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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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트럼프 : 내가 보기엔 그건 파울이 아니었다. (미국 대표팀의) 최고 선수를 뺏기는 건 불공평하고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FIFA에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FIFA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자 : 정치가 축구에 개입하는 나쁜 선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트럼프 : 미국이 이기면 자랑스러운 일이고, 미국이 지면 2020년 대선(트럼프 본인이 패배한)처럼 조작된 것이다.

 

정치가 축구에 개입하는 순간, 트럼프 측근들은 말리기는커녕 ‘딸랑딸랑’ 아부하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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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 FIFA의 결정은 올바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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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출처-<게티이미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여 그 터무니없는 레드카드를 없애주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양식 있는 미국인들은 ‘창피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SPN(미국 최대 규모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매체) 

 

“미국이 벨기에 경기에 이기면 ‘주최국의 부정 경기’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될 것이다.”

 

아담 킨징어 전 공화당 의원 

 

“미국이 승리한다면, 불공평하다는 기록이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정치평론가 사이러스 얀선 

 

“미국팀은 루즈-루즈(lose-lose)'의 상황이다. 벨기에를 이겨도 욕 먹고, 벨기에에게 지면 부정행위로도 이기지 못한 팀으로 비난받을 것.”

 

그리고 얀선 평론가의 말처럼, 트럼프의 ‘깽판’은 발로건은 물론 미국팀에도 오히려 ‘부담’이 되었다. “이겨도 루저, 지면 더욱 큰 루저”가 되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장 발로건 본인이 6일 벨기에 경기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 부담감 때문인지 제대로 활약도 못 하고 골도 하나도 넣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벨기에에게 ‘4 대 1’로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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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당장 발로건 본인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벨기에 경기 종료 직후 벨기에 루디 가르시아 감독에게 달려갔다.

 

발로건 : (레드카드 번복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슴 아픕니다.

 

벨기에 감독 : 충분히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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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러 온 발로건과 그를 위로하는 벨기에 감독

 

미국팀 패배와 16강 탈락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를 비난했다.

 

“월드컵은 전 세계가 미국을 보면서 미국의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이 이번 월드컵을 ‘트럼프 이야기’로 변질시켰다.”

 

“미국팀이 이번 경기에 승리했어도 ‘트럼프’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붙었을 것이다. (미국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트럼프의 개입이 없는 게 나았다.”

 

미국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백악관은 반성도 안 하고 오히려 트럼프의 전화를 옹호했다.

 

“레드카드를 준 심판이 과거 부정행위와 승부조작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다. FIFA 회장은 친구 사이인데 전화한 게 뭐가 문제냐?”

 

트럼프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미국팀이 패배한 마당에, 이제 전 세계의 관심거리는 월드컵 폐막식으로 집중되고 있다.

 

“과연 트럼프가 월드컵 폐막식에 직접 나올까?”

 

원래 트럼프는 레슬링, 이종격투기 등 스포츠 행사에 집착해 왔고, 월드컵 개최를 자기 업적으로 선전해 왔다. 주최국 국가수반으로서 폐막식에 참석하고, 우승팀에게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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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그러나 FIFA 판정 뒤집기가 모든 것을 바꿨다. 

 

이미 전세계 국가 정상, 아니 전세계 축구팬들이 트럼프와 미국팀을 비웃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월드컵 폐막식에 나온다면, 박수는 커녕 야유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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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트럼프는 스포츠 팬들에게 거대한 야유를 받은 바 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6월 8일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 경기가 그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의 고향인 뉴욕 연고 팀 ‘뉴욕 닉스’ 경기에 갑자기 직접 관람하겠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런 대통령의 행차에 경기장 보안이 강화되어 팬들이 불편을 겪었고, 경기장 주변의 단체 관람 행사가 대거 취소됐다. 엄청난 교통지옥과 경기 지연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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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은 뉴욕 관중들은 경기장에서 트럼프의 이름이 호명되자 야유를 보냈다. 야유 소리가 너무나 커서 트럼프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위 사진을 보면, 트럼프 주변 측근과 경기 관계자들 표정이 굳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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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밖에서도 뉴욕 시민들은

트럼프에게 단체로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다. 

출처-<AFP>

 

백악관 주변 ‘딸랑이’들에게 아부만 받아오던 트럼프가, 다른 곳도 아니고 자기의 고향인 뉴욕에서 야유를 당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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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야유를 받고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트럼프와 측근들

출처-<게티이미지>

 

그런데 트럼프 이번엔 ‘FIFA 전화’ 논란으로 전 세계 축구팬을 적으로 돌렸다. 트럼프가 월드컵 폐막식에 나타난다면, 전 세계 차원에서 야유당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월드컵 폐막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 트럼프가 주최국 대표 자격으로 직접 참석할까? 아니면 야유가 무서워서 빠질까? 참석한다면 야유를 받아도 대범하게 받아넘길까? 그렇지 않으면 폐막식 경기장 주변에 경찰 병력을 깔고 수상한 축구 팬은 모조리 체포할까? 

 

혹시라도 트럼프에 불만을 품은 팬들의 충돌이나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야말로 트럼프 한 사람이 월드컵이라는 세계의 축제를 마지막 폐막식까지 망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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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월드컵 경기장에 깔린 경찰 병력

출처-<게티이미지>

 

더 문제인 것은 전술했듯, 트럼프와 백악관은 이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트럼프가 어디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심히 걱정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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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고물상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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