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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거품과 비슷하다고?

 

가장 비슷한 경우는 닷컴 거품이다. 그렇다면 닷컴 거품과 인공지능 거품은 정말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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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버블 시기, 치솟은 미국 나스닥 종합 지수

 

둘 사이의 비슷한 구석은 둘 다 첨단 기술로 보인다는 사실 뿐이다. 닷컴 거품에서 당시 첨단 기술 기업처럼 자신을 포장했던 거의 모든 기업의 기술은, 사실 주문을 팩스나 전화 대신 인터넷으로 받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실이 탄로 나서 거품이 빠르게 꺼진 것이다.

 

검색 기술을 가진 야후나 구글, 재고 관리와 배송이 쉬운 책과 CD 같은 소품을 팔았던 아마존, 오프라인 경매 시스템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긴 이베이, 온라인 상거래에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던 페이팔, 인터넷과 관련된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던 시스코 같은 한 줌도 안 되는 기업들이 그나마 돈을 벌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나스닥에 상장한 닷컴 기업조차 자신의 투자가 높은 수익과 함께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닷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고 2년 만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50% 정도가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회사들 대부분은 1998년 닷컴 거품 시기에 묻지마 상장을 했던 기업들이었다. 기술 검증도, 수익 모델 검증도 없었다. 가입자 수나 트래픽 양, 그리고 대표의 화려한 언변이 닷컴 기업을 평가하는 투자자들, 투자은행들 그리고 증권거래소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투자 시장과 증시 상황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조직화되어 있다.

 

지금 투자의 주인공은 듣도 보도 못한 스타트업이나 신생 기업들이 주인공이 아니다. M7이라 불리는 전통적 글로벌 거대 IT 기업들이 투자의 주인공들이다. 그나마 오픈AI와 엔트로픽이 닷컴 거품 때 전면에 등장했던 신생 기업과 그나마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들도 닷컴 거품에서 사라졌던 기업들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천문학적 숫자로 포장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오픈AI와 엔트로픽 수익 모델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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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를 출시한 오픈AI의 구독자 증가세와 매출 신장세를 보고 나는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돈에 미친 오픈AI의 비윤리성에 질려 뛰쳐나온 이들이 만든 엔트로픽의 성장을 보고도 마찬가지였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조만간 상장하려는 앤트로픽의 상장 규모는 지난 6월의 신규 스페이스X에 이어 역대 2위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엔트로픽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었다. 우리 돈으로 15조 원이 넘는 돈이다. 우리나라 어지간한 대기업의 연간 매출액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규모인데 그 금액을 3개월 한 분기에 벌고 있다. 인공지능 B2B 시장의 떠오르는 맹주라는 평가에 걸맞은 매출액이다. 오픈AI의 매출은 이보다 작지만, 엔트로픽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지 기존 전통 산업계의 간판 기업들은 좀체 따라잡기 힘든 매출 규모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엄청난 매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적자에 시달릴 예정이라는 사실에 있다. 누군가 이 기업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모함하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본인들이 대놓고 공표하는 실적 전망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사업 구조를 뜯어보면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은 이들 회사의 계좌를 잠깐 경유해서 고스란히 스페이스X,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좌로 들어갈 예정이다. 회계장부에는 데이터센터 임차 비용이나 수수료로 기재될 것이다. 재주는 치타가 넘고 돈은 타잔이나 제인이 챙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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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AI는 엔트로픽보다 사정이 더 안 좋다. 트럼프를 옆에 끼고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 오라클의 엘리슨과 손잡고 B2C 시장 독점 계획으로 인공지능 업계를 씹어 먹을 듯 난리부루스를 떨었다.

 

소문난 잔치에 원래 먹을 것이 없는 법이다. B2C 모델로 매출 신장을 하려는 계획은 B2B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엔트로픽보다 더 고난도 아크로바트였다. 손 마사요시는 거대 자본을 쏟아부어 로컬 시장이나 특정 업계에서 치킨 게임을 유도하고, 거대 자본으로 경쟁상대를 모두 제거한 뒤 독점 지위를 획득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그의 특기가 인공지능 시장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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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구사하는 B2C 시장 독점 기술은 난도가 너무 높아 허리를 꺾다 허리가 부러지게 생겼다. 월 20달러대에 형성된 개인 구독자의 구독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고, 이미 무료 구독 서비스도 있어 가격 경쟁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이미 구글이 올 3월에 선보였던 기술, 터보퀀트와 비슷한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이라는 소비자 우롱 기법을 들고나왔다. 마술의 눈속임처럼 인간의 착시를 이용하는 것을 소프트웨어 개선이라 이름 짓고 하드웨어 투자와 운영에 드는 과도한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개선일까? 눈속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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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오픈AI가 주창하고 나온 이 기술들의 초점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인공지능의 성능을 마냥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인 의식과 감각이 거부감 없이 에러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 즉 인간의 평균 능력 수준에 인공지능 성능을 맞추는 데 있다. 구글은 이를 양자화(Quant)라고 불렀다. 가중치를 깎아 한 덩어리로 만들었다는 소리지만, 엄밀히 따지면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의 품질을 낮춘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2년 11월 ChatGPT가 등장한 뒤, 작년까지 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고성능으로 일합을 겨루는 품질 경쟁을 지속했다. 툭하면 전문가급이다, 박사급이다 라는 수식을 달고 온갖 벤치마크에서 단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얻고자 매진했다.

 

그러다 에이전트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휴대전화나 태블릿 PC 기반에서 작동하는 에이전트 인공지능은 대화형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일반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잡다한 일들을 제법 사람답게 처리한다. 검색도 하고 간단한 문자나 이메일의 답장도 보낸다. 식당 운영, 건설 현장 작업, 운전이나 기타 서비스업 등을 업으로 삼은 일반 개인 사용자들에게는 물리학 박사급의 인공지능이 필요하지 않다. 설사 사용자가 매일 스케줄이 빡빡한 기업 대표라 해도 현재 단말기에서 작동하는 에이전트 인공지능의 성능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1990년대 감성으로 커피를 가져다 주는 물리적 시중을 원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영업 전망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것 같다. 백악관에서 5,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손 마사요시와 샘 울트먼의 계획은 물 건너간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존의 투자 계획들이 하나둘씩 꺾이면 엔비디아 GPU와 묶여 움직이던 HBM 수요도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당연히 HBM을 독과점하여 공급하고 있는 세계 1, 2위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누리고 있는 실적과 높은 수익도 조만간 꺾이지 않겠느냐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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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망의 이면에는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도사리고 있다.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이미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자기 동기화에 이른 생명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했던 온갖 빌런형 인공지능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계속 소환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가진 인지적 배경이 이런 데다 뇌과학 박사, 데이터 전문가, 인공지능학자, 경제학자, 미래학자의 탈을 쓴 역사학도까지 유튜브나 SNS에서 총출동해서 온갖 자극적인 표현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 남는 법을 설파하며 우리의 두려움에 부채질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모든 직업이 사라질 것처럼, 당장이라도 자기 동기화와 자의식 획득에 성공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처럼 선정적인 주장을 한다. 어떤 뇌과학자는 만일을 대비해 결코 인공지능에게 반말하지 않는다는 웃픈 설명으로 어그로를 끌기도 했다.

 

몸은 없지만 의식과 감각에서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은 인공지능이 몸까지 얻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인간에 대적하는 최강 빌런이 될까? 한때 노예였던 흑인을 이제는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하듯 스스로 걷고 말하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가 대중화되면, 결국 보편적 권리를 가진 생명으로 인정하게 될까? 이런 철학적 고민을 하는 동안 최근 인공지능 산업의 새로운 주도 분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부상했다.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피지컬 AI

 

로봇 공학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속도는 생각보다 느렸다. 인공지능이 몸을 갖는 순간, 인공지능이 다루게 되는 정보량은 거대언어모델에서 사용했던 정보량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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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뇌의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로봇이 각 신체 부위로 보내야 하는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적어도 시각, 촉각, 청각의 감각 수용체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적절한 반응을 유도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성해야 한다. 그래서 클로드가 PPT로 사업 계획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보다 옷의 종류에 따라 접는 방법을 달리하여 구김을 최소화하며 휴머노이드가 옷을 개게 하는 것이 인공지능에는 더 어려운 작업이 된다.

 

거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상 세계처럼 얼렁뚱땅 일반화할 수 있는 환경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네트워크상에서 사람의 질문이나 명령에 대해 말로 대응하는 것과 현장에서 자유도를 가진 물리적 실체가 되어 부딪히는 현실에 대응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이 천문학적 수의 차원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아직 0과 1의 이진 대수, 즉 2차원의 적층 구조로 작동한다. 이진 대수 위에 세운 거대언어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 규모가 아무리 크다 한들, 물리적 실체인 몸을 가진 인공지능이 4차원으로 확장된 시공간 안에서 운동 주체가 되어 다루어야 하는 정보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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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 아마존 데이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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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코스피 주식 시장이나 전 세계 인공지능 산업계 주변에서 제기되는 인공지능 거품론은 이런 면에서 그리 설득력이 없다. 업계는 물리적 산업 현장에서 사용될 피지컬 인공지능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될 경우, 계산 정밀도와 응답의 즉시성(또는 초저지연성)이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요구될 것으로 예측하고, 지금까지 건설된 데이터센터보다 5~10배 정도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계산한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규모 거점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피지컬 인공지능이 활동하는 특정 지역에도 일정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쉬운 말로 농공단지마다, 국가 산업단지, 지방 산업단지마다 데이터센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낙관까지는 아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여기는 이유다. 혹시 현대 석유산업 자본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기본적으로 바뀐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앞으로 40~50년 동안 우리가 쓰는 물질의 대부분을 화석연료에서 얻고, 인구가 늘지 않아도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 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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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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