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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남미 3개국(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을 한 번에 방문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외교 역사를 보면, 남미 국가들과의 외교는 후순위였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남미 국가들에 제일 비중을 뒀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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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순방 일정

 

 

브라질 : 친분을 넘어 국익으로

 

이번 남미 순방의 첫 방문지는 브라질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다섯 차례나 만났다. 두 정상은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출발했고, 공장 노동을 경험했으며, 정치적 위기를 거쳐 대통령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금속노조를 방문한 것도 이러한 공통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확실히 두 정상의 관계는 특별해 보인다. 굳이 분석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두 정상 간 인간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한 친분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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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제 정치와 외교에서는 이런 정상 간 친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국익’이다. 친분은 협상의 문을 빨리 열 수 있지만, 그 문을 통과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국가의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브라질을 찾은 첫 번째 이유는 브라질이 남미 최대 시장인 동시에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의 중심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동차와 기계, 전자제품과 의약품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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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교역 구조를 분산하려면 브라질 한 나라가 아니라 브라질을 통해 남미 공동시장 전체로 들어갈 통로가 필요하다. 이에 양국 정상은 중단돼 있던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다시 움직이기 위한 실무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협정을 ‘시급한 과제’로 강조한 것도 브라질 방문의 목적이 단순한 친선 외교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브라질은 하나의 수출시장이 아니라 남미 시장 전체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단연 핵심 광물이다. 브라질은 희토류와 니켈, 흑연 등 미래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와 AI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려면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더 중요한 표현은 ‘광물 확보’가 아니라 ‘공급망 전 주기 협력’이었다. 양국은 탐사와 채굴뿐 아니라 가공, 연구개발과 기술협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브라질에서 원료를 사 오는 데서 끝나지 않고, 브라질의 자원과 한국의 기술·제조업을 하나의 생산 체계로 묶는 것이다.

 

한국이 브라질에 내놓은 카드도 명확했다. 브라질이 가진 것은 자원과 시장이고, 한국이 가진 것은 그 자원을 자동차·반도체·배터리·항공기와 방산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제조 능력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분야는 광물에 머물지 않았다. 에너지와 전력망, 인공지능, 항공우주와 방산까지 협력의 범위가 확장됐다. 한국 정부가 브라질을 단순한 원료 공급국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하고 남미 시장으로 확장하는 산업 거점으로 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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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브라질 정상회담

 

그럼 반대로 브라질은 왜 한국을 초청했을까. 

 

브라질 역시 시장과 투자자를 다변화해야 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커지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은 브라질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산업 파트너였다. 실제로 룰라 정부는 한국과의 협정뿐 아니라 중국·유럽 등 다양한 상대와 메르코수르 협상을 추진하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이 원하는 것은 광물을 더 많이 수출하는 것만이 아니다. 룰라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과의 핵심 광물 협력을 논의하면서 브라질이 외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단순 채굴기지로 전락하는 모델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브라질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자원 개발과 함께 정제·가공 기술과 생산 시설, 현지 고용이 남는 협력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독특한 상대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압도적인 강대국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제조기업과 산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의 자원을 구매하면서도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 아시아 시장 진출을 함께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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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물론 양국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브라질 시장에서 공산품을 더 많이 팔고 싶어 한다. 브라질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의 한국 시장 진입을 원한다. 한국 기업은 빠른 인허가와 낮은 비용을 바라지만, 브라질 정부는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국내 산업 보호를 요구할 것이다. 한·메르코수르 협상이 오랫동안 멈춰 있었던 것도 공산품과 농업시장을 둘러싼 이러한 충돌 때문이다.

 

여기서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인간적 호감이 효력을 발휘한다. 두 정상의 친분이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없애고 바로 결론에 이르도록 할 힘은 없다. 하지만 양국의 민감한 요구를 정상 차원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는 있다. 냉철한 국제관계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정상의 인간적 호감 및 정상 간 친분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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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국가가 시도한 것은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보다 더 깊었다. 한국은 브라질을 통해 남미의 시장과 자원, 외교적 영향력에 접근하려 했다. 브라질은 한국을 통해 광물 중심 경제를 제조업과 미래산업으로 확장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지를 늘리려 했다. 

 

한국은 남미 공급망의 입구가 필요했고, 브라질은 자원을 산업으로 바꿔 줄 파트너가 필요했다. 따라서 이번 한·브라질 정상회담의 핵심은 정상 간 우정도, 단순한 자원외교도 아니다.

 

두 정상의 정치적 신뢰를 이용해 기업의 장벽을 해결하고, 한국과 브라질의 산업을 서로의 생산망 안에 편입하려 한 ‘생산 통합 외교’였다.

 

 

칠레 : 한-칠레 FTA 2.0 ?

 

브라질에서 한국이 새롭게 시장의 문을 열려 했다면, 칠레에서는 이미 열려 있던 문을 더 넓히려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11년 만에 칠레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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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

 

칠레는 2004년 한국이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다. 협정이 발효된 뒤 양국 교역은 20년 만에 네 배 이상 성장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칠레로 향했고, 구리와 농산물은 한국으로 들어왔다. 숫자만 보면 한·칠레 FTA는 성공한 협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년 만의 칠레 방문에서 그간의 FTA를 넘어 더욱 교류를 확대하려 했다. 양국은 핵심 광물과 에너지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광물자원 공급망 전반에서 정보교환과 기술협력, 인적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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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한국이 칠레를 방문한 첫 번째 이유는 구리와 리튬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배터리와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구리와 리튬의 중요성은 커진다. 칠레는 이러한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이를 반도체·배터리·자동차와 첨단소재로 바꿀 제조업을 가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두 나라를 ‘공동 성장을 이뤄낼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규정한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목적은 광물을 안정적으로 사 오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은 칠레를 광물 공급처인 동시에 새로운 산업의 시험장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LS는 칠레 국영기업 코델코와 합작법인을 세워 구리 제련 과정에서 금과 은을 회수하는 사업을 상생협력 사례로 제시했다. 한화는 잠수함과 호위함의 공동설계·생산·수출을 제안했고, 네이버는 칠레의 스페인어 AI 모델과 재생에너지에 한국의 기술을 결합한 ‘풀스택 AI 생태계’를 제안했다.

 

한국의 계산은 명확하다. 칠레의 구리와 리튬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 자원 주변에 배터리·전력·AI·방산과 인프라 시장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브라질이 메르코수르 시장으로 들어가는 대서양의 관문이라면, 칠레는 태평양동맹과 디지털 통상 질서를 통해 중남미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태평양의 관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칠레는 왜 한국을 원했을까. 

 

칠레 외교장관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인 동시에 ‘아시아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표현했다. 칠레에는 한국이 광물을 사주는 것만큼이나, 칠레의 기업과 제품이 한국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이 늘어나야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는 것이 칠레 정부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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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외교부 홈페이지 사진

출처-<칠레 외교부>

 

그러나 칠레가 한국에 기대한 것은 수출시장만이 아니다. 칠레 외교차관은 양국 기업이 투자와 혁신을 확대하고, 칠레의 제품과 필수 자원에 ‘부가가치를 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기업인들에게 칠레를 투자처로 선택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칠레가 원하는 것은 구리와 리튬을 원료 상태로 더 많이 수출하는 관계가 아니라,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들어와 가공산업과 새로운 제품, 일자리를 칠레 안에 남기는 관계였다.

 

(칠레 입장에서) 바로 여기에 성공한 한·칠레 FTA의 숨은 한계가 있다. 2004년 체결한 양국의 FTA는 칠레의 대한국 수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협정 이전부터 거래하던 기존 상품에 주로 집중됐다. 새로운 수출 품목은 늘어났지만,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고, 칠레 수출의 다변화와 부가가치 확대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 즉, FTA가 관세 혜택과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산업을 저절로 만들어 주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한 FTA를 자랑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그 성공의 한계를 고치려는 자리였다. 한국은 관세를 낮춰 물건을 교환하던 관계를 광물·투자·기술·AI와 에너지까지 연결된 공급망 관계로 바꾸려 했다. 칠레는 한국을 안정적인 구매자에서 현지 산업을 함께 만들 투자자로 바꾸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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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한-칠레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읽고 있다.

 

물론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한국 기업은 안정적인 광물과 낮은 비용, 빠른 인허가를 원한다. 칠레는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양질의 일자리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원한다. 한국이 칠레산 광물을 가져와 고부가가치 제품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한다면, 한국에는 효율적인 공급망이지만 칠레에는 기존 원자재 수출구조의 반복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한·칠레 정상회담의 성과는 앞으로의 교역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교역액과 더불어 양국 간의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질문에 대한 결과가 향후 한-칠레 관계를 평가할 기준이 될 것이다. 

 

칠레에서 새로운 공장과 제품이 만들어지는가. 칠레 기업과 기술자가 공급망에 참여하는가. 그리고 한국은 그 대가로 안정적인 광물과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가.

 

 

아르헨티나 : high risk, high return?

 

브라질에서 한국은 메르코수르의 문을 열려 했고, 칠레에서는 오래된 FTA를 공급망 협력으로 확장하려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칠레 다음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미주 대륙 마지막 방문국이었던 아르헨티나에서 마주한 것은 앞선 두 국가와는 조금 달랐다. 

 

아르헨티나는 리튬과 원유, 천연가스와 식량을 풍부하게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동시에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환율 불안,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해 외국 기업이 장기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국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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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만난 두 정상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아르헨티나를 한국 정상으로서 22년 만에 방문했다. 왜 자원은 많지만, 위험도 큰 국가에 다시 들어가려 했을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리튬이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가 확대될수록 리튬은 배터리 산업의 핵심 자원이 된다. 한국은 세계적인 배터리와 자동차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리튬은 대부분 해외에서 확보해야 한다.

 

다만 한국은 아르헨티나에서 리튬을 단순히 구매하는 단계보다 이미 한 발 더 들어가 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살타와 카타마르카 지역에서 리튬 염호를 개발하고, 현지에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 생산 시설을 건설해 왔다. 

 

원광을 한국으로 가져와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안에서 배터리 소재로 전환하는 생산 기반을 만든 것이다. 이는 브라질과 칠레에서 제시한 협력 구상이 아르헨티나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화돼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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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포스코>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첫 번째 목적은 포스코의 사업을 한 기업의 투자로 남겨두지 않고, 국가 간 장기 협력으로 보호하고 확장하는 것이었다. 

 

광산과 가공 공장은 한 번 세우면 수십 년 동안 운영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거나 세금과 외환 정책이 달라질 때마다 사업이 흔들린다면, 안정적인 공급망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정상의 방문은 단순히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행사가 아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호할 것인지, 정책이 정권 변화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를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 번째 목적은 리튬을 넘어 에너지와 식량까지 공급선을 넓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리튬뿐 아니라 원유와 천연가스, 농축산물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하나의 국가와 광물·에너지·식량을 동시에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당장 가장 싼 원료를 사 오는 것만이 아니다. 중동의 정세가 불안해지거나 특정 국가가 자원 수출을 제한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급선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에 현재를 위한 거래처라기보다 미래 위기에 대비한 보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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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 사전환담

 

반대로 아르헨티나는 왜 한국을 초청했을까.

 

아르헨티나 밀레이 정부는 재정긴축과 시장개방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RIGI(Régimen de Incentivos para Grandes Inversiones)와 슈퍼 RIGI라는 투자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세금과 관세를 낮추고, 광업뿐 아니라 배터리·에너지·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산업까지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투자 제도는 발표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실제 글로벌 기업이 공장을 짓고 오랫동안 자본을 투입해야 제도의 신뢰성이 증명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매우 중요한 상대다. 한국에는 리튬을 구매할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광산을 개발하고, 소재를 생산하며, 그 소재를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으로 연결할 제조기업들이 있다.

 

아르헨티나가 한국에서 원하는 것은 단순한 구매 대금이 아니다. 땅속에 있는 리튬을 외국에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공장과 고용, 세수와 수출산업으로 바꿔 줄 투자를 원한다. 포스코 사업을 아르헨티나 정부가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도 현지 생산 시설과 고용을 실제로 만들어낸 선례이기 때문이다.

 

밀레이 정부에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 

 

한국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고 투자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장면은 경제 개혁이 국제 사회와 투자자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한국 기업의 추가 투자가 뒤따른다면 밀레이 정부는 자신의 개혁이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불러오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필요로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서다. 아르헨티나의 리튬 수출과 광물 투자는 중국의 비중이 크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자본을 제공하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 가격과 투자 조건을 협상할 여지는 줄어든다. 한국은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아르헨티나가 여러 투자자 사이에서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산업 파트너다.

 

결국 양국의 계산은 서로 맞아떨어진다. 한국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리튬과 에너지 공급망에 먼저 들어가려 한다. 아르헨티나는 자원을 제공하는 대신 한국의 자본과 제조 기술을 끌어들여 산업과 고용을 만들려 한다. 한국은 미래 공급망의 시간을 선점하고, 아르헨티나는 국가의 불확실성을 투자 기회로 바꾸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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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

 

그러나 동시에 분명한 긴장은 존재한다. 한국 기업은 세제 혜택과 경영권,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원한다. 아르헨티나는 현지 고용과 기술이전, 지방기업의 참여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원한다. 투자액이 크더라도 이익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환경비용과 불안정한 일자리만 현지에 남는다면, 아르헨티나가 공급망의 주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정책과 환율이 계속 흔들리고 계약이 정권마다 달라진다면 한국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이 사려 한 것은 리튬만이 아니었다. 불확실성이 큰 국가에 먼저 들어가, 미래 공급망의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리하자면,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남미 순방에서 얻으려 한 진짜 목적은 국가별로 나오는 광물 세 종류가 아니라, 

 

1. 브라질을 통한 남미 시장 전체 진입 

 

2. 칠레의 통상망 구축 및 확보

 

3. 아르헨티나의 자원과 연결하는 새로운 공급망 구축

 

이었다. 그리고 이 목표를 그간 남미 국가들이 경험하지 못한 윈윈 협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추신.

 

이재명 정부가 어떤 그림으로 외교하고 있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 하는지 궁금한 독자께는 본지의 <이재명 정부 정상회담 시리즈> 일독을 권한다.

 

 

이재명 정부 정상회담 연재물

    

1. 한미정상회담을 다룬 유럽 언론 :

이재명이 깔아준 판에서 놀다

 

2. 외신이 평가한 한중정상회담 :

그들이 주목한 점은 따로 있다

 
 
 

5. 한-브 정상회담의 숨겨진 의미 :

브라질은 강대국으로 가는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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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크롱이 한·일을 방문한 속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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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초 인도 방문, 숨은 이유가 있다

 

10. 브로맨스를 보여준, 한국-베트남 정상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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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일 정상회담’에서 밝혀진 일본의 본심 :

한국을 이용해 미국에 구애하다 

 

12. 유럽 순방에서 벨기에를 첫 회담 국가로 택한 이유 :

규칙을 만드는 국가가 되어가는 한국

 

13. 유럽 순방의 숨겨진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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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대통령이 로마와 에비앙에서 한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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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나토에서 기술보다 ‘신뢰’를 강조한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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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몽골이 유독 한국을 원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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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한국은 몽골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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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AI 정상회담'이 충격인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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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미국 이후, 대통령이 남미로 간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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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kuy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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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