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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01. 월요일

raksumi









2012년 6월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병원에서 폐렴과 급성 신장 손상으로 한 남자가 입원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원인을 조사하던 중 이 병이 지금까지 발견되었던 바이러스와 다른 corona 바이러스라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불과 며칠 후 같은 증상에 같은 균을 가진 사람이 발견됩니다. 


이 사람은 원래 카타르 사람이었지만 아프기 전에 사우디 아라비아를 여행한 과거력이 있었고 나중에는 영국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 후 사우디 아라비아의 많은 폐렴 환자들에게서 같은 균이 발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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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반도 주위에 메르스가 발생된 나라들

Saudi Arabia / United Arab Emirates (UAE) / Qatar /

Oman / Jordan / Kuwait / Yemen / Lebanon / Iran

이라크에는 환자 발생이 없었나봅니다.


이것이 MERS-CoV(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북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그리고 미국으로 확대되었고  2014년 3월과 4월, 아라비아 반도에서 갑자기 증가하였으나 곧 급격히 감소되었습니다. 다만 이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계속 발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모양이 왕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보통 우리가 말하는 호흡기 질환인 감기(독감 아님)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물론 사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포유류나 조류도 감염되고 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지만 소화기 계통에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가끔씩 감기에 걸리면 배도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대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회사에 안 나가고 학교에 빠지면서) 며칠 쉬면 좋아집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중에는 2003년에 유행하여 8096명 정도가 감염되어 774명 사망케 함으로써 치사율이 거의 10%에 달했던 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 같이 무서운 녀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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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ona virus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왕관 모양 같나요?

이미지 출처 - 질병관리본부


한 가지 더 첨언하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열이 나면서 증상이 심한 질환은 거의 박테리아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개의 바이러스 질환은 열도 박테리아성 질환보다 덜 하고 증상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박테리아와는 달리 치료제가 거의 없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항생제는 거의 박테리아에게만 듣는 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한국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난리인 것 같습니다. 나라가 좁아 사람들 접촉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테니 이런 혼란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합니다. 실제 메르스가 무서운 병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WHO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5월 23일 현재 1139명이 걸려 431명이 사망하였기에 치사율이 38%나 됩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도는 것도 사실이기에 문답 형식으로 MERS-CoV(이하 메르스)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딴지스 중 감염학 선생님이 내과 선생님들의 가열찬 댓글을 달아주시어 이 글을 보완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감염학 교수로 있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기는 했으나 뭐 아시다시피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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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DC 홈페이지에 올라온

메르스 관련 여행시 주의할 국가 리스트.

우리나라도 당당히 올라았습니다. 

이런 데서는 빠져도 될 텐데...



1. 메르스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발생한 걸까요?


아직 확실하는 모르지만 동물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특히 낙타와 접촉했던 많은 사람에게서 감염이 확인되었습니다. 숙주(host)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박쥐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메르스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있나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열/기침/가쁜 호흡(shortness of breath)가 있으며 열도 감염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설사나 복통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감염자 중 30-40% 정도로 나오는 사망자들의 경우, 사인은 거의 기존에 있던 질환이나 폐렴 혹은 신장 질환으로 사망합니다.


병에 걸린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의 잠복기는 보통은 5~6일 정도이지만 길게는 14일 까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병에 걸리거나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접촉 후 14일이 지났음에도 증상이 없다면 비교적 안심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사우디 아라비에서 감염된 47명의 환자들의 기록입니다.


사우디환자들증상.JPG

 

전체 47명 중 42명에서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특이하게도 모든 환자가 엑스레이 상에서 이상이 나왔습니다. 



3. 어떻게 전염되나요?


지금까지는 주로 메르스에 걸린 사람과 가깝게 접촉한 사람들에게로 전염된 편입니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감염된 사람과 2미터 이내에서 생활을 계속 하는 식구들 혹은 보호 장비 (가운이나 마스크 등) 없이 치료하는 의료인들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역사회 내에서라도 3차 감염의 가능성은 비교적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1차 감염은 사우디에서 직접 걸린 것, 2차 감염은 걸리고 와서 식구나 의료진에게 전파된 것이고, 접촉이 많지 않은 학교나 회사에서의 전염을 3차 감염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실제 메르스에 걸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염되기 전 아라비아 반도나 혹은 그 주변 국가를 방문했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어떻게든 관계된 사람들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직 모니터링 단계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감염성이 그리 큰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나라에서 메르스의 확산이 그리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많은 듯 합니다. 


(편집부 주 - 이 기사가 올라간 후 하루 만에 우려하던 3차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아래 10번 문항에도 언급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이기에 인구 밀도가 적은 중동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위생에 주의하며 사태를 지켜봐야 합니다.)



4. 어떻게 예방 할 수 있나요?


아직까지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예방이 중요하겠지요. 메르스의 예방법도 여타 호흡기 질환들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① 비누를 이용하여 20초 이상 열심히 손을 씻는다.


② 기침이나 재채기 시 화장지로 코를 가리고 하고 종이는 바로 버린다. (손으로 직접 가리고 기침한 후 옆의 물건이나 사람을 이용해 닦지 말란 얘깁니다.)


③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는다


④ 아픈 사람과 뽀뽀하거나 그릇 혹은 컵을 같이 쓰지 않는다.


⑤ 장난감이나 문고리 같이 자주 만지는 물건을 깨끗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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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치료법은 무엇인가요?


불행히도 특별한 치료법은 없습니다.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 처럼그냥 보존적 치료 ( 열나면 열 떨어뜨리고 탈수 되면 링겔 주고)를 하는 수밖에요.


지금 미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2명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미국에서 약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도 살짝 드는군요.



6. 만일 메르스로 확진된 사람과 접촉을 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본인이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을 했고 접촉 기간이 아직 14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군부대)에 신고를 해야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중동 지역이 아니라면 감염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기 상황이기에 너무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물론,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자세히 상태를 관찰하면서 다른 곳으로의 감염만 주의해주시면 되겠습니다. 



7. 또 주의해야 될 사람으로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경우 보건소에 신고해야 되나요?


① 최근 아라비아 반도를 다녀왔으며 다녀온 후 14일 이내에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거나 가쁜 숨을 쉬거나 하는 증상이 있는 사람

 

② 아라비아 반도를 다녀온 사람과 긴밀한 접촉을 한 사람. 모든 아라비아 반도 혹은 그 주변 국가에서 돌아온 사람이라고 무조건 의심하란 의미가 아닙니다. 돌아온 후 14일 이내에 호흡기 질환이 있었던 이와 긴밀한 접촉을 한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서 긴밀한 접촉이란 2m 이내에서 보호 장비 없이 같이 생활하는, 주로 가족이나 의료진을 말합니다.)

 

③ 중동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메르스가 확진된 이와 긴밀한 접촉을 한 사람. (일단 보건소에 신고 후 14일은 관찰하여야 되겠습니다.)

 

④ 장갑이나 가운 등의 보호장비 없이 메르스 환자를 본 의료진 

 

⑤ 낙타와 접촉이 있었던 사람. (동물원에서 낙타를 봤다, 뭐 이런 사람은 당연히 제외합니다.) 그 외에는 낙타와 접촉을 피하고 / 가공되지 않은 낙타 젖이나 그리고 낙타 오줌을 먹지 말고(참고 자료에 이렇게 적혀있었는데 누가 낙타 오줌을 먹는다고 이런 경고를 하는 건지...) / 덜 익은 고기는 먹지 않을 것, 특히 낙타 고기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침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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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① 객담 ( 가래 ) 를 채취하여 PCR 을 돌리거나


② 피 검사로 진단합니다.

 


9. 사우디 아라비아로의 여행을 자제해야 되나요?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아직까지 메르스에 대해 여행 혹은 무역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굳이 메르스 때문에 여행 일정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 건강청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만성 질환이 있거나 면역 결핍환자 그리고 임산부나 어린이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로의 여행을 연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함정은 이슬람 교도가 아니면 사우디 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파견을 보내겠다는 사람 아니라면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거의 해당될 일 없는 주의 사항이란 것이죠.)



10. 한국에서의 앞으로의 전망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한국의 메르스 환자는 15명이며 그 중 2명이 인공 호흡기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네요. (바이러스 질환으로 인공 호흡기를 달게 되었을 정도면 확실한 치료제-항생제가 있는 박테리아 질환 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환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지를 의미하는 수치)는 0.6~0.8명으로 그리 높지 않다는 통계가 있고 제 생각에는 이런 이유에서 질병 관리 본부에서도 최초 확진 환자가 나온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메르스가 인구 밀도가 희박한 중동 지역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거기다 감염된 환자가 의료기관 내 밀접 접촉이 일어났기에 감염이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거죠.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직까지 2차 감염 환자에 의해 3차 감염까지 일어난 경우는 보고되지 않았고 새로운 유입환자도 발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생각합니다. (물론, 3차 감염 사례가 보고된다면 그 때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겠습니다.)


한편 감염학회에서는 "앞으로 1~2주 동안 밀접 접촉자 중 새로운 확진 환자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유입환자가 발생하는 지에 대한 주의 깊은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차제에 국가 차원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과 가이드 라인이 마련되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국민들 모두가 이런 정보들에 유념하며 메르스의 확산에 잘 대비하면 지금의 불안한 상황은 쉽게 극복될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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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참고


CDC 홈페이지 - http://www.cdc.gov/coronavirus/mers


Uptodate - http://uptodate.com


Raportian - http://rapportian.com


 





raksumi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