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가 3개월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고인이 머물던 숙소에서 도보 10분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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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담당 경장은 현장에 출동하겠다고 허위 보고한 뒤 실제로는 출동하지 않았고, 실종자의 안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다. 더 참담한 것은 해당 경장이 담당한 또 다른 실종 사건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됐다는 사실이다.
유족이 장미란 씨 사건 보도를 접한 뒤 재차 신고하고 나서야 수색이 시작됐고, 최초 신고 51일 만에 시신이 발견됐다. 이에 제주경찰청장이 공식으로 사과했고, 이후 실시된 전수조사 결과 제주 지역의 성인 실종 미발견자가 15명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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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해야 마땅한 일이다. 경찰의 책임을 묻고, 실종 대응 시스템을 뜯어고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비극이 이상한 방향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억지 연결의 등장
사건이 알려지자, 레거시 언론과 정치권은 일제히 이 사건을 ‘보완수사권’ 문제와 연결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경찰을 견제할 마지막 장치까지 없앨 것이냐”라며 형사소송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 역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인 이재명 정부가 암초에 직면했다”라고 보도했으며, 보완수사권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친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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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사건을 뭉갰으니, 이를 견제할 검찰의 권한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연결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첫째, 이 사건은 보완수사권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벌어졌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개정 형사소송법은 아직 시행 전이며, 공소청·중수청은 10월 2일에야 출범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멀쩡히 살아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말대로 “현재 검찰 보완수사권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며,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의 지적대로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보완수사권이 경찰의 사건 암장을 막는 장치라면, 왜 멀쩡히 작동 중인 그 장치가 이번 사건은 막지 못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정치권과 언론의 억지 연결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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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실종 신고 대응은 수사 단계가 아니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 작동하는 권한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실종 신고 접수와 초동 대응 단계에서 이미 허위로 종결됐다. 사건이 정식 수사 절차에 오르지도 못했으니, 검찰로 넘어갈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보완수사권 할애비가 와도 사건에 개입할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수사권 배분 문제가 아니라, 일선 경찰관의 직무 유기와 허위 보고를 걸러내지 못한 경찰 내부 통제 시스템의 실패다.
요컨대 이 사건과 보완수사권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두 사안이 강제로 연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지금의 논쟁이 논리가 아닌, 의도된 ‘여론 캠페인’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무능과 검찰의 유능함을 대비해 강조하는 보도들에는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그 결론에 맞춰 사례를 수집한다. 무능한 경찰이 놓친 사건을 집요한 검사가 뒤집었다는 단독 기사부터 피해자 가족의 인터뷰, 법학 교수의 헌법소원, 법무부 장관의 SNS 메시지까지 모든 채널이 ‘보완수사권 부활’이라는 결론을 향해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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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페인의 특징은 사례의 적합성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경찰의 잘못이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보완수사권과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경찰의 실패라는 소재가 나타나면 즉시 보완수사권 부활 서사에 편입시킨다. 장미란 씨 사건은 그 서사의 불씨를 살릴 가장 최근의 연료일 뿐이다.
여기서 검찰과 경찰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검찰은 언론플레이, 즉 기자들을 다루는 데 매우 능숙하다. 검사들이 기자를 원활히 다룰 수 있는 이유는 1) 경찰보다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고, 2)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있으며, 3)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른 조직적인 단결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찰에는 없는 요소들이다. 그래서 여론전이 붙으면 언제나 검찰이 이긴다. 이번에도 경찰의 명백한 잘못이 검찰 권한 복원의 근거로 둔갑하는 데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공포를 파는 사람들
검찰의 여론 캠페인이 이토록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데는 바탕이 되는 토양이 있다. 바로 언론과 유튜브가 조성해 놓은 ‘공포’다. 사건이 알려지자, 유튜브에는 공포영화 포스터를 방불케 하는 자극적인 섬네일로 조회수를 노리는 영상들이 쏟아졌다.
어두운 배경에 붉은 글씨, 흐릿한 실루엣과 지도 위의 붉은 점들. 심지어 지상파 방송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조차 “중국 장기 밀매 조직 은신처?”라는 제목의 영상을 내보냈다. 물음표 하나만 붙이면 어떤 괴담도 보도의 외피를 쓸 수 있는 화법이다. 괴담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시청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장기 밀매’라는 고자극 단어뿐이다. 조회수는 대중이 느끼는 공포의 크기에 비례해 올라간다.

대형 언론사 공식 유튜브 채널의 섬네일
SNS는 그 공포를 증폭시켰다. X에는 제주 실종 사건의 신고 장소와 발견 장소를 붉게 표시한 지도가 확산됐다. “관광지로만 생각했던 제주 곳곳에서 반복되는 실종 사건들”이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제주에서 1년에 성인 1,000명이 실종된다”라는 소문이 퍼졌지만, 확인 결과 발생 건수는 평년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과장된 정보였다.
스레드에는 담당 경장을 실종 사건의 범인과 직접 연결 짓거나, 특정 국적 외국인의 범행으로 단정하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타살설, 은폐설, 음모론이 뒤엉켰다. 경찰이 현장 상황을 토대로 범죄 혐의점이 뚜렷하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그런 공식 발표는 괴담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급기야 제주도가 공식 대응에 나섰다. 일부 언론과 SNS 등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과대 해석된 내용이 유포되고 있는 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불안 조장 콘텐츠의 자제와 삭제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제주를 소개해 온 유튜버에게는 “사람 죽어 나가는 무서운 동네를 왜 홍보하느냐”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악플이 쇄도했다. 경찰 시스템의 실패라는 비판받아야 할 사안이, 어느새 제주라는 지역 전체에 대한 혐오와 마녀사냥으로 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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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이용자들이 제작하여 유포한 합성·패러디 이미지
공포는 언제나 잘 팔린다. 그리고 팔려나간 공포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무언가 강력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막연한 정서로 축적된다. 바로 그 정서 위에 “보완수사권 복원”이라는 답안이 얹어진다. 공포 마케팅과 보완수사권 캠페인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다. 한쪽은 공포를 만들어 조회수를 벌고, 다른 한쪽은 그 공포를 수확해 조직의 권한을 챙긴다. 그 사이에서 고인의 죽음은 두 번 소비된다.
10월 2일 이후에 벌어질 일
이 사건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앞으로 벌어질 상황의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완수사권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경찰의 실수가 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보완수사권 폐지 탓’이라는 여론전이 펼쳐졌다. 그렇다면 10월 2일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하고 보완수사권이 실제로 폐지된 이후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경찰은 앞으로도 실수할 것이다. 전국에서 하루에만 수천 건의 사건을 다루는 거대한 조직이 아무런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실수가 터질 때마다, 지금과 똑같은 서사가 반복될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검찰 개혁이 성급했다.”
“제도를 되돌려야 한다.”
사건과 제도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번처럼 따져지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실패라는 소재만 있으면 캠페인은 자동으로 가동된다.
이번 사건이 그 증거다. 보완수사권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수사 단계에조차 진입하지 못한 사건을 두고도 이 정도의 여론전이 가능하다면, 법 개정 이후에는 모든 경찰의 실책이 ‘검찰 개혁 실패의 증거’로 소환될 것이다. 개혁이 무력화되고 과거로 되돌려질 때까지 이 캠페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경찰의 암장과 부실 대응을 막는 방법이 오직 검찰의 보완 수사뿐인가? 실종 사건 대응 매뉴얼의 전면 개편, 허위 보고를 걸러내는 내부 감찰의 실질화, 사건 종결 과정에 대한 외부 점검, 유족의 이의제기 절차 강화, 시민 감시 기구의 확대 등 경찰을 통제할 장치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필요한 것 역시 정확히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다. 담당 경찰관 한 명이 출동 보고를 허위로 올려도 아무도 걸러내지 못하는 허술한 시스템, 그것이 진짜 고쳐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보완수사권을 되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프레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는 검찰이 파놓은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 안에서는 ‘경찰 개혁’이라는 진짜 과제는 사라지고, ‘검찰 권한의 복원’만 남게 된다. 경찰의 잘못이 커질수록 검찰의 권한이 정당화되는 기묘한 구조, 이 구조 속에서 정작 경찰의 부실한 시스템은 고쳐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검찰은 잃었던 권한을 되찾는다.
한 사람의 죽음과 유족의 고통을 자기 조직의 권한 회복 캠페인에 연료로 삼는 것은, 경찰의 허위 종결만큼이나 부끄러운 행태다. 이 사건을 보완수사권과 연결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우리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답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이 멀쩡히 살아 있던 그때, 그 권한은 왜 장미란 씨를 구하지 못했는가?”

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보좌관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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