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Ⅵ : 레오니다로 가는 길

<GTA Ⅵ> Extended Look
©Rockstar Games, 영상 화면 캡처
8월 28일 새벽 네 시, 넷플릭스에서 <GTA Ⅵ>의 새 영상이 공개되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날 자신은 없었기에 6시간의 넷플릭스 독점이 끝나고 오전 열 시, 유튜브로 시청했다.
영상이 시작되자 데프 레퍼드(Def Leppard)의 Love Bites가 흘러나왔다. 1987년에 발표된 곡이다. 2026년 11월 출시를 앞둔 게임에 1987년 노래를 삽입했다는 것은, 이 게임이 추구하는 정서와 분위기를 명확히 공표한 셈이다.
오늘은 <GTA Ⅵ>의 무대가 되는 마이애미로 떠나보자.
마이애미, 얻을 것과 잃을 것이 같이 늘어난 도시

마이애미 스카이라인
©Dori,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락스타가 공식 사이트에 게재한 문장이다.
"When the sun fades and the neon glows, everyone has something to gain and more to lose."
번역하자면 이렇다.
'해가 지고 네온이 켜지면 모두에게 얻을 것이 생기고, 잃을 것은 그보다 많아진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어떤 것을 얻을지, 어떤 것을 잃을지 궁금하면서, 얼추 예상하게 된다. 이는 마이애미의 역사를 보면 게임 외적으로도 도시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1980년대 마이애미로 시간을 돌려보자.
그해 마이애미시에서는 229명이 살해당했다. 인구 10만 명당 62.2명으로 미국 전역에서 1위였다.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한 검시소는 결국 월 800달러의 비용을 내고 버거킹의 냉장 트레일러를 빌려야 했다. 이 트레일러는 1988년까지 쓰였다(부디 버거킹에서 회수해 본래 용도로 쓰지 않았기를...).

©생성형AI 제작
마이애미 연방준비은행 지점은 미국에서 현금이 가장 많이 남아도는 곳이었다. 다른 지점들이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동안, 이곳에만 무려 50억 달러의 잉여 현금이 쌓였다. 은행 밖을 돌던 마약 경제 규모만 해도 연 70억에서 120억 달러로 추정된다.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미국에서 가장 많았던 도시. 1981년 11월, <TIME>지는 표지에 마이애미를 싣고 'Paradise Lost'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마이애미는 달라졌을까?
2024년 마이애미시의 살인 사건은 27건으로, 인구 10만 명당 5.87명을 기록했다. 1956년 이후 최저치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전체로 봐도 1981년 622건에서 2025년 128건으로, 무려 79%가 줄었다. 그런데 강도 사건은 여전히 인구 10만 명당 97건으로 전국 평균(60.6건)을 훌쩍 웃돌고, 가중 폭행 역시 372건으로 전국 평균(256건)의 약 1.5배에 달한다.
40년 전에 비해 목숨을 잃을 확률은 10분의 1로 줄었지만, 지갑을 털릴 확률은 여전히 높다.
자금 흐름 역시 비슷한 결을 보인다. 헨리앤파트너스의 2025년 집계에 따르면, 현재 이 도시에는 백만장자 3만 8,800명과 억만장자 17명이 살고 있다. 지난 10년간(2014~2024) 백만장자의 수가 94%나 늘어나며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6년 5월 월렛허브 조사에서는 같은 도시가 미국 182개 도시 가운데 '임대료 부담이 가장 어려운 곳'으로 꼽혔다. 가구 중위소득이 월 5,100달러 남짓인데, 중위 월세가 3,150달러에 달한다.
마이애미시 인구는 약 41만 명, 광역권은 540만 명을 넘는다. 이중 쿠바계가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GTA Ⅵ>의 두 주인공이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 쓰는 것은 철저한 현지 고증이라 할 수 있다.
돈이 가장 빠르게 불어나는 도시이면서,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위험했던 도시. 락스타는 이런 역사를 가진 도시를 <GTA Ⅵ>의 무대로 골랐다.
사우스 포인트 파크 : 사람이 모일까 봐 축제를 키운 공원

<GTA Ⅵ> Extended Look
©Rockstar Games, 영상 화면 캡처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
©M Mcbey, Wikimedia Commons, CC BY 2.0
트레일러와 익스텐디드 영상에서는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실제 마이애미비치 최남단에 그와 비슷한 곳이 있다. 약 6.9헥타르, 축구장 열 개 크기에 달하는 곳. 바로 사우스 포인트 파크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방된다. 바다를 향해 137미터 뻗어 있는 부두에서는 낚시 면허 없이도 무료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도미류인 스내퍼와 고등어는 물론, 가끔은 상어까지 걸려 올라온다. 방파제 바위 사이를 징검다리처럼 건너는 놀이는 이 동네에서 유명한데, <마이애미 뉴타임스>가 2017년 "최고의 값싼 스릴"로 꼽기도 했다(따라 하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선박 구경을 하기 위해서다.
공원 바로 옆에는 '정부의 수로(Government Cut)'라 불리는 뱃길이 지난다. 1902년 미 의회 승인을 거쳐 1905년 완공된 이 수로는 폭 152미터, 수심 16미터에 달하며 대서양에서 마이애미 항구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다.
마이애미를 떠나는 모든 크루즈선은 반드시 이 공원 앞을 지난다. 항로 중앙까지의 거리가 100미터 안팎이라 갑판 위 사람의 형체까지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다. 이 항구는 2025 회계연도에만 무려 856만 명의 승객을 맞이한 세계 1위 크루즈 항구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인 '아이콘 오브 더 시즈'의 모항도 바로 이곳이다. 무료로 개방된 잔디밭에 앉아, 전 세계에서 가장 이동량이 많은 항구의 선박 행렬을 구경할 수 있다.
이 수로에는 부산물이 하나 있다. 1905년에 물길을 파내면서 마이애미비치 반도의 남쪽 끝이 잘려 나갔고, 이때 파낸 흙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었는데, 그 섬이 바로 피셔 아일랜드다.

피셔 아일랜드
©Alexf,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이 섬을 처음 구매한 사람은 최초의 흑인 백만장자였던 사업가 데이나 A.도시다. 1918년 당시 마이애미비치의 해변은 흑인 출입이 사실상 통제되어 있었다. 그는 흑인이 갈 수 있는 해변 리조트를 지을 목적으로 이 섬을 매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고, 이듬해 섬은 부동산 개발업자 칼 피셔의 손에 넘어갔다. 지금 섬 이름은 피셔에게서 유래한 것이다.
이후 피셔는 섬 일부를 철도 재벌 윌리엄 밴더빌트 2세에게 넘겼는데, 그 대가로 받은 것은 76미터짜리 요트 한 척이었다.
지금 이 섬의 우편번호인 '33109'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우편번호다. 2025년 기준 중위 주택 거래가가 950만 달러, 평균 가구 소득은 약 220만 달러에 달하지만, 거주 주민은 561명뿐이다. 육로와 연결된 다리가 없어 전용 페리나 요트로만 들어갈 수 있고, 방문객은 사전 승인을 받아야 배에 오를 수 있다. 일반인이 이 섬을 합법적으로 밟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 섬 안의 호텔에서 투숙하는 것뿐이다. 흑인을 위한 리조트를 만들려던 땅이,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가장 배타적이고 비싼 요새가 되었다.
그 섬이 바로 이 무료 공원 벤치에서 육안으로 내려다보인다. 헤엄쳐 건너가기엔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다는 상어가 머릿속에 스친다.

사우스 포인트 파크
©Dough4872,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사우스 포인트 파크 자체의 이력도 짧지 않다. 1973년 시의회가 이 일대를 불량지구로 지정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10년간 개발이 묶였고, 동네는 방치되었다. 1979년 연방정부가 부지를 기증한 뒤에야 그 땅에 있던 경찰 마구간과 항만 시설을 헐고 360만 달러를 투입해 1985년 10월 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계획 단계에서 시 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공원이 노숙자들의 거처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바로 '축제와 행사가 끊이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 정착을 막기 위해서 쉼 없이 잔치를 벌이겠다는 역발상이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정작 이 공원에서 열리는 대형 축제는 없다. 마이애미비치의 축제들은 죄다 북쪽에서 열린다. 7월 4일 독립기념일과 12월 31일 불꽃놀이는 러머스 파크에서 열리고,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오션 드라이브 5번가에서 출발해 14번가로 이동한다. 메모리얼 데이의 '에어 앤 시 쇼'도 북쪽 해변을 무대로 삼는다. 축제를 열기 위해 만든 공원에서는 축제가 열리지 않고, 정작 축제는 모두 옆 동네의 몫이 되었다.
동네 전체를 밀어버리려는 계획도 두 차례나 있었다. 한 개발업자는 372개 건물을 헐고 12억 달러 규모의 재개발을 추진해 주민 6,000명이 쫓겨날 뻔했다. 1989년에는 8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가 이듬해 자금난으로 무산되었다. 이 두 번의 개발 실패 덕분에 작은 아르데코 양식 건물들이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실패한 개발이 도시 역사를 지켜낸 것이다.
부두 역시 부침이 심했다. 1984년 철거되었다가 새로 옮겨 지었고, 2004년에 폐쇄되었다가 2014년 480만 달러를 들여 복원되었다. 오늘날 이곳에서는 바다거북을 배려해 조명을 어둡게 낮춘 부두 옆으로 15만 톤급 배가 지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오션 드라이브 : 지키려고 싸웠고, 이제는 줄이려고 싸운다

<GTA Ⅵ> 트레일러
ⓒRockstar Games, 영상 화면 캡처

마이애미 비치 오션 드라이브
©Gzzz,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오션 드라이브는 사우스 포인트에서 시작해 15번가까지 이어진다. 관광객이 주로 걷는 구간은 5번가부터 이어지는 열 블록 남짓이다.
이 일대는 1979년, 미국 최초의 '20세기 도시 역사 지구'로 국가 사적지에 올랐다. 그전까지 미국에서 역사 지구로 지정된 곳은 주로 식민지 시대나 19세기의 건물들이었다. 당시 기준 지어진 지 겨우 40여 년밖에 안 된 건물들을, 그것도 단일 건물이 아니라 동네 단위로 지정한 첫 사례였다.
등재 당시 인정받은 '기여 건축물'은 약 800채에 달한다. 1923년부터 1943년 사이에 지어진 것들이다. 아르데코 건물이 한자리에 이토록 모여 있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곳의 아르데코였을까?
이 동네 건물들은 파리나 뉴욕의 아르데코를 베껴온 것이 아니라, 마이애미 특유의 열대 기후에 맞춰 변형한 독창적인 양식이기 때문이다. 창 위로 튀어나온 콘크리트 차양(일명 '아이브로우')은 직사광을 가리기 위해 달았지만, 결과적으로 건물의 수평선을 강조하는 독특한 장식이 되었다. 건물 정면을 수직으로 삼등분한 구조, 원양 여객선에서 따온 둥근 창과 굴뚝 모양 사인탑, 바닥을 수놓은 테라초 타일까지. 마이애미만의 색채가 가득하다.
거리에서 가장 많이 사진에 담기는 건물은 콜로니 호텔이다. 1935년 헨리 호하우저가 설계한 이 건물은 오션 드라이브 최초의 유선형 건물이다. 50개 객실 전부에 전용 욕실과 전화, 라디오를 완비한 것은 당시로선 혁신이었다. 건물 정면 한가운데 세로로 선 'COLONY' 네온사인은 개관 당시부터 있었던 설계의 일부이고, 지금도 밤마다 푸른빛을 뿜어낸다.

콜로니 호텔
©Marcus,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재밌는 건 이 호텔이 정작 유명한 영화에는 잘 안 나온다는 점이다. 영화 <스카페이스(1983)>의 악명 높은 전기톱 장면은 바로 옆 728번지에서 촬영되었고, 영화 <나쁜 녀석들>의 무대는 열 블록 위쪽의 칼라일 호텔이었다. 그럼에도 <마이애미 뉴타임스>의 표현대로 "오션 드라이브 기념엽서 10장 중 8장"에는 콜로니 호텔이 있다. 스크린에 걸리지 않고도 이 거리의 대표적인 얼굴이 된 것이다.
콜로니 호텔은 사실 파스텔 건물이 아니다. 흰 몸체에 파란 네온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파스텔 건물들은 그 주변의 풍경이며, 그 색채는 1930년대의 것도 아니다.
미국 국립공원청 자료에 따르면, 원래 이 건물들은 "대부분 흰색이었고, 옥색과 황토색, 산호색이 살짝 얹힌 정도"였다. 지금의 색을 완성한 인물은 디자이너 레너드 호로위츠다. 그는 1976년 바바라 베어 캐피트먼과 함께 '마이애미 디자인 보존 협회'를 설립한 주역이다.
호로위츠가 처음 색을 입힌 곳은 호텔이 아닌 빵집이었다. 1981년, 7번가에 있던 흰색 건물 프리드먼 베이커리를 솜사탕 분홍과 민트, 연보라로 칠했다. 초기 반응은 좋지 않았다. "우리가 기억하던 마이애미가 아니다"라는 주민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반전은 1982년 11월에 일어난다. 이 빵집이 건축 잡지 <Progressive Architecture>의 표지에 실린 것이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2년 뒤 방영된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의 제작자 마이클 만은 아예 '어스톤(earth tone, 갈색조) 촬영 금지'라는 지침을 내렸다. 당시 감독 중 한 명은 훗날 "빨강과 갈색처럼 아예 못 찍는 색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호로위츠의 색은 역사적 고증의 결과가 아니다. 국립공원청 문서에도 "과학적 조사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고 명시되어 있다. 호로위츠는 그저 마이애미의 일출과 일몰, 계절에 따라 변하는 바다와 백사장을 보고 색을 입혔을 뿐이다. 오늘날 전 세계 관광객들이 "1930년대 오리지널 아르데코"라 믿으며 찍는 그 색은, 1981년 한 디자이너가 상상해 빚어낸 환상이었다.

브레이크 워터 호텔
©Sharon Hahn Darlin,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호로위츠는 1989년, 마흔셋의 젊은 나이에 에이즈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친구들은 그가 색을 입힌 호텔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다에 그의 유골을 뿌렸다.
거리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은 동료였던 바바라 캐피트먼의 몫이었다. 모든 것을 다 지켜내진 못했다. 1981년 뉴요커 호텔이 철거될 당시 그녀는 불도저 앞에 드러누우며 저항했지만 결국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했고, 그 터는 17년간 공터로 남았다. 1988년 세너터 호텔이 철거될 때도 퇴거를 거부하다 경찰에 강제로 끌려 나왔고, 그 자리는 주차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 순간들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덕분에, 시의회는 마침내 무분별한 철거를 막는 보호 조례를 통과시킨다. 패배한 싸움들이 도시 보존 조례 제정을 이끌었다.
지금 그 거리를 걷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1001 오션 드라이브의 아르데코 웰컴 센터에서 매일 공식 도보 투어가 열린다. 두 시간 동안 2.4킬로미터를 걸으며 유명 호텔 로비 내부까지 둘러보는 코스다. 성인 50달러(12세 이하 무료)에 헤드셋이 제공된다. 웰컴 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작은 박물관도 함께 갖추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거리에서는 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020년 5월, 팬데믹을 계기로 마이애미 비치시는 오션 드라이브의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보행자 전용 거리로 전환했다. 시 당국은 이참에 거리를 소란스러운 유흥가에서 품격 있는 문화·건축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려 했다. 2021년에는 주류 판매 마감 시각을 새벽 5시에서 2시로 앞당기는 조례까지 통과시켰다.
마이애미 비치시는 2024년 "스프링 브레이크와 헤어지자"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도시가 관광객을 향해 먼저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소송을 걸었고, 이겼다. 2021년 주류 조례는 무효가 되었다. 2025년 1월에는 법원이 시에 차량 통행을 즉각 원상 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두 소송 모두 오션 드라이브의 대표적인 유흥업소들이 원고였으며, 판결을 내린 판사도 동일 인물이었다.
그래스리버스, 740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GTA Ⅵ> Extended Look
©Rockstar Games, 영상 화면 캡처
영상 중반, 에어 보트를 타고 습지를 가르는 장면이 나온다. 락스타는 이 지역을 '그래스리버스'라고 부른다. 실제 모델은 '에버글레이즈'다. 이 습지의 오랜 별칭이 'River of Grass'인 걸 생각하면, 이름 자체가 거의 자백에 가깝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1934년에 설립되어 1947년에 문을 열었다. 미시시피강 동쪽에서 가장 큰 야생 지대이자 미국 본토에서 세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연간 1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그런데 이 공원에는 다른 국립공원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우뚝 솟은 산도, 깊은 협곡도, 간헐천도 없다는 것.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국립공원은 웅장하고 압도적인 자연 지형을 보전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에버글레이즈에는 그런 게 없다. 그저 하루에 400미터씩 느리게 흐르는 얕은 물과 풀밭뿐이다. 이 때문에 초기 보존 운동가들은 연방 정부와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엄청난 애를 먹었다.
결국 1947년, 에버글레이즈는 장엄한 풍경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지정된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었다. 현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람사르 습지에 모두 이름을 올린 곳은 지구상에 단 세 곳뿐인데, 에버글레이즈가 바로 그중 하나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Daniel Kraft,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 종 수는 압도적이다. 조류 350종, 담수·해수어 300종, 포유류 40종, 파충류 50종. 총 740종에 달한다. 서반구 최대 규모의 맹그로브 숲이 펼쳐져 있고, 플로리다 표범과 아메리카 악어를 비롯한 멸종위기·보호종만 36종이 살아간다.
잠깐 게임 개발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자.
게임 속에서 동물을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인간 캐릭터는 전문 배우에게 모션 캡처 슈트를 입히고 연출자의 의도를 설명할 수 있지만, 동물과는 그런 방식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의 리드 애니메이터는 개에게 마커를 부착하려고 고무 부츠를 신겼다가, 개가 움직이는 바람에 부츠를 벗기고 반사 테이프로 변경해야 했다고 한다. 고양이는 아예 꼬리에 마커를 붙이지 않는다.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잡기 때문이다(<Stray>라는 고양이가 세상을 구하는 게임에서 고양이 모션 캡처를 성공해 내긴 했다).
네발짐승은 또 다른 문제다. 인간은 두 발로 걷기에 지면에 닿는 발의 조합이 단순하지만, 네발짐승은 조합이 훨씬 많고 속도가 붙음에 따라 발이 땅을 딛는 순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걷기, 속보, 구보, 질주는 단순히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다. 2018년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이 문제 하나로 연구 논문을 발표했을 정도다.
그런데 락스타는 이미 한 번 경험해 봤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말 한 마리에 들어간 고유 모션만 약 6,300개다. 통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수천 개의 짧은 동작을 실시간으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19종의 품종과 4가지 걸음걸이는 물론, 피로도에 따라 걸음걸이가 실시간으로 달라진다. GDC 2021에서 이 시스템을 설명한 락스타 노스의 리드 프로그래머는 '옆걸음'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맞추기 어려운 기능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또한 말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레벨 디자이너들이 거대한 맵 안의 모든 절벽 가장자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표시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수준으로 완성된 동물이 그 게임에만 200종 가까이 등장한다. 740종의 생물이 사는 습지는, 락스타가 다시 한번 자신들의 장기를 꺼내 보이기에 더없이 완벽한 무대다. 락스타에서 <GTA Ⅵ>의 동물 생태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없지만, 팬들은 공개된 트레일러를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재갈매기와 붉은바다거북의 학명까지 특정해 두고 있다.

에버글레이즈의 홍학
by Peter Zarba,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에어 보트, 법이 퇴장 시점을 정해둔 문화

에버글레이즈의 에어 보트
©Garytroutt, Wikimedia Commons, CC BY 4.0
트레일러 영상에 나온 그 배가 에어 보트다. 프로펠러를 뒤에 달아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배로, 수심이 얕은 습지에서 유일하게 쓸 수 있는 탈것이다. 지금은 에버글레이즈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되었고, 투어 한 번에 7만 원쯤 한다.
그런데 이 관광은 언젠가 사라지도록 예정되어 있다.
1989년 미국 의회는 국립공원에 새로 편입된 구역 내 사설 에어 보트 운항 금지 명령을 내렸다. 2016년에 확정된 최종 규칙은 이렇다. 1989년 1월 시점에 그 구역에서 배를 소유하고 운항하던 사람에게만 허가를 준다. 그리고 그 허가는 팔 수도, 넘길 수도, 물려줄 수도 없다.
현재 공원 내에서 합법적으로 영업 중인 업체는 단 세 곳뿐이다. 쿠퍼타운, 게이터 파크, 에버글레이즈 사파리 파크. 모두 마이애미와 인접한 동쪽에 몰려 있다. 에어 보트를 퇴출하려던 법이 미국 유일의 독점 사업체 세 곳을 탄생시켰다.
운항 허가가 상속되지 않는다는 건, 법이 그 문화의 수명을 미리 정해 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습지를 누비며 살아온 뱃사람들을 '글레이즈멘'이라 부르는데, 그들은 이 규제가 자신들의 고유한 생활 양식을 말살한다고 반발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자는 논리와 자연유산을 지키자는 논리가 같은 공원 안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게임에서 즐기는 액티비티가 현실에서는 사라질 날짜가 정해져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
악어 레슬링, 생존 기술이 구경거리가 되기까지
에버글레이즈 관광에는 대개 악어가 따라붙는다. 그 시작을 따라가면 이야기가 무거워진다.
본래 이 땅의 동쪽에는 테퀘스타족이, 서쪽에는 칼루사족이 살았다. 에버글레이즈는 두 부족 사이를 가르는 자연 경계였으며, 미 국립공원 관리청은 16세기 후반 이 일대에 약 2만 명의 원주민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유입된 세미놀족과 미코수키족에게 악어를 제압하고 다루는 기술은 생활의 일부였다. 유럽인들이 이 땅에 발을 들이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그러다 20세기 초,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생존의 기술은 상업적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도로변에 관광 시설을 짓고 악어를 길들이거나 최면을 거는 묘기를 보여주는 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1893년 문을 연 '세인트 오거스틴 악어 농장'은 플로리다 최초의 테마 관광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마이애미 트로피컬 하비랜드의 악어 레슬링 엽서
by Tichnor Brothers,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 사진은 마이애미에 있던 '트로피컬 하비랜드'의 홍보 엽서다.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마이애미 최고의 관광 명소. 시내버스 15번이 문 앞에 섭니다. 플로리다에서 가장 정돈되고 깨끗한 세미놀 인디언 마을을 보실 수 있으며, 세미놀족이 에버글레이즈에서 사는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에버글레이즈 투어에 포함되어 있는 악어 쇼의 이면에는 이러한 비극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GTA Ⅵ, 얼마나 기대되세요?

<GTA Ⅵ> Extended Look
©Rockstar Games, 영상 화면 캡처
솔직히 제일 큰 걱정은 <GTAⅤ>의 세 주인공이 너무 강렬했다는 점이다. 은퇴한 도둑, 상류층을 갈망하는 갱, 가장 미친 사람. 특히 가장 미친 사람, 트레버는 게임 역사에 남을 캐릭터였고, 그 뒤를 잇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캐릭터에 대한 우려일 뿐, 게임성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없다. 확실히 기대가 크다.
수배 시스템의 별이 여섯 개까지 늘었는데, 그 아래 아이콘이 몇 개 더 붙어 있다. 팬들의 분석대로 경찰이 인상착의와 차량을 기억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 수배를 풀려면 옷을 갈아입고 차를 바꿔야 한다. 영상에서는 아예 차를 불태워버렸다.
체력 표시도 바뀌었다. <레드 데드 리뎀션 Ⅱ>나 <GTA Ⅴ>에서는 직관적이지 않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번엔 단순한 막대가 되었다. 조준할 때 머리와 심장 부근이 붉게 표시되는 걸 보면, 전작의 데드아이와 비슷한 장치도 들어간 듯하다. 경찰이 들이닥치며 벽을 부수는 장면도 있었다. 저게 어디까지 상호작용인지도 궁금하다.
디테일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현실감은 그래픽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의 오브젝트 상호작용까지 있어야 한다는 걸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GTA Ⅵ>는 2026년 11월 19일에 세상에 나온다. 수많은 게이머가 모니터 너머 오션 드라이브를 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PS5가 없어 그 대열에 끼지 못한다. 그래서 한동안은 유튜브도 보지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 완전히 백지인 상태로 그 거리에 들어가고 싶어서다.
거리의 파스텔은 1981년에 칠해졌고, 락스타가 트레일러에 얹은 음악은 1987년 곡이다. 마이애미는 지나간 시절을 다시 덧칠해 오늘의 매력으로 다시 파는 도시다. 락스타는 그런 도시를 골랐다.
그러니 이 게임이 마이애미라는 공간을 제대로 옮겼는지 알아보려면, 단순히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도시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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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저기압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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