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참 SNS로 파병 요청을 할 때 영국의 반응은 간단했다.

“이기지 못할 전쟁에 우리 애들 보낼 수 없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영국 항공모함 좀 써먹을까 했던 미국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응, 그거 우리 전쟁 아냐.”
메르츠 독일 총리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길어지자 영국과 프랑스가 독자노선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4월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해 12개국이 자유 통항을 위한 다국적 해군전력을 구상하게 된다. 이들은 트럼프가 요청해서 군대를 파병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이 원한 건 하나,

“응,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목적이야~”
라는 거였다. 트럼프가 싸지른 똥 수거하겠다는 거다. 당장 영국의 스타머 총리는,

“응, 우리는 기뢰 제거하는 평화적이고, 방어적인 임무 수행할 거야. 우리 이란하고 전쟁하는 거 아니다~”
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고, 독일 메르츠 총리는

“우리도 기뢰 제거하고, 해상에서 정보 제공하는 거 가능해. 이거 UN 안보리 결의 같은 거 하면 어떨까? 뭐 미국도 참여하면 좋지 뭐. 어때? 이 참에 같이 할래?”
미국을 먹이는 발언이었다. 프랑스쪽은 확실하게,

“응, 우리는 각각 역량에 맞춰 기여할 부분을 기여하고, 같이 평화롭게 해협 자유통항을 위해 움직일거야.”
라면서 구체적인 임무 분담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무려 30여명의 국가 수반들이 회의에 참석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화상회의로 얼굴을 비쳤다. 이때 이재명 대통령도 기여를 하겠다고 발언했는데,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서 (한국도)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
라고 참여 의지를 보였다. 이 부분은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이 다국적 함대 구성은 기본적으로,

“전투 끝난 뒤에 참여한다.”
라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는 거다. 만약 4월에 파병을 보냈다가, 전투에 휘말리면? 미국이 원하는 파병이 되는 거다. 트럼프가 NATO에 파병하라는 걸 다들 거부했는데, 누구 좋으라고 전투 중에 군함을 보낼까? 이들이 원하는 건 전투가 끝난 뒤에 기뢰를 제거하거나 긴장상황을 완화하는 쪽으로 활동하겠다는 거였다.
트럼프가 원하는 건 함대를 호르무즈 안쪽으로 보내서 상선들을 호위하고 나오거나, 이란을 견제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대신 몸빵 해주는 걸 원하는 거 같은데, 실질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안으로 들어가 상선을 호위한다? 이건 어느나라 군대가 들어와도, 가지고 있는 함대를 다 쏟아부어도 불가능한 임무다 왜?
이란 폭격 기사에서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호구(虎口)다. 167킬로미터나 되는 긴 거리에 좁은 곳은 30킬로미터 내외, 수심을 생각하면 양방향 수로가 각가가 3~9킬로미터 밖에 안 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범 아가리에 머리를 넣는 거다. 기뢰가 있을지, 대함미사일이 날아올지, 잠수함이 있을지, 드론이 날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동아일보(링크)
이런 상황에서 물동량은 어마어마하다. 평시에만 해도 하루 140여척이 지나가는 곳인데, 지금은 미군 호위가 붙어서 겨우 하루에 40척 수준이다. 그것도 해협 주변의 이란 방공시설, 레이더 기지, 기뢰 부설 시설, 이란 통신기지 등등을 다 때려 부순 다음에 해상, 공중, 인공위성 등을 총동원해서 돌린 결과다.
문제는 이란과 미국의 대치와 전투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게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선박의 해협 통과도 9월 초에 반짝 있었던 거고 이게 계속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미국이 계속 이렇게 미군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앞서 미국 항공모함 링컨 호가 286일 만에 태국 램차방 항에 입항해 8개월 만에 해상 작전을 마쳤던 걸 생각해 봐야 한다.
링컨 호 승조원 한 명이 자살 시도를 한 건 이미 언론에 나올 정도였는데(물론, 미군은 부인하지만), 이건 거의 한계까지 쥐어 짜내서 작전을 진행한 거다. 다른 수상함도 멀쩡할 리는 없다. 작전 지역에 1척의 배를 보내려면 3척의 배가 필요하다. 작전 지역에 1척, 모항에서 수리와 정박을 하는 1척, 그리고 중간에서 이동하는 배가 1척 필요하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을 다 쏟아 붓고 싶지만, 중국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고(이미 미사일 재고량은 위험 수준을 넘었다. 중국과의 장기 분쟁에 필요한 물량이 10% 미만이란 보고가 있을 정도다), 현재 미군은 아라비아해에 배치한 군함까지 총 15척의 군함을 배치중이지만 이들이 계속 임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
그냥 항로를 지키거나 상선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거라면 모를까, 트럼프는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실제로 상선을 무력화하거나, 미군이 상선에 직접 승선해 검색도 했다. 이걸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지원은 필요하다.

©중앙일보(링크)
자, 문제는 한국이 파병을 한다면 이런 미군의 밑으로 들어가 미군과 같이 하는 방법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4월의 그것처럼 다국적 함대를 구성해서 기뢰 제거나 자유통항을 위해 활동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 두 개는 완전 성격이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미국과 함께 이란과의 전쟁에 개입하는 모양새다. 후자의 경우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함께 하는 거다. 당연히 후자 쪽이 좋고, 이란과의 관계, 이후 국제사회에서의 모양새 등을 판단한다면 좋다. 문제는 이게 가능하냐는 거다. 당장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방문을 할 때 이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글쎄...
파병을 한다는 전제하에서 본다면, 한국은

“우린 미국과 함께 이란 전쟁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음… 호르무즈 해협 자유통항을 위해서 보내는 건데… 음… 그래, 미국과의 관계도 있고… 음… 아마, 자유통항이랑 미국 도와주는 중간 어디쯤이 우리 파병 목적이야. 우리 사정 다 알지?”
대충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당연한 거겠지만, 이란은 한국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

“한국은 미국의 압력에 응해선 안 된다.”
이란으로서는 한국의 참전이 달가울 리 없다. 만약 파병한다면 한국 측은 전가의 보도인,

“응, 우리는 전투부대가 아니라 비전투부대야~”
를 시전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언론에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딱 그 느낌이다. 이란과는 이미 등 돌릴 생각하고, 뒤에서 잘 다독일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나온 게 비전투부대와 지원부대란 타이틀이다.
늘 그렇지만, 한국은 전투부대가 아니라 비전투, 지원부대라며 포장을 할 거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파병부대의 전력도 ‘포장’해야 한다.
파병부대의 전력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정도 흘러나왔다면, 보낸다 안 보낸다 차원이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인 안이 나왔다는 거다. P-8A정도 되는 해상초계기와 군수보급함을 보낸다는 건 이미 기항지와 기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왔고, 승무원과 교대 인원, 정비 인원 등의 파견과 근무 배치, 보급 등에 대한 계획까지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초계기 한 대 혹은 몇 대 보냈다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장 초계기 한 대 보낸다 해도, 기지는 어디로 할 것이고, 이 기지에 대한 경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안이 나왔을 거란 말이다. 이런 고려 없이 언론에 흘리진 않았을 거다. 그럼 P-8A는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일단 P-8A 포세이돈은… 최근에 들여온 거고, 뽀대도 나고, 실질적으로 미국과 연합작전 할 때도 괜찮아 보이고, 그래 해상 초계기라니까 포장하기도 좋겠다.”
P-8A 포세이돈은 원래 잠수함 킬러로 만들어진 녀석인데, 대잠전, 대함전, 해상감시 및 정찰(ISR)임무까지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언론에선 해상초계기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어뢰도 달 수 있고, 폭탄도 달수 있고, 폭뢰나 기뢰도 달 수 있고… 대함미사일도 달 수 있다(눈가리고 아웅하는 거다).

©아시아투데이(링크)
전투행동 반경이 2천킬로를 훌쩍 넘는데, 기존에 한국 해군이 운용하던 P-3 후속기체다. 우리나라는 2024년에 6대를 도입했다. 당장 호르무즈 쪽에 파병 간다면, 오만이나 카타르 기지를 협조받아서 해상 정찰을 할 거 같다. 해상이나 연안 감시에는 이 만한 녀석이 없다.
무장 탑재하지 않고, ISR임무만 해도 나름 쏠쏠하게 미군을 도울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이란이 이걸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이 녀석을 끌고가서,

“응, 우리는 이거 상선 항로 개척하고… 그러니까 위험물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야.”
라고 말하겠지만, 감시 정찰 활동을 하면… 이건 진짜 음… 만약 이게 해상 정찰을 하는데, 이란의 고속정이나 소형잠수함, 드론을 탐지했고, 이걸 미군에게 그 좌표를 넘겨준다면?(포세이돈은 그런 능력 된다) 이건 전투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이런 상황에 대한 미군과의 교전수칙 같은 게 만들어질 텐데 이 상황이면 분명 전투다. 만약 감시 정찰에 한정된다 쳐도 이건 음… 여튼 이걸 이란이 모를리 없을 거다.
분명한 건 우리의 명분과 포장은

“해상초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위한 감시정찰과 상선 유도다.”
라고 할 거 같다. 소양급 군수지원함도 마찬가지다. 이거 만재 배수량 2만 톤급으로 배수량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무거운 놈이다. 이건 우리나라가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기동함대의 원해작전 지원을 위해서 만든 놈이다. 원래부터 먼 바다 나가서 보급해주려고 만든 놈이기에 미군 지원 나가는 것에 딱히 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원래 기름도 보급해 주고, 배 고장 나면 수리도 좀 해주고, 의료 지원도 가능하다. 1만톤 이상 보급물자를 실을 수 있어 이런저런 도움(특히나 유류나 청수 보급을 통해 장기작전에 도움이 된다)을 줄 수 있다.
폭발물 처리반(EOD)은 역시나 비전투 지원으로 할 수 있겠다.
어떤 전략을 얼마만큼 보낼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흘러나오는 건 없지만, 결국 핵심은 두 가지다. 이들이 미군에 엮여서 투입되는 건지, 다국적 체제에 들어가서 투입되는 건지에 따라 임무성격이 달라지고 위험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들이 어디에서 어떤 임무에 배치되는지에 따라 파병의 성격이 확 달라진다.
자이툰 부대 파병 결정 당시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이 그 파병 위치였다. 모술 같은 전투지역 한 가운데 던져 졌으면, 그야말로 육편이 튀는 전장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같은 의미로 작전 위치가 어딘 지에 따라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면,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확대해서 오만 앞바다 근처까지만 해서 멀리서 움직인다면 모를까 UAE쪽으로 들어간다면, 이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뭐 해상초계기 보내는 순간 오만이나 카타르, UAE쪽이랑 이야기 오갈 텐데… 음… 이미 선 넘은 거다).
아직까지 구체화 된 건 없고,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다만 이제까지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었고, 미국은 지금 이걸 원한다는 거다.


편집: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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