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해프닝(Happening)’으로 마무리된 김준일의 망언

「지난 8월 28일, 시사평론가 김준일은 JTBC의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서 ‘조국혁신당’의 새로운 당명으로 ‘민주혁신당’을 제안하며 약칭으로 ‘민혁당’을 추천했다. 그리고는 “다 사형당할 것 같은데”라며 방송 진행자 정영진과 함께 웃어댔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인혁당’에 빗댄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바로 다음 날 30분 간격으로 8명이 사형당한 이 용공 조작 사건은 독재 권력과 그 권력의 충실한 개로 전락한 사법부의 합작품으로, 스위스 국제법학자협회는 사형 집행일인 1975년 4월 9일을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했다. 시사평론가라는 자의 입에서 독재정권이 자행한 ‘사법살인’이, 이 비극의 한국 현대사가 조롱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시사평론가 김준일의 망언은 그럭저럭 일종의 ‘해프닝(Happening)’으로 끝나가는 듯하다. 김준일은 논란이 커지자 사과문을 발표했고, JTBC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그리고 김준일을 <장르만 여의도>에서 하차시켰다.
그러나 진행자 정영진은 여전히 진행자이고, 김준일이 진행하는 cpbc(가톨릭평화방송) <김준일의 시사천국>도 그대로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경기도 시흥시의회 민주당 소속 이옥비 의원은 이런 평가를 보냈다(‘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늘 그렇듯(?) 김준일 망언 사건은 문제의 심각성과 관계없이 놀랍도록 별거 아닌 양 취급되며 빠른 속도로 잠잠해졌다.
한국 재래 언론의 위기와 유튜브화
하루가 무섭게 터져 나오는 새로운 이슈 앞에서 재래 언론이 더 이상 관심을 안 갖는다고 하여 이대로 끝낼 일은 아니다. 본질은 언제나 현상 속에 숨어 있다. 김준일의 망언 사건은 한 개인의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 국내 최대의 종합편성채널인 JTBC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재래 언론의 위기와 그 위기에 대한 잘못된 대처 방안에서 나온 구조적 신호로 보아야 한다.
디지털 혁명은 정보 소통의 플랫폼 자체를 갈아치웠고 재래 언론들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재래 언론의 위기는 디지털 혁명의 심화 발전과 정확히 비례하며 진행 중이다. 이런 ‘재래 언론’ 앞에 ‘한국’이라는 관형어를 붙이면 위기는 더 심각해진다.
올해 2026년,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한국을 포함한 48개국 9만 7,520명(한국 2,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6’라는 게 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뉴스 소비의 플랫폼이 방송에서 포털 및 유튜브 등과 같은 디지털 영상 매체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세계인의 30%가 (‘가끔’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은 세계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절반(49%) 정도나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

한국의 경우는 포털 이용률도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포털로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은 66.5%였다. 이는 정점을 찍었던 2021년 79.2%에서 3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2017년 조사 이래 역대 최저치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재래 언론들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으로도 먹고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재래 언론 중에서도 ‘한국 재래 언론’의 위기가 더 심각한 이유가 있다.
‘심각한 신뢰도 손상’
한국 언론은 그 신뢰도가 손상된 정도가 유독 심하다. 언론의 힘은 대중들에 대한 영향력이고 그것은 신뢰로부터 나온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억압과 저항, 부정과 정의,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 구도 속에서 한국 주류 언론들은 보인 행태는 ‘진실 보도’와 ‘민주주의 수호’라는 저널리즘에 대한 배신이었다. 주류 재래 언론들은 권력의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이었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재래 언론 기자를 향해 ‘재래 언론 종업원’이라고 칭했을까. 아직도 KBS 사장 자리에 있는 ‘박장범의 성공’은 이러한 ‘재래 언론사 종업원’들의 로망이 실현된 것이었다.

©시사인
‘시사인’에서 진행한 위 2025년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가 어디인지, ‘뉴스공장’은 유튜브 채널은 몇 위인지 같은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없다/모름/무응답’ 비율이 놀랍게도 72.3%에 달한다는 것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고 했다. 분노와 증오는 사랑과 관심의 반대편에 있는 개념들이다. 심지어 조롱이나 냉소까지도 관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나올 수 있는 심리적 행동들이다. 무플, 즉 무관심은 해당 사항이 아예 판단 대상이 아님을 뜻한다.
무관심의 대상이란 소멸한 존재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소멸할 존재로도 볼 수 있다. 대중들이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 이것이 재래 언론 중에서도 ‘한국 재래 언론’이 처한 현실이다.
플랫폼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의 격차,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신뢰성 상실이 가져온 생존의 위기 앞에서 ‘한국 재래 언론’이 선택한 방법은 반성과 성찰을 통한 저널리즘의 회복이 아니었다. 그들은 ‘유튜브’를 택했다. 유튜브로 진출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한국 재래 언론’의 유튜브화는 형식과 내용,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진행되었다. 형식상으로는 JTBC <장르만 여의도>처럼 유튜브 채널을 직접 개설하는 것이고, 내용상으로는 ‘유튜브 문법’을 자신들의 매체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유튜브 문법’이란 콘텐츠의 생산 기준이 '정확한가'를 1차적으로 검증하는 저널리즘이 아닌 '조회수와 체류시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재래 언론은 자극과 제목 낚시, 그리고 조롱과 진영 갈라치기라는 유튜브 조회수 창출 문법을 자신들의 생존 전략으로 선택했다.



JTBC <장르만 여의도> 썸네일
<정치 시그널>, 대표적 재래 언론인 동아일보의 종편 ‘채널A’의 시사 유튜브 채널이다. ‘성지훈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 채널에 출연해서 ABC론을 펼친 유시민 작가를 향해 "정치적 알박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데 저희한테 어떻게 그런 혐오적인 표현을 쓰면서 얘기를 하느냐"라는 비판을 가했다.
이로부터 10일 뒤인 7월 9일 성치훈 민주당 부대변인은 장안의 화제(?)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하여 대기하던 중 "가야지 가야지 뉴스공장 가야지"란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배재고 5.18 조롱 사건을 응용한 혐오 표현으로 민주당 부대변인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일지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될 몰역사적 혐오 표현이었다.
스스로 유튜브처럼 되길 원한 재래 언론은 최소한의 언론 윤리마저 잊어버린 채 이런 함량 미달 인사들을 출연시키며 자극과 조롱, 혐오로 얼룩진 영상을 뽑아 조회수만을 올리는 것에 열올리고 있다.
<장르만 여의도>에서 나온 김준일의 망언, 이것은 어느 시사평론가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플랫폼의 변화와 신뢰성 상실이라는 위기 앞에서 저널리즘의 회복이 아닌 유튜브 문법을 선택한 한국 재래 언론의 구조적 문제가 가져온 필연적 결과이다.
재래 언론 종말론은 현실이 될 것인가
엄격히 따져보면, 한국 재래 언론이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기존 모습과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순 없다. 기존의 모습을 훨씬 노골적으로 보인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한국 재래 언론은 애초부터 저널리즘에 기초한 보도보다는 자극과 입맛에 따른 편파 보도 등의 유튜브 문법을 유튜브 등장 이전부터 지니고 있었다. 한국 재래 언론의 유구한 전통이었달까.
조선일보에게 대통령 지지율 60%라는 객관적 사실은 대통령이 누군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60% 지지율은 ‘청와대도 놀랐다’는 극찬의 사안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취임 이후 최저치’라는 비판의 사안이었다.
상대에 따라 이런 식의 다른 기준이 적용된 건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신문이 재래 언론 신문 중 1위라고 하고, 이런 언론에 종사하는 자들이 저널리즘을 말하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것이 한국 재래 언론 생태계의 현실이다.
“2043년, 마지막 신문 독자가 마지막 신문을 던져버리는 순간”
-‘필립 마이어’의 저서,
‘사라지는 신문(The Vanishing Newspaper)’ 中-
플랫폼 전환 이전인 2004년,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이자 데이터 저널리즘의 선구자인 ‘필립 마이어(Philip Meyer)’ 교수는 1964년 81%에 달했던 미국의 성인 신문 구독률이 2004년 54%까지 떨어진 추세를 통계학적으로 적용해 2043년은 미국의 종이 신문 구독자가 0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독자 0은 상징일 것이다. 0이 뜻하는 바는 ‘사회적 영향력’이다.
필립 마이어 교수의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분석에 이러한 현재 한국 언론의 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추세를 예상해 더한다면 ‘신문’의 자리에는 ‘한국 재래 언론’이 들어갈 것이고, 이 ‘재래 언론 종말론’은 더욱 합리적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신문이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제3대 미국 대통령 -
최소한의 지성이라도 있다면 신문, 즉 언론 없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론 없는 세상이란 ‘디스토피아’와 다르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래 언론의 영향력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 ‘언론 없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무엇인가가 재래 언론의 형식을 대체할 것이고 누군가가 언론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시사평론가의 망언이라는 사건에 대한 가장 올바른 토론과 분석,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 사회의 발전에 활용하는 것, 그것은 한국 재래 언론의 종말과 새로운 언론의 탄생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 한국 사회에도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 꽃피게 되는 발화점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건에 대한 가장 이성적이고 올바른 태도이다. 혁신을 이길 수 있는 구태는 있을 수 없음을 믿는다.

편집: 임권산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인빅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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