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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과 계산

 

지난 11일 밤, 영국 동부 서포크(Suffolk)의 펠릭스토우항에 팬스타 아크로호가 입항했다. 8월 22일 부산항을 출항한 지 21일 만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이번 항해는 우리의 첫 북극항로 개척이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통상적인 수에즈운하 대신 러시아 동쪽의 베링 해협을 통과한 뒤,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를 서쪽으로 횡단했다. 8월 31일, 북극해역에 진입해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와 카라해를 차례로 지나 9월 9일 북극해를 빠져나왔다.

 

이로써 우리의 첫 북극항로 개척선인 팬스타 아크로호는 첫 유럽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닻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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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역사적인 항해다. 우리나라의 컨테이너선이 상업 화물을 싣고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까지 운항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장과 선원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시범 운항이 첫 번째 중요한 고비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바닷길, 그리고 부산항의 미래를 보여준 항해라는 기대가 담겼다.

 

하지만 배가 도착한 영국의 반응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 국가 차원의 환영 행사가 열린 것도 아니고, 주요 언론이 한국의 '역사적 쾌거'를 앞세워 보도한 것도 아니었다. 영국의 관심은 이 항로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에 쏠렸다.

 

지금까지 영국 언론이 던진 질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북극항로는 정말 수에즈 항로보다 빠르고 저렴한가.

둘째, 충분한 화물을 확보해 정기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가.

셋째, 러시아 북부 해안을 통과하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와 충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넷째, 녹아내리는 북극을 새로운 물류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정당한가.

 

우리는 '개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국은 '계산'을 시작했다. 우리가 팬스타 아크로호의 항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영국은 그 길에 붙은 운임표와 위험 요소부터 살펴보고 있다.

 

왜 펠릭스토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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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몇 가지 배경지식부터 짚고 가자. 그중 하나가 펠릭스토우다.

 

북극항로를 빠져나온 선박은 노르웨이 연안을 따라 북해로 내려오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항구로 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팬스타 아크로호가 첫 기항지로 선택한 곳은 영국의 펠릭스토우였다.

 

런던, 맨체스터, 리버풀처럼 익숙한 지명은 아니지만, 펠릭스토우는 영국을 대표하는 컨테이너항이다. 대형 컨테이너선을 처리할 수 있는 수심과 하역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영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처리한다. 그러나 펠릭스토우의 진정한 경쟁력은 항만 뒤에 펼쳐진 거대한 소비 시장에 있다.

 

항구에서 하역된 컨테이너는 철도와 도로를 통해 런던은 물론 버밍엄, 맨체스터 등 영국 주요 도시로 옮겨진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실은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화학제품, 소비재 역시 항만 도착 직후 영국 내륙으로 운송할 수 있었다. 새로운 항로의 상업성을 시험하려면 배를 받아줄 항구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실린 화물을 실제로 소비할 시장이 필요하다. 펠릭스토우는 두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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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토우항

©scspa

 

팬스타 아크로호는 펠릭스토우에 먼저 도착한 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 유럽 내 가장 서쪽 기항지인 펠릭스토우까지 먼저 간 뒤, 다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로테르담과 그단스크를 차례로 들르고, 북극항로를 통해 아시아로 귀환하는 구조다.

 

따라서 펠릭스토우가 첫 기항지가 된 이유는 단순히 '북극해에서 가장 먼저 닿는 항구'라는 지리적 조건만은 아니다. 왕복 항해의 동선과 화물 처리, 수요지를 함께 고려한 선택으로 봐야 한다. 영국이라는 대형 소비 시장에 화물을 내린 뒤 유럽 대륙의 주요 항구를 거쳐 이동하는 방식이 전체 운항계획에 더 적합했던 것이다.

 

참고로 한국보다 먼저 북극항로를 이용한 중국 선박 'Sea Legend'의 첫 도착지도 펠릭스토우였다. 아시아와 영국을 잇는 북극항로의 서유럽 관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름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펠릭스토우가 유럽 최대의 환적항은 아니다. 유럽 전역으로 화물을 재분배하는 기능만 본다면 로테르담이나 함부르크가 더 전형적인 선택지다. 그럼에도 펠릭스토우를 첫 기항지로 삼았다는 것은 이번 항해가 유럽 전체의 환적 가능성을 시험한 데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시아와 영국을 직접 잇는 고속 해상운송 노선으로서 북극항로의 상업성을 검증하려는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북극항로의 부상

 

펠릭스토우에 이어 살펴볼 또 하나의 배경지식은 이것이다. 우리는 왜 북극항로를 이용하려 하는가.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속도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8월 22일 부산을 떠나 21일 만에 영국에 도착했다. 이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 기간을 약 10일, 조건에 따라 최대 35%가량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겨우 열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상운송에서 열흘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항해 기간이 줄어들면 연료비를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박과 컨테이너의 회전율도 높아진다. 화물이 바다 위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기업은 재고를 오래 쌓아둘 필요가 없고, 운전 자본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배터리처럼 제품 가치가 높고 납기가 중요한 화물에는 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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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21일'이라는 기록을 기존 항로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실제 운송 시간은 출발항과 도착항, 중간 기항지 수, 항만의 혼잡도, 기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한 차례의 운항이 빨리 끝났다고 해서 앞으로 모든 선박이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부산에서 북극해를 거쳐 영국까지 3주 안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북극항로의 시간 단축의 가능성을 실제 항해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의미는 유럽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데 있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주요 해상 항로는 말라카해협, 인도양, 홍해, 수에즈운하를 지난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 전쟁이나 선박 공격, 운하 봉쇄가 발생하면 공급망 전체가 영향받는다. 실제로 팬데믹 때,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세계 물류망에 큰 혼란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홍해의 안보 불안으로 많은 선박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운항 기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항로를 확보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에 가깝다.

 

북극항로는 말라카해협, 홍해, 수에즈운하 같은 병목지점을 통과하지 않는다. 기존 항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특정 계절과 화물에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급망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저렴한 길 하나만 확보하는 것보다, 위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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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그림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북극항로가 점차 상업화될 경우 부산항을 아시아 쪽 출발지이자 환적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한국에서 생산된 화물뿐 아니라 일본 서부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 출발한 화물을 부산에 모은 뒤, 유럽으로 보내는 구상이다.

 

이 경우, 부산항의 역할은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선박 연료 공급, 북극 항해에 필요한 장비 점검, 화물 보관 및 분류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극지항해를 위한 기상과 해빙 정보, 위성통신, 선원 교육, 선박 보험과 금융 역시 새로운 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극항로가 부산항의 물동량뿐 아니라 주변 해양산업 생태계 전반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조선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북극해를 항해하려면 저온과 해빙을 견딜 수 있는 선체와 장비가 필요하다. 내빙 컨테이너선과 쇄빙선, 극지용 엔진과 항법장치, 친환경 추진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LNG 운반선과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경쟁력을 축적해 온 한국 조선업에 북극항로는 단순한 운송로가 아니라, 새로운 선박 및 해양기술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항해의 가장 현실적인 성과는 실제 운항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북극항로의 경제성은 지도 위의 거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어느 해역에서 얼음이 나타났는지, 얼음을 피해 얼마나 우회했는지, 선박의 속도와 연료 소비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가 보험료와 러시아 측 항행 지원 비용은 얼마였는지 등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 항구에서 화물을 처리하는 시간과 유럽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복항 화물의 규모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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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팬스타 아크로호는 북극해 진입 초기,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에서 해빙의 영향을 받아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유럽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해빙이 줄어들자 운항속도를 회복했고, 결과적으로 부산 출항 21일 만에 펠릭스토우에 도착했다. 이 경험은 지도와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자료다.

 

이번 운항으로 한국은 언제, 어떤 선박으로, 어떤 화물을 싣고 이동해야 경제성이 생기는지 판단할 수 있는 첫 실측 자료를 얻었다. 물론, 한 번의 항해만으로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직접 항해하지 않고서는 측정도, 검증도 시작할 수 없다. 팬스타 아크로호의 도착을 한국이 '개척'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을 뿐 아니라 그 길을 우리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직접 시험하기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영국이 기대하는 것

 

이제 영국 언론이 주목한 지점을 살펴보자.

 

한국이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면, 영국은 그 길의 경제성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국은 북극항로를 통해 들어오는 화물을 받는 도착 시장이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항로를 열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화물이 얼마나 빨리,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도착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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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영국에도 북극항로가 가져올 이익은 분명하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동북아시아에서 생산된 상품을 더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기술로 만든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전자제품, 화학제품과 소비재가 기존보다 빨리 들여올 수 있다면, 수입 기업은 재고와 운전자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영국의 소매업체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계절성 상품이나 신제품처럼 판매 시기를 놓치면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제품은 항공운송을 이용하면 빠르지만 비용이 높다. 반대로 기존 해상운송은 저렴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북극항로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항공보다 저렴하면서 기존 해상운송보다 빠른 중간 선택지가 된다.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에즈운하와 홍해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북극항로는 영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 경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공급망에서는 최저 비용의 경로 하나보다 위기에 작동할 수 있는 대안 하나가 더 큰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영국의 펠릭스토우항 역시 부산항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것이다. 이 항만이 북극항로의 영국 관문으로 자리 잡으면 신규 선박과 화물을 유치하고, 하역, 통관, 내륙 운송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컨테이너는 펠릭스토우항에 도착한 뒤 철도와 트럭을 통해 런던을 비롯한 영국 전역으로 이동한다. 항만의 물동량 증가는 주변 창고와 운송회사, 철도 화물, 물류 서비스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영국이 따지는 비용

 

그러나 영국의 계산은 지금부터다. 영국으로 들어오는 화물이 충분하더라도, 귀항 선박을 채울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왕복 운항의 수익성은 떨어진다. 며칠 빠른 도착이 매력적이더라도, 돌아가는 배가 빈 상태라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운항 예측 가능성도 핵심이다. 북극항로는 해빙과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정해진 시기에 비슷한 일정으로 반복 운항할 수 있어야 한다. 도착일을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관리가 복잡하다면, 생산 계획과 판매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 영국이 원하는 것은 '가장 빠른 항해'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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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러시아와의 관계도 외면하기 어렵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홍해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은 피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항행 허가와 해빙 정보, 구조 및 쇄빙 지원에 대한 의존이 커진다. 로이터는 한국의 첫 북극항로 운항이 서방의 대러시아 고립 정책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는 북극항로의 역설을 보여준다. 한국과 영국은 홍해 분쟁, 중동 불안, 수에즈 운하 병목을 피할 수 있지만, 그 결과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해역과 서비스에 새롭게 의존할 가능성이 생긴다. 하나의 지정학적 위험을 피해 다른 지정학적 위험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환경적 비용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항해 거리가 줄어들면 전체 연료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선박에서 나오는 블랙카본, 그을음 입자는 눈과 얼음 위에 쌓여 햇빛 반사를 줄이고 열 흡수를 높인다. 이는 해빙을 더 빠르게 하고 북극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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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사고 발생 시, 위험도 크다. 이곳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차가운 해수 탓에 기름 분해가 느리고, 유출유가 얼음 사이에 갇힐 경우 제거 작업이 복잡해진다. 사고 해역까지 구조선과 인력이 도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거리 단축만으로 북극항로를 친환경적인 운송로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으로 가는 북극항로에서 중국에 도전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을 뽑으며, 한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를 내세웠다. 한국이 북극항로를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소개함과 동시에 한국을 중국을 추격하는 새로운 경쟁자로 묘사했다. 중국은 이미 북극항로에서 계절성 컨테이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험이 중국과의 물류 경쟁에서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계산이 필요하다

 

첫 항해,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항해의 성공이 곧 상업성의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첫 단추를 무사히 끼웠으나, 정기 항로로 정착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 항해다. 정부 지원이 줄어든 뒤에도 선사가 운항을 이어갈 수 있는지, 화주가 반복해서 화물을 맡기는지, 유럽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선박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북극항로가 일회성 시범 운항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영국에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북극항로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영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상품을 더 빠르게 공급받고, 수에즈 항로의 혼란에 대비할 새로운 대안을 갖게 된다. 펠릭스토우항 역시 북극항로의 서유럽 관문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익을 얻기 위해 러시아 의존도와 환경적 비용을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길을 열기 위해서는 개척이 필요하지만, 그 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한국의 '개척'과 영국의 '계산'은 북극항로가 미래의 바닷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함께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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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B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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