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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주 사이에 GPT-6 아스트라가 나와서 떠들썩하다. AGI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아니다 머리채를 붙들고 싸우는데, 아이고 의미 없다.

 

AGI 라는 게 명확히 정의된 용어가 아니니 달성됐다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됐다, 아닌 사람은 아니다 하면 그만이다. 엄한 곳에 힘 빼지 말자. 특히 언론들.

 

그렇다고 한 마디도 안 얹고 가면 또 서운하니까 잠깐 보자면, 아스트라 모델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능력과 3D 모델링이 눈에 띄게 상승해서, 체감으로는 갑자기 엄청난 게 나타났다고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포토샵이나 프리미어로 영상 편집 같은 걸 꽤나 그럴듯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애정하는 벤치마크는 Humanity’s Last Exam인데, 인류가 만든 가장 어려운 문제 2,500개를 풀게 하고 점수를 내는 평가다. 이름부터 뭔가 간지가 나지 않는가? 100여 개 분야의 교수와 연구진들이 출제했고, 문제 수준에 따라 최대 5,000달러(700만 원)를 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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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y’s Last Exam(링크)

 

여기서 아스트라는 정답률 53%를 기록해, 최상위 모델인 페이블과 동률이거나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지난 버전인 GPT 5.6은 45%). 의미 있는 향상이긴 하지만 기존 모델을 압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한 건 아니다.

 

그러니, 결론은 지난 편과 같다. 모델 하나하나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재귀적 자기 개선이고, 그것은 yes/no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비율을 늘려가는 것이며 이미 시작됐다는 것.

 

해서 이번 편에서는 분위기도 달아올랐겠다, 본격 뇌절파티를 시작해 보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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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0

 

다시 AI 2027에서 가져온 데이터.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아주 뭉개서 표현하자면 인간과 AI의 연도별 경제 기여도를 예측한 것인데, 

 

검은색 - 인간 인지 노동 (Human cognitive)

검은 실색 - 인간 육체적 노동 (Human physical) 

빨간색 - AI

빨간 실색 Robots (피지컬AI)

 

2026년을 기준으로 보자면, 인간 인지 노동 67%. 인간 육체적 노동 27%. AI 4.6%. Robot 0.6%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경제 기여도의 95%가 인간이다.

 

이것이 5년 뒤에는 84%(인지 49+육체 35) vs 16%(12+4) 정도 되었다가, 10년 뒤에는 13%(인지 7+육체 6) vs 87%(36+51)가 된다는 뜻이다.

 

AI가 노동함으로써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가 5%에서 단 10년 만에 87%로 뛰어오른다면, 그래서 인간의 노동 가치가 95%에서 13%로 쪼그라든다면, 대체 세상은 어떤 별천지가 될 것인가.

 

뇌절도 정도가 있다, 적당히 해라! 이런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디테일은 잠시 뒤에 다시 살펴보고, 일단 잠깐 샛길 산책을 하기로 하자.

 

 

3.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면 무릎반사처럼 등장하는 반응이 있다. 새로운 직업이 생길 테니 걱정하지 마라. 옛날에 유튜버란 직업이 있었느냐. 필라테스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할 줄 알았느냐. 사라진 만큼 새로운 직업이 또 생길 것이다.

 

나는 이것이 매우 나이브하고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엔 말야, 엘레베이터걸, 버스걸도 있었다구. 껄껄… 지금 이런 라떼 이야기할 시츄에이션이 아니란 말이다.

 

사건의 스케일이 다르다. AI는 좀 좋은 기술이 등장했네, 정도의 사건이 아니다. 지구에 최초로 인간이 아닌 지적인 존재가 출연한 문명사적, 어쩌면 우주적 사건이다.

 

더 직관적으로는, 기계 몸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한 것이다. 문제는 그 녀석의 사고가 인간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이성적 능력의 상당 부분은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나며, 빠른 속도로 지적 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26일,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AI 격변기에 대한 글을 올렸다. 일자리에 대한 그의 우려를 딱 두 문장 인용하자면 이렇다.

 

“This time really is different.”

“Many jobs will disappear forever.”

 

©Gates notes(링크)

 

매우 비관적 전망이다. 이 정도면 거의 세상에 대한 악담이다. 앱스타인과 친분이 까발려져, 세상에 화가 많이 났음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나처럼 영어가 짧은 사람도 금방 알아먹을 정도로 명료하게 썼다. 이전의 기술 발전과 AI는 다르며, 곧 수많은 직업이 영구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뇌절 컨셉을 싹 빼고 건조하게 보더라도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컴퓨터로 하는 모든 일은 LLM이 더 잘하게 될 것이고,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몸으로 하는 일도 피지컬 AI가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

 

한편으론 일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여태 육체노동이라고 생각했던 운전은 소프트웨어가 그냥 흡수해 버렸다. 얼마 전 공개된 테슬라의 사이버캡은 페달과 운전대가 없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영업을 시작한 아마존의 자율주행 택시 죽스는 운전석 자체가 없는 4인용 이동 수단이다.

 

프리미엄 택시나 정서적 이유로 인간 기사가 남게 되더라도, 24만 명 정도인 택시 기사 중 몇 %나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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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사이버캡(좌) 아마존 죽스(우)

 

4.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면 무릎 반사 다음으로 등장하는 조건반사가 있다. 중추신경은 아니지만, 학습되어 대뇌에 깊게 각인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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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링크)

 

산업혁명 때도 그랬다. 일자리는 다시 생긴다. 그런 천진난만함, 나도 응원하고 싶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 두 가지 논리적 오류가 있다.

 

1) 시간이 걸린다

 

산업혁명기 영국 인구의 10%가량이 방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1770년경부터 방적기가 도입되며 수작업으로 면을 만들던 사람들의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증기 기관이 도입되면서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됐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가정치이지만, 연구자들은 방적기 도입으로 생긴 일자리가 1% 미만인 것으로 추산한다. 그 많던 수작업 노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농사를 짓거나 불규칙적으로 일을 했으며, 빈곤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 일어난 것이 그 유명한 러다이트 운동.

 

천진난만한 사람들의 주장처럼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즉각 창출했다면 러다이트 운동 같은 일도 없었을 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점과 생겨나는 시점 사이에 갭이 존재했고, 산업혁명기 그 갭은 30~50년가량 되었다.

 

2) 이번엔 다르다니깐? 

 

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이번 변화가 산업 혁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산업 혁명이나 다른 기술 발전이 우리의 역할을 바꿨다면, AI는 그 뿌리부터 잡고 뒤흔든다. 앞선 그래프에서 보았듯 생산에 참여할 기회 자체를 빼앗는다. 

 

도둑처럼 찾아온 AI에게 우리 일자리를 모두 도둑맞게 될 거란 말이다. 우리는 AI보다 느리고, 약하고, 까다롭고, 비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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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있었던 인간 노동자와 figure 로봇의 대결

©유튜브 채널 ‘Figure’(링크)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런 단순노동은 이미 교체가 가능한 수준까지 왔고,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즉, 인간의 노동이 생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가 우리 코앞에 다가온 셈이다.

 

물론,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거나, 하루아침에 모두가 실업자가 된다는 건 아니다. 시간을 나눠 보자면, 초기에는 인간이 하던 100의 업무 중 AI가 잘하는 것을 조금씩 가져갈 것이고,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을 시작으로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며, 직업이 남아 있더라도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무언가 할 것인데, 그게 무엇일지는 다음 편에서 차차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여기까지 정리하자면, 아주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며, 소수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겠지만 그때까지 시간 차가 있다는 것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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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0

 

여기까지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스크롤을 내린 분들을 위해, 이 시나리오의 근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순서가 다소 뒤죽박죽 느낌이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랴. 세상이 요지경인데.

 

우선 빨간색 AI 부분부터. AI가 제공하는 노동은 연산량(inference compute)과 효율성(compute efficiency)에 의해 결정된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연산량은 7개월마다 두 배, 효율성은 2.5개월마다 2배 개선된다.

 

이것을 클래식하게 빵 공장에 비유해 보자. 내 공장에 기계 5대가 있어서 하루 빵 500개를 만들 수 있다. 연산량이 7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공장의 기계가 7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말이다. 5대가 10대, 20대, 40대로 늘어나면 생산하는 빵도 1,000개, 2,000개, 4,000개로 늘어난다.

 

동시에 효율성이 2.5개월마다 두 배로 개선된다. 기계 5대가 하루 500개를 만들 수 있었다면, 2.5개월 뒤에는 1,000개를 만들 수 있고, 다시 2.5개월이 지나면 2,000개를 만드는 식이다.

 

앞의 연산량과 효율성이 동시에 작용하면, 기계의 개수가 늘어나며, 동시에 기계 하나가 만들 수 있는 빵 개수도 늘어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적용되면, 전체 빵 생산량이 50일마다 2배씩 증가하게 되고, 나는 금방 부자가 된다!

 

즉, AI의 노동 기여도가 50일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단 말이고, 달리 말하면, AI가 인간의 인지 노동, 다시 말해 화이트칼라를 잠식하는 속도가 50일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단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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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0(링크)

 

육체노동은 어떨까. 26년 현재 피지컬 AI 숫자는 7만 대 정도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매년 2배씩 증가할 것이라 한다.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휴머노이드 역시 재귀적 자기 개선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엄청나게 빠른 숫자로 증가할 것이다.

 

시나리오에서는 32~3년쯤 로봇이 본격적으로 육체노동의 자리를 침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여기서는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로봇을 포함). 인지 노동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AI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이 AI에게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이 육체노동에 더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깡통들은 아직 두 발로 걷거나, 낙엽을 빗자루로 쓰는, 우리가 코 파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잘 못한다는 말이다.

 

벗뜨, 뇌절 컨셉에 충실하자면, 그건 AI가 월드 모델을 갖지 못했을 때까지의 이야기이고, 얘네가 세상을 인식하는 내적 세계를 갖춘다면 게임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 지금까지 피지컬 AI는 텍스트만 학습한 LLM의 결과물이고, 충분한 영상 데이터로 세상을 인식하는 모델이 등장하면 인간보다 더 잘 뛰고, 헤드뱅잉도 두 배로 더 빠르게 잘 돌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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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Isaac Sim 같은 가상공간에서 로봇은 같은 동작을

수십만 번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걸 한 방에 모두에게 전파한다.

 

다만 로봇 생산에 필요한 광물, 특히 희토류 같은 희귀 광물 덕분에 육체노동은 예상보다 더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AI 2027에서도 자원이 병목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며 나름의 반박 자료를 올렸는데, 아래 그래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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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너거가 걱정하는 그 자원들 매장량 충분하며, 혹시 부족해도 먼 미래에는 우주에서 가져오면 됨. 이런 논리인데,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매장량보다 자원을 캐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지연이 있지 않을까 싶고, 희토류는 지금도 공급보다 수요가 높다고 하니, 드라마틱한 신소재가 나오지 않는 한 이 부분이 진짜 병목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희토류 관련주를 사라는 말이 절대 아님. 모든 투자의 최종 결정과 그에 따른 손익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슴.)

 

정리하자면, AI와 로봇은 살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의 정신, 육체노동 대부분을 영구적으로 대체하게 된다, 라는 시나리오. 

 

여기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이것이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계산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오해하지 말자. AI 2027 시나리오는 관심법으로 세상 돌아가는 걸 지켜보니 이렇게 될 것 같다는 구루적 예언이 아니다. 차마 다 가져오지 못한 데이터와 반론과 재반론이 쌓여 있다.

 

25년부터 계속 주장과 데이터를 다듬으며 책임 있게 논증하고 있으니, 비관론이나 종말론 정도로 이 논의를 축소시키지 말아 주시길. 진지하게 계산기를 두들겨 볼 가치가 있다. 예언이나 전망이 아니라 데이터를 두고 박 터지게 논의해야 한다. 특히 정치와 언론에서는 더더욱.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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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현화

마빡 디자인: 꾸물

기사: 하룻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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