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은 올해 두 번, "정계은퇴"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하나, 올해 초다. 1월 19일 신년 기자회견, '새누리 과반, 반드시 막겠다, 백의종군하더라도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 진다'. 기자회견 직후 동아일보, 잔머리 굴린다. 단독 인터뷰했다.
신났다. 총선 불출마, 대표직 사퇴, 무한책임, 세 단어로는 성에 안 찼나 보다. 새누리 과반 저지 못 하면 문재인 정계은퇴라, 쐐기 박는다. 김대중 대통령 후보 때 자주 보던 장면이다. 종편, 더불어 신났다.
또 한 번 '정계은퇴' 등장한다. 4월 8일, 광주 충장로 우체국 앞이다.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2.
배수진을 쳐야 할 절실함, 당 차원에서나 문재인 개인 차원에서나, 있었다. 문재인이 져야 했을 짐의 무게, 제법 끔찍했다. 김종인을 부른 이도, 김종인을 다독인 이도 문재인이다. 김종인의 실패는 문재인의 실패다. 김종인의 책임은 문재인의 책임이다. 그것이 전 대표의 ‘운명’이고 줄곧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린 자의 ‘운명'이고 더민주 간판의 ‘운명’이다. 변명의 여지, 없다.
결과는 좋았다. 벼락처럼 좋았다. 허나 문재인 흔들기는 계속된다. 아이러니하게 선두에 박지원이 있다. 아직도. 1년 넘게 주구장천 나오는 그 말, 한마디로 요약하자.
'문재인. 은퇴해라'
3.
정치. 어제의 적이 내일의 친구,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 승리에 비하면 귀여운 싸움이다. 헌데 너무 길다. 졌으면 책임져야 할 놈 생긴다. 오롯이 분노와 미움을 감내해야 할 놈 생긴다. 졌다면, 문재인이 그래야했다. 헌데 지금이 저잣거리에 매달아 경을 쳐야만 할 상황인지는 심히 의문이다. 축제의 제물이라면 모르겠다. 헌데 우리가 무슨 청동기 시대에 사는 건 아니잖냐.
4.
판이 뒤집혔다. 앗쌀하게 뒤집혔다. 더민주 주제에 1당이다. 이제 징징댈 수 없다. 책임은 엄중해졌다. 논의해야 할 의제의 차원이 달라졌다. 문재인 은퇴하네 마네, 갖고 시간 소모하기에 넘어야 할 산 높고, 많다. 문재인은 2015년 2월 8일,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 본인 스스로 말했다. 이기는 야당이 되겠다. 진정한 목표 달성까진 내년 돼봐야 알겠다. 허나 찜찜한 구석, 없다고 우길 순 없다.
그래, 호남.
5.
더민주 죽 쒔다. 호남에서. 사실이다. 더민주가 호남에 표 맡겨 놓은 거 아니다. 사실이다. 호남은 서운해할 권리, 섭섭할 권리, 있다. 아니, 이런 권리를 논함 자체가 웃기다. 다들 무슨 엄청난 대의를 가지고 투표하나. 그나마 내 이익 잘 지켜줄 것 같은 놈, 그나마 나한테 잘할 것 같은 놈, 그나마 덜 미운 놈 뽑지. 다들 그리 살면서 호남만 대의와 진보를 위해 장렬히 전사하라 한다면, 그건 이제 사극으로 다루어져야겠다.
헌데 여기 사극 하나 더 있다. 전직 패장이라고, 전직 대표라고, 현 대선후보 지지율 1위라고, 오롯이 혼자 감당하고 오롯이 자기 혼자만의 부덕이라고, 해서 정계은퇴까지 한댄다. 운명인 건 잘 알겠다. 헌데 그거, 건방지다.
당이 가지 말라던 호남, 갔다. 그의 호남 방문에 응답한 이들의 모습, 아래와 같다.
문재인은 반문 정서, 잘 보고 왔을 게다. 공천 파동, 비례 파동으로 싸해진 전국 분위기 반전시키는 데 힘 컸다, 부정할 수 없다. 호남의 민심이 오롯이 혼자 책임이고 오롯이 나 혼자 져야 할 짐이라는 자세, 사퇴하라 삼보일배하는 자기 당 정치인 안는 자세, 훌륭하다. 남 탓하지 않는 사람, 모두 다 내 책임이라는 사람, 문재인답다. 근데 정도라는 게 있지 않나.
대선후보 지지율 1위 후보가 막판에 한 번 간다고 대북 송치 특검 때부터 쌓여온,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쌓여온 수많은 앙금을 다 풀 수 있단 말인가. 그게 혼자 다 바꿀 일인가. 짐을 져야 한다면 더 민주 전체가 져야 할 짐이다. 국민의 당이 야권 전체의 승리를 바란다면 같이 져야 할 짐이다.
문재인, 성품의 훌륭함은 알겠는데 혼자 지구평화 지키려고 하진 말자. 보는 사람 소외감 느낀다.
6.
말한 대로 '대략' 됐다. 수습한 대로 '대략' 수습됐다. 이 '대략'이 엄중한 잘못이랜다. 해서 여기저기서 은퇴하라는 소리, 계속 나온다. 1년 넘었다. 징하다. 그리고 '대략'에 죽을죄라도 진 것처럼 쭈삣쭈삣 대고 있는 문재인이 있다. 주구장창 내 책임이고 내 부덕이란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 후보다. 사람 좋음이 너무 심하면 더는 미덕이 아니다. 공은 당에 넘기고 과는 개인이 모두 떠안으려는 사람 좋음도 더는 미덕이 아니다.
1위면 1위 답게 행동하자. 리더라면 리더답게 행동하자. 현재, 가장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후보라면 그렇게 행동하자. 그럴 만 해서 그럴 만 한 자격, 당신에게 준 거다.
7.
노무현의 죽음 이후, 문재인은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 더는 고인 들먹이지 말자. 친문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횡행할 정도면 그만한 사이즈 됐다는 소리다. 잘하면 칭찬도 가장 많이 받고 못하면 욕도 가장 많이 먹는다. 아니, 야권 특성상 욕은 한 10배로 먹겠다. 그래, 운명이다.
더민주 전체가, 아니, 범야권 전체가 같이 짊어져야 할 짐을 건방지게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말자. 무슨 슈퍼맨이냐. 끽해야 야권의 가장 큰 자산인 주제에. 경쟁도 하고 싸움도 하고 신명나게 판도 만들고, 할 일이 태산이다.
뒷짐 지고 훈계하는 사람들, 외야에 앉아 떠들썩하게 고함치는 사람들, 하나 하나에 다 흔들리고 앉아 있기엔 당신의 사이즈는, 심히 광대해졌다.
축제에 계속 혼자 인상 쓰고 있음 그거 예의 아니다. 광주에서 했던 말 그대로, 자주 놀러 오겠다는 말 그대로, 정치인 문재인 아니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못난 아들처럼, 지금은 그렇게 같이 놀자.
다들, 고생하셨다.
글
부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
@kimchang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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