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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19. 목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총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류의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세대 갈등론이다.


 


하지만 정치판을 분석하는 각종 도구 중에서 이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측면을 지적하는 관점만큼 무책임하고 허황된 얘기는 아마 몇 안 될 것이다. 


 


이번 총선을 전후해서도 어김없이 이 세대간 갈등 얘기가 난무했다. 그리고 전혀 변한 바 없이 무책임하고 허황된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 부분에 대한 얘기로 총선 복기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를 펼쳐 볼까 한다. 


 




 


아주 기본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는 비밀선거의 원칙이 적용되는 선거를 치른다.


 







 


이 비밀선거의 원칙에 따라, 특정 세대가 어떤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투표했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이 사라져 버린다. 투표인 명부가 작성되고, 그 명부에 서명을 하고 투표가 진행되므로 특정세대의 투표율은 정확하게 측정이 된다. 하지만 그 투표들이 어디로 날아가 꽂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구 별로 전체적인 투표성향만 확인이 된다.


 


따라서 세대 간의 정치적 입장과 성향의 비율이 어떤가 하는 것은 실제 투표라는 행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실제로 어디에 투표했는가를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여론조사 전화에 어디를 찍었다고 답했는가로 구분되는 것, 그것이 세대간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따지는 근거가 될 수 밖에 없고, 그 근거는 매우 취약하고 위험하다. 


 


물론 그럼에도 대략적인 방향은 충분히 유추 가능하긴 하다. 그리고 사회적 집단의 행동을 분석하는 대부분의 학문이 그렇듯이 그렇게 대략적인 방향을 추정함으로도 상당히 정확한 분석이 된다는 사실도 있긴 하다. 그래도 최소한 선거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론이 아주 정확한 분석을 근거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기본적으로 고령층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이, 20대나 30대의 젊은 층에서는 진보적인 성향의 투표가 행해진다고 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추정일 것이다. 그러나 저런 추정은 오해를 부르기 쉽다. 마치, 60대는 맨 꼴통들만 있고, 20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 일색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어떤 식으로 집단을 분류하더라도, 그 안에는 항상 일정 비율로 꼴통들이 존재하게 된다는 "일정 꼴통성분비의 법칙"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60대에도 개혁을 바라는 진보적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20대에도 거의 파시즘 수준의 우익 꼴통들은 항상 존재해 왔다. 


 


이런 점을 인식하는 순간, 20대 개새끼론은 바로 위력을 잃어 버린다. 나꼼수의 멤버로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르면서 낙선해 버린 김용민은 자신이 과거에 주장했던 20대 개새끼론에 대해 전면적인 사과와 함께 주장철회를 했던 적도 있다. 


 


20대 개새끼론은 20대들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상당히 보수화가 되어 버렸으며, 심지어 투표조차 제대로 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들의 눈 앞의 이익만 관심을 가지고, 사회 전반에 대한 애정이 없어져서 이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상당히 무식한 추정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현실의 20대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경쟁에 내 몰리고 있으며, 대학만 졸업하면 대기업에서 알아서 데려가던 시절에 비해 과중한 등록금 부담과 취업난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이렇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다 사회적 사안에 무관심해져 버렸고, 자기 일만 챙긴다고 비난하는 것은 진짜 근거 없는 주장이다. 약간의 비율 변화만 있었다 정도의 주장도 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20대 전부를 싸잡아 개새끼라고 욕하는 주장은 무식한데다 용감하기까지 한 주장이 된다. 


 


그래도 약간의 비율 변화라도 있는 거 아니냐는 주장은 무시하기 힘드니, 어떤 종류의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은 연도별 출생자 숫자의 변화 추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53년의 휴전 이후로 출생자 숫자는 급격하게 상승한다. 바로 잘 알려져 있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된다. 이 베이비 붐 세대는 60년대 초반에 정점을 찍고 60년대 후반에 다시 감소하는 추이를 보여준다. 전쟁이 끝나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에 휴전이 되자, 사람들은 누구나 사력을 다해 생존경쟁에 뛰어 들었고, 그 결과 급격한 인구 증가가 있었다는 점은 누가 봐도 쉽게 이해가 간다. 


 


60년대 초반, 정확하게 63년까지의 출생자들은 흔히 1차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한다. 왜 63년이냐면, 그 시점에 우리나라에 첫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60년대 중후반 출생자 숫자가 감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다가 70년대 초반에 출생률은 최고 정점을 다시 한 번 찍게 된다. 전쟁 직전이나 전쟁 도중에 출생한 세대가 결혼 연령에 도달한 시점이기도 하며, 1차 베이비붐을 주도한 세대가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를 가지게 되는 시점이면서,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경제적 안정을 달성한 세대가 늘어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출생률은 감소하기 시작하다가 80년대 초반에 일시적으로 다시 급상승한다. 이 부분은 좀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한데, 82년 1월 전두환 정권이 야간통행금지를 해제했었다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서 90년대 초반에 다시 출생률이 급상승하게 된다. 이것은 전형적인 1차 베이비 붐 세대의 다음 세대가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이 된다. 그 이후로는 급격하게 내리막길이다.  


 


우리가 흔히 노령층으로 분류하는 연령대를 60대로 잡아보자. 올해가 2012년이므로 정확하게 휴전 직후에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시작되는 시점인 52년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60대가 된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어떨까? 10대 초반에 4.19를 경험하지만, 성숙기에 박정희 정권을 만나게 된다. 한쪽에서는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한 세대이기도 하며, 한쪽에서는 70년대 고속 성장의 기간 동안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거두어낸 세대들이다. 당연히 독재는 나쁘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이 나라를 먹고 살도록 만들어 둔 것은 우리라는 자부심이 있을 만한 세대가 된다. 결국 이들도 혼재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1차 베이비 붐 세대인 50대가 있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극심한 경쟁에 시달린다. 그 시절에는 심지어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시설이 모자라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하던 시절이다. 그나마도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담임 선생조차도 반 아이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과밀학급이 운영되던 시절이고, 중고등학교조차 다 시험쳐서 들어가던 극단적인 경쟁의 시대였다. 이 세대의 막차급인 세대가 그 유명한 58년 개띠들이다. 그들이 왜 유명하냐면, 바로 그들이 고교입시를 봐야 할 시점에 고교 평준화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고교에 입학했던 선배들은 뺑뺑이 돌려 들어온 58년 개띠 이후의 후배들을 정식 후배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동문회도 따로 한다는 루머도 있다. 슬픈 얘기다. 그 때문에 58년 개띠 중에 유달리 비뚤어져 버린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거 반쯤 농담이다. 공격하지 마시라. 반대로 보면 그만큼 더 리버럴해진 세대라는 뜻도 되니까 말이다. 


 


어찌 되었거나 이 세대에 속한 사람들의 특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한 경쟁의 시대였다고 볼 수 있겠다. 이들은 청년기를 고속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70년대 80년대에 보내게 되면서 주변인들의 경제적 상태가 급속도로 좋아지는 것을 보고 경험했으며, 당연히 국가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치적 권력이라는 것은 어차피 힘있는 넘이 가지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독재자 박정희가 암살 당하고서도 전두환이 정권을 집어먹는 것을 보고 자랐으니 말이다. 물론 이 시대에 포함되는 사람들이 민주화 투쟁 1세대가 되기도 한다. 한일회담 반대 투쟁부터 시작해서 유신정권을 상대로 한 반정부 투쟁을 이끌어 냈던 사람이며, 부산경남에서는 부마항쟁을 촉발시켰던 세대가 된다.  


 


이 세대 이후에 어정쩡하게 끼인 세대가 바로 흔히 말하는 386, 이제 와서는 486이 되어버린 그 세대이다. 이들은 중고딩 시절에 광주의 아픔을 경험하고, 학생의 신분으로 87년 민주화 투쟁을 이끌어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생운동권을 이끌던 리더들은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이들이 중년에 돌입하는 시점에 2002년 노무현의 당선이라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다수의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는 세대이기도 하면서, 동시대인으로 그들을 앞장서서 비판하는 계층이 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현재의 40대이다. 


 


이들 직후에 따라오는 세대가 70년대에 태어나 한창 취업할 시기인 97년에 IMF라는 치명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더 이상 대학만 나오면 취직이 되는 고속 성장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고통을 받게 되는 세대이며, 60대나 50대의 부모를 두고 있고 그들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자라는 30대의 세대가 된다. 


 


그리고 끝으로 80년대 이후에 태어나, 풍족한 유년기를 보내다가 갑자기 IMF라는 사건 덕분에 부모들의 실직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공포에 사로잡히던 세대가 온다. 전교조 교사들에게 초등 교육을 받고, 486세대를 부모로 둔 상태에서 자라나게 되는 20대가 된다. 이들은 바로 앞선 30대에 비해 약간은 더 진보적인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세대가 된다. 그 증거는 이들 중 어린 쪽이 2008년도 촛불을 주도했었다는 점을 들고 싶다. 그리고 바로 이 세대가 이번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을 이끌어 올리는 주도적인 세대로 성장했다는 점을 함께 얘기하고 싶다. 


 



 


물론 이런 분석 자체가 매우 피상적이며 구체성을 결여한 분석이 된다. 하지만, 세대간 갈등을 얘기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그 인식에 기반하여 얘기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늘어 놓은 일반론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어버이연합이 60대 한국사회의 유권자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돌출된 행동을 하는 일부 비뚤어진 노년층일 뿐이다. 똑같은 얘기로 20대는 전혀 개새끼들이 아니다. 600만 명이 넘은 20대 중에 물론 개새끼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많아 봐야 얼마나 되겠나? 600만 명 중에 만 명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60대 인구 중에 어버이연합이 0.1%도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386세대가 몽땅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세력이 아니다. 정치권에 들어가 기득권 행세를 하면서 5.18 광주 전야제날 룸싸롱에서 아가씨 끼고 술먹던 쓰레기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386세대를 결코 대변하지도 못하고 대표성도 없다. 일부 돌출된 행동을 하는 쓰레기일 뿐이다. 마찬가지다. 


 


세대별 투표율 추이를 살펴보면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나온다. 


 


전체 투표율이 늘어나는 선거에서는 세대별 투표율도 동반 상승하고, 전체 투표율이 낮아지면 세대별 투표율도 동반 하락한다. 당연한 일이다. 특정 세대만 개새끼들이 드글거리거나 똘아이들이 드글거릴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살아온 경험과 연령대에 맞춰 정치 의식의 보편적인 변화는 언제나 있는 일이고, 나이가 들 수록 보수적인 성향이나 지키고자 하는 성향이 늘어나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자료가 발표되고 있지는 않지만, 여론조사로 추정되는 20대의 투표율이 이번 총선에서 극단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특이한 상황은 분석해 볼 가치가 있다. 바로 이번 총선에 임한 20대의 정치적 성향도 과거 세대에 비해 조금 더 진보적이라는 측면도 반영되었을 것이고 SNS라는 뉴미디어와 나는 꼼수다를 앞장서서 소비한 계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분명히 20대들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선거 직후 높았던 기대 수준으로 인해 선거 결과 자체를 패배로 간주한 사람들이 희생양을 찾다가 20대를 대상으로 화풀이하려고 했던 일부 행동은 가볍게 무시해주자. 그건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안 했던 바보짓에 불과했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노년층이 집결한 상태에서 20대의 참여가 관건이라고 떠들어 댄 것은 20대의 참여가 높아지면 이익을 볼 만한 정파에서 주도하던 정파적 이익을 우선한 프로파간더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세대간 갈등은 허상이었다. 이번 선거가 정권심판의 선거였다고 가정을 해도 이 정권이 준 전방위적인 피해가 특정연령층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복지정책의 대결이었다고 가정을 해도 그 복지는 모든 연령층, 오히려 노년층에게 더 혜택이 가는 정책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선거 과정에서 도출된 주장의 충돌 중에서 세대별 충돌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찾아 보기 힘들다. 세대간 갈등이 있을 소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세대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이 사회가 좀 더 진보적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 이 사회의 경제체제가 신자유주의를 벗어나서 조금이라도 더 사람을 우선시 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 좀더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는 사람들이 선거판을 주도한 것이고, 아직은 그들의 진보적인 주장보다는 경제적인 안정이나, 기존에 해오던 관습을 유지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조금 더 숫자가 많아 그 비율대로 의석이 배정된 것 뿐이다. 


 


단지 변화라면, 매번 선거 때마다 평균 투표율을 밑돌던 20대~30대의 투표율이 급상승을 했고, 드디어 젊은 세대가 자신들이 처한 힘겨운 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그들의 의견이 진보적이건 보수적이건 상관없이 이 사회는 앞으로 그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주도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어찌되었거나 매우 고무적인 변화가 된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20대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응원과 지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응원과 지지도 그다지 필요 없는 것이 응원과 지지를 하지 않더라도 결국 이 사회는 그들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시간문제니까 말이다 


 



이런 사람은 없으니까.


 


흔히들 그들을 가르치려 한다고 짜증을 내는 주장을 많이 보게 되지만, 사실 20대는 더 배워야 하는 세대가 맞다. 짜증낼 일이 아니다. 아무리 20대가 어려 보여도 이미 법적인 성인들이며 자기 결정권이 충분한 나이이긴 하지만, 이 사회에 대해 좀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인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능력껏 공부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당돌하게 외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는 20대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occupy성명] 찍어줘도 개새끼라는 나꼼수와 386에게 작별을 고한다! 5월1일 대학생 총파업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별로 참신할 것도 없는 주장이며, 기존에 이미 흔하게 있던 약간 좌파적인 정치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수준의 성명서이기는 하다. 반MB만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 하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합쳐서 민주정부 10년 간 노동환경은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에, 선거에서 야권연대 찍어봐야 별 다를 거 없을 거라는 주장이 그렇다. 이 부분, 지금 정권은 민주정부 이전에 군사독재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을 너무 과소평가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20대들에게 투표 권유하면서 희한한 약속을 하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치를 예능화 시킨다고 비판을 한다.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긴 한데, 좀 구리긴 하다. 정치가 뭐 졸라 근엄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제일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386을 싸잡아서 비판하면서 자신들 20대는 묶여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을 하는 부분이다. 20대나 386이나 마찬가지로 싸잡아서 비판하면 안 되는 거라는 생각은 못해본 걸까? 


 


이런 부분적인 미숙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런 성명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좋다. 


 


90년대 이후로 맥이 끊긴 운동권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이 다시 살아날 만큼 가치가 있는 그룹이었는지도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미숙하고 치기어린 주장이라 하더라도, 20대는 이미 사회적으로 성인들이며 이 사회의 향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앞장서서 표출할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짓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해야 하며, 새누리당 손수조같이 누가 찍어주는 대로 나서서 춤추는 꼭두각시 놀음 말고, 자발적이고 각성한 연대를 만들어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로 뛰어나와 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들이 좌파적이건 진보적이건 아니면 보수적이라도 상관없다. 건전하게 자발적으로 연대를 구성하기만 하면 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그 사람들을 조직해내고,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길 바란다. 그런 목소리들이 많이 나올 수록 이 사회는 건전해진다는 믿음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동원된 세대 갈등론 같은 허상 말고, 실제로 20대를 위한 정책들을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사회가 20대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지적하고 당연히 해줬어야 할 몫을 요구해 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사회에 처음 진출한 사회 초년생들은 일정기간 동안 납세를 거부하겠다는 운동 같은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가 다 책임져 주는 대학등록금 내느라 빚을 져 버렸으니 그 빚을 다 갚을 동안만이라도 내 월급에서 갑근세 떼어가지 말라고 말이다. 그걸 못하겠으면 당장에라도 등록금부터 내리라고 하던가. 20대 대학생들이 무슨 영원한 사학재벌들의 봉도 아니지 않는가. 


 


전체 유권자중 20대의 비율은 결코 작지 않다. 이들 중 다수가 연대해서 한 목소리로 사회적인 정책을 요구할 수 있다면 그 요구를 외면할 배짱이 있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매번 선거 때마다 노년연금을 서로 올려주겠다고 설레발 치는 거 보면 알지 않는가? 그만큼 노년층들은 꼬박꼬박 투표를 하기 때문에 그들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20대들이 그렇게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법을 깨닫고 나면 이 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시간은 20대의 편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감성으로는 20대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창피할 뿐이다. 


 


나 자신, 20대를 거치면서 사회에 절망을 했었고 그 사회를 뜯어 고치려고 마음도 먹었었지만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 뿐 아니라 나의 윗세대, 나의 동세대, 나의 바로 아랫세대들 모두 실패했다. 물론 확 뜯어 고치진 못했어도 부분적으로는 발전이 있었고, 이제 와서는 그 수명이 다해가는 것처럼 보여도 87년 체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 우리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었거나를 막론하고 지금의 20대에게 앞세대는 진짜 못할 짓을 한 거다. 


 


그들이 지금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을 보자. 난 진짜로 이런 세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정글 같은 무한경쟁의 사회, 사회로 진출하는 초년생들이 이미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시작하는 이런 개같은 사회, 집한채 사려면 수십년간 숨만쉬고 월급을 모아도 부족한 이런 사회, 이런 사회를 물려준 기성세대가 20대에게 무슨 할 말이 있으랴. 


 


그런 20대들이 우리보고 386들 다 나가 죽어라 하고 외쳐도 미안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 도리가 없다. 우리가 못나서 그랬다. 


 


그렇기에 더욱 더 우리가 겪었던 실패와 우리가 겪었던 경험들을 얘기해주고 싶고 좀더 편한 길들을 알려주고 싶어지는 것뿐이다. 그것 마저도 싫다면 입 다물고 응원만 하겠다. 


 


단지 꼭 부탁하자면, 20대들이 나서서라도 우리가 못다한 일들을 해 주기를 염치없이 바랄 뿐이다. 


 


왜냐면, 니네들이 좀 잘해야 이제 10대인 우리 딸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거니까 말이다. 


 


너희들이 잘못하면, 지금 너희들이 우리를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딸아이 세대가 너희들을 똑같이 욕하게 될 거라는 협박질을 하면서 마무리 하겠다. 


 


이 땅의 20대들이여, 부디 힘내시라.


 



 


정치부장 물뚝심송

twitter: @murutukus